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타협] -->
‘나쁜 건 아니겠지.’
이제까지 받은 보상치고 나쁜 건 없었으니 말이다. 오히려 내게 득이 되었으면 득이 되었지, 해가 된 것은 하나도 없었다.
나는 가슴이 설레는 걸 느끼며, 크리스마스 날에 선물 보따리를 풀듯이 네를 눌러서 개인 특성을 수령했다.
[축하합니다!]
[개인 특성 ‘축복 (아이템 전용)’을 획득하셨습니다!]
[효과 : 사용자가 현재 보유하고 있는 아이템 중에 한 가지를 선택해서 지정한 대상에게 ‘축복(아이템 전용)’을 내립니다. 축복을 받은 대상은 무작위로 생성된 조건 하에서 아이템의 능력을 무제한으로 사용할 수가 있습니다. 이 때, 축복은 1인당 1회로 한정됩니다.]
“음…….”
상당히 좋은 능력이었다.
물론 무작위로 생성된 조건 하에서 아이템의 능력을 사용할 수 있다는 게, 다소 마음에 걸리긴 했지만 일단 조건만 충족되면 아이템의 능력을 무제한으로 사용하는 게 가능했기 때문이었다.
실제로 내가 가지고 있는 아이템 중에 하나인 등급 상승을 축복으로 내려준다면, 그 사람은 조건이 충복되었다는 가정 하에서 등급 상승을 남발하는 것이 가능했다.
그 외에도 최면, 어디로든 문, 종족 변환……. 그 어떤 축복을 받더라도 다들 하나 같이 대단한 아이템들이었기 때문에 내게 축복을 받은 사람은 그야말로 대박을 쳤다고 하더라도 결코 과언이 아니었다.
특히나 투명화 스티커 같은 건, 남자의 로망이라고도 할 수 있었다.
‘아니, 이럴 땐 투명화 스티커보다 병풍 스티커가 훨씬 나으려나?’
투명화 스티커를 부착하게 하게 되면 단순히 신체가 보이지 않는 것으로 그치지만, 병풍 스티커는 존재 자체를 희미하게 바꿔주는 것이었다.
다르게 말하자면, 내가 뭘 하더라도 다른 사람들이 일체 신경을 쓰지 않는다는 뜻이었다.
막말로 다른 사람들 앞에서 아무 여자나 붙잡아서 섹스를 한다고 하더라도 전혀 신경 쓰지 않을 것이다. 심지어 섹스를 하고 있는 당사자도 말이다.
물론 병풍 스티커가 그 정도로 효과가 좋을지는 아무도 알 수가 없지만……. 잘만 쓴다면 투명화 스티커보다 훨씬 더 좋을 것이 틀림없었다.
“확실히 좋은 능력이긴 한데…….”
두 말 할 것 없이 이 능력은 좋은 능력이었다.
다만 문제는 나 자신에게 사용할 수가 없다는 것이었다. 물론 굳이 축복을 사용하지 않더라도 내가 보유하고 있는 아이템을 사용하는 것으로 동일한 효과를 볼 수가 있었지만, 무한하게 사용할 수 있는 것과 유한하게 사용할 수 있는 것에는 아주 큰 차이가 존재했다.
“……결국 남 좋은 일 시켜주는 거네.”
재주는 곰이 넘고 돈은 되놈이 받는다더니, 딱 그 짝이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아주 못 써먹을 능력인 것도 아니었다. 왜냐하면 내가 충성도 100인 에나에게 축복을 내려준다면, 그녀는 오로지 날 위해서만 능력을 사용해줄 것이 틀림없었기 때문이었다.
같은 맥락에서 엘레노아에게 축복을 내려주더라도 같은 결과가 나올 것이다.
물론 호감도라는 게, 충성도하곤 다르게 감정적인 거라서 매번 내 말에만 따를 거라는 보장은 그 어디에도 없긴 했지만 최소한 엘레노아가 날 배신할 거라곤 생각되지 않았다.
‘일단 이건 보류해두자.’
지금 여기서 아무리 고민해 보았자 해결되는 건 아무것도 없는데다가, 당장 개인 특성을 사용해야 되는 것도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어디까지나 내가 선택할 수 있는 행동의 가짓수가 늘어난 것에 불과했다.
이처럼 생각을 마무리 지은 나는 확인을 눌렀다. 그러자 뒤이어 새로운 알림문구가 떠올랐다.
[마물 사냥꾼 ‘이 소현’이 훈련을 끝마쳤습니다.]
[경험치 ‘1730’을 획득했습니다.]
[특별 성과가 발생했습니다.]
[방패를 들어 막고, 막고, 또 막았습니다. 그 때마다 전의가 꺾이고, 마음이 꺾여나갔지만 그녀는 결코 뒤로 물러서지 않았습니다. 그녀의 정신력에 경의를 표시합니다.]
[근력이 3 상승했습니다.]
[민첩이 2 상승했습니다.]
[체력이 1 상승했습니다.]
