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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니저 어플-547화 (547/599)

〈 547화 〉 [정기 수급]

* * *

“그래도 싫진 않죠?”

어느덧 머리카락이 다 마른 걸 확인한 나는 헤어드라이어의 전원을 끄고 빗으로 누나의 머리카락을 조심스럽게 빗기 시작했다. 사락. 사락. 결을 따라 빗을 내릴 때마다 부드러운 머릿결이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가며 간지럽혔다.

“싫진 않지. 하지만.”

“하지만?”

“불안하잖아.”

누나가 뚱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 모습이 너무 귀여워서 나도 모르게 잠시 손을 멈추고 누나의 뺨에 뽀뽀를 해주고 말았다. 쪽, 하고 뺨에 입술이 닿자 누나가 조금 당황한 듯 얼굴을 붉혔다.

“……내가 어린애야? 왜 뺨에 뽀뽀해?”

“싫었어요?”

“할 거면 입술에 해줘. 자, 다시 해.”

검지로 자기 입술을 톡톡 치며 재차 요구하는 누나의 태도에 나는 속으로 웃음을 터트리곤 다시 고개를 숙여 입술에 키스를 해줬다.

“하음, 응. 쪼옥. 하아.”

마음 같아선 진하게 키스를 해주고 싶었지만, 그럼 또 참을 수 없을 것 같았다.

나는 아쉬움을 애써 떨쳐내며 입술을 떼어냈다. 하지만 누나는 이대로 날 놔줄 생각이 없는 모양인지, 대뜸 고개를 내밀어 내 입술을 덮쳤다. 이에 놀란 내가 얼굴을 떼어내려고 하자, 누나가 손을 뻗어 내 뒤통수를 붙잡더니 더 밀착시켰다. 동시에 누나의 말랑거리는 혀가 입술을 억지로 비집고 들어왔다.

쪼옥. 쪽. 쪽. 달콤하면서도 끈적한 소리가 한동안 울려퍼졌다. 누나는 자기가 만족할 때까지 내 입술을 탐욕스럽게 먹어치우고는 천천히 고개를 떼어냈다.

“하아, 오늘 회사 쉴까?”

“그래도 괜찮아요?”

“당연히 안 괜찮지.”

누나는 정말로 아쉽다는 듯, 입맛을 다시고는 자세를 똑바로 고쳐 앉았다. 이에 나는 누나의 아쉬움을 달래주고자, 마지막으로 한 번 더 키스를 해주고는 마저 머리를 빗겨주었다. 그리고 그 사이에 누나는 화장품을 꺼내서 화장을 하기 시작했다.

‘누나의 민낯도 이쁘긴 하지만.’

화장을 하니까 훨씬 더 예쁘다.

나는 속으로 감탄하며 누나의 머리카락을 빗겨주다가 적당한 때에 자리를 비켜주었다.

“토스트가 식었으려나.”

방 밖으로 나온 나는 식탁 위에 올려져 있는 토스를 확인해봤다. 그러자 아니나 다를까 차갑게 식어있는 게 보였다. 이를 확인한 나는 누나를 기다리는 동안, 프라이팬에 토스트를 올려서 다시 따끈하게 구웠다. 그리고 함께 곁들어 먹을 수 있도록 계란 후라이도 만들었다.

“뭐해?”

이처럼 잘 구운 토스트와 계란 후라이를 접시 위에 올리고 있자, 어느새 화장을 끝마친 누나가 깔끔한 오피스 룩 차림으로 성큼성큼 다가왔다.

“토스트가 식은 거 같아서 다시 데우고 있었어요. 조금만 먹고 가세요.”

“이럴 필요 없대도.”

“자, 얼른 앉으세요.”

“하여간.”

내가 재촉하자, 누나가 어쩔 수 없단 표정을 지으며 식탁 앞에 앉았다. 그리곤 식탁 위에 올려져 있는 샐러드를 한 입 먹더니, 입맛이 확 돋은 듯 눈을 동그랗게 뜨며 계속 가져다 먹었다. 하긴 아침부터 그렇게 힘을 썼는데, 배고프지 않을 리가 없었다.

