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34화 〉 [비밀 연구소]
* * *
‘드래곤?’
갑작스러운 드래곤의 등장에 나는 적잖게 당황하고 말았다.
[흠, 아끼던 마물이 사라져서 와봤는데……. 웬 처음 보는 인간이 있군.]
눈처럼 새하얀 몸체를 가진 드래곤이 앞발로 건물을 더 무너트리며 중얼거렸다. 동시에 샛노란 눈동자가 이리저리 바쁘게 움직이며 나를 관찰했다. 마치 허튼짓을 하면 가만두지 않겠다고 으름장을 내어놓는 것만 같아서 옴짝달싹할 수 없었다.
‘에나가 드래곤을 이길 수 있으려나?’
솔직히 말해서 자신이 없었다. 에나가 아무리 강하다고는 하지만 상대는 무려 드래곤이었다. 지금까지 그 어떤 존재와도 비교가 불가능한 강적이었다.
나는 일단 에나를 부르는 걸 보류하고는 나를 내려다보고 있는 드래곤을 올려다보았다.
일단 한 가지 다행인 점이라면, 드래곤이 나를 적대하고 있지 않다는 사실이었다.
‘최소한 대화는 나눠볼 수 있을 것 같은데.’
차분히 마음을 가라앉힌 나는 드래곤에게 말을 건넸다.
“혹시 아끼던 마물이 라미아인 겁니까?”
[음? 너……. 지금 내 말을 알아들은 것이냐?]
“일단은 그렇습니다.”
[놀랍군. 인간이 드래곤의 언어를 듣고 이해할 줄이야. 혹시 인간이 아닌 건가? 아니, 일단은 인간인 것 같은데……. 뭐가 되었든 간에 흥미롭구나.]
내가 긍정하자, 드래곤이 흥미롭다는 듯이 무너진 건물 잔해를 옆으로 치우며 고개를 가까이 들이밀었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멀리서 봤던 것보다 훨씬 더 매끄러워 보이는 유려한 몸체가 눈에 박혀 들어왔다.
참 이상한 일이었다. 본래 몸집이 크면 자연스럽게 육중하다는 인상을 주기 쉬운 법이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내 눈에는 드래곤이 지독하게 섹시해 보였다. 게다가 몸집과는 상관없이, 가녀리고 연약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미친 건가?’
혼란스러워진 나는 잠깐 머리를 흔들었다.
[넌 정체가 뭐지?]
그 때, 내 정체를 캐묻는 드래곤의 목소리가 들렸다.
‘아.’
온화하면서도 엄숙하고, 위엄이 있으면서도 사납지 않은 목소리. 거기에 듣기에 딱 좋은 매혹적인 여성의 목소리를 들은 순간 나는 비로소 깨달을 수 있었다.
내가 어째서 드래곤에게 호감을 느꼈는지를 말이다.
‘암컷이구나.’
그리 생각한 순간, 참을 수 없는 욕정이 치밀어 올랐다. 나보다 한참 강한 상대임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물론 혹자는 내게 죽고 싶어서 환장한 거냐며 질책할지도 몰랐다. 하지만 본디 수컷이란, 그것을 알면서도 달려드는 법이었다.
‘도전해볼만한 가치가 있어.’
게다가 마침 시험해볼 만한 방법도 있었다.
나는 재빨리 생각을 정리하고는 드래곤의 질문에 대답했다.
“실은 제 정체는…….”
살짝 말끝을 흐린 나는 작은 목소리로 ‘종족 변환, 드래곤.’이라고 말했다. 그러자 사용자를 본인이 알고 있는 종족 중에 하나로 변신시켜주는 아이템답게, 나를 순식간에 눈앞의 드래곤과 같은 흰색 몸체를 가진 거대한 드래곤으로 변신시켜주었다.
[나와 같은 일족이라고?]
이처럼 내가 변하자, 드래곤이 기겁하듯 놀라며 뒷걸음질 쳤다.
‘아직 놀라긴 이르지.’
나는 여기서 멈추지 않고, 꽃미남 스티커까지 소환해서 내 몸에 붙였다.
[아……?]
“대답이 되었을지 모르겠군요.”
이리 말하며 드래곤 쪽으로 가까이 고개를 들이밀자, 드래곤이 눈에 띄게 당황하며 꼬리를 좌우로 거세게 흔들었다. 그러자 안 그래도 반쯤 허물어진 연구소 건물이 완전히 허물어지며 폭삭 주저앉고 말았다.
[자, 잠깐……. 너무 가까이 얼굴 들이밀지 말거라.]
“혹시 제가 부담스러우셨습니까? 이런……. 죄송합니다. 저도 모르게 너무 반가워서 그만……. 실례가 된 것 같으니, 저는 이만 떠나도록 하겠습니다.”
나는 진심으로 미안하다는 듯이 꾸민 목소리로 말하며 몸을 돌리려고 했다. 그러자 드래곤이 다급히 앞발로 내 몸을 붙잡으며 말했다.
