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42화 〉 [비밀 연구소]
* * *
“흐읏! 응, 하으윽!”
모니카의 입술 사이로 뜨겁고 자극적인 교성이 새어 나왔다.
성녀라는 직함을 가진 여성이 낸 소리라곤 도저히 믿기지 않을 정도로 음란한 소리였다. 스스로가 생각해도 이건 아니라고 생각한 모양인지, 모니카가 죄악감에 입술을 꽉 깨물고 손으로 입을 틀어막았다. 하지만 내가 허리를 움직일 때마다 누구보다도 고결해야 하는 그녀가, 누구보다도 정숙해야만 하는 그녀가 조금도 버티지 못하고 금세 흐트러지고 말았다.
“아앙! 야릇, 아! 유현 님……! 하으윽!”
찌걱. 찌걱. 남근을 빠르게 밀어 넣었다가 뺄 때마다 미끈한 점막을 자극하는 젖은 마찰음이 시끄럽게 울려퍼졌다.
‘그래, 이거지.’
역시 사람은 사람을 안아야만 했다.
부드럽게 쫀득한 질 내가 꾸물거리며 남근을 감싸자, 참을 수 없는 사정감이 확 치밀어 올랐다. 특히나 바들바들 떨며 자꾸만 조여대는 속살이 어찌나 기분 좋던지, 저절로 허리가 떨릴 정도였다.
심장이 쿵쾅쿵쾅 뛰고, 피가 빠르게 돌았다. 덕분에 남근이 아까보다 훨씬 더 크게 팽팽하게 부풀어 올랐다.
“하으으읏!”
모니카도 그걸 느낀 건지, 가냘픈 교성을 터트리며 숨을 헐떡였다. 나는 성녀의 빨개진 얼굴을 보며 살짝 웃었다. 내 품에 안긴 채, 기뻐하고 있는 그녀의 모습을 보고 있자니 나도 덩달아서 기분이 좋아졌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웃음기를 거둔 나는 느릿하게 허리를 뒤로 빼서 질 입구 끄트머리에 귀두를 겨우 걸쳤다가 다시 깊숙이 찔러 넣었다.
“아으으읏! 가, 갑자기……! 흐윽!”
갑작스러운 자극에 성녀가 목을 길게 내뺀 채로 바르르 몸을 떨었다. 동시에 아래에선 더 많은 질척한 물이 후드득 쏟아져 나왔다. 자극이 너무 지나쳤던 걸까? 살짝 걱정이 들긴 했지만, 이내 모니카의 얼굴을 보고는 안심했다.
“하읏! 아앙! 흐윽!”
내가 주는 쾌락에 취한 채 몽롱한 표정을 지은 성녀는 쉴 새 없이 교태로운 교성을 터트리며 두 손으로 내 몸을 붙잡았다. 심지어 아까와 같은 쾌감을 또다시 느껴보고 싶은 모양인지, 기대마저 섞인 눈으로 나를 올려다보기까지 했다. 이에 나는 모니카의 기대에 부응해주고자, 또다시 허리를 뒤로 뺐다가 안쪽 깊숙이, 강하게 찔러주었다.
“하으으으읏!”
뺐다가 찌르고, 뺐다가 찌르고. 이걸 반복할 때마다 퍽퍽! 난폭한 소리가 울려퍼졌다.
금욕적인 삶을 살았을 성녀에겐 다소 지나친 자극이었을 텐데도 불구하고, 그녀의 얼굴에선 버거워하는 기색이 조금도 엿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쾌감에 물든 얼굴을 하고서 나를 자극하고 있었다.
나는 모니카의 속을 헤집는 감촉을 온전히 느끼며 손을 뻗어 말랑한 젖가슴을 움켜쥐었다. 그러자 한 손에 다 잡히지 않을 만큼 크고 풍만한 가슴이 손 밖으로 넘쳐났다. 너무 과한 게 아닌가 싶다가도, 부드러운 살덩이가 손가락 사이로 부드럽게 뭉개질 때면 그런 생각이 싹 가셔버린다.
나는 진한 분홍빛을 띤 유두를 살살 꼬집으며 모니카가 유독 민감하게 느끼는 부분을 귀두 끝으로 꾸욱꾸욱 찔러대며 자극했다.
“하읏! 아앙, 유현 님……! 하으, 읏!”
