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48화 〉 [정기 수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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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한 채원 씨 사랑해요! 6일차! [3]] [작성자 : 이신혜(vnfmsqhb)] [조회 : 91]
[제목 : 한 채원 씨 사랑해요! 5일차! [9]] [작성자 : 이신혜(vnfmsqhb)] [조회 : 176]
[제목 : 한 채원 씨 사랑해요! 4일차! [10]] [작성자 : 이신혜(vnfmsqhb)] [조회 : 206]
[제목 : 한 채원 씨 사랑해요! 3일차! [7]] [작성자 : 이신혜(vnfmsqhb)] [조회 : 325]
[제목 : 한 채원 씨 사랑해요! 2일차! [11]] [작성자 : 이신혜(vnfmsqhb)] [조회 : 411]
[제목 : 한 채원 씨 사랑해요! 1일차! [2]] [작성자 : 이신혜(vnfmsqhb)] [조회 : 781]
‘여기도 6일차까지 올려놨네.’
카페에 올라와 있는 게시글들을 확인한 나는 살짝 혀를 내둘렀다. 비록 글을 올리기 시작한 지 일주일도 채 지나지 않았다고는 하지만 하루도 빠짐없이 글을 작성해서 올릴 정도라는 건, 그만큼 그녀가 간절하게 원하고 있다는 뜻이었기 때문이었다.
‘고블린이 그렇게 좋았나?’
나는 잠시 고블린의 모습을 떠올려봤다.
위아래로 길쭉한 얼굴에 괴이할 정도로 툭 튀어나온 큰 코, 파충류처럼 노란색 눈동자, 게다가 녹색 피부는 인간의 피부와는 다르게 동물의 가죽처럼 질기고 거칠었다. 심지어 체구는 10살을 조금 넘긴 어린아이 정도밖에 되지 않을 만큼 무척이나 작았다.
‘물론 성기는 몸집에 어울리지 않게 크지만.’
실제로 고블린의 성기는 성인 남성의 것과 비슷하거나, 그보다 컸다. 하지만 아무리 성기가 크다고는 하지만 상대는 인간이 아닌 마물이었다.
단순히 취향의 영역이라고 치부할만한 게 아니었다.
‘보통은 트라우마가 생겨야 하는데.’
당시에는 환경이 환경이다 보니, 좋았을지도 몰랐다. 하지만 현실로 돌아온 뒤에도 이런다는 건, 정말로 고블린과 했던 섹스가 좋았다는 뜻일 것이다.
‘비위도 참 좋아.’
나는 카페에 글을 올린 이 신혜에게 진심으로 감탄했다.
“근데 여기에 글을 올린 건, 이 신혜 뿐인가?”
문득 호기심이 든 나는 한 채원 씨, 사랑해요. 라는 제목으로 게시글을 검색해봤다. 그러자 놀랍게도, 이 신혜가 쓴 글 외에도 다른 사람이 쓴 걸로 생각되는 글들이 여럿 검색되었다.
[제목 : 한 채원 씨 사랑해요! 불러주세요! [11]] [작성자 : 이유리(xpxpfhs)] [조회 : 172]
[제목 : 한 채원 씨 사랑해요! 이러면 되는 거 맞죠? [4]] [작성자 : 한여름(chrtnsmddyr)] [조회 : 85]
[제목 : 한 채원 씨 사랑해요! 기원 동참합니다. [21]] [작성자 : 윤혜(WlWlvkxl)] [조회 : 171]
“설마했는데, 진짜였네.”
이쯤 되니 고블린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볼 수밖에 없었다.
‘실은 엄청난 테크닉을 보유하고 있는 게 아닐까?’
게다가 곰곰이 기억을 되짚어 보니, 고블린의 성기에 돌기 같은 게, 오돌토돌 나있었던 것 같기도 했다. 그렇게 생각하니, 여자들이 고블린에게 푹 빠졌던 게 조금은 이해가 되었다. 물론 외모는 좀 흉측하지만……. 의외로 가만히 두고 보면, 은근히 귀엽게 생긴 게 고블린이기도 했다.
“뭐, 본인들만 좋다면 아무래도 좋겠지.”
게다가 나도 찬물 더운물 가릴 때가 아니었다.
다음 탑 개방 전까지 최대한 레벨을 올려놔서, 탑에 입장했을 때 능력치 보정을 조금이라도 더 받을 필요가 있었다.
‘게다가 마물 사냥꾼의 최대 인원수도 가능한 늘려놓아야 하고.’
현재 6명까지 늘어난 상태이긴 했지만, 앞으로의 일을 생각해본다면 최소한 8명까지 늘리는 게 좋아 보였다.
