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매니저 어플-526화 (526/599)

〈 526화 〉 [비밀 연구소]

* * *

[비밀 연구소]

현재 대한민국에서 가장 핫한 이슈가 무엇이냐고 물어보면 십이면 십, 백이면 백 모두가 멸망한 세계의 탑이라고 대답할 것이다.

언론은 매분 매초 단위로 멸망한 세계의 탑에 대한 기사를 쏟아냈고, 커뮤니티에선 탑을 오르는 자들. 특히나 1층을 가장 먼저 등반했다고 알려진 유 은혜에 대한 이야기를 끊임없이 했다.

그리고 이들의 주요 논쟁거리는 바로 탑을 오르는 자들이 과연 마물 사냥꾼들처럼 마물을 사냥할 수 있느냐는 것이었다.

실제로 TV 프로그램에선 특별 편성으로 탑을 오르는 자들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마물 사냥꾼과 탑을 오르는 자들은 별개의 존재라고 보시는 게 맞을 겁니다. 그 예로 중국에서 돌아온 마물 사냥꾼들이 탑 안으로 진입해보려고 했지만, 전부 다 가로막히지 않았습니까?”

“하지만 최초로 1층을 등반했다고 알려진 유 은혜 씨의 설명으론 좀비가 등장했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좀비도 오크나 오우거처럼 일종의 마물로 봐야 하는 게 옳지 않을까요?”

“하지만 이 둘의 등장 방식이 너무나도 다릅니다. 앞에 자료를 보시면 아시겠지만, 마물 사냥꾼들이 사냥하는 마물의 경우에는 위의 사진처럼 일정한 전조를 두고서 등장합니다. 반면에 멸망한 세계의 탑이라고 알려진 이 구조물은 전조조차 없이 솟구쳐 올랐습니다.”

화면에 띄워진 두 사진을 비교해보니, 확실히 둘의 등장 방식이 확연하게 다르다는 걸 한눈에 알 수 있었다.

“단순히 등장하는 방식의 차이가 아닙니까?”

“아닙니다. 이미 수많은 학자들이 이건 차원을 경유해서 통과하는 현상이라고 추측하고 있습니다. 특히나 지금 이 사진처럼 마물이 등장하는 시점에 나타나는 공간의 일그러짐은 차원과 차원 사이의 이동할 때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이를 두고 몇몇 학자들은 이를 소형화된 테서랙트라고 부르고 있기까지 합니다. 만약 현 인류가 이 현상을 명확하게 규명해낼 수만 있다면 우주 영화에서나 보던 워프가 실제로 가능해질 겁니다.”

“잠시만요. 다른 차원이 실제로 존재하는지, 아직 확실하게 정해진 것도 아닌데 너무 섣부른 판단이 아닙니까?”

“물론 어디까지나 가능성입니다. 지금으로선 명확하게 밝혀진 게 어느 것 하나도 없으니까요. 하지만 여기서 제가 한 가지 확실하게 말씀드릴 수 있는 건, 마물과 멸망한 세계의 탑은 서로 다른 이질적인 존재라는 사실입니다.”

“그럼 이 둘을 완전히 별개의 존재라고 봐야 된다는 겁니까?”

“네, 그렇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이 둘의 가장 큰 차이점이라고 한다면, 탑 안에서 쓰러트린 좀비가 녹색 보석을 떨어트리지 않았다는 겁니다.”

녹색 보석의 이야기에 맞은편 패널에 앉아 았던 사람이 작게 신음했다.

“마물과는 다르게 경제적 가치가 아예 없다는 소리군요.”

“하지만 이런 상황임에도 우리는 반드시 멸망한 세계의 탑을 무너트려야 합니다.”

“어째서입니까?”

“멸망한 세계의 탑이 출현한 장소가 문제가 되기 때문입니다. 여러분들도 모두 아시다시피 멸망한 세계의 탑이 출현한 장소는 서초구 예술의 전당 부근입니다. 때문에 지금 예술의 전당은 물론이고 일대의 땅이 모두 군대의 통제를 받고 있는 중입니다. 한 마디로 그 누구도 쓰지 못하는 황무지 되어버린 셈입니다.”

