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489 [타협] =========================
“다시 한 번 더 해!”
그 때, 유 지아가 분한 목소리로 외쳤다. 어지간히도 자존심이 상한 모양이었다. 그리고 에나는 그런 그녀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시험이 끝난 뒤에 상대해드리겠습니다.”
“시험?”
시험이란 말에 의아해하는 유 지아다. 이에 나는 에나를 대신해서 그녀에게 설명해주었다.
“간단한 겁니다. 유 지아 씨와 이 소현 씨가 번갈아가면서 김 예지 씨를 한번 씩만 상대해주시면 됩니다.”
“예지하고?”
내 말이 상당히 의외였던 모양인지, 유 지아가 깜짝 놀란 목소리로 재차 물었다. 그리고 이런 그녀의 의문은 당연한 것이었다. 왜냐면 예지는 다섯 명의 마물 사냥꾼들 중에서 회복 역할을 담당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번에 제가 김 예지 씨에게 새로운 장비를 하나 드렸거든요.”
나는 간단히 말했다. 굳이 입 아프게 부연설명을 덧붙일 필요도 없었다. 실제로 내가 주는 장비는 하나 같이 성능이 뛰어난 것들이었으니 말이다. 유 지아와 이 소현도 그 사실을 잘 알고 있었기에 두 사람 모두 납득한 표정을 지어보이고 있었다.
그리고 이윽고 유 지아가 앞으로 나서며 입을 열었다.
“그럼 내가 먼저 해볼게. 예지야, 괜찮지?”
“네, 언니!”
유 지아의 물음에 예지가 바짝 긴장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평소에 유 지아가 예지 같은 어린 동생들을 어떻게 다루었는지, 단번에 알 수가 있었다. 그리고 이처럼 긴장된 표정을 짓고 있는 김 예지를 바라보던 유 지아가 살포시 웃으며 바로잡았다.
그걸 본 예지 또한 십자 모양의 손잡이를 왼손에 꽉 쥔 채로 저주 받은 마리오네트를 자기 앞에 내려놓았다. 이에 유 지아가 호기심 가득한 목소리로 물었다.
“그게 이번에 받은 새로운 장비야?”
“네.”
“그런 귀여운 인형으로 제대로 싸울 수 있겠어?”
웃음기 섞인 유지아의 말에 저주받은 마리오네트가 돌연 고개를 치켜들며 특유의 웃음소리를 내었다.
“깔깔깔, 귀여운 인형이라니……! 이게 대체 얼마 만에 들어보는 소리야?”
“……!”
마리오네트가 말하자, 유 지아의 얼굴에 놀란 표정이 떠올랐다. 당연히 그 뒤에 서있던 소현도 놀라기는 마찬가지였다.
“뭐, 뭐야? 인형이 말을 하잖아?”
“그래서 불만이니?”
능글맞은 목소리로 묻는 마리오네트의 행동에 유 지아는 자존심이 상한다는 듯이 미간이 좁혔다가 이윽고 고개를 가로저으며 귀찮다는 식으로 말했다.
“끙……. 아, 몰라. 알게 뭐야.”
이리 말한 직후, 유 지아는 무작정 인형을 향해 달려들기 시작했다.
“깔깔깔, 성격도 급해라!”
“닥쳐!”
큰 소리로 외친 유 지아는 빠른 속도로 인형과의 거리를 좁혔다. 그녀의 양 손에 끼워져 있는 곰의 발톱이 후웅하고 묵직한 파공성을 일으켰다.
“거친 아이구나.”
그러나 마리오네트는 그걸 간단히 피했다. 심지어 유 지아를 놀려대기까지 하고 있었다. 덕분에 독이 오를 대로 바짝 오른 유 지아가 당장에라도 인형을 찢어죽일 것처럼 우악스레 손을 뻗어대었다. 물론 이런 그녀의 공격은 번번이 허공을 가르며 빗나갔지만 말이다.
