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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니저 어플-536화 (536/599)

〈 536화 〉 [비밀 연구소]

* * *

‘잘 생겨져서 나쁠 건 없지만, 그래도 얼굴이 변한 건 아무래도 찜찜하단 말이지.’

그나마 한 가지 다행이라면, 날 아예 못 알아볼 정도로 변하진 않았다는 사실이었다. 어디까지나 내 외모를 베이스로 전체적으로 깔끔하게 다듬어진 느낌이었다.

평범하게 잘 생겨졌다고 할까? 냉정하게 평가하면, 이렇게 말할 수 있었다.

‘그래도……. 현주 같은 애들은 엄청 좋아하겠네.’

안 그래도 미남을 좋아하는 현주인데, 내 외모가 이렇게 변했으니 얼마나 좋아하겠는가? 나는 고개를 살짝 가로젓고는 던전 코어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러자 여전히 몸을 베베 꼬면서 부끄러워하고 있는 코어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던전 코어.”

[네? 네! 던전 마스터, 말씀하세요.]

“라미아와 두둔을 여기로 불러줄래?”

[네, 바로 호출하겠습니다.]

얼른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한 던전 코어를 잠시 두 눈을 감았다. 몸에서 푸른 빛이 옅게 흘러나오고 있는 걸 보니, 라미아와 두둔을 부르고 있는 모양이었다. 그리고 이처럼 던전 코어가 두 사람을 부르자, 얼마 지나지 않아서 라미아와 두둔이 함께 나타났다.

“어머! 이게 뭐냐? 이게 무슨 일이래?”

“어……. 자네 외모가…….”

변한 내 외모를 본 라미아가 온갖 호들갑을 떨며 나를 휘감았고, 두둔은 살짝 얼이 빠진 표정을 지으며 나를 올려다보았다. 이에 나는 쓴웃음을 터트리며 두 사람을 진정시키고는 입을 열었다.

“일단 제 외모에 대한 건 제쳐두고서 두 분의 거취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고 싶습니다. 우선 라미아 씨, 당신은 어떻게 하실 겁니까? 이곳 던전에서 지내고 싶으십니까? 지내고 싶다면 방을 배정해드리겠습니다.”

“정말로? 그럼 나야 좋지.”

라미아는 이곳이 마음에 든 모양인지, 흔쾌히 허락해주었다.

“두둔 씨는 어쩌시겠습니까?”

“나도 같은 뜻일세. 다만, 언제까지고 계속 신세만 질 수는 없을 테니 때가 된다면 그녀들을 데리고 떠나고 싶네.”

“신세를 진다고 생각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아닐세. 내가 이래 봬도 진리를 찾아 떠돌아다니는 마법사일세. 한곳에 정착해서 오래 머물 순 없지. 더욱이 그녀들은 자유로운 수인들이라네. 들판을 뛰어다녀야지 진정한 수인이라고 부를 수 있지 않겠나?”

“두둔 씨의 뜻이 정히 그렇다면 존중하겠습니다.”

“고맙네.”

나는 두둔과 악수하고는 매니저 어플의 던전 항목에 들어가서 라미아에게 새로운 방을 배정해주었다.

[라미아에게 방을 배정해주었습니다.]

일부러 던전 입구에서 멀리 떨어진 방을 배정해주었기에 혹시라도 다른 누군가가 침입해 들어오더라도 상대적으로 안전할 것이다. 물론 그녀가 지닌 힘을 생각해본다면, 오히려 침입자들이 잡아먹힐 것 같긴 했지만 말이다.

‘음, 이 기회에 아예 던전 수호자들한테 라미아를 소개해줄까.’

만약의 사태를 대비해서 미리 친목을 다져두는 것도 나쁘지 않을 듯 싶었다.

이러한 생각에서 나는 던전 코어에게 다른 던전 수호자들을 이곳으로 부르도록 했다. 그러자 가장 먼저 렉스가 쿵쿵! 발소리를 내며 던전 코어의 방에 도착했다.

“늦어! 왜 이렇게 늦게 온 거야! 간식 내놔!”

“빨리 줘! 나 현기증난단 말이야!”

왜 이렇게 빨리 왔나 했더니, 간식이 먹고 싶어서 헐레벌떡 뛰어온 모양이었다.

“얌전히 앉아 계시면 드리겠습니다.”