‘그래야지 마물 사냥꾼 개인에게 가는 부담이 덜겠지.’
이렇듯 생각을 정리한 나는 카페에 한 채원 씨, 사랑해요. 라는 이름으로 게시글을 작성한 여성들의 이름과 닉네임을 따로 적어놓은 다음에 매니저 어플을 실행했다.
‘음? 몇 명은 아니네.’
저장된 여성 목록과 내가 따로 적어둔 이름과 닉네임을 비교해보니, 몇 명은 저장된 여성 목록에 들어있지 않았다.
아무래도 단순히 팬심으로 따라 했던 모양이었다. 실제로 채원이가 화염의 마녀라는 스킬을 얻고 난 이후로 유 지아 못지않은 활약을 하게 되자, 그녀에게 부정적이었던 여론이 대부분 좋게 변했다.
‘좋은 일이지.’
흐뭇하게 웃은 나는 저장된 여성 목록에서 카페에 글을 쓴 여성들만 골라서 선택한 다음에 몸을 일으켰다. 그리곤 공간 이동 반지를 소환해서 손가락에 끼운 다음에 자취방으로 이동했다.
이번엔 잊지 않고 아이린이 준 팔찌를 끼고 가기 위해서였다.
‘이번에도 실망시킬 순 없지.’
이렇듯 나무줄기를 엮어서 만든 팔찌를 낀 나는 조교의 방으로 이동하기 위해서 이신혜를 비롯한 다른 여성들을 선택했다.
[바로 조교의 방으로 이동하시겠습니까?]
[주의. 조교를 끝내기 전까지는 돌아올 수 없습니다.]
[네 / 아니요]
다들 아직 조교 단계가 낮았기에 화면에 주의 문구가 표시되었다. 하지만 딱히 걱정은 없었다.
‘저번엔 던전이었지만, 이번에는 조교의 방이니까.’
민감도가 무려 70%나 더 상승하는 만큼, 조교 단계가 오르지 않으려야 오르지 않을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속으로 자신만만하게 웃은 나는 엄지로 네를 눌러서 조교의 방으로 이동했다. 그러자 일순 몸이 허공에 붕 떠오르는 느낌이 들다가 서서히 가라앉으며, 고풍스러운 분위기의 저택이 눈에 들어왔다.
“아! 왔다, 왔어!”
“정말이네? 드디어 왔구나!”
“꺅, 언니들! 이리 와보세요!”
그리고 그와 동시에 멀리서 여성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에 내가 소리가 들려온 쪽으로 고개를 돌리자, 그곳에 빗자루와 걸레를 손에 쥔 채로 꺅꺅! 소리를 내며 어쩔 줄 몰라하고 있는 엘프들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엘프들?’
이상한 일이었다. 왜냐하면 그동안 엘프들은 모두 아이린의 보호를 받으며 저택 밖의 숲속에서만 지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지금 숲속에 있어야 할 엘프들이 아이린처럼 걸레와 빗자루를 든 채로 저택 안을 청소하고 있었다.
이게 대체 어떻게 된 일인가 싶어서 고개를 돌리던 나는 문득 익숙한 얼굴을 볼 수 있었다.
“리샤?”
“정말로 왔구나? 잠깐만 기다려! 아이린 님을 불러올게!”
내 얼굴을 확인한 리샤가 활짝 웃으며 손을 한 차례 흔들더니, 도로 뒤돌아서 어디론가 바쁘게 뛰어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처럼 리샤가 사라지자, 이번에는 멀리서 나를 구경하며 꺅꺅 소리를 내고 있던 엘프들이 살금살금 다가와서 입을 열었다.
“저, 저기……. 오늘은 우리 차례인가요?”
“누구부터 부를 거야?”
“나도 아기 가지고 싶은데…….”
나를 대하는 엘프들의 태도에 나는 그제야 이들이 어째서 저택 안에 있었던 건지 바로 눈치챌 수 있었다.
‘소문이 났구만.’
하긴 입단속을 따로 시키지 않았으니, 소문이 안 날래야 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이거 아이린한테 혼날지도 모르겠는데.’
나는 일단 내 곁에 모여든 엘프들을 진정시키고는 리샤가 아이린을 불러올 때까지 소파에 앉아서 얌전히 기다렸다. 그리고 그렇게 약간의 시간이 흐르자, 조금 화가 나보이는 얼굴로 성큼성큼 다가오고 있는 아이린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그녀는 예쁘게 솟은 코가 내 코에 닿을 만큼 가까이 얼굴을 확 들이밀며 말했다.