“……슬슬 끝내볼까?”
그러던 중에 마리오네트가 두 손을 머리 위로 쭉 뻗었다. 그러자 갑자기 검은색 연기가 인형의 손에 모이더니, 곧 그것은 거대한 낫을 만들어내었다.
하지만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윽!”
낫을 만들고 남은 검은색 연기가 유 지아의 몸을 덮쳤다.
유 지아는 황급히 양 팔로 자기 얼굴을 가리며 뒤로 물러났다. 그러나 검은 연기는 단순히 그녀를 내쫓은 걸로는 만족하지 않는다는 듯이 쭉 뻗어 나와 그녀의 양 발을 움켜잡았다.
“깔깔깔, 어딜 도망치려고?”
마리오네트의 웃음소리가 사방에 울려펴졌다. 동시에 인형의 손에 들려있던 낫이 금방이라도 유 지아의 몸통을 반 토막 낼 것처럼 날아들었다.
“플라이!”
그러나 그 전에 먼저 유 지아가 하늘에 날아올랐다.
그녀는 자신의 발목을 붙잡고 있던 검은 연기를 간단히 뿌리쳐낸 뒤에 멀찍이 뒤로 물러났다. 마리오네트는 그 모습을 보며 아쉽다는 듯이 달그락거리는 소리를 내었다.
“격투가가 아니었구나.”
“뭐래.”
마리오네트의 말에 헛웃음을 터트린 유 지아는 다시금 달려들었다.
이번에는 방금 전과는 다르게 신중하게 달려들고 있었다. 마리오네트도 그걸 느낀 모양인지, 그녀의 공격을 막아내기보다는 피하고 있었다.
그 모습이 마치 하나의 곡예를 보고 있는 것만 같았다.
마리오네트는 유 지아가 휘두른 주먹을 여유롭게 피하며 허공을 휘리릭 돌았다. 그리고는 거칠게 숨을 내쉬고 있는 그녀를 바라보며 놀리듯이 말했다.
“슬슬 지치지?”
그 말대로 유 지아는 지쳐가고 있었다. 반면에 마리오네트는 인형이었기에 그런 게 하나도 없었다.
유 지아는 분하다는 듯이 거칠게 숨을 내뱉었다가 이윽고 퉷 하고 침을 뱉으며 입을 열었다.
“좆까.”
낮게 읊조린 그녀는 재차 마리오네트를 향해 달려들었다. 하지만 결과는 방금 전과 같았다.
마리오네트는 유 지아의 체력을 소모시키는데 집중할 생각인 모양인지, 계속 피하기만 했다. 눈에 훤히 보이는 전략이었다.
유 지아도 그걸 모르진 않을 것이다.
그녀의 주먹이 지그재그로 뻗어가며 마리오네트의 몸통을 노렸다. 그러나 그 때마다 번번히 주먹이 허공을 갈랐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유 지아의 눈이 빛났다. 그녀는 왼손을 재빨리 자신의 허리춤 쪽으로 가져가더니, 돌연 단검을 뽑아들었다.
“……실이 끊어지고도 계속 도망쳐 다닐 수 있나 보자!”
크게 소리쳐 말한 그녀는 십자 모양의 손잡이와 마리오네트를 연결하고 있던 새하얀 실을 향해 단검을 휘둘렀다.
“깔깔깔!”
하지만 마리오네트의 태도는 태평하기 그지없었다.
오히려 해볼테면 해보라는 식이었다. 그리고 이런 그녀의 행동에는 다 이유가 있었다.
“뭐야!”
유 지아가 단검을 휘둘러 실을 끊으려고 했음에도 불구하고 실은 전혀 끊어지지 않았다. 오히려 마리오네트를 이때를 노렸다는 듯이 땅바닥을 박차며 자신의 몸을 연결하고 있는 실로 그녀의 몸을 옭아매었다.
“……큭!”
