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매니저 어플-540화 (540/599)

〈 540화 〉 [비밀 연구소]

* * *

“현자님도요……. 보고 싶었어요. 정말, 너무나도.”

성녀, 모니카가 눈물을 흘리며 나를 껴안자, 주변에 있던 어린 여신관들이 꺅꺅 소리를 내며 얼굴을 붉혔다.

“성녀님, 진정하시죠. 다른 사람들이 보고 있지 않습니까?”

“아, 아……! 읏, 저도 모르게 그만……. 죄송합니다.”

뒤늦게 부끄러움이 몰려온 모양인지, 모니카가 한 걸음 뒤로 물러서며 사과했다. 이에 나는 살짝 웃으며 그녀의 손을 잡아주었다.

“성녀님이 죄송할 게 뭐가 있겠습니까? 오히려 제가 죄송하지요. 이렇게까지 저를 반겨주실 줄 알았다면 조금 더 일찍 찾아왔어야 했는데…….”

“아, 아니에요! 현자님이 바쁘시다는 건, 제가 잘 알고 있는데……. 일부러 시간을 내면서까지 절 찾아오실 필요는 없어요.”

말은 이렇게 해도, 목소리에는 숨길 수 없는 짙은 아쉬움이 담겨 있었다. 실은 내가 자기를 조금 더 자주 찾아와줬으면 하는 모양이었다. 하지만 일단 표면상이긴 했지만 나는 대륙을 구하려고 하는 현자였고, 모니카는 아단트 교단의 성녀였다.

일개 평범한 여성도 아닌 성녀가 사적인 감정을 내세울 수 있을 리가 없었다. 이에 나는 그녀의 마음을 달래주고자, 고개를 살짝 숙인 다음에 속삭이듯이 말했다.

“앞으론 자주 찾아오겠습니다.”

“구, 굳이 그러실 필요는…….”

“그리고 사실은 성녀님이 저를 안아주지 않으셨다면, 되려 제가 먼저 성녀님을 끌어안았을 겁니다.”

“네?”

깜짝 놀란 듯,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서 나를 올려다보는 성녀의 태도에 나는 그녀의 손등에 살포시 입맞춤하며 대답했다.

“저도 성녀님과 같은 마음이니까요. 정말로, 보고 싶었습니다.”

“현자님…….”

손등에서 입술을 떼어낸 뒤에 고개를 들자, 새빨갛게 물든 성녀의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 어찌나 붉던지, 한 송이 장미꽃을 보는 듯했다. 그리고 이처럼 내가 성녀의 손등에 입맞춤을 하자, 주변에 있던 어린 여신관들이 두 눈을 반짝반짝 빛내며 좋아 어쩔 줄 몰라했다. 반면에 하얀 베일은 쓴 여신관은 반쯤 넋이 빠진 듯 입을 살짝 벌린 채 눈만 껌뻑거리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곧 정신을 차린 여신관이 어린 여신관들을 다그치며 입을 열었다.

“다, 다들 아직 할 일이 남아 있지 않나요? 어서 나가세요! 그리고 성녀님도 이제 그만 방으로 돌아가심이 어떻겠습니까? 현자님과 남은 이야기가 있다면 그곳에서 마저 하시고요.”

사적인 이야기는 방에 들어가서 하라며 다그치는 여신관의 태도에 성녀가 한 박자 늦게,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했다.

“그, 그러게요. 현자님, 제 방에 가서 남은 이야기를 하시는 게 어떨까요?”

“저도 그게 좋을 것 같습니다.”

이처럼 내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하자, 어린 여신관들이 울상을 지으며 아쉬워하는 표정을 지었다. 조금이라도 더 현자와 성녀의 애틋한 사랑 이야기를 보고 싶었던 모양이었다. 하긴, 다들 저 나이 때에 이런 이야기에 목마르기 마련이었다. 하지만 아쉽게도 이 다음부터는 청소년관람 불가였다.

나는 아쉬워하는 어린 여신관들을 뒤로 하고서 성녀와 함께 기도실 밖으로 빠져나갔다. 그리곤 계단을 따라 올라가, 신전 최상층에 위치한 방에 도착하자 성녀가 살짝 부끄러워하는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방 안이 조금……. 지저분하더라도 넓은 마음으로 이해해주세요.”

수줍게 말한 성녀는 방의 문을 열었다. 그러자 깔끔하게 정돈되어 있는 넓은 방 안의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지저분하다고 할 것도 없네요.”