남자는 지도에 표시된 구역을 손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심지어 만약에 멸망한 세계의 탑이 몇 개 더 늘어난다면 강남을 비롯한 다른 지역들까지 피해를 입게 된다고 설명을 덧붙였다.

“하지만 이미 정부에서 발표했듯이 가능한 모든 방법을 동원했음에도 불구하고 탑을 무너트릴 수 없었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네, 그렇습니다. 하지만 우리에겐 아직 한 가지 방법이 더 남아있습니다. 그건 바로 멸망한 세계의 탑에 진입했던 탑을 오르는 자들을 훈련시키는 방법입니다. 생존자분들의 말에 따르면 이틀 뒤에 다시 탑 안으로 진입한다고 하니, 그전까지 최대한 빠르게 실전 훈련을 한 다음에 탑을 정복하는 것입니다.”

“그건 너무 가혹한 처사가 아닙니까? 안 그래도 생존자 중에는 나이 어린 학생들도 있었습니다. 심지어 몇몇은 심각한 PTSD 후유증까지 겪고 있다고 하는데, 여기서 훈련까지 시키자는 건 너무 지나친 것 같습니다.”

“하지만 당장 생존이 걸린 문제가 아닙니까?”

두 사람의 대화는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더 격화되었다. 커뮤니티도 프로그램에서 나온 이야기로 찬성과 반대로 나뉘어서 싸우고 있었다.

‘가능하면 다음 회차에서 멸망한 세계를 구원하는 게 제일 베스트인데.’

솔직히 나도 마음 같아선 당장에라도 멸망한 세계의 탑을 무너트리고 싶었다. 하지만 심각한 제한을 받은 탓에 그러기가 쉽지 않았다.

“뭘 보고 있어?”

이처럼 내가 고민을 하고 있을 때, 어느새 잠에서 깬 건지 서연이 누나가 반쯤 헐벗은 차림으로 거실로 나왔다. 이에 나는 TV 화면을 손으로 가리키며 대답했다.

“TV 좀 보고 있었어요.”

“뭐 하는데? 아, 그 탑?”

“네.”

“신경 쓰여?”

누나는 혹여나 내가 위험한 짓을 할까 걱정이 되는 모양인지, 슬그머니 내 곁으로 다가와서는 팔을 붙잡았다.

“이대로 놔둘 순 없으니까요.”

“마물 사냥꾼들한테 시켜봐.”

“안 그래도 중국에서 돌아온 마물 사냥꾼들이 탑 안으로 들어가 보려고 시도했었나 봐요.”

“근데?”

“안 됐다고 하더라고요. 몇 시간 전에 정부가 공식적으로 발표했으니까 확실해요.”

내 말에 누나가 골치 아프다는 듯, 눈살을 살짝 찌푸리며 고개를 기울였다.

나는 누나의 어깨에 손을 올리며 말을 이었다.

“……누나는 신경 쓰지 마세요. 제가 다 알아서 할 테니까요.”

“무슨 좋은 방법이 있어?”

“네, 좀 힘들긴 해도……. 뭐, 어떻게든 되겠죠.”

세계를 구원하는데 전혀 연관성이 없어 보이는 요리사란 직업을 받긴 했지만, 몇 번 반복하다 보면 결국엔 깨지 않을까 싶다. 게다가 원래 전투나 전쟁에서 가장 중요한 건, 보급이었다. 아무리 잘 싸워도, 밥을 제때 먹지 못한다면 힘을 제대로 쓰지 못하는 법이었으니 말이다.

“그보다 누나, 배고프지 않아요?”

“응? 응, 배고파. 뭐 시켜 먹을까? 아니면 나가서 사먹을까?”

“제가 떡볶이 해드릴게요. 누나가 자는 동안, 재료 사왔거든요.”

“유현이, 네가? 뭐, 좋아. 어디 한 번 해봐.”

누나의 허락을 받은 나는 곧장 소파에서 일어난 다음에 부엌으로 향했다.

‘원래 이쯤에서 재료 정보가 떠야 하는데.’