나는 누나가 체하지 않도록 과일 주스를 컵에 따라주며 말했다.

“주스도 같이 드세요.”

“응, 고마워.”

누나는 내가 따라준 과일 주스를 중간중간 마시며, 샐러드와 토스트 그리고 계란 후라이를 남김없이 먹어줬다.

“……아, 내가 너무 나만 먹었나?”

“아뇨, 괜찮아요. 오히려 이렇게 누나가 복스럽게 잘 먹어주니까 괜히 뿌듯하네요.”

“복스럽게라고 하니까, 왠지 내가 먹보가 된 것 같네.”

누나가 민망하다는 듯, 손으로 얼굴을 부채질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누나가 나를 슬쩍 쳐다보며 말했다.

“오늘 은하네 보러 갈 거야?”

“글쎄요? 얘들이 괜찮다고 말하긴 했지만……. 그래도 보러 가봐야 하지 않을까요?”

“얼굴 변한 건, 어떻게 설명하려고?”

“못 알아볼 정도로 확 변한 건 아니잖아요.”

“그래서 그냥 가겠다고?”

“음, 역시 안 가는 게 제일 낫겠죠?”

“당연하지.”

짜게 식은 목소리로 말한 누나는 남은 과일 주스를 다 마시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슬슬 출근하려는 모양이었다. 이에 나는 누나를 배웅해주고자 따라 일어난 뒤에 현관문 쪽으로 함께 걸어갔다.

“운전 조심해서 갔다 오세요.”

“그래, 넌 얌전히 집에 있고.”

“되도록 노력해볼게요.”

“정말로 노력할 거지?”

누나가 입매를 비틀며 미심쩍은 얼굴로 나를 올려다보았다. 내가 갑자기 잘 생겨진 게, 어지간히도 불안한 모양이었다. 하긴 나라도, 내 여자친구가 갑자기 확 예뻐진다면 불안하긴 할 것이다.

나는 누나의 불안을 달래주고자, 고개를 숙여 키스를 해주고는 입을 열었다.

“걱정하지 마세요.”

“음, 알았어. 아, 근데 한 번만 더 해줘. 한 번만 하니까 감질나네.”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하던 누나가 손으로 내 팔을 붙잡으며 부탁했다. 이에 나는 말없이 웃고는 몇 번 더 키스를 해주었다. 그리곤 서둘러 출근하는 누나를 배웅해준 나는 현관문을 닫고 스마트폰을 확인했다.

‘어디 보자.’

스마트폰을 켜서 매니저 어플을 실행하자, 화면에 여느 때처럼 출석 체크 알림 문구가 표시되었다.

[축하합니다!]

[출석 체크에 성공하셨습니다!]

[보상으로 랜덤 아이템 상자가 주어집니다.]

[랜덤 아이템 상자를 수령하시겠습니까?]

[네 / 아니요]

오늘은 랜덤 아이템 상자였다. 나는 곧장 네를 눌러서 랜덤 아이템 상자를 수령했다.

[축하합니다!]

[아이템 ‘꼭두각시(1회)’을 획득하셨습니다!]

[효과 : 사용자와 닮은 꼭두각시를 만듭니다. 꼭두각시의 행동은 사용자의 평소 성격을 바탕으로 움직입니다.]

[지속 시간 : 1시간]

“오……!”

오늘은 운세가 좋은지, 출석 체크 보상으로 꼭두각시 아이템이 나왔다. 저번에 레이첼 때의 일로 써봤던 만큼, 성능 하나는 확실한 아이템이었다.

나는 흐뭇하게 웃고는 확인을 눌렀다. 그리곤 혹시 뭔가 더 없을까 싶어서 매니저 어플을 꼼꼼히 살펴봤지만, 딱히 별다른 건 없었다.

‘이계랑 탑, 둘 다 별 문제 없고.’

밤새 발생한 현계 퀘스트도 없었다. 이를 확인한 나는 레벨업에 필요한 정기를 어떤 식으로 수급할지, 고민해봤다.

‘현주나 민서를 조교의 방으로 불러서 조교 단계를 올리는 게 가장 좋으려나.’

