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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나 다들 하나 같이 미인이다 보니, 쉽게 눈을 뗄 수 없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언제까지 계속 빤히 쳐다볼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물론 유 지아는 내가 쳐다보고 있든 말든 그다지 신경을 쓰지 않는 눈치였지만, 다른 얘들은 전혀 그렇지 않았다.
특히나 신 혜진 뒤에 숨어있는 예지는 금방이라도 펑 하고 터질 것만 같은 얼굴을 하고 있었다.
누가 봐도 서로가 불편한 상황이었다.
그렇기에 나는 살짝 고개를 돌리며 유 지아에게 물어보았다.
“옷은 어떻게 하고 수건만 걸치고 계신 겁니까?”
“옷? 아아, 그거 빨았어. 너무 더러워져서 도저히 못 입겠더라고.”
확실히 그 말대로 땀과 흙으로 더러워져 있는 옷을 다시 입는다는 건, 다소 무리가 있었다. 하물며 그것이 깨끗이 씻고 난 뒤라면 더 말할 것도 없었다.
나는 유 지아의 왼손에 들려있는 옷가지를 확인하고 시선을 벽 쪽으로 돌렸다.
“그럼 거기 벽에 걸려있는 망토라도 좀 두르세요.”
이리 말하며 손으로 벽에 걸려있는 망토를 가리키자, 유 지아의 얼굴이 환하게 밝아졌다.
“오, 이거 입어도 되는 거야? 땡큐, 잘 입을게.”
씩씩하게 말하는 그녀를 보고 있자니, 절로 쓴 웃음이 터져 나왔다.
참 넉살이 좋은 여자였다. 저런 성격이라면 어딜 가더라도 절대로 굶어죽지는 않을 것이다. 나는 잠시 유 지아를 바라보다가 이내 멀뚱하니 서있는 다른 마물 사냥꾼들을 향해 입을 열었다.
그녀들도 유 지아와 마찬가지로 수건 한 장만 덜렁 걸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다른 분들도 망토 하나씩 골라서 입으세요.”
“아, 네!”
이런 내 말에 다들 달가운 표정을 지어보이며 서둘러 망토를 하나씩 골라 입기 시작했다.
그 후, 유 지아를 선두로 하나둘씩 저택 밖으로 나갔다. 뭘 하려는 건가 싶어서 창문 너머로 살펴보니, 저마다 손에 쥐고 있던 옷을 근처 나뭇가지 위에 널고 있었다.
확실히 빨래를 말리기엔 바깥만큼 좋은 것도 없었다. 그리고 이처럼 바깥에 빨래를 다 널고 저택 안으로 들어온 유 지아가 날 쳐다보며 물었다.
“채원이는 아직 안 온 거야?”
“지금 부엌에서 운피레아 씨와 함께 간단히 먹을 만한 요리를 만들고 있을 겁니다.”
“오, 정말? 부엌은 어디에 있어?”
“저쪽으로 가시면 됩니다.”
출출했던 모양인지, 유 지아는 내 대답을 듣는 것과 동시에 빠르게 부엌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그런 그녀의 모습을 바라보며 소현은 한숨을 푹 내쉬었다.
한 눈에 딱 봐도 피로해보였다.
하긴 유 지아가 자기보다 나이가 어렸다면 천방지축으로 날뛰는 그녀에게 따끔하게 한 마디라도 해줄 수 있었겠지만, 불운하게도 유 지아 쪽이 훨씬 연상이었다. 제아무리 소현이 리더라곤 하지만 유 지아에게 무어라 하기엔 여러모로 껄끄러울 것이다.
‘소현이 고생하네.’
측은한 마음이 절로 들었다.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그녀에게 따로 선물이라도 줘서 위로를 해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생각을 하며 소현을 바라보고 있는데, 에나가 척척 걸어와서 내 옆에 앉았다. 그와 동시에 향긋한 샴푸 냄새가 코끝을 간질였다. 다른 얘들과 마찬가지로 샤워만 했을 뿐일 텐데, 에나한테서는 반짝반짝 빛이 나는 듯했다.
사랑스럽다는 말로는 부족했다.
“어딜 그렇게 보고 있는 것이냐?”
그 때, 내 옆구리를 쿡 찌르는 손길이 느껴졌다. 투정어린 목소리가 들려온 쪽으로 고개를 돌리자, 아이린이 나를 올려다보며 입술을 삐죽 내밀고 있는 게 보였다.