“미리 말해두지만, 첫 아이는 무조건 내가 먼저다.”
“네?”
“그러니까……. 으읏, 내가 임신할 때까진 나만 봐달라는 뜻이다.”
처음 기세가 무색하게, 아이린이 얼굴을 빨갛게 물들이며 내 팔을 꼬옥 붙잡았다. 뒤늦게 부끄러움이 몰려온 모양이었다. 작게 웃음을 터트린 나는 알겠다는 의미에서 고개를 끄덕이고는 아이린의 손을 잡아주었다.
“알겠습니다. 그렇게 하죠.”
“정말인가? 그, 그러면 그대가 저 아이들에게 똑똑히 말해다오.”
내 대답을 들은 아이린이 살짝 쳐져 있던 큰 귀를 쫑긋 세우며 주변에 서있는 여성 엘프들을 쳐다보았다. 그러자 엘프들이 잔뜩 기죽은 얼굴로 나를 바라보았다. 꽤나 측은한 모습이었지만, 나한테는 아이린이 더 소중했다. 게다가 아이린이 내민 조건이면 상당히 후한 편이었다.
‘아이린이 임신할 때까지만이니까.’
영원히도 아니고 기간 한정이다. 인간보다 훨씬 오래 사는 엘프들이 이 정도도 못 기다릴 것 같진 않았다.
‘그나저나 상당히 특이하네.’
보통은 이럴 때, 넌 지금 나와 사귀고 있으니까 다른 여자는 안 된다. 라고 말해야 하는 게 아닌가? 설마 이것도 엘프라는 종족의 특성인 걸까? 하긴 대놓고 자기한테 정액을 달라고 할 정도로 성적으로 개방된 종족인데, 일부다처제라고 해서 새삼 놀라울 건 없었다.
나는 속으로 납득하고는 주변에서 우리 이야기를 듣고 있던 여성 엘프들에게 말했다.
“들으셨죠? 아이린 씨의 말대로 당분간은 안 될 것 같습니다.”
내가 단호히 말하자, 여성 엘프들이 저마다 아쉬움을 드러내며 얌전히 수긍했다. 하지만 그래도 다음 순서에는 관심이 많은 모양인지, 슬그머니 내 곁으로 다가와서 입을 열었다.
“아이린 님이 임신하면 저부터 불러주세요!”
“계속 쭉 기다리고 있었으니까……. 잊지 말고 불러주셔야 해요?”
“기다릴게요.”
애절한 눈빛으로 내게 부탁하는 엘프 여성들의 태도에 나는 쓴웃음을 지으며 대답했다.
“알겠습니다.”
“정말이죠? 약속했어요? 아! 우리 확실하게 맹세라도 할까요? 어때요?”
어지간히도 급했던 모양인지, 엘프 여성 한 명이 의욕을 드러내며 고개를 쭉 내밀었다. 그러자 내 곁에 있던 아이린이 인상을 확 찌푸리며 크게 호통쳤다.
“적당히 하고 이제 그만 숲으로 돌아가거라!”
“꺅! 죄송합니다. 저흰 이만 가볼게요. 얘들아, 얼른 가자!”
아이린의 호통에 화들짝 놀란 엘프 여성이 황급히 다른 엘프들을 데리고 저택 밖으로 빠져나갔다. 이에 나는 잠시 어이없단 표정으로 엘프들을 바라보다가 고개를 돌려, 아이린을 쳐다보며 입을 열었다.
“이거, 처음부터 아이린 씨가 호통쳤으면 간단히 해결됐을 것 같은데요?”
“그래선 저 아이들의 의사를 무시하는 꼴이 되지 않겠느냐?”
아이린이 한숨을 작게 내뱉으며 나를 슬쩍 쳐다보더니, 검지로 가슴팍을 쿡 찌르며 말을 이었다.
“……게다가 이게 다 그대 때문에 일어난 일이니, 이렇게 해결하는 게 옳지 않겠나?”
“하긴 그것도 그렇네요.”
내가 고개를 끄덕이며 납득하는 모습이 보이자, 아이린이 그제야 피식 웃으며 인상을 풀었다. 그리곤 내게 잡혀있는 자신의 손을 빼내려다가 내가 끼고 있는 팔찌를 발견하곤 얼굴을 빨갛게 물들이며 눈썹을 살며시 내려뜨렸다.
얼핏 보면 부끄러워하는 것 같아 보였지만, 실은 엄청 기뻐하고 있었다.
“이번엔 끼고 와줬구나.”
“아이린 씨가 주신 거니까요.”
내가 웃으며 말하자, 아이린이 기다란 귀를 연신 위아래로 흔들며 자신의 감정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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