냉장고에 넣어두었던 재료들을 꺼내던 나는 불현듯 치미는 허전함에 혀를 내둘렀다. 그도 그럴 것이 7일 동안 내가 원하든 원치 않든 매번 봤던 상태창이었다. 그런데 그게 한순간 사라지니, 시원섭섭한 감정이 드는 건 어쩔 수 없었다.

‘뭐, 어쩔 수 없지.’

나는 재료를 다 꺼낸 뒤에 어묵과 양파, 대파를 먹기 좋은 크기로 썰었다.

원래 이때, 시스템이 어느 정도 크기로 썰어야 하는지 가르쳐줘야 했지만 아쉽게도 지금 내겐 시스템이 없었다.

일단 손이 가는대로 재료를 썬 나는 널찍한 팬에 물과 고춧가루, 물엿, 고추장, 설탕, 진간장, 참치액, 다시다를 넣고 끓였다. 간단한 레시피였지만, 왠지 시스템이 보이질 않으니 괜스레 불안해졌다.

지금 내가 잘 하고 있는 걸까? 게다가 무엇보다 요리가 언제 완성되는지, 시간으로 표시해주질 않으니 더더욱 그런 면이 없잖아 있었다.

‘역시 시스템 없이 요리하려니까 좀 힘드네.’

그래도 한 가지 다행스러운 점이라면, 몸에 요리하는 법이 익어서 감각과 요령만으로 이 정도면 익었겠지라는 생각으로 손을 움직이게 되었다는 것이었다. 일주일 동안 알마에게 요리를 배운 보람이 있었다.

나는 미리 삶아둔 계란을 꺼낸 다음에 껍질을 까고 팬에 넣은 다음에 10분 정도 끓이면서 졸였다. 그리곤 충분히 됐다 싶었을 때, 떡과 양배추, 어묵, 파를 넣고 완성했다.

서연이 누나는 부엌에서 풍겨오는 매콤한 냄새의 유혹에 이기지 못한 듯, 홀린 듯 부엌으로 와서는 젓가락으로 떡볶이 하나를 콕 찔러 먹었다.

“와, 이거 맛있는데?”

“입맛에 맞아요? 맵진 않고요?”

“응, 딱 좋아. 내 입맛에 딱이네. 얼른 먹자.”

누나는 내가 만든 떡볶이에 홀딱 반한 표정을 지으며 의자에 앉았다. 그리곤 어서 빨리 식탁 위에 올려놓으라며 성화를 불렸다. 이에 나는 받침대를 챙긴 뒤에 팬을 올려놓고는 누나와 함께 떡볶이를 먹어봤다.

‘확실히 실력이 늘어났다는 게 느껴지네.’

시스템으로 따지자면 요리사 레벨 5 정도는 되지 않을까 싶다. 어쩌면 6? 아무튼 평범하게 요리를 잘하게 된 것 같았다. 그리고 이처럼 저녁으로 떡볶이를 먹은 우리는 가볍게 영화 한 편을 보고는 침대 위로 직행했다.

찌걱, 찌걱, 찌걱!

“흐읏! 아앙, 좋아! 좀 더……! 흐응!”

알마도 상당히 적극적인 편이긴 했지만, 역시 서연이 누나한테는 비할 바가 아니었다. 특히나 거의 나를 잡아먹을 기세로 엉덩이를 위에서 아래로, 다시 아래에서 위로 흔들어대는데 그 모습이 상당히 장관이었다.

“좋아! 흐읏! 이거, 좋아서……!”

철썩, 철썩 소리가 날만큼 엉덩이를 흔들어대던 누나는 금방이라도 가버릴 것 같은 표정을 지으며 입을 뻐끔거렸다.

아주 내 자지가 좋아죽겠다는 얼굴이었다.

‘이렇게 가만히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재밌긴 하지만.’

망가질 대로 망가진 누나의 얼굴을 바라보던 나는 갑작스럽게 허리를 흔들어 누나의 질 내를 깊숙이 찔렀다.

“흐으으윽!”