성감대를 자극받은 모니카가 애달픈 목소리로 내 이름을 부르며 가쁘게 숨을 토해냈다. 나를 올려다보는 눈빛도 점점 짙어졌다.
그녀는 두 손으로 내 몸을 강하게 꽈악 붙잡으며 사랑을 속삭였다.
“사랑해요, 유현 님……. 흐읏, 아앙! 보고 싶었어요. 너무나도……! 흐윽! 응!”
모니카가 거친 숨을 몰아쉬며 스스로 허리를 흔들었다. 퍽, 퍽, 퍽, 퍽. 움직이기 불편할 텐데도, 살이 거칠게 부딪히는 소리가 방을 가득 채웠다. 거기에 비좁은 질 내가 빨판처럼 달라붙으며 사정을 재촉했다.
“하으응! 유현 님……! 하윽! 으읏!”
결국 더 이상 참지 못한 나는 성녀의 질 내에 사정했다.
“아흑, 읏……! 하아.”
왈칵, 뿜어져 나간 정액이 질 내를 가득 채우자 성녀의 입술이 저절로 벌어졌다.
그녀는 부들부들 떨고 있는 허리를 멈출 생각도 하지 않은 채, 가쁘게 숨만 몰아쉬었다. 그러다 서서히 정신이 든 모양인지, 아직도 떨고 있는 몸을 겨우 진정시키고서 나를 올려다보았다. 눈가에는 물기가 서려 있었다.
나는 그녀의 눈가에 맺혀있는 눈물을 손으로 닦아줬다.
“울 정도로 좋았습니까?”
“아, 이건……. 읏.”
내가 장난스럽게 묻자, 모니카가 시선을 아래로 내리깔며 부끄러워했다. 하지만 곧, 다시 시선을 올려 나를 올려다보며 말을 이었다.
“……좋았어요. 저번보다 훨씬 더…….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그 정도였습니까?”
“네…….”
모니카가 수줍게 웃으며 대답했다. 그 모습이 너무나도 사랑스러워서 성녀의 머리카락을 쓸어주자, 모니카가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웃었다. 그리곤 이렇게 나와 눈을 마주치고 있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단 듯, 내 품에 더더욱 안겨들어 왔다.
‘이렇게 좋아할 줄 알았으면 조금 더 일찍 찾아오는 거였는데.’
문득 미안함이 몰려왔다.
나는 모니카의 이마와 코, 입술, 목에 키스를 해주고는 등허리를 손으로 쓸어주었다. 그러자 이것에 또다시 불이 붙어버린 모양인지, 모니카가 슬며시 고개를 들어 나를 빤히 쳐다보았다. 순진한 처녀 같은 얼굴을 하고서, 날 유혹하는 성녀님이라니. 이건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다.
“하읏! 아앙! 유현 님……! 하윽!”
나는 이후로 몇 번 더 성녀를 안아준 뒤에 만족한 표정을 지은 채, 새근새근 자고 있는 성녀를 침대 위에 조심스럽게 내려놓았다. 그리고는 깨끗한 수건으로 모니카의 몸을 꼼꼼히 닦아주고는 이불을 덮어주었다.
‘마음 같아선 모니카가 깨어날 때까지 같이 있어 주고 싶지만.’
아쉽게도 그럴만한 시간이 없었다. 나는 다음을 기약하며 바닥에 떨어져 있는 옷을 주워서 입었다. 그리고는 신전에서 보관하고 있을 마정석 파편을 회수하기 위해서 방 밖으로 빠져나갔다.
‘누굴 찾아가야 하려나.’
나는 일단 계단을 따라서 아래로 내려갔다. 그러자 몇몇 여신관들이 나를 알아본 듯, 눈을 반짝거리며 쳐다보았다. 하지만 앞서 보았던 세 명의 어린 여신관들처럼 내게 다가오거나, 말을 걸려고는 하지 않았다. 이에 내가 먼저 말을 걸기 위해서 다가가자, 여신관들이 화들짝 놀라며 저 멀리 도망쳐버렸다.
“곤란하네.”
낯을 많이 가리는 건가? 하지만 그렇다고 하기엔 모든 여신관들이 나를 일부러 피하고 있었다.