“그래도 부끄럽네요. 일단, 이리로 오시죠. 여기에 앉으세요.”

성녀의 안내를 받아서 소파에 앉은 나는 잠시 방안을 둘러보았다. 벽은 하얗게 칠해져 있었으며, 풍경화 같은 액자가 하나 걸려있었다. 그리고 그 아래에 있는 책상에는 아단트 여신의 조각상으로 보이는 게 놓여있었다.

시선을 좀 더 오른쪽으로 옮기자, 나무로 된 장롱과 침대가 보였다.

창가에 놓여있는 책상에는 서류 같은 게, 한가득 쌓여있었다.

“……혹시 뭐 따로 드시는 차가 있으신가요?”

“성녀님이 주시는 차라면 뭐든지 다 좋지만……. 그렇군요. 성녀님이 좋아하시는 차를 마셔보고 싶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차요?”

“네. 성녀님이 좋아하시는 차라면, 저도 한번 맛보고 싶으니까요.”

“현자님께서 그리 말씀하신다면……. 조금만 기다려주세요.”

다행히도 불쾌하게 여기지 않은 모양인지, 성녀가 조금 들뜬 목소리로 대답하며 발걸음을 옮겼다. 하긴 좋아하는 상대의 부탁이다. 좋아하면 좋아했지, 싫어할 리가 없었다. 더욱이 아무리 사소한 것이라고 하더라도, 좋아하는 상대와 같은 걸 공유하게 되는 것만큼 기쁜 일도 또 없었다.

나는 모니카가 차를 내오기를 기다렸다가 그녀가 내 앞에 차를 내려놓자, 조심스러운 손길로 찻잔을 들어서 향을 음미한 뒤에 한 모금 마셨다.

‘쓰네.’

역시 차는 아무리 마셔도, 쓴맛밖에 느껴지지 않는다. 하지만 나는 그걸 전혀 내색하지 않은 채, 입을 열었다.

“좋은 차네요. 매일 마시고 싶을 정도입니다.”

“칭찬이 너무 과하세요.”

성녀가 부끄러워하며 손을 가로젓지만, 입가에는 은근한 미소가 서려 있었다.

“칭찬이라니요? 저는 그저 사실을 말했을 뿐입니다.”

“현자님은 매번 이런 식으로 듣기 좋은 말씀만 해주시네요.”

“이거 왠지 억울하네요.”

“후후.”

“근데 요즘은 어떠십니까? 혹시 제가 떠나고 난 뒤에도 계속 사람들의 목소리가 들렸습니까?”

나는 차를 반 정도 마신 뒤에 성녀의 근황을 물어보았다. 물론 다짜고짜 본론부터 꺼내서 저주를 풀어달라고 해도 좋았지만, 그건 아무래도 꺼려졌다. 나는 최소한 모니카가 내게 실망하거나, 서운해하는 걸 보고 싶지 않았다.

“네, 현자님께서 도와주신 덕분에…….”

내 질문에 대답하던 성녀가 얼굴을 살짝 붉히며 말끝을 흐렸다. 이전의 일이 떠오른 모양이었다.

“더이상 들리지 않는다니 다행이네요.”

“네…….”

“그런데 언제까지 서있으실 생각이십니까? 성녀님도 앉으시죠.”

나는 조금 더 성녀와 편하게 이야기를 나누고자 자리에 앉을 것을 권했다. 그리고 이런 내 권유에 그제야 자기가 계속 서있었다는 걸 깨달은 건지, 얼굴을 확 붉힌 성녀가 다급히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그, 그러게요! 그럼 잠깐, 실례할게요.”

“……?”

큰 소리로 대답한 성녀는 내게 양해를 구한 뒤에 맞은편 자리가 아닌 내 옆자리에 앉았다. 이에 내가 놀란 눈으로 성녀를 바라보자, 모니카가 손가락을 꼼지락거리며 나를 빼꼼 올려다보았다.

“시, 싫으신가요?”

이토록 사랑스럽게 묻는데, 싫다고 대답할 남자가 과연 몇이나 있을까? 적어도 나는 아니었다.

“싫을 리가요. 오히려 좋습니다.”

웃으며 대답한 나는 찻잔에 남아 있는 차를 전부 다 마신 뒤에 몸을 살짝 성녀 쪽으로 돌렸다.

“현자님?”

