〈 554화 〉 [정기 수급]
* * *
“힉……? 히끅!”
엉덩이가 많이 아팠던 모양인지, 윤혜가 자신의 엉덩이를 두 손으로 움켜쥐며 재빨리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는 곧 나와 눈이 마주친 그녀가 딸꾹질을 했다.
“잠은 좀 깨셨습니까?”
“아, 윽! 히끅! 죄, 죄송합니다! 끅! 며칠 동안 야근을 하는 바람에 피곤해서……! 히끅!”
말을 하는 도중에도 딸꾹질이 계속 터져 나왔다. 그녀는 그게 민망하다는 듯 입술을 꾹 다물고 딸꾹질을 참아보려고 했지만, 노력이 무색하게도 또 딸꾹질이 새어 나오고 말았다. 진짜로 많이 아팠나 보다.
“이런.”
나는 그녀를 안쓰럽다는 듯 내려다보며 말을 이어나갔다.
“……야근 때문에 피곤했다면 어쩔 수 없죠.”
“히끅.”
“그래서 푹 주무셨습니까?”
“끅, 네……. 덕분에요. 히끅.”
“그건 다행이네요. 근데 딸꾹질은 안 멈추네요. 음, 잠깐 가만히 있어 보시겠습니까?”
“네? 히끅!”
가만히 있으라는 내 말에 의문을 표시하던 그녀가 화들짝 놀라며 눈을 보름달처럼 크게 떴다.
“무서워 할 필요 없습니다.”
나는 최대한 다정하게 속삭이며 말채찍을 그녀의 허벅지 쪽으로 가져다 댔다. 스륵. 말채찍의 끄트머리가 허벅지에 닿자, 윤혜가 흠칫 놀라며 몸을 움츠렸다.
허벅지도 말채찍을 피하려는 듯, 자꾸만 뒤로 도망치려고 했다. 하지만 나는 집요할 정도로 끈질기게 달라붙으며 허벅지를 시작으로 엉덩이 그리고 허리를 따라 가슴과 어깨를 건드렸다.
“읏.”
말채찍이 뱀처럼 그녀의 몸을 쓸며 차츰 위로 올라가자, 윤혜의 얼굴이 붉게 상기되며 불빛 아래에서 묘하게 빛을 발했다.
흥분한 걸까? 시선을 살짝 내려서 가슴을 쳐다보자, 딱딱하게 곤두서있는 유두가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이런 내 시선을 의식한 듯, 윤혜가 부끄러워하며 양팔로 자신의 가슴을 감쌌다. 하지만 오히려 그게 더더욱 그녀의 풍만한 가슴을 부각시키고 있었다.
나는 그녀의 풍만한 여체를 감상하다가 말채찍으로 그녀의 등허리를 가볍게 때렸다.
찰싹!
“하윽!”
갑작스러운 통증에 윤혜가 야릇한 교성을 터트리며 몸을 부르르 떨었다. 동시에 그녀가 앉아있던 침대 위가 축축하게 젖어가고 있는 게 보였다. 이번에는 통증보다는 쾌락을 더 강하게 느낀 모양이었다.
“드디어 멈췄네요.”
속으로 웃음을 터트린 나는 말채찍으로 그녀의 턱을 받쳐서 고개를 들어 올리도록 만들었다. 그러자 윤혜가 움츠렸던 어깨를 서서히 풀며 눈을 떴다. 눈가에는 눈물이 촉촉하게 고여있었다.
“하아……. 네.”
윤혜가 가쁘게 숨을 토해내며 몸을 움찔움찔 떨었다. 그녀는 내가 말채찍으로 자신의 몸을 건드릴 때마다 그게 너무나도 황홀하다는 듯이 노골적으로 야릇한 시선을 보내왔다. 내가 또 말채찍으로 때려주기를 기대하는 눈치였다. 하지만 나는 여기서 그녀를 더 조교 할 생각이 없었기에 단호히 말채찍을 떼어내며 입을 열었다.