나는 혹시나 대화가 가능한 다른 신관들이 없을까 싶어서 이곳저곳 둘러보았지만, 어디에도 그런 사람은 존재하지 않았다. 심지어 남자 신관도 없었다.
설마, 여기 금남 구역 같은 곳인가? 그런 생각을 하며 걷다 보니, 처음 이곳에 왔던 기도실에 도착했다.
“또 오신 겁니까?”
기도실 안으로 들어가자, 하얀 베일을 쓴 여신관이 냉담한 목소리로 나를 맞이해주었다.
“죄송합니다. 아직 볼일이 남아있다 보니…….”
“용무가 남아있다면 성녀님에게 부탁하면 되지 않겠습니까?”
“하하, 그게……. 주무시고 계셔서.”
“네? 성녀님이 손님을 놔두고 주무시다니……? 읏, 불경합니다! 대체 여기가 어디라고 생각하시는 겁니까? 정말이지, 성녀님도 참……!”
고개를 살짝 기울이며 의문을 표하던 여신관이 돌연 무언가 떠올린 듯, 기겁하면서 나를 질책했다.
굳이 물어보지 않아도, 그녀가 뭘 떠올린 건지 짐작이 됐다. 그리고 아마 그게 맞으리라. 하지만 나는 일부러 모른 척하며 시치미를 뗐다.
“불경하다니요? 차를 마시고 주무신 것뿐인데요. 근래에 참 피곤한 일이 많으셨던 모양입니다.”
“네? 차를……. 어, 음. 크흠.”
“향이 참 좋은 차더라고요.”
“…….”
내가 웃으며 말하자, 여신관이 헛기침을 하며 시선을 옆으로 돌렸다. 나는 금방이라도 터져 나올 것 같은 웃음을 애써 속으로 삼키며 재차 입을 열었다.
“그나저나 신전에서 마정석 파편을 보관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아, 네. 그렇습니다. 안전한 곳에서 보관 중입니다.”
“그걸 회수하고 싶습니다.”
“성녀님에게 허락받으셨습니까?”
“음, 아직 받지 못했습니다.”
“그렇다면 내어드릴 수 없습니다. 성녀님이 잠에서 깨어나시거든, 허락을 받고 오십시오.”
하얀 베일을 쓴 여신관이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다.
처음 봤을 때부터 알아봤지만, 상당히 고지식한 여성이었다. 그리고 난 그런 여성을 싫어하지 않았다.
저 베일을 벗겼을 때, 과연 어떤 얼굴이 나올까? 엄격한 중년 여성? 아니, 목소리로 들어보건대 상당히 젊었다. 물론 본인은 어떻게든 위엄있어 보이려고, 목소리를 한껏 낮게 깔고서 말하고 있었지만…….
‘실제로도 그렇게 느껴지긴 하지만.’
목소리에서 느껴지는 연륜이 아직 많이 모자랐다. 그러니 아마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젊을 것이다.
그리 생각하며 잠시 생각에 잠겨 있던 나는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그럼 다음에 다시 찾아오겠습니다.”
이토록 까탈스러운 여신관이 버티고 서있는 한 마정석 파편이 수상쩍은 일에 사용될 일은 없을 것이다. 더욱이 이곳에는 성녀, 모니카까지 있었다. 그러니 당장 급하게 회수할 필요는 없었다.
‘곤히 자고 있는 모니카를 깨우기도 미안하니까.’
이렇듯 결정을 내린 나는 마저 비밀 연구소를 해결하기 위해서 스마트폰을 꺼냈다. 그리고는 이계 퀘스트 포기를 누르려고 하는데, 멀리서 다급히 뛰어오고 있는 발소리가 들려왔다. 이에 소리가 들려온 쪽으로 고개를 돌려보니, 어린 여신관 한 명이 숨을 급하게 몰아쉬며 기도실 안쪽으로 들어온 게 보였다.
“대, 대신관 님! 원정을 나갔던 성기사 분들이 방금 막 돌아왔는데, 단장님이 너무나도 크게 다치셔서……! 어서! 얼른 가지 않으면……!”
“알겠습니다. 현자님은 여기서 잠깐 기다려주시겠습니까? 금방 돌아오겠습니다.”
어린 여신관의 외침에 하얀 베일을 쓴 여신관이 차분히 고개를 끄덕이며 내게 말했다. 이에 나는 그녀의 뒤를 따르며 말했다.
