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29화 〉 [비밀 연구소]
* * *
‘좋아, 이걸로 하나는 끝냈고.’
현실로 돌아온 나는 다른 이계 퀘스트를 하기 전에 이번에 받은 보상부터 확인해보았다.
[축하합니다!]
[이계 퀘스트 ‘심연의 마녀’를 완료했습니다.]
[아이템 ‘마정석 파편’이 소멸합니다.]
[보상으로 랜덤 장비 상자가 주어집니다.]
[랜덤 장비 상자를 수령하시겠습니까?]
[네 / 아니요]
수령 여부를 묻는 알림 문구에 네를 누르자, 팡파르와 함께 새로운 장비가 화면에 나타났다.
[축하합니다!]
[장비 ‘빛과 어둠의 망토(R)’을 획득하셨습니다!]
[효과 1 : 용기의 오로라를 사용할 수 있습니다. (사용자에게 우호적인 대상의 모든 능력치를 10%씩 상승시킵니다.)]
[효과 2 : 절망의 오로라를 사용할 수 있습니다. (사용자에게 적대적인 대상의 모든 능력치를 10%씩 하락시킵니다.)]
[효과 3 : 오로라는 오직 하나만 적용됩니다.]
“엄청 좋은데?”
희귀 등급의 장비라는 게 믿기지 않을 만큼 좋은 장비가 나왔다. 물론 오로라의 영향을 받는 대상의 능력치에 따라서 성능이 크게 좌우되긴 했지만, 그걸 감안하더라도 충분히 좋은 장비임이 확실했다.
만족스럽게 웃은 나는 확인을 누른 뒤에 이계 퀘스트 목록을 열람했다.
[이계 퀘스트]
[비밀 연구소]
마정석 파편이 가진 힘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거대합니다. 또한 매우 위험합니다. 그렇기에 아단트 교단이 각 왕국에게 협력을 요청해서 마정석 파편을 모으도록 했지만, 모두가 그 뜻에 따르는 건 아닙니다.
하폰 왕국을 제외한 다른 왕국들은 저마다의 욕심을 채우기 위해서 비밀리에 마정석 파편을 연구하기 시작했습니다. 연구는 매우 순조로우며, 많은 수의 마물들이 마정석 파편에 오염된 채 실험용 생쥐처럼 이용당하고 있습니다.
비밀 연구소를 습격해서 마정석 파편을 손에 넣으세요. (보상 : 랜덤 장비 상자)
[폭주]
대륙 최북단에 위치한 얼음의 왕국, 벨포에서 마정석 파편을 연구하다가 사고가 일어났습니다. 마정석 파편을 과도하게 흡수한 마물이 폭주하기 시작했고, 벨포 왕국은 이를 막아보려고 했지만 사태는 점점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커져버렸습니다.
마물들은 폭주한 마물, 라미아를 주축으로 연구소를 장악했습니다.
라미아를 처치하고 마정석 파편을 손에 넣으세요. (보상 : 랜덤 아이템 상자)
심연의 마녀를 빠르게 처리한 덕분인지는 몰라도, 남은 두 개의 이계 퀘스트 모두 별다른 큰 변화가 보이지 않았다. 이를 확인한 나는 마물의 폭주로 위기에 처한 얼음의 왕국, 벨포를 구하기 위해서 폭주, 이계 퀘스트를 선택했다.
[이계 퀘스트 [폭주]를 수행하시겠습니까?]
[네 / 아니요]
뒤이은 질문에 네를 누르자, 일순 눈앞의 시야가 일그러졌다가 이윽고 환하게 밝아지며 눈 덮인 설원이 나타났다.
“윽, 춥네.”
옷을 뚫고 스며들어오는 한기에 몸이 저절로 떨렸다. 지독하리만큼 차가운 한기가 예전 군 생활을 떠올리게 만들 정도였다.
나는 추위로부터 몸을 따뜻하게 덥힐만한 게, 뭐 없을까 싶어서 현재 보유 중인 장비 목록을 확인했다.