“딸꾹질도 멈췄으니, 이제 그만 현실로 돌려보내 드리겠습니다.”
“아…….”
그 순간, 안타까움에 젖은 신음이 그녀의 입술 사이로 새어 나왔다. 하지만 나는 그걸 일부러 못 들은 척 하며 스마트폰을 들어서 화면을 확인했다.
[축하합니다, 조교 대상의 수치를 0단계에서 1단계로 상승시켰습니다.]
[단계 상승에 따른 정기가 주어집니다.]
[정기는 조교를 끝마칠 시에 정산됩니다.]
[축하합니다, 조교 대상의 고통을 2단계에서 3단계로 상승시켰습니다.]
[단계 상승에 따른 정기가 주어집니다.]
[정기는 조교를 끝마칠 시에 정산됩니다.]
[축하합니다, 조교 대상의 쾌락을 1단계에서 2단계로 상승시켰습니다.]
[단계 상승에 따른 정기가 주어집니다.]
[정기는 조교를 끝마칠 시에 정산됩니다.]
‘이 정도면 충분하지.’
조교 단계가 또 오른 걸 확인한 나는 윤혜에게 작별 인사를 건네고는 그녀를 현실로 되돌려 보냈다. 그리고 이처럼 또 한 명 처리한 나는 앞선 방들처럼 나머지 방들도 처리하기 시작했다.
만약에 조교 단계가 올라있다면 작별 인사만 건넨 다음에 현실로 돌려보내고, 오르지 않았다면 채찍질로 고통 수치를 올린 다음에 현실로 보냈다.
“좋아, 그럼 어디 정산해볼까?”
마지막 8번 방의 여성까지 모두 다 돌려보낸 나는 다시 1번 방으로 돌아가서, 여전히 침대 위에 대자로 뻗은 채로 자고 있는 이 신혜를 깨운 다음에 현실로 되돌려보냈다. 그리고 이렇듯 모든 여성을 돌려보낸 나는 조교를 끝마치고 자취방으로 돌아갔다.
[조교에 따른 정기를 정산합니다.]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사용자는 현재 995의 정기를 획득했습니다. (누적 정기의 양 1260)]
‘들인 시간에 비해서 꽤 많이 얻긴 했지만……. 이 정도로는 아직 부족해.’
레벨을 올리는데 필요한 정기의 양이 2000인 것을 감안하면, 이번에 얻은 995는 턱없이 부족한 양이었다.
혀를 내두른 나는 엄지로 확인을 눌렀다. 그러자 또 다른 알림 문구가 화면에 표시되었다.
[축하합니다!]
[주간 퀘스트 ‘정성스러운 봉사’를 달성하셨습니다.]
[보상으로 랜덤 아이템 상자가 주어집니다.]
[랜덤 아이템 상자를 수령하시겠습니까?]
[네 / 아니요]
[축하합니다!]
[주간 퀘스트 ‘피학성애’를 달성하셨습니다.]
[보상으로 랜덤 아이템 상자가 주어집니다.]
[랜덤 아이템 상자를 수령하시겠습니까?]
[네 / 아니요]
[축하합니다!]
[주간 퀘스트 ‘큿, 죽여라!’를 달성하셨습니다.]
[보상으로 랜덤 아이템 상자가 주어집니다.]
[랜덤 아이템 상자를 수령하시겠습니까?]
[네 / 아니요]
“그나마 주간 퀘스트 보상이 있어서 위안이 되네.”
나는 픽, 웃으며 랜덤 아이템 상자를 수령했다.
[축하합니다!]
[아이템 ‘엉터리 최면 시계 (1회)’를 획득하셨습니다!]
[효과 : 대상이 최면에 걸린 척 해줍니다.]
“……?”
나는 얼떨떨한 표정을 지으며 스마트폰 화면을 바라보았다.