두 사람 다 조교 단계가 높은 만큼 한 단계씩 상승할 때마다 정산받는 정기의 양이 제법 많아서 조교하는 보람이 쏠쏠했다.

‘근데 민서는 지금 한창 시즌 중이니까……. 현주만 불러낼까.’

이렇듯 생각을 정리한 나는 현주를 조교의 방으로 부르려다가 잠시 손을 멈췄다.

‘잠깐……. 이렇게 이유도 없이 막 현주를 불러도 되려나? 이러다가 버릇 나빠지는 거 아냐?’

게다가 안 그래도 현주는 서연이 누나의 사촌이었다. 내가 아무런 이유도 없이 현주를 불러냈다는 걸 서연이 누나가 알았다간 분명 질투 정도로만 끝나지 않을 것이다. 물론 내가 현주의 입단속을 철저히 시킨다면 괜찮겠지만……. 솔직히 그다지 믿음이 가지 않았다. 더욱이 현주가 보통 여자던가? 잘생긴 남자라면 사족을 못 쓸 정도로 지독한 얼빠였다.

지금 내 모습을 보고도 과연 이성을 유지할 수 있을지, 솔직히 잘 모르겠다.

‘뭔가 칭찬할만한 걸 찾고 부르는 게 낫겠지.’

아니면 벌을 줄만한 걸 찾던지.

그리 생각하며 매니저 어플을 종료한 나는 뭔가 칭찬 혹은 벌을 줄만한 게 있을까 싶어서 현주를 검색해보았다. 그러자 주말과 평일, 가리지 않고서 틈틈이 봉사 활동을 하러 다니는 그녀에 관한 기사가 떴다.

‘기부도 했었네?’

심지어 현주는 단순히 봉사 활동으로 그치지 않고, 고아원이나 장애인 복지 시설 같은 곳에 거액의 기부를 하기까지 했다.

흥미가 생긴 나는 가장 최근 기사를 눌러서 읽어봤다.

[대한 에너지 이현주, 아픈 아이들을 위해서 기부. 또 기부]

최근 물의를 빚었던 이현주 대한 에너지 사장(사진)이 저번에 이어서 또다시 억대의 금액을 기부했다.

이현주 사장은 아픈 아이들이 제대로 된 치료를 받을 수 있기를 바란다며 1억을 기부했다. 또한 사랑의 달팽이에 1억 원, 미혼모가족협회에 1억, 각종 사회복지법인에 1억씩 기부하며 끊임없이 기부 행렬을 이어나갔다.

이현주 사장은 현재 기부 이외에도 최근까지 꾸준히 선행을 이어나가며, 지난날 국민들 앞에서 사과했던 걸 스스로 지켜나가고 있다.

‘반응은…….’

스크롤을 내려서 기사의 댓글을 살펴보니, 반응은 딱 반반이었다. 절반은 그녀가 개과천선했다며 좋아하고 있었고, 나머지 절반은 이게 다 쇼에 불과하다면서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고 있었다.

‘의외네. 절반밖에 안 될 줄이야. 난 대부분 싫어할 줄 알았는데.’

현주가 저지른 일이 워낙에 크다 보니 대부분이 부정적일 줄 알았는데, 이건 상당히 의외였다. 이에 신기함을 느낀 나는 현주의 선행에 대한 옛날 기사를 찾아봤다. 그러자 아니나 다를까, 기사의 댓글이 악플로 도배되어 있는 걸 볼 수 있었다.

‘역시.’

하지만 점차 현주의 선행이 쌓여갈수록 여론이 조금씩 호의적으로 변해가는 게 보였다.

하긴 이 정도로 꾸준히 봉사 활동을 다니면서 억대의 기부금을 낸다면 아무래도 마음이 풀어질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현주가 무슨 갑질을 한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해서 사람을 죽인 것도 아니었다.

그냥 좀 남들보다 성적 욕구가 과했을 뿐이었다.

‘현주가 변태긴 하지.’