[누, 누가 실례가 되었다는 거냐! 게다가 떠나다니? 어디로?]
“남쪽으로 가볼 생각입니다.”
[화이트 드래곤이 남쪽으로 떠나다니! 드디어 짝이 될만한 일족의 남자를 찾았는데……! 아, 아니! 그게 아니라, 저기……. 보아하니 아직 레어를 만들지 못한 것 같은데, 오늘은 내 레어에서 하루 머물고 가는 게 어떻겠느냐?]
도중에 말실수까지 하는 걸 보아하니, 어지간히도 마음이 급한 모양이었다.
‘확실히 꽃미남 스티커의 성능이 좋긴 좋아.’
설마하니, 드래곤으로 변신한 상태에서도 효과가 발휘될 줄이야.
나는 내심 감탄하며 그녀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정말로 그래도 되겠습니까?”
[되고 말고! 내 집이라고 생각하고 편히 지내도 된다.]
얼른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한 드래곤은 그대로 나를 데리고 전이 마법을 사용했다. 그러자 일순 눈앞이 일그러졌다가 이윽고 천천히 밝아지며 동굴 안의 풍경이 펼쳐졌다.
‘여기가 드래곤 레어인가?’
얼핏 보면 내가 만든 던전과 비슷해 보였지만 어디까지나 비슷하게만 보일 뿐, 실제로는 규모 면에서 전혀 상대가 되지 않았다.
‘엄청나게 큰데.’
천장이 최소 300미터는 넘을 것 같은 거대한 동굴이었으며, 아래로는 정원처럼 화려하게 꾸며져 있기까지 했다. 게다가 양옆으로는 마치 과시하듯이 황금으로 만들어진 장식품들과 온갖 무구들이 전시되어있었다.
어딜 보나 호화롭지 않은 곳이 없었다. 심지어 동굴 안쪽에는 황금으로 된 작은 산까지 있을 정도였다.
‘이쯤 되면 다시 인간으로 돌아가야 할 것 같은데.’
드래곤의 육중한 몸집 때문에, 자칫 한 걸음이라도 잘 못 뗐다가 대참사가 일어날 것만 같았다. 하지만 나를 자신의 레어로 데려온 드래곤은 발밑에 화려한 정원이 있건 말건 상관없이, 거리낌 없이 발을 내디디며 나를 안쪽으로 끌고 갔다.
[앞으론 여기서 지내거라.]
“신경 써주셔서 감사합니다.”
[너무 그렇게 예의 차릴 필요는 없단다.]
“알겠습니다. 아, 그런데 혹시 성함이 어떻게 되십니까?”
[에르밀이라고 부르거라. 그러는 넌 이름이 무엇이냐?]
은근슬쩍 내 곁으로 바짝 다가온 에르밀이 앞발로 내 가슴팍을 팍팍 긁으며 물어봤다. 심지어 꼬리로 투욱, 툭. 내 꼬리를 치기까지 했다.
그게 뭘 뜻하는 건지, 바보라도 알 수 있을 정도였다. 특히나 무엇보다 나를 올려다보는 에르밀의 눈동자가 이전과는 다르게 열기로 흐트러져선 요염한 빛을 띠고 있었다.
‘이름이라.’
나는 그녀에게 이름을 속일까 싶었지만, 이내 그만두기로 마음먹었다. 어차피 내가 속인다고 하더라도 드래곤인 그녀라면 얼마든지 알아낼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심지어 내 행적은 연구소에서 조금 멀리 떨어져 있는 장소에 진지를 구축한 벨포 왕국의 사람들에게 조금만 묻는다면 바로 알 수 있었다.
“유현입니다.”
[유현? 특이한 이름이로구나.]
“제가 다른 대륙에서 넘어왔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다른 대륙이라니? 놀랍구나. 멀리서도 찾아왔구나. 흐음, 다른 대륙의 드래곤이라. 그래서 이다지도 잘생긴 건가?]
“제가 잘 생겼습니까?”
[그렇고말고. 내가 본 드래곤 중에 가장 늠름하고 잘 생겼구나. 덩치도 크고…….]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하던 에르밀이 순간 흠칫 놀라며 말끝을 흐렸다.
뭘 보고 이러나 싶어 그녀의 시선을 따라가자 인간의 성기와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거대한 성기가 눈에 들어왔다. 심지어 아까부터 계속 쭉 발기해 있었기 때문에 성기 끝에는 쿠퍼액 같은 액체가 맺혀있기까지 했다. 이에 나는 살짝 몸을 돌리며 민망하다는 듯, 말했다.
“죄송합니다. 에르밀 님이 너무나도 아름다우셔서 저도 모르게 그만.”
[아름답다니? 얼굴만 잘생긴 줄 알았더니, 아부도 참 잘하는구나.]
“아부가 아닙니다! 솔직히 말해서 더는 참는 게 힘들 정도입니다. 더 늦기 전에 저를 내치시는 게 어떻겠습니까? 제가 에르밀 님을 덮치기 전에…….”