혹시 내가 난독증인가? 최면에 걸린 척해준다니? 기존에 있던 최면 아이템하고 대체 뭐가 다른 거지? 나는 잠시 곰곰이 생각해보다가 엉터리 최면 시계를 소환해보았다.
“흠.”
엉터리 최면 시계는 평범한 회중시계였다.
아마 최면술을 걸듯이 시계줄을 잡고 좌우로 흔들면 대상이 최면에 걸리는 모양이었다.
“뭐, 최면에 걸린 척 해준다는 걸 보면……. 일단은 최면에 걸린다는 거겠지?”
나는 엉터리 최면 시계를 확인하고는 도로 역소환했다. 그리고는 나머지 랜덤 아이템 상자도 수령했다.
[축하합니다!]
[아이템 ‘딸랑이 (1회)’를 획득하셨습니다!]
[효과 : 딸랑이를 들고 있으면 다른 사람들이 사용자를 어린 아이로 인식합니다.]
[지속 시간 : 6시간]
[축하합니다!]
[아이템 ‘퓨전 팔찌 (1회)’를 획득하셨습니다!]
[효과 : 팔찌를 착용한 대상 두 명이 한 명으로 합체합니다.]
[지속 시간 : 1시간]
“이건 좋다.”
마지막으로 나온 아이템 퓨전 팔찌를 확인한 순간, 나는 주먹을 불끈 쥐며 좋아했다. 이건 내가 사용해도 좋고, 마물 사냥꾼들이 사용해도 좋았다.
흐뭇하게 웃은 나는 퓨전 팔찌를 소환해서 실물을 확인했다.
“이걸 하나씩 팔에 차면 합체가 되는 건가.”
심지어 사용자의 신체에 맞춰서 팔찌의 크기가 자동적으로 조절되기까지 했다. 이를 확인한 나는 다음에 위험할 때, 쓰기로 마음을 먹고는 팔찌까지 역소환했다. 그리고는 남은 정기를 수급하기 위해서 저장된 여성 목록에 있는 현주를 선택했다.
‘오랜만에 칭찬 좀 해줘야지.’
겸사겸사 정기도 수급하고.
[바로 조교의 방으로 이동하시겠습니까?]
[네 / 아니요]
앞선 여자들과는 다르게 현주의 조교 단계가 10단계를 넘었기 때문에 주의 문구가 나타나지 않았다. 확실히 조교 단계가 높으니 이게 좋았다. 반드시 꼭 조교 단계를 올려야 된다는 부담이 없었으니 말이다.
나는 편안한 마음으로 조교의 방으로 넘어갔다.
“후.”
이렇듯 다시 조교의 방으로 넘어온 나는 가면과 로브를 벗어서 벽에 도로 걸어둔 다음에 1번 방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그리고는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자, 주인을 기다리는 강아지처럼 목을 길게 내밀고서 기대 어린 표정을 짓고 있는 현주의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
“헉!”
그리고 그와 동시에, 내 얼굴을 확인한 현주가 헛숨을 들이켜며 두 눈을 휘둥그레 떴다.
“안녕하세요, 이 현주 씨.”
“주, 주인님? 주인님? 주인님, 맞죠?”
그녀는 도무지 믿기지 않는다는 듯, 몇 번이고 나를 부르며 어깨를 들썩거렸다. 더불어 나를 올려다보는 눈동자가 붉게 충혈될 정도로 힘이 들어갔다.
그 모습이 마치 아이돌을 만난 사생팬 같아서 조금 소름 돋았다. 그 정도로 좋은가? 나는 시험 삼아 살짝 웃으며 그녀에게 다가갔다.
“좋습니까?”
“좋아요! 너무 좋아요! 꺅! 어떡해! 너무 내 취향이야!”
10대 소녀처럼 꺅꺅대며 좋아하는 현주의 모습을 보고 있자니, 쓴웃음이 절로 터져 나왔다.
‘그래, 이게 정상적인 반응이지.’
내가 봐도 깜짝 놀랄 정도로 잘 생겨졌는데, 지금까지 내 얼굴을 본 여자들 모두 너무 심심한 반응을 보여줬다.