“질투하시는 겁니까?”
“누, 누가 질투를 했단 거야?”
내 물음에 크게 당황한 표정을 지어보이는 아이린의 모습에 나는 속으로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겉으론 아무렇지 않은 척 하면서도 실은 질투가 나서 어쩔 줄 몰라해하고 있는 게, 너무나도 귀여웠기 때문이었다.
나는 오른손을 들어 빨갛게 물들어 있는 아이린의 뺨을 어루만졌다. 그러자 손바닥에 닿는 매끄러움, 얼굴의 온기가 내 기분을 들뜨게 만들어주었다. 반면에 아이린은 이런 내 손길이 마냥 부끄럽기만 한 모양인지, 고개를 푹 숙였다.
“뭐야? 지금 둘이서 염장 지르는 거야?”
이처럼 아이린을 달래주고 있는데, 유 지아의 날선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에 고개를 돌리자, 채원이와 함께 양 손에 접시를 들고서 이리로 걸어오고 있는 그녀의 모습이 내 눈에 들어왔다.
나는 두 사람을 번갈아보며 입을 열었다.
“운피레아 씨는요?”
“아, 선생님은 지금 뒷정리를 하고 계세요.”
“선생님?”
“네? 네. 선생님요.”
선생님이라. 확실히 틀린 말은 아니었다. 게다가 채원이가 운피레아를 부를만한 호칭도 마땅한 게 없었고 말이다.
그도 그럴 것이 아줌마라고 부르기엔 운피레아의 외모가 너무나도 젊었고, 언니라고 부르기엔 나이 차이가 너무 심했다. 그렇다면 이모는? 글쎄. 아무리 봐도 운피레아와는 맞지 않았다.
나는 선생님이란 호칭이 잘 어울린다고 생각해서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리고 이처럼 내가 채원이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동안에 유 지아가 양 손에 들고 있던 접시를 탁자 위에 올려놓으며 말했다.
“다들 이것 좀 먹어봐. 엄청 맛있어. 너도 염장만 지르지 말고 이것 좀 먹어봐.”
이리 말한 그녀는 과자 하나를 집어 들어서 내게 내밀었다.
“네? 아뇨, 전 괜찮습니다.”
“왜? 가면 때문에 그런 거야? 언제까지 그렇게 얼굴을 감출 건데? 좀 보여주면 어디가 덧나냐? 아니면 우리가 눈이라도 가리고 있을까?”
오늘따라 얘가 왜 이렇게 공격적인 걸까? 조금 부담스럽긴 했지만 그래도 기본적으로는 날 챙겨주는 것이니 너무 기분 나빠하진 않기로 했다. 게다가 내가 먼저 원인을 제공하기도 했고 말이다.
이런 생각에서 입을 열려는데, 소현이 먼저 입을 열었다.
“언니, 왜 그래요.”
“내가 뭐……. 쳇, 알았어. 마음대로 해.”
소현의 말에 혀를 찬 유 지아는 그대로 털썩 소파에 앉아서는 손에 들고 있던 과자를 입 안에 털어 넣었다. 그러자 그제야 다들 하나둘씩 접시에 담겨져 있는 과자 쪽으로 손을 뻗었다.
“와, 이거 왜 이렇게 맛있어?”
“너무 맛있다……. 이거 좀 몇 개 챙겨 가면 안 되려나? 채원아, 이거 만들 줄 알아?”
“선생님이 만드신거라서 저는 좀……. 그럼 이따가 선생님한테 어떻게 만드는 건지 물어볼게요.”
“그래그래, 그렇게 해봐.”
간식을 입에 들어가자, 썰렁했던 분위기가 순식간에 화기애애하게 변했다. 확실히 분위기를 전환시키는데는 달콤한 과자만큼 좋은 것도 없었다.
다들 시끌벅적하게 수다를 떨며 간식을 하나둘씩 집어먹었다. 그리고 그 와중에 에나는 일체 아무런 말없이 오독오독, 과자를 갉아먹고 있었다.
그 모습이 마치 햄스터 같은 소동물을 연상시키고 있었다. 이대로 계속 저 양 볼이 빵빵하게 부풀어 오를 때까지 잔뜩 먹여보고 싶단 생각이 자꾸만 치밀어 올랐다. 물론 여기에 내가 싼 정액까지 곁들인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말이다.