내가 한쪽 구석을 가리키며 말하자, 렉스가 두 팔을 번쩍 들며 소리쳤다.

“싫어! 싫어! 간식 주기 전엔 앉지 않을 거야!”

“응~, 계속 떼써봐. 내가 앉으면 그만이야.”

왼쪽 머리가 어린애처럼 떼를 쓰며 내 말을 듣지 않자, 오른쪽 머리가 재빨리 자리에 앉으며 내 말을 따랐다.

역시 마정석 파편을 먹은 머리답게, 오른쪽이 좀 더 눈치가 빠르고 영리했다. 그리고 나는 그것에 보상해주기 위해서 트윈 헤드 오우거라 좋아하는 간식을 구매해서 오른쪽 머리에게 던져주었다.

“으헤헤헤, 맛있어! 맛있다!”

오른쪽 머리가 간식을 으적으적 씹어먹으며 좋아하자, 왼쪽 머리가 울상을 지으며 나를 바라보았다.

“주인아, 나도…….”

“다른 수호자들이 전부 다 도착하면 드리겠습니다.”

“언제 오는데?”

“곧 올 겁니다.”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던전 코어의 방 안으로 마틸다가 들어왔다. 그녀는 여전히 건강하게 잘 그을린 갈색 피부를 가지고 있었다.

역시 라틴계열의 여성은 언제 어느 때 봐도 활기가 넘쳐 보인다.

“주인님!”

날 발견한 그녀가 한달음에 뛰어와 내 품에 안겼다. 이에 나는 그녀의 흰 머리카락을 쓰다듬어주고는 입을 열었다.

“잘 지내셨습니까?”

“네, 주인님은……. 앗, 얼굴이……. 으읏.”

내 물음에 대답하며 고개를 들어 올리던 마틸다가 순간 얼굴을 붉히며 시선을 아래로 떨어트렸다.

성적으로 상당히 개방적인 사고방식을 가진 그녀가 이런 반응을 보일 정도인 걸 보니, 확실히 내 외모가 변하긴 변한 모양이었다.

‘이거 참.’

나는 여전히 부끄럼을 타고 있는 마틸다를 조금 달래주고는 인기척이 느껴지는 방의 입구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러자 얼마 지나지 않아서 여러 개의 다리를 가진 아라크네가 느긋하게 들어오고 있는 게 보였다.

“인간아, 나 왔어! 어? 근데 좀 잘 생겨졌네? 무슨 일 있었어?”

날 알아본 아라크네가 손을 흔들며 다가왔다.

‘어라?’

그 모습이 놀랍도록 아름다워 보였다. 심장이 쿵쾅쿵쾅, 소리를 내며 거세게 뛸 정도였다.

당황한 나는 화끈거리는 얼굴을 진정시키며 고개를 옆으로 돌렸다.

‘뭐지? 이게?’

에르밀을 처음 보았을 때와 같은 욕정이 느껴졌다. 도저히 참기 힘들 정도였다.

하지만 어째서 이제 와서 이런 감정을 느낀다는 말인가?

‘이해가 안 돼.’

아라크네를 처음 봤을 때, 지금과 같은 욕정을 느꼈다면 당연히 그러려니 했을 것이다. 그녀는 누가 봐도 아름다웠으니까. 충분히 안을만한 가치가 있었다. 하지만 나는 그때, 그녀를 안지 않았다. 왜냐하면 아무리 아름다운 외모를 가졌다고 하더라도 그녀의 하반신이 거미였기 때문이었다.

인간인 이상, 아무래도 거부감이 들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그런 거부감을 느꼈던 내가 이제와서 그녀에게 욕정을 품는다고?

‘라미아와 섹스를 했기 때문에 거부감이 옅어진 건가?’

이게 바로 일선을 넘어버린 대가인가?

나는 빵빵하게 부풀어 오른 고간을 애써 가라앉히며 숨을 크게 들이켰다.

‘아무리 그래도 거미 엉덩이에 박는 건, 좀…….’

자꾸만 치밀어 오르는 욕정을 겨우겨우 뿌리쳐낸 나는 던전 수호자들에게 라미아와 두둔을 소개해주었다.

“앞으로 우리 던전에서 함께 지낼 분들입니다. 친하게 지내주세요.”

이처럼 내가 소개해주자, 라미아가 손을 가볍게 흔들며 말했다.