[김 유현]
[나이 : 25살]
[직업 : 대학생 4학년]
[현재 레벨 : 11 (다음 레벨에 필요한 정기 : 1500)]
[보유 스킬 : 고속 이동(+1), 고블린 소환(+6), 정력(+1), 오크 소환(+2), 매력(+1), 체력, 속박, 꾸짖음, 힘, 칭찬, 야수화(곰), 슬라임 소환, 정기 주입, 쾌감 공유(+1), 다이어 울프 소환, 트롤 소환, 치유, 정화, 야수화(독수리)]
[보유 아이템 : 빈유환 (1회), 풍유환 (1회), 염색약(블루 블랙 : R61 G79 B105) (1회), 무료 장비 조합(2회), 풍둔환 (1회), 폭유환 (1회), 소물환 (1회), 랜덤 스킬 교환권(1회), 어디로든 문(1회), 꽃미남 스티커(1회), 강아지(1회), 인터넷 검색(1회), 병풍 스티커 (1회), 등급 상승 (장비), 등급 상승 (인물), 등급 상승 (인물), 강화 보호권 (장비) (1회), 추남 스티커 (1회), 즉시 제조권(1회), 즉시 제조권(1회), 종족 변환(1회), 풍유환 (1회), 공용 변소 스티커(1회)]
[보유 장비 : 칠흑의 지팡이(R)(+4), 치료술사의 지팡이(N)(+1), 보호의 반지(N), 은장도(N), 딜도(R), 클레이모어(N), 유령 기사의 장갑(S), 강철 창(N), 탐험가의 모자(N), 밀어를 속삭이는 깃펜(N), 유령 기사의 중갑(S), 노예의 목걸이(R), 공간 이동 반지(B), 사슬 낫(N), 고양이 귀(S), 이프리의 유물, 지팡이(S), 빛과 어둠의 망토(R)]
[보유 인첸트 : 굳건한]
[개인 특성 : 축복 (아이템 전용)]
“쓸만한 게……. 장비라도 껴입어야하나.”
나는 일단 아쉬운 대로 유령 기사의 중갑을 소환한 뒤에 로브를 벗고 겉옷 위에 걸쳐 입어봤다.
그 후, 로브를 다시 입어봤지만 좀처럼 추위가 가시질 않았다. 오히려 중갑이 금속으로 되어 있는 탓인지, 더 추워진 것만 같았다.
“안 되겠다. 일단 돌아가자.”
결국, 뼛속까지 사무치는 추위에 두 손 두 발 다 든 나는 이계 퀘스트를 포기했다. 그리곤 다시 현실로 돌아온 나는 공간 이동 반지를 사용해서 자취방으로 돌아갔다.
“한여름에 겨울옷을 꺼내게 될 줄이야.”
한탄 아닌 한탄을 한 나는 서둘러 장롱을 뒤져서 두꺼운 겨울옷을 꺼냈다.
‘그러고 보니 에나도 필요할 것 같은데.’
물론 에나라면 한서불침의 경지에 다다른 무협 고수처럼 더위와 추위를 느끼지 않을 것 같긴 했지만, 그래도 혹시라는 게 있으니 입혀두는 게 나을 듯 싶었다.
“에나 소환.”
나는 에나를 불러낸 다음에 그녀에게 입힐 겨울옷을 집어 들었다. 남성 의류였기 때문에 사이즈가 조금 크긴 했지만, 저번에 입혀봤을 때 크게 불편해하지 않았으니 이번에도 괜찮을 것 같았다.
“유현 님, 이건……?”
“이번에 갈 곳은 벨포 왕국입니다.”
“벨포 왕국이라면 대륙 최북단에 위치한 나라를 말씀하시는 겁니까?”
“네, 그러니 거기에 가기 전에 옷 좀 껴입고 가죠. 자, 어서 입으세요. 저는 화장실에서 갈아입고 오겠습니다.”
한시가 급했던 나는 에나에게 옷들을 떠넘기듯이 넘겨주고는 내 옷만 챙겨 들고서 화장실 안으로 들어갔다.
물론 조금 늦는다고 해서 무슨 일이 벌어지겠냐 싶겠지만, 원래 세상일이란 게 한 치 앞도 모르는 법이지 않은가? 조심해서 나쁠 건 하나도 없었다. 이러한 생각에서 나는 옷을 갈아입고는 화장실 문을 살짝 열고서 에나에게 물어봤다.
“에나 씨, 다 갈아입으셨습니까?”
“아, 네! 다 갈아입었습니다.”
에나의 대답은 들은 나는 화장실 밖으로 나가서 에나를 바라봤다. 그러자 발밑에 갑옷을 가지런히 쌓아둔 채, 내가 건네준 겨울옷을 입고 서 있는 그녀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역시 잘 어울리네.’
보이쉬한 매력을 발산하는 여성은 언제 봐도 사랑스럽다.
눈이 호강한다고 할까? 하물며 그 상대가 에나처럼 은발에 파란색 눈동자를 가진 외국 미녀라면 더 말할 것도 없었다.
나는 속으로 흐뭇하게 웃으며 입을 열었다.
“혹시 로브를 더 가지고 계십니까?”
“네, 얼마든지 더 가져올 수 있습니다.”
“그럼 잠깐 돌려보내 드릴 테니, 로브를 입고 와주세요.”
“알겠습니다.”
“에나 역소환.”