쯧쯧, 혀를 찬 나는 계속해서 다른 기사들도 찾아봤다. 그런데 그 때, 내 눈에 마물 사냥꾼에 대한 기사가 눈에 들어왔다. 아니, 좀 더 정확히는 마물 사냥꾼들과 함께 한국으로 들어온 중국인 마물 사냥꾼에 대한 커뮤니티 글이 보였다.

[속보) 우리 복싱 체육관에 중국인 마물 사냥꾼들 왔음]

몸짱 복싱 체육관에서 매일 지아 누님 영접하는데, 오늘 아침에 가니까 중국인 마물 사냥꾼들이 지아 누님한테 등짝 맞으면서 복싱 배우고 있더라ㅋㅋㅋㅋ

이 와중에 지아 누님 중국어 개잘함

현지인 줄 ㅋㅋㅋ

추가) 인증하래서 인증 사진 남김

(중국인 마물 사냥꾼들한테 복싱 가르쳐주는 지아 누님.jpg)

­개부럽네. 포상 받으면서 복싱을 배운다고?

­포상+포상 ㅋㅋㅋ

­중국인 마물 사냥꾼이 왜 복싱 배움?

­나도 거기 체육관 등록할 수 있음?

­ㄴ이제 못함

­지아 누님 미모 보소 ㄷㄷ

­몸매가 더 쩜

“뭐야, 이게…….”

사진을 보니, 정말로 중국인 마물 사냥꾼들이 유 지아에게 복싱을 배우고 있었다. 나는 어처구니없단 표정으로 사진을 보다가 다른 게시물들도 살펴봤다.

[마법 소녀 vs 전대물]

마물 사냥꾼이 마법 소녀면 개추

전대물이면 비추

­평균 연령 20살이 넘는데 그게 마법 소녀냐?

­오히려 좋아

­ㄹㅇㅋㅋ

­폭렬 마법 쓰는 한 채원 짤.gif

[유 지아 하이라이트 모음.avi]

(오크 학살하는 유 지아 모습.avi)

(사라졌다가 다시 나타나는 유 지아 모습.avi)

(오크 도발하는 유 지아 모습.avi)

­아니 유 지아 혼자 무슨 RPG 게임처럼 하네 ㅋㅋㅋ

­대한민국은 지금 유 지아 보유국입니다.

­이렇게 보니 유 지아 한 명만 있어도 충분할 듯?

­와...

­유 지아! 유 지아! 유 지아!

커뮤니티 게시물은 대체로 마물 사냥꾼들에게 호의적이었다. 특히나 유 지아의 인기가 상당했다.

‘유 지아가 눈에 잘 띄긴 하지.’

게다가 실력도 좋았다. 나는 평소 유 지아의 활약상을 떠올리며 속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는 다른 커뮤니티 게시글도 살펴보는데, 문득 닉네임을 실명으로 설정한 채로 꾸준 글이 올라와 있는 게 눈에 들어왔다.

[한채원 씨 사랑해요! 6일차!]

조금 빠르긴 하지만 저 좀 불러주시면 안 될까요? 더 이상은 못 참겠어요 ㅜㅜ

이신혜 vnfmsqhb입니다!

“이 신혜? 아…….”

글을 확인한 순간, 글을 쓴 사람이 누구인지 바로 눈치챌 수 있었다.

‘저번에 채원이한테 악플을 썼던 여자구나.’

그래도 혹시 모르니, 나는 매니저 어플을 실행한 다음에 여성 목록을 열람해서 이신혜를 찾아봤다.

[이 신혜]

[나이 : 21살]

[직업 : 재수생]

[개인 능력치 : 자세히 보기]

[쾌감 1단계 12%]

[봉사 0단계 87%]

[고통 1단계 51%]

[수치 1단계 22%]

[애널 0단계 00%]

“맞네.”

아직 다음 달 1일도 되지 않았는데, 벌써부터 글을 올리고 있을 줄은 상상도 못 했다. 게다가 여긴 공식 카페가 아니라 다른 커뮤니티이지 않은가? 아니, 설마 공식 카페에도 올리고 있었던 걸까? 문득 떠오른 생각에 마물 사냥꾼 공식 카페를 확인해 보니, 예상대로 이신혜가 올린 글들이 카페에 올라와 있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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