[행운이 1 상승했습니다.]
[마물 사냥꾼 ‘유 지아’가 훈련을 끝마쳤습니다.]
[경험치 ‘2550’을 획득했습니다.]
[특별 성과가 발생했습니다.]
[그녀는 흡사 피에 굶주린 맹수와도 같았습니다. 궁지에 몰렸음에도 전혀 주눅 들지 않고, 오히려 달려드는 그녀의 전투 본능은 가히 광전사라 불러도 손색이 없을 정도입니다. 전신이 피에 물드는 날, 그녀는 진정한 전사로 거듭나게 될 겁니다. 그 날을 기대하며 축복을 내립니다.]
[근력이 5 상승했습니다.]
[민첩이 5 상승했습니다.]
[마물 사냥꾼 ‘김 예지’가 훈련을 끝마쳤습니다.]
[경험치 ‘1100’을 획득했습니다.]
“…….”
입이 딱 벌어졌다. 설마하니 이 정도로 훈련의 성과가 좋게 나올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 했기 때문이었다.
아무래도 다음에 또 시간이 날 때, 마물 사냥꾼들을 이런 식으로 훈련시켜야 될 듯이 싶었다.
‘그나저나 예지가 특별 성과를 못 받아낸 게 아쉽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경험치를 천 이상 받아낸 걸 보면 그녀도 나름대로 노력한 것임이 틀림없었다. 그렇기 때문에 그녀의 노력을 깎아내리고 싶은 마음은 추호도 없었다. 오히려 칭찬해주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나는 흐뭇하게 미소 짓고는 확인을 눌렀다. 그러자 매니저 어플 초기 메뉴 화면에 내 눈에 들어왔다. 이제 더 이상 알려줄 것이 없는 모양이었다. 이를 확인한 나는 공간 이동 반지를 사용해서 아이린을 떠올렸다.
그러자 일순 몸이 허공에 붕 떠오르는 느낌이 들더니, 이내 눈앞에 아이린과 신 혜진의 모습이 나타났다.
“아……!”
이처럼 내가 갑작스레 나타나자, 아이린이 놀란 듯 외마디 탄성을 터트렸다.
신 혜진도 깜짝 놀란 눈치였다.
나는 두 사람을 번갈아보며 입을 열었다.
“훈련은 이만 끝내고 저택으로 돌아가세요. 다들 씻고 있을 테니, 거기서 씻으시면 됩니다.”
이러한 내 말에 신 혜진이 보기 드물게 아쉬워하는 표정을 지어보이며 내게 물었다.
“혹시 훈련은……. 이번 한번으로 끝나는 건가요?”
보아하니 그 짧은 시간 사이에 아이린과 많이 친해진 모양이었다. 실제로 아이린도 겉으론 내색하지 않고 있었지만, 은근한 시선으로 나를 바라보며 아쉬움을 드러내고 있었다.
“훈련이 즐거웠나 보군요. 걱정 마세요. 다음에 또 기회가 된다면 훈련을 받게 될 테니까요.”
“아, 네!”
다음이란 말에 신 혜진의 얼굴이 환하게 펴졌다. 우리를 지켜보고 있던 아이린도 크게 다를 바가 없었다.
나는 기뻐하고 있는 두 사람에게 먼저 저택에 가있으라고 말한 뒤에 공간 이동 반지를 사용해서 운피레아와 한 채원이 훈련을 하고 있는 공터로 장소를 이동했다. 그러자 멀지 않은 곳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풀밭에 앉아있는 두 사람의 모습이 내 눈에 들어왔다.
마침 훈련을 끝마치고 쉬고 있었던 모양이었다.
“쉬고 계셨습니까?”
두 사람 곁으로 다가가 이리 묻자, 운피레아가 어머! 하고 작게 탄성을 터트리며 날 향해 고개를 돌렸다. 그리곤 언제나 그랬듯이 다정하기 짝이 없는 미소를 지어보이며 나를 맞이해주었다.
“오셨어요?”
온화한 목소리가 내 가슴을 간질였다. 언제 들어본 마음이 편안해지는 목소리였다.
나는 고개를 작게 끄덕이고는 입을 열었다.
“이제 그만 훈련을 마치고 저택으로 돌아가죠.”
“에? 벌써요?”
돌아가는 내 말에 채원이는 여지없이 아쉬움을 드러내었다. 운피레아는 그런 소녀가 마냥 귀엽기만 한 모양인지, 흐뭇하게 웃고 있었다.
보아하니 이쪽도 좋은 분위기 속에서 훈련이 진행된 모양이었다. 역시나 다들 하나 같이 미인이다 보니, 마음씨도 곱다.
나는 채원이의 머리를 쓰다듬어주며 말했다.
“다음에 또 운피레아 씨에게 훈련을 받게 될 테니, 너무 아쉬워하지 마세요.”
“정말이요?”
“네, 정말로요. 그보다 어서 빨리 저택으로 돌아가죠. 다들 기다리고 있을 테니까요.”