“저도 도와드리겠습니다.”
“현자님이……? 알겠습니다. 따라오십시오. 대신 조금 서두를 겁니다.”
빠른 걸음으로 기도실을 빠져나간 여신관은 어린 여신관과 함께 부상당한 성기사들이 있는 장소로 향했다. 그리고 이윽고 그곳에 도착하자, 고통에 신음하는 부상자들과 상큼한 민트향을 폴폴 풍기며 기도를 올리고 있는 어린 여신관들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부상자가 좀 많긴 하지만…….’
다행히도 다들 부상이 그리 심하진 않아 보였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성기사들의 표정이 하나 같이 좋아 보이지 않았다.
마치 누군가를 걱정하는 것처럼, 어느 문을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었다. 그리고 이건 어린 여신관들도 마찬가지였다. 치료를 하거나 수건과 물이 담긴 대야를 옮기면서도, 심심치 않게 굳게 닫힌 문을 쳐다보고 있었다.
‘저기가 중환자실인가?’
그리고 이런 내 짐작대로, 베일을 쓴 여신관이 문 쪽으로 다가갔다. 이에 나도 따라서 들어가려고 하자, 문 옆에 서있던 성기사가 나를 막아서며 입을 열었다.
“외부인은 출입할 수 없습니다.”
투구를 쓰고 있어서 몰랐는데, 목소리를 들어보니 놀랍게도 여성이었다. 그러고 보니 여기서 치료를 받고 있는 부상자들 모두가 여성이었다.
설마 여자 성기사들만 뽑는 건가? 이거 참 바람직한 종교라고 할 수 있었다. 그리 생각하며 아단트 교단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보고 있는데, 여신관이 고개를 돌리며 입을 열었다.
“현자님입니다. 도움을 주신다고 하셨으니, 함께 들어가 보겠습니다.”
“으음? 이분이……. 알겠습니다.”
현자라는 말에 성기사가 군말 없이 옆으로 물러나 주었다. 덕분에 나는 여신관과 함께 방 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그리고 그곳에서 잘린 오른팔을 붙이기 위해서 치료를 받고 있는 여성 한 명을 볼 수 있었다.
‘저 여자가 단장인가…….’
여성을 고통을 잊으려는 듯, 담배 같은 걸 계속 피우고 있었다. 얼마나 많이 피운 건지, 재떨이에 담배꽁초가 수북이 쌓여있었다.
만약에 창문을 열어두고 있지 않았다면, 방 안이 담배 연기로 가득 차 있었을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아, 대신관 왔는가?”
단장은 우리가 들어온 걸 눈치챈 모양인지, 평온한 목소리로 여신관을 맞이했다.
“적당히 피우시는 게 좋을 겁니다.”
“고통을 잊으려면 이만한 것도 없지.”
“평소에도 이만큼 피우지 않습니까?”
“할 말이 없군.”
대신관이 한심하단 듯이 말하자, 단장이 어깨를 으쓱이며 대답했다. 그리고 이처럼 그녀가 어깨를 움직이자, 한참 오른팔을 붙이고 있던 여신관이 기겁하며 소리쳤다.
“다, 단장님! 제가 몇 번이나 말씀드리지 않았습니까? 움직이지 마시라고요!”
“음, 미안하군.”
여신관에게 사과한 단장은 다시 대신관을 바라보았다.
“……근데 자네가 보기에도 이거, 붙일 수 있겠나?”
“성녀님을 모셔와야 할 것 같습니다.”
“하하, 그 정도인가?”
“도대체 무슨 짓을 하고 온 겁니까?”
“부하들을 살리려고 내가 미끼가 되었지. 덕분에 다리 한 짝도 날려 먹었어.”
단장이 왼손으로 맞은편 탁자를 가리켰다. 그리고 그곳에는 다리 한 짝이 얼음덩이에 파묻혀 있었다.
‘아니, 저걸 다리라고 불러야 하나?’
정확히는 망치 같은 걸로 대충 다져진 고깃덩어리라고 하는 게 옳을 것이다.
“성녀님을 불러오겠습니다.”
상황을 파악한 대신관은 지체 없이 뒤돌아섰다. 이에 나는 재빨리 그녀의 팔을 붙잡으며 입을 열었다.
“제가 하겠습니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