[더, 덮쳐? 나를……?]
덮친다는 말에 에르밀이 꿀꺽, 침까지 삼켜가며 노란 눈동자로 나를 빤히 올려다보았다.
“제가 이성을 잃고, 에르밀 님을 난폭하게 다룰지도 모릅니다.”
[날 난폭하게 다룬다고?]
오싹오싹, 에르밀이 갸날픈 헐떡거림과 함께 몸을 부르르 떨었다.
“어쩌면 원치 않은 임신을 하게 될지도 모릅니다.”
[임신……!]
“물론 에르밀 님을 닮아서 무척이나 사랑스러운 아이가 태어나겠지만…….”
[사랑스러운 아이라니. 으읏.]
상상만 해도 기쁜 모양인지, 에르밀의 꼬리가 아까보다 훨씬 더 빠르게 좌우로 왕복했다.
“그러면 에르밀 님이 불행해지지 않겠습니까?”
[오히려 행복하구나!]
큰 소리로 대답한 에르밀이 육중한 몸으로 나를 밀어붙였다.
[상상만 해도 행복해서 미칠 것 같은데……. 유현, 너는 내가 싫은 것이냐?]
“저도 에르밀 님이 좋습니다. 하지만 우린 만난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만난 시간은 중요하지 않다. 얼굴이 이다지도 잘 생겼는데……. 아니, 마음만 서로 맞으면 되는 것 아니냐?]
드래곤조차도 발정나게 만드는 꽃미남 스티커의 위력에 새삼 두려움이 몰려왔다.
나는 꽃미남 스티커의 유지 시간이 1시간밖에 안 된다는 걸, 재차 상기하며 에르밀을 바닥에 엎드리게 만들었다. 그러자 쿠웅, 소리와 함께 화이트 드래곤 특유의 새하얗고 늘씬한 등줄기가 눈에 들어왔다.
물론 양 옆에 달려있는 한 쌍의 날개도 무척이나 근사했다.
‘꼬리도 좋고.’
도톰하면서도 말랑거리는 에르밀의 꼬리를 앞발로 꽉 움켜쥔 나는 발기한 남근을 음부 쪽으로 가까이 가져다 댔다. 그러자 이미 애액으로 흥건하게 젖어있는 음부가 귀두에 닿았다. 이건 뭐, 따로 애무할 필요도 없어 보였다.
‘내가 드래곤 섹스를 경험하게 될 줄이야.’
드래곤 섹스!
사나이의 가슴을 울리게 만드는 단어였다.
나는 드래곤 사이즈의 남근을 에르밀의 질 내로 밀어 넣었다. 그러자 살이 맞물리는 끈적끈적한 소리가 났다.
[아, 읏……. 읏!]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내뱉어지는 탁한 울림이 에르밀의 입술 사이로 터져 나왔다.
“크르릉!”
그와 동시에 실제로도 에르밀이 낮은 울음소리를 내며 발버둥쳤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용케 내게서 도망치려고 하지 않았다. 오히려 앞발에 힘을 더 주어서 버티고 있었다. 처녀막이 찢어지면서 아팠을 텐데, 그걸 꿋꿋이 버티는 에르밀이 대견하게 여겨질 정도였다.
나는 그녀에게 숨돌릴 틈을 주기 위해서 잠시 움직임을 멈췄다. 에르밀도 이런 내 배려를 눈치챈 모양인지, 숨을 크게 들이켰다가 내쉬며 심호흡을 했다.
[하읏, 응……. 이제 괜찮으니, 어서…….]
그리고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르자, 에르밀이 날개를 활짝 펴며 나를 보챘다. 이에 나는 그녀의 몸을 등 뒤에 꽈악 끌어안으며 허리를 앞으로 내밀었다. 그러자 쑤욱 들어간 남근이 단번에 뿌리 끝까지 들어갔다.
[하으으윽!]
“캬오오오!”
그 순간, 에르밀이 크게 포효하며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아파서 울부짖는 게 아니었다. 기쁨에 울부짖고 있었다.
아래에서 가파르게 치밀어오르는 쾌감에 고개를 좌우로 흔든 그녀는 앞발로 땅바닥을 마구 긁었다. 팍팍! 그녀가 바닥을 긁을 때마다 흙이 사방에 튀었지만, 조금도 신경 쓰이지 않았다. 아니, 솔직하게 말하자면 신경 쓸 여유가 없었다.
지금까지 여러 여자를 경험해 봤지만, 이런 건 난생처음이었다. 남근 전체를 감싼 질 내의 주름들이 뭉글뭉글 비벼대는 게, 마치 수컷을 기쁘게 만들기 위해서 봉사를 해주는 것만 같았다.
어찌나 기분 좋던지, 엉덩이 꼬리뼈가 아릿아릿해질 정도였다.
‘이게, 드래곤 섹스!’
나는 에르밀의 단단한 몸을 꽈악 끌어안으며 포효했다.
“크아아아앙!”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