이리 말한 나는 저택 쪽으로 몸을 돌렸다.
솔직히 마음 같아선 공간 이동 반지를 다시 한 번 더 사용하고 싶었지만, 유감스럽게도 공간 이동 반지는 각각의 효과를 1시간에 한번 씩 밖에 사용할 수 없었다.
“주인님, 제가 공간 이동 마법을 사용해도 될까요?”
그 때, 운피레아가 내 아쉬움을 덜어주었다. 이에 나는 반색하며 얼른 그녀 쪽으로 몸을 돌렸다.
“물론이죠.”
이러한 내 말에 운피레아는 얼른 자리에서 일어나 주문을 외기 시작했다. 그러자 얼마 지나지 않아, 몸이 허공에 붕 떠오르는 느낌이 들더니 이윽고 저택 거실로 이동되었다.
앞서 내가 사용했던 공간 이동 반지와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편안한 이동이었다.
‘이거 앞으로 애용해야 되겠는데?’
나는 내심 감탄하며 입을 열었다.
“지금 다들 씻고 있는데, 두 분도 씻으시겠습니까?”
이 물음에 운피레아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점잖게 사양했다.
“전 괜찮아요. 그보다 다들 아무것도 먹지 못 했을 텐데, 간단한 간식거리라도 챙겨놓을게요.”
확실히 운피레아의 말대로 마물 사냥꾼들이 훈련을 받는 대여섯 시간 동안 아무것도 먹질 못 했다.
다들 모르긴 몰라도 공복 상태일게 틀림없었다. 나도 좀 출출하기도 했고 말이다. 이에 나는 허락의 뜻에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옆에 서있던 채원이가 기다렸다는 듯이 입을 열어 큰 목소리로 말했다.
“앗! 그럼 저도 도와드릴게요!”
“그래주겠니? 이리 따라오렴.”
“네!”
이처럼 두 사람이 주방 쪽으로 발걸음을 옮기자, 나는 근처 소파에 엉덩이를 깔고 앉았다. 그런 다음에 신 혜진과 한 채원의 훈련 성과를 살펴보았다.
[마물 사냥꾼 ‘신 혜진’이 훈련을 끝마쳤습니다.]
[경험치 ‘1700’을 획득했습니다.]
[특별 성과가 발생했습니다.]
[우리는 그녀를 다시 평가해야 될 겁니다.]
[민첩이 10 상승했습니다.]
[마물 사냥꾼 ‘한 채원’가 훈련을 끝마쳤습니다.]
[경험치 ‘3100’을 획득했습니다.]
[특별 성과가 발생했습니다.]
[마나의 사랑을 받는 아이가 탄생했습니다. 모든 마나가 소녀를 감쌌으며, 소녀는 마나의 끈을 깨우쳤습니다. 이제 소녀는 진정한 마법사로 거듭났습니다. 그리고 앞으로 얼마나 성장하게 될지, 그리고 또 얼마나 뛰어난 마법사가 될지, 그 누구도 감히 알 수가 없습니다. 아무도요!]
[마력이 5 상승했습니다.]
[마물 사냥꾼 ‘한 채원’의 스킬 ‘화염의 마녀’가 제거됩니다.]
[마물 사냥꾼 ‘한 채원’의 스킬 ‘모든 원소를 다루는 마법사’가 추가됩니다.]
[효과 : 속성 마법을 사용할 시, 마법의 위력을 50% 상승시켜줍니다.]
“이게 진짜 대박이네.”
앞선 마물 사냥꾼들과는 비교도 되지 않았다. 단언컨대 이번 훈련으로 가장 큰 수혜를 받은 건, 바로 채원이였다.
이걸 보니 나는 마음이 든든해지는 걸 느꼈다. 왜냐하면 마물 사냥꾼들이 강해지면 강해질수록 내가 안전해지기 때문이었다.
애당초 마물 사냥꾼들이 왜 만들어졌던가? 그건 바로 내 정기를 노리고서 현계에 나타나는 마물들 때문이었다. 그러니 이런 식으로 마물 사냥꾼들이 강해지는 건, 두 팔 벌려 환영해야 될 일이었다.
========== 작품 후기 ==========
다음화에서 현실로 돌아갈겁니다!
수천천사 님 : 엌ㅋㅋㅋ 대놓고라니.ㅋㅋㅋ 패기가 끝내주네요.
히네쿠 님 : 그것도 고민하긴 했는데, 이번 축복은 정말로 중요하기 때문에 그럴수가 없었습니다.
Arcy 님 : 모든 소설을 연결시켜줄 중요한 스킬이죠
팀부스터 님 : 맞아요. 항상 터트리려고 하면 강화에 성공하죠 ㅂㄷㅂㄷ
인페르니우스 님 : 하악 재밌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할레데임 님 : 고생하셨어요. 예비군 진짜 극혐... 전역했으면 좀 편하게 해줄것이지!
유다빈 님 : 엌ㅋ 글쎄요. 어떤 엔딩이 나오련지.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