“좋아해주니 다행이네요.”
“아아…….”
내가 어깨를 으쓱이며 한 걸음 내딛자, 현주가 그 모습조차도 너무나도 멋지다는 듯 넋을 잃은 표정을 지으며 나지막이 신음을 흘렸다.
완전히 나한테 푹 빠진 모습이었다. 이러다가 내가 다시 원래대로 돌아가면 어떻게 되려나? 문득 궁금증이 생긴 나는 현주의 몸을 구속하고 있는 의자의 버튼을 검지로 툭툭 건드리며 물었다.
“근데 조금 걱정이 되네요.”
“네? 뭐, 뭐가요?”
“지금 제 얼굴이 현주 씨의 취향이란 건, 이전에는 그렇지 않았다는 뜻이 아닙니까?”
“네에? 아, 아니에요! 절대로 아니에요! 주인님은 그전에도 멋졌는걸요!”
내 말에 현주가 기겁하며 부정했다. 심지어 안절부절못하며 어쩔 줄 몰라 쩔쩔매기까지 했다. 혹시라도 나한테 버림받을까 봐, 두려워하는 기색이 잔뜩 깔려있었다. 그 모습이 어찌나 측은해 보이던지, 나도 모르게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어주고 말았다.
“현주 씨를 혼내려고 물어본 게 아니니까 걱정하지 마세요.”
“아…….”
이처럼 내가 머리를 쓰다듬어주자, 현주의 얼굴에 비로소 안도의 기색이 어렸다. 더불어 나를 올려다보는 눈동자에 기쁨의 빛이 가득 차올랐다.
나는 현주의 시선을 담담히 받아주다가 의자의 구속을 풀어주었다.
“스읍. 하아.”
그러자 기다렸다는 듯이 현주가 내 품 안으로 파고들어 오며 깊게 숨을 들이켰다.
마치 지금 이 순간만을 기다렸다는 것처럼.
그녀는 내 몸에서 나는 냄새가 너무나도 좋다는 듯이 몇 번이고 반복해서 숨을 들이켜고는 슬그머니 고개를 들어 올렸다.
“……저기, 키스해도 될까요?”
내게 허락을 구하는 현주의 태도에 나는 대답 대신에 좋다는 의미로 고개를 작게 끄덕였다. 그러자 현주가 입술을 파르르 떨며 조심스럽게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는 내 목에 팔을 휘감더니, 평소와는 조금 다르게 조심스럽게 내 입술에 자신의 입술을 맞댔다.
“하읏.”
가볍게 입술이 맞닿자, 현주가 가볍게 몸을 떨며 신음을 토해냈다. 단지 입술을 맞닿았을 뿐인데도, 그녀는 마치 첫 키스를 하는 것처럼 부끄러워하며 어쩔 줄 몰라했다. 심지어 살짝 뜬 눈으로 내 얼굴을 정신없이 훔쳐보고 있기까지 했다. 이에 나는 현주의 이마에 내 이마를 가져다 대며 입을 열었다.
“왜 이렇게 부끄러워하는 겁니까?”
“읏, 너무 가까워요…….”
“제가 꽃미남 스티커를 썼을 때도 이 정도는 아니었지 않습니까? 오히려 그때는 이성을 잃고서 저한테 달려들었던 것 같은데요?”
“그, 그 때는 주인님이 너무 잘 생겨지셔서……. 비현실적이라고 해야 하나? 현실감 같은 게, 잘 안 느껴졌는데 지금은……. 너무 생생하게 느껴져서. 흐읍.”
떨리는 목소리로 자신의 솔직한 마음을 말하는 현주의 태도에 나는 소리 없이 웃으며 그녀의 입술에 키스를 해줬다. 덮치듯 거친 키스였지만, 현주는 그것에 도저히 저항할 수 없다는 듯이 자연스럽게 입술을 벌리며 혀의 침입을 허용했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