“제가 말했었죠. 성녀님이 저를 안아주지 않으셨다면, 되려 제가 성녀님을 안았을 거라고요.”

“아…….”

“지금이 그때인 것 같네요.”

나는 내 옆에 앉아있는 성녀의 몸을 끌어안았다. 그러자 풍만한 가슴이 내 가슴팍에 맞닿으며 마치 튕기듯이 밀어내기 시작했다. 이래서 큰 가슴은 불편했다. 서로의 몸을 부둥켜안고 있을 때의 밀착감. 그걸 느끼기가 힘들었다. 하지만 나는 포기하지 않고, 천천히 압박하듯 성녀의 몸을 안아주었다.

“현자님…….”

서로의 몸이 포개어지며 바짝 밀착하자, 성녀가 얼굴을 붉히며 좋아했다. 그녀는 너무나도 행복하다는 듯, 두 손으로 내 등을 꼬옥 붙잡으며 숨을 천천히 들이켜고 내쉬었다. 하지만 나는 이걸로는 만족할 생각이 없었기에 성녀의 몸을 놓아준 뒤에 옷을 벗었다.

“……아!”

로브와 윗옷을 벗자, 단단하고 큼지막한 근육들이 보기 좋게 드러났다. 성녀는 자신의 눈 앞에 펼쳐진 자극적인 장면에 숨을 가쁘게 몰아쉬며 외마디 탄성을 내뱉었다.

“보고 싶었습니다, 성녀님.”

나는 모니카의 귓가에 달콤하게 속삭이며 뺨을 어루만졌다. 그러자 성녀 또한 달아오른 듯, 내 손에 얼굴을 기대며 대답했다.

“저도요.”

성녀는 내 손바닥에 가볍게 입맞춤을 하고는 기대 어린 시선으로 나를 올려다보았다. 무얼 기대하고 있는 건지, 굳이 물어볼 필요도 없었다. 나는 성녀의 몸을 소파 위에 넘어뜨린 뒤에 가랑이 사이로 손을 밀어 넣었다.

“흐읏.”

음부에 손이 닿자, 모니카가 야릇한 신음을 토해내며 허리를 살짝 들었다.

‘벌써 젖었네.’

놀랍게도 성녀의 속옷이 애액으로 축축하게 젖어있었다. 대체 언제부터 젖은 걸까? 내가 끌어안았을 때? 아니면 나를 자기 방으로 데려왔을 때? 어쩌면 만났을 때부터일지도 몰랐다.

“현자님…….”

성녀는 마치 이런 내 추측이 맞다는 걸 뒷받침해주기라도 하듯이, 스스로 허리를 들어 내 손바닥에 예민한 곳을 비비기 시작했다.

“……보고 싶었어요. 정말. 너무나도 오랫동안. 흐읏, 아…….”

나를 원하며 스스로 허리를 흔드는 성녀의 음란한 모습에 심장이 빠르게 뛰었다. 하지만 그것과는 상반되게, 아랫도리는 조금도 반응하질 않았다. 평소라면 터질 듯 부풀어 올라야만 했는데…….

‘역시.’

이건 확실히 문제였다.

나는 고개를 아래로 숙여서 성녀의 입술을 덮쳤다. 그러자 모니카가 기쁘게 나를 받아주며 입술을 벌렸다. 말랑거리는 입술 사이로 침으로 젖은 혀가 빼꼼 나왔고, 나는 그 혀를 농락하며 입안을 헤집었다.

“흐읏, 응. 하음, 쮸읍. 쪽.”

서로의 혀가 정신없이 얽히면서 질척이는 물소리가 울려퍼졌다. 나는 성녀의 부드러운 입술을 한참 동안 탐하다가 고개를 떼어냈다. 그러자 모니카가 가쁘게 숨을 몰아쉬며 안 그래도 큰 가슴을 더욱더 크게 부풀리고 있는 게 보였다.

“하아, 현자님…….”

뜨겁게 달아오른 숨을 토해낸 성녀가 이번에는 자기가 먼저 손을 뻗었다. 그녀가 노린 곳은 내가 입고 있는 바지였다.

그녀는 서툰 손길로 벨트를 몇 번 만지작거린 끝에 겨우 풀고는 바지와 속옷을 한 번에 벗겼다.

“……아? 현자님?”

그리곤 조금도 발기하지 않은 남근을 보고는 충격에 빠진 표정을 지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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