나는 에나를 돌려보낸 뒤에 스마트폰을 꺼내서 이계 퀘스트, 폭주를 수행했다. 그러자 한순간 눈앞의 사물이 흐려졌다가 도로 온전한 형상을 갖추며 눈 덮인 설원으로 바뀌었다. 이를 확인한 나는 에나를 소환했다.
“춥진 않으십니까?”
내가 말했던 대로 로브를 입고 나타난 에나를 향해 묻자, 그녀가 고개를 가로저으며 대답했다.
“춥지 않습니다. 오히려 유현 님이 빌려주신 옷 덕분에 무척이나 따뜻합니다. 너무나도.”
그녀는 내가 준 옷이 마음에 든다는 듯, 수줍게 양 볼을 붉히며 대답했다.
“다행이네요.”
그 모습이 너무나도 사랑스러워서, 살며시 다가가서 입술에 키스를 해주자 에나의 얼굴이 잘 익은 사과처럼 빨갛게 물들었다.
“유, 유현 님…….”
갑작스러운 키스에 부끄럼을 타며 황급히 주변을 돌아보는 에나의 행동에 그녀를 거칠게 덮치고 싶다는 충동이 들긴 했지만, 나는 그걸 가까스로 참으며 스마트폰을 들어 올렸다. 그리고는 미니맵을 켜서 목표물의 위치를 확인했다.
‘저쪽인가?’
이번에는 심연의 마녀 때하곤 다르게 거리가 상당히 멀리 떨어져 있었다.
나는 여전히 부끄럼을 타고 있는 에나를 다정히 달래주고는 그녀와 함께 눈 덮인 설원을 걷기 시작했다.
눈이 제법 많이 쌓여있었던 탓에 한 걸음 내디딜 때마다 퍼석, 퍼석하고 깊게 파이긴 했지만 딱히 힘들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체력이 좋아지긴 했지. 멸망한 세계의 탑도 내 체력을 92로 설정해줬을 정도니까.’
나는 천천히 숨을 고르며 미니맵과 현재 있는 장소를 비교해가면서 꾸준히 발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이윽고 목표물에 가까워졌을 무렵, 수십 개의 천막이 설원 위에 세워져 있는 게 내 눈에 들어왔다. 심지어 그곳에는 수백 명에 가까운 병사들이 바쁘게 돌아다니고 있었다.
‘벨포 왕국의 병사들인가?’
내가 이런 생각을 한 건, 병사들이 모두 어느 한 지점을 경계하며 서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들이 경계하고 있는 장소와 미니맵에 표시되어 있는 목표물의 지점이 정확하게 일치하고 있었다.
‘……그렇다면 저기가 비밀 연구소인가.’
비밀 연구소라고 하기엔 지나치게 규모가 큰 건물들이 세워져 있는 장소이긴 했지만, 허허벌판이나 다름없는 설원 위에 세워져 있는 만큼 미치지 않고서야 다른 누가 여길 찾아올 리가 없었다.
“유현 님, 저들의 복색을 보아하니 벨포 왕국의 병사들인 것 같습니다.”
다행히도 내 추측이 맞은 모양인지, 에나가 내 곁으로 다가와서 설명을 덧붙여주었다. 이에 고개를 끄덕인 나는 이프리의 유물, 지팡이를 역소환한 다음에 칠흑의 지팡이를 오른손에 쥐었다.
“가서 대화를 나눠봅시다.”
“유현 님의 뜻에 따르겠습니다.”
내 말에 동의한 에나는 마치 나를 보호하듯이 앞장서서 걸어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처럼 우리가 다가가자, 경계를 서고 있던 병사 두 명이 화들짝 놀라며 창끝을 겨눴다.
“누구냐!”
“이곳은 출입이 금지된 장소다! 당장 돌아가라!”
병사들의 외침에 에나가 낮은 목소리로 위협하듯이 말했다.
“현자님이 찾아왔다고 알려라.”
“혀, 현자님이라고? 거짓말하지 마라! 아무리 현자라고 하더라도 여기까지 오는 건……!”
“잠깐만! 검은 머리의 남성에 여기사잖아! 당장 사령관님께 알려!”
에나의 말에 당황하던 병사들 중에 한 명이 우리의 생김새를 알아보고는 다급히 소리쳤다. 그러자 그제야 다들 뭔가 심상치 않다는 걸 깨달은 모양인지, 다급히 어디론가 뛰어가기 시작했다. 이를 본 에나가 한 걸음 뒤로 물러서며 내 귓가에 속삭였다.
“유현 님의 허락을 구하지도 않고 현자의 이름을 댄 것에 대해서 죄송합니다. 허나, 제가 생각하기에 이 방법이 가장 빠를 듯해서…….”
“전 괜찮습니다. 게다가 절 위해서라면 이름 정도는 얼마든지 파셔도 좋습니다. 오히려 환영할만한 일이죠.”
“감사합니다.”