“다들 엄청 강해보여서 너무 기뻐. 앞으로 잘 부탁해.”

“어, 음. 잘 부탁하네.”

반면에 두둔은 트윈 헤드 오우거의 거대한 덩치에 압도된 모양인지, 좀처럼 렉스한테서 시선을 거두지 못하고 있었다.

“주인아! 우리 다 모였으니까 이제 간식 줘!”

“맞아! 줘!”

“넌 방금 전에 먹었잖아!”

“또 줘!”

왼쪽 머리의 핀잔에 오른쪽 머리가 엉덩이를 벅벅 긁으며 대답했다. 그러자 왼쪽 머리가 억울하단 듯이 자기 가슴을 탕탕 두드리며 말했다.

“안 돼! 이건 내가 주인이 하는 말을 잘 들어서 받는 간식이란 말이야! 내 간식이야!”

“에잇, 그럼 내가 일어나 볼까? 내가 일어나면 니 간식도 없는 거 알지?”

“일어나면 안 돼! 일어나면 간식 못 받는단 말이야!”

“알았으면 처신 잘하라고.”

아까 전에 자리에 앉을 때도 그렇고, 오른쪽 머리가 몸의 주도권을 조금 더 크게 가지고 있는 모양이었다.

“인간아, 설마 쟤네들한테만 간식 주려는 건 아니지?”

그 때, 아라크네가 얼굴을 가까이 들이밀며 내게 질문을 던졌다. 그러자 평소엔 느끼지 못했던 매혹적인 향기가 코끝을 찌르며 나를 유혹했다.

“아라크네 씨한테도 드릴 테니, 잠깐 뒤로 물러나 주시겠습니까?”

곤란함을 느낀 나는 그녀를 멀찍이 떨어트리며 말했다. 다행히도 아라크네는 내 말을 순순히 따라주었다. 그리고 이처럼 거리가 벌어지자, 그제야 가슴이 조금 진정되었다.

나는 안도의 숨을 내쉬고는 간식을 소환해서 렉스와 아라크네에게 던져주었다. 그러자 옆에 있던 라미아도 흥미를 느낀 듯, 자기 몫도 주장했다.

“나도 먹어보고 싶어.”

“알겠습니다. 라미아가 정말 좋아하는 간식 소환.”

간식을 소환해서 라미아의 입에 쏙 넣어주자, 그녀의 얼굴에 황홀함이 어렸다. 어찌나 좋아하던지, 꼬리 끝을 파르르 떨 정도였다. 그리고 이처럼 렉스와 아라크네, 라미아가 간식을 먹고 좋아하고 있을 때, 내 얼굴을 빤히 올려다보고 있는 마틸다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마틸다 씨는 키스였죠?”

이리 속삭이며 고개를 숙이자, 마틸다가 잔뜩 기대 어린 표정을 지으며 얼굴을 내밀었다. 어지간히도 키스가 하고 싶었던 모양이었다.

작게 웃음을 터트린 나는 처음에는 아주 살짝, 가볍게 입술에만 키스를 해줬다. 그러자 그게 애가 탔던 건지, 마틸다가 참지 못하고 먼저 팔을 뻗어 내 얼굴을 붙잡더니 입술을 확 들이밀어 키스했다.

“하음, 읏. 하으읏. 응.”

평소보다 훨씬 더 끈적거리는 야한 키스였다. 그녀는 정신없이 내 입술을 물고 빨며 숨을 헐떡였다.

“하아.”

그러다 천천히 마틸다가 고개를 떼어냈다. 하지만 여전히 아쉬운 마음이 드는지, 내 아랫입술을 아프지 않게 물고는 잠시 놓지 않았다. 좀 더 하고 싶다고 내게 허락을 구하는 것만 같은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그녀에겐 미안한 말이었지만, 왠지 더 하고 싶단 생각이 들지 않았다.

‘미치겠네.’

평소처럼 설레는 기분이 들지 않았다. 흥분되지도 않았다. 오히려 저 멀리서 간식을 야금야금, 조금씩 아껴먹고 있는 아라크네가 야속하게 느껴질 정도였다. 왜 아라크네는 나보다 간식을 더 좋아하는 걸까, 하고서 말이다.

‘이젠 하다 하다 간식을 상대로 질투까지 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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