이런저런 망상을 하며 에나를 바라보고 있는데, 돌연 그녀가 과자를 반으로 똑 쪼개서는 내게 내밀었다.
“이 정도 크기라면 가면 안에 집어넣어서 드실 수 있을 겁니다.”
내가 자기를 쳐다본 이유가 과자가 먹고 싶어서 쳐다본 것이라고 착각한 모양이었다.
나는 터무니없는 오해를 풀기 위해서 서둘러 입을 열려고 하는데, 돌연 아이린이 자기도 과자를 반으로 쪼개선 내게 내밀었다.
“잠깐, 그거라면 나도……. 이걸 먹어.”
에나의 행동에 자극이라도 받은 모양이었다. 아니면 본능적으로 에나가 자신의 라이벌임을 눈치 챈 것이거나 말이다.
아무래도 마물 사냥꾼들을 현실로 보내고 난 뒤에 아이린과 에나를 나란히 침대 위에 눕혀두고서 안아줘야 될 듯이 싶었다.
물론 앞서서 아홉 명이나 되는 엘프들을 안아준 탓에 허리가 다소 뻐근하긴 하지만, 아이린이나 에나 같은 미인을 안을 수만 있다면 얼마든지 힘을 낼 수가 있었다. 하물며 이걸로 아이린의 질투심을 잠재울 수만 있다면 도저히 힘을 내지 않을 수가 없었다.
“넌 손이 없어, 발이 없어? 그냥 가면을 바꿔 끼면 되잖아. 잠깐 기다려봐!”
그러던 중에 유 지아가 냉큼 일어서서는 가면들이 걸려있는 벽 쪽으로 걸어갔다. 그리고는 곧 눈과 코 그리고 턱 윗부분만 가리는 반쪽 가면을 가져와서는 내게 내밀었다.
이걸 쓰고 내 손으로 직접 과자를 먹으라는 모양이었다.
“감사합니다.”
“가, 감사는 무슨……. 그냥 눈꼴 시려서 그랬던 것뿐이야.”
고맙다는 내 말에 유 지아는 고개를 홱 돌리며 소리치듯 말했다.
나는 유 지아가 내민 가면을 건네받은 뒤에 몸을 돌려서 가면을 바꿔 썼다. 그리고는 다시 고개를 돌리자, 유 지아는 만족한 얼굴을, 이 소현과 예지, 채원이는 양 볼을 발그레 붉힌 채 날 바라보고 있었다.
뭔가 분위기가 참 묘했다.
어떨떨한 기분이었지만, 나는 마음을 가다듬고서 접시 안에 담겨져 있는 과자를 하나 집어서 맛을 보았다.
“맛있네요.”
잘 구워진 과자는 무척이나 달콤했다.
커피 생각이 간절하게 날 정도였다.
“그렇죠?”
채원이가 두 눈을 반짝이며 말했다. 자랑스러워하는 것 같기도 했다. 누가 보면 채원이가 과자를 구운 것이라고 생각할 지경이었다.
나는 픽, 웃고는 입을 열었다.
“그나저나 이렇게 훈련을 받아보니까 기분이 어떻습니까?”
내 물음에 다들 자신감을 얼굴에 드러내며 큰 목소리로 대답했다.
“좋아요! 이젠 마물이 얼마나 몰려오든 간에 전부 다 쓰러트릴 수 있을 거 같아요.”
“큰 도움이 됐어요.”
“훈련이 좀 거칠긴 했지만……. 뭐, 효과 하나는 확실하네.”
유 지아가 자기 볼을 검지로 긁으며 대답하자, 옆에 있던 예지가 킥킥 대며 말했다.
“맞아요. 게다가 지아 언니가 에나 언니한테 맞을 때는…….”
“야! 누가 맞았다는 거야? 으으……. 뭐, 그래. 좀 맞긴 했지.”
“전 언니가 죽는 줄만 알았어요.”
“그러는 너는 몇 대 맞고 뻗었잖아.”
“정말로 아팠는걸요. 마리오네트도 에나 언니랑은 싸우려들지 않고……. 하여간 무서웠어요. 채원이 너는 어땠어?”