그 순간, 누나가 엉덩이를 부들부들 떨며 자지러지는 신음을 토해냈다. 가끔씩 오옥, 옥, 소리를 내며 혀를 길게 내밀었는데, 너무 기분 좋아서 정신줄을 놓아버린 모양이었다. 확실히 스킬이 있는 게, 편리하고 좋았다.

‘쾌감 공유가 사기긴 해.’

지금 내가 느끼고 있는 쾌감을 서연이 누나도 일부분 느끼고 있을 거라고 생각하니, 왠지 기분이 좋아졌다.

나는 경련하는 누나의 질 내를 거칠게 몇 번이고, 찔러대다가 이윽고 울컥 치미는 사정을 느끼곤 안에 사정했다.

“아흐으읏! 아앗, 아……!”

사정의 쾌감에 누나가 필사적으로 내 몸을 꽉 끌어안으며 숨을 헐떡였다. 이젠 누나의 얼굴만 봐도 몇 번 가버렸는지 알 수 있을 정도였다.

나는 누나의 몸을 다정하게 쓰다듬어주며 사정의 여운을 즐겼다.

“하아, 하아…….”

그리고 이후로 몇 번 더 즐기고 나니, 누나는 완전히 지친 듯 내 가슴팍에 얼굴을 묻은 채로 꼼짝도 하지 않았다. 이에 나는 누나가 잠들 때까지 기다리다가 숨소리가 고르게 변했을 때, 슬그머니 침대에서 일어났다.

‘누나가 자는 동안, 이계 퀘스트 좀 해둬야지.’

물론 내일 누나가 회사에 출근했을 때 천천히 해도 되긴 했지만, 이계 퀘스트 목록에 있던 비밀 연구소가 마음에 걸려서 도저히 그럴 수가 없었다.

이러한 생각에서 나는 간단히 옷을 입은 뒤에 거실 소파에 앉아 매니저 어플을 실행했다.

[이계 퀘스트]

[심연의 마녀]

라인펠덴 가문의 가주는 자신의 딸이 앓고 있는 불치병을 고치기 위해서 현자라고 불린 사내를 부르려고 했습니다.

허나 그게 뜻대로 되지 않자, 현자를 불러낼 수단으로 마정석 파편을 모으기 시작했는데 하필 마정석 파편이 가주의 딸에게 이끌렸다. 마정석 파편은 일시적으로 가주의 딸을 치료해주었고, 그걸 본 가주는 더 많은 마정석 파편을 딸에게 먹였습니다. 그리고 끝내, 마지막에는 폭주하고 말았습니다.

가주의 딸은 마정석 파편에게 잡아먹혔고, 심연을 엿본 대가로 마녀가 되었습니다.

­라인펠덴 가주의 딸을 처치하고 마정석 파편을 손에 넣으세요. (보상 : 랜덤 장비 상자)

[비밀 연구소]

마정석 파편이 가진 힘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거대합니다. 또한 매우 위험합니다. 그렇기에 아단트 교단이 각 왕국에게 협력을 요청해서 마정석 파편을 모으도록 했지만, 모두가 그 뜻에 따르는 건 아닙니다.

하폰 왕국을 제외한 다른 왕국들은 저마다의 욕심을 채우기 위해서 비밀리에 마정석 파편을 연구하기 시작했습니다. 연구는 매우 순조로우며, 많은 수의 마물들이 마정석 파편에 오염된 채 실험용 생쥐처럼 이용당하고 있습니다.

­비밀 연구소를 습격해서 마정석 파편을 손에 넣으세요. (보상 : 랜덤 장비 상자)

[폭주]

대륙 최북단에 자리 잡은 얼음의 왕국, 벨포에서 마정석 파편을 연구하다가 사고가 일어났습니다. 마정석 파편을 과도하게 흡수한 마물이 폭주하기 시작했고, 벨포 왕국은 이를 막아보려고 했지만 사태는 점점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커져 버렸습니다.

연구소의 마물들은 폭주한 마물, 라미아를 주축으로 연구소를 장악했습니다.

­라미아를 처치하고 마정석 파편을 손에 넣으세요. (보상 : 랜덤 스킬 상자)

* *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