내가 웃으며 말하자, 에나도 나를 따라 보일 듯 말듯한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이처럼 우리가 이야기를 하고 있는 사이에 늑대 가죽을 뒤짚어 쓴듯한 중년의 사내가 병사들과 함께 헐레벌떡 뛰어와서 소리치듯이 물었다.
“그, 그대가 정말로 현자인가?”
“부끄럽게도 그렇게 불리고 있습니다.”
“허! 대체 여긴 어떻게 알고 온 것이지? 아니, 그보다 현자임을 증명하는 패는 있는가?”
중년 사내의 말에 나는 베네딕트 왕자가 준 명패를 꺼내려다가 없다는 걸 깨닫고는 적당히 돌려서 말했다.
“우선 저는 마정석 파편에 의해서 폭주한 마물의 기운이 느껴져서 이곳을 찾아온 것뿐입니다. 그리고 다음으로 제가 현자임을 증명해서 무엇이 변하겠습니까? 애초에 저는 현자도 무엇도 아닙니다. 그저 마정석 파편에 의해서 멸망한 대륙에서 건너온 이방인에 불과합니다. 그러니 지금은 저라는 인물에 대해서 의구심을 가지는 것보다는 폭주한 마물, 라미아를 저와 함께 처리하심이 어떻겠습니까?”
“라미아에 대해서도 알고 있었나……! 이미 다 알고 온 듯 싶으니, 할 말이 없군. 게다가……. 그래, 자네에 대해서 의심해서 무엇하겠는가? 더욱이 자네를 지키고 있는 여기사는, 나보다도 강하군. 훨씬 더……. 강하다곤 들었지만, 상상 이상이야. 그녀 혼자서도 우리 모두를 몰살시킬 수 있을 정도니까.”
다행히도 중년의 사내는 말이 통하는 상대였다. 게다가 에나의 존재도 한몫하고 있었다. 그렇게 우린 중년 사내의 보증 아래에 진지 안으로 발을 들일 수 있었다.
“불미스러운 일이 벌어지긴 했지만, 나 개인적으론 현자님을 무척이나 환영하오. 나는 벨포 왕국의 제3군의 사령관이오.”
“만나 뵙게 되어서 영광입니다. 그런데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 겁니까?”
“미친 마법사 놈들을 찾아가는 중이오. 모든 일은 그 자들이 저지른 것이니, 현자께서 궁금하신 점이 있다면 그 놈들에게 물어보면 될 거요.”
이를 으득 갈면서까지 혐오하는 걸 보면, 단순히 꼬리 자르기가 아닌 모양이었다.
물론 사령관조차도 모르는 내막이 더 숨겨져 있는 것일지도 몰랐다. 하지만 지금은 일단 미친 마법사라는 작자들을 만나볼 필요가 있어 보였다. 그리고 이처럼 사령관을 따라 어느 천막 안으로 들어가자, 열띤 토론을 하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다행히도 연구소의 마물 대부분이 따뜻한 중부와 남부에서 서식하는 마물들이기 때문에 추위에 무척이나 약합니다. 그러니 이대로 방치한다고 하더라도 결코 건물 밖으로 한 걸음도 나오질 못할 겁니다.”
“아니, 놈들은 분명히 추위에서 적응할 거다.”
“또 그 소리요? 아무리 강인한 생물이라고 하더라도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선 몇 세대가 필요한 법이오. 하지만 연구소 안에는 비축된 물자는커녕, 녀석들이 먹을만한 먹이가 하나도 없지 않소? 결국 놈들은 추위와 굶주림에 서로를 잡아먹다가 한 세대도 넘기지 못하고 자멸할 거요.”
“지금 네 녀석들은 마물들을 이끄는 라미아의 존재를 간과하고 있다! 그녀라면 분명 이 추위조차도 극복해낼 거야. 얼마 남지 않았다고! 당장, 병사들을 이끌고 들어가서 그녀를 죽어여야 해! 더 강해지기 전에!”
사내가 두려움에 떨며 소리 지르자, 곁에 있던 다른 사람들이 질렸다는 표정을 지으며 대꾸했다.
“그래봤자 한낱 마물이 아닌가?”
핀잔을 주듯이 툭 던진 말에 사내가 갑자기 벌떡 자리에서 일어서더니, 탕! 하고 탁자를 세게 내리쳤다.
“마물이 아니다! 신이다!”
“신?”
“그래! 그녀는 신이다! 우리가 신을 만들어낸 거라고! 새로운 신! 라미아, 그녀는 신이야!”
사내의 말에 다른 모든 사람들이 어처구니없단 표정을 지었고, 나는 옆에 서있는 에나를 바라보며 생각에 잠겼다.
‘우리 에나는 푸른 눈의…….’
은발의 푸른 눈.
정말로 강하고 아름다운 여기사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