예지의 이마를 검지로 꾸욱꾸욱 누르며 대꾸하는 유 지아의 태도에 예지는 울상을 지어보이며 대답했다. 그리고는 곧 모두의 시선이 채원에게로 넘어갔다. 이에 소녀는 수줍어하면서도 기쁜 목소리로 대답했다.
“네? 저는 선생님이 이것저것 잘 가르쳐주셔서 편했어요.”
“부럽다. 나도……. 아, 그렇다고 해서 에나 언니가 싫다는 건 절대로 아니에요! 헤헤, 제 마음 아시죠?”
뜨끔한 예지가 에나를 향해 서둘러 손으로 하트를 만들어 보이자, 주변에 있던 얘들이 깔깔대며 웃었다. 방금 전의 묘했던 분위기가 우스울 정도로 소란스러워졌다. 그리고 이처럼 시끌벅적하게 떠들고 있는 마물 사냥꾼들을 보고 있자니, 내심 마음이 놓였다.
‘훈련은 잘 마무리 된 것 같고…….’
이리 생각하며 고개를 돌리는데, 여전히 과자를 손에 들고 있는 아이린의 모습이 내 눈에 들어왔다.
얼굴에는 잔뜩 심통난 표정이 떠올라있었다. 아무래도 자기가 준 과자를 먹지 않았다고 삐진 모양이었다. 이에 나는 재빨리 고개를 내밀어 그녀의 손에 쥐어져 있는 과자를 먹었다.
“맛있네요.”
이리 말하며 아이린의 손가락을 혀로 핥자, 그녀의 얼굴이 빨갛게 물들었다. 심지어 양 쪽 귀를 팔랑팔랑 흔들기까지 했다.
그 모습을 보고 있자니, 이대로 자빠트린 뒤에 손가락부터 발끝까지 하나하나 꼼꼼히 핥아주고 싶단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이런 충동에 앞서서, 날 뚫어져라 쳐보고 있는 여러 사람들의 시선이 느껴졌다.
뭔가 싶어서 고개를 돌려보니, 소현이를 비롯한 다른 마물사냥꾼들이 두 눈을 또랑또랑 뜬 채로 날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고는 곧 나와 눈이 마주치더니, 누가 먼저랄 것 없이 소리치듯 말했다.
“여, 여기 이것도 좀 드세요!”
“맞아요. 이것도 맛있어요! 자, 아요~! 아~!”
“이것도 맛있는데……. 좀 먹어봐.”
혜진이를 제외한 세 명의 마물 사냥꾼들이 일제히 날 향해 과자를 내밀며 흔들어대고 있었다. 너무나도 적극적인 그녀들의 공세에 곤란함마저도 느껴질 정도였다. 하지만 다행히도 이 사태를 잠재워줄 만한 사람이 등장해주었다.
“어머나, 이게 무슨 소란이래요?”
운피레아의 목소리가 들려오자, 모두의 행동이 거짓말처럼 멈췄다. 그리고 그것과 동시에 채원이를 제외한 다른 마물 사냥꾼들의 입이 떡 벌어졌다.
“와아…….”
다들 한 목소리로 감탄성을 터트렸다.
“……크다.”
========== 작품 후기 ==========
어머님, 클라스.
*추석 연휴 동안 대전에 가봐야해서 한동안 글을 올리지 못 할 것 같습니다. 다들 즐거운 추석 연휴 보내세요!
수천천사 님 : 확실히 먹는다면 성인인 소현이와 지아가... 다른 애들은 큰 다음에 먹어야죠.
좌절천 님 : 헛, 수정했습니다. 지적 감사합니다!
fpfa200 님 : 지적 감사합니다. 수정했습니다~
인페르니우스 님 :그러고보니 현주가 최근에 등장을 못 했군요.
당분이부족 님 : A는 정말 좋은 단어입니다. 그럼요
제작 님 : 저도 연참을 하려고 했는데 글이 너무 엉망이라서.ㅠㅠㅠ 죄송합니다
청산하늘아래 님 : 조, 좋아하긴 하는데... 감금은 싫어합니다!
선무하 님 : ㄹㅇ 지아 각 재고 있습니다.
경찰아저씨 님 : 히익, 경찰아저씨 님이 말씀하시니까 더 무섭잖아요 ㅋㅋ
허니앙쥬 님 : ㄹㅇ 주인공도 가지지 못 한 초고강템을 가지고 있어서..ㅂㄷㅂ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