순식간에 양 팔이 실에 묶이고 말은 유 지아는 더 이상 균형을 유지하지 못 하고 땅바닥에 쓰러지고 말았다. 그리고 마리오네트는 그런 유 지아를 내려다보며 검은색 낫을 들이밀었다.
“내가 이겼네? 까르륵!”
“망할……. 다시 해!”
비웃음을 흘리며 그녀를 놀려대는 마리오네트의 행동에 유 지아는 분하다는 듯이 씩씩대며 소리쳤다. 이에 마리오네트는 순순히 그녀의 몸이 묶여있던 실을 풀어주었다. 덕분에 자유롭게 된 유 지아는 세 걸음 정도 뒤로 물러난 뒤에 크게 숨을 들이켰다.
“가속!”
이번에는 유 지아가 바람을 달리는 부츠의 가속 효과까지 사용해서 마리오네트에게 달려들었다.
퍽!
“어머나.”
유 지아의 주먹이 마리오네트의 어깨에 정확히 맞았다.
제대로 맞은 모양인지, 마리오네트의 오른쪽 어깨가 덜렁거리고 있었다. 낫도 왼손으로만 쥐고 있었다. 하지만 그 무게를 한 손으로는 지탱하기가 힘든 모양인지, 축 늘어트리고 있었다. 이에 유 지아는 그제야 만족한 듯이 여유로운 목소리로 말했다.
“어때? 이래도 계속 깔깔대며 웃을 수 있겠어?”
“그러네. 깜짝 놀랐어. 설마 갑자기 달려들 줄이야. 깔깔깔.”
마리오네트는 달그락 달그락 소리를 내며 웃었다.
그 웃음소리에 유 지아는 기분 나쁘다는 듯이 눈살을 와락 찌푸리며 재차 달려들었다.
“언제까지 계속 쳐웃나 보자!”
크게 소리치며 주먹을 휘두르는 유 지아의 행동에 마리오네트는 이리저리 피하며 자기 뒤에 서있던 김 예지에게 말을 건넸다.
“이봐요, 주인 아가씨. 나 좀 치료해줄래요?”
“아, 네! 상처 회복!”
그 부탁에 예지는 서둘러 상처 회복 주문을 외웠다. 그러자 덜렁거리던 인형의 오른팔이 서서히 원래 자리로 돌아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처럼 완전히 회복된 마리오네트는 오른손으로 검은색 낫을 붙잡으며 웃음을 터트렸다.
“깔깔깔. 좋네. 이거 아주 좋아.”
그 모습에 유 지아가 눈살을 와락 찌푸렸다.
“잠깐 이게 무슨 짓이야! 이건 일 대 일이잖아!”
“그게 무슨 소리니? 네가 상대해야하는 건, 내가 아니라 주인 아가씨란다. 까르륵. 그리고 난 그 주인 아가씨가 조종하는 인형이고.”
“……!”
그 말에 유 지아는 아차 싶은 표정을 지어보였다. 그리고는 무언가 깨달은 듯이 김 예지를 향해 몸을 틀었지만, 마리오네트가 그걸 순순히 허용할 리가 없었다.
인형은 그대로 거대한 낫을 휘두르며 지아가 예지에게 접근하지 못 하도록 만들었다.
나는 그 모습을 바라보다가 이윽고 만족스럽다는 듯이 웃었다.
‘이 정도면 충분하네.’
저주받은 마리오네트의 실력은 내가 생각했던 이상으로 대단했다.
특히나 인형이라는 특성상 절대로 지치지 않는다는 게, 너무나도 마음에 들었다. 게다가 예지하고 상성도 무척이나 좋았다.
즉사만 하지 않는다면, 사실상 무적이라고 봐도 무방했다.
============================ 작품 후기 ============================
요즘 대세가 힐러 무쌍이라죠?
수천천사 님: ㅋㅋㅋㅋ소름ㅋㅋㅋㅋ
asdfqwzx 님 : ㄹㅇ 갓검이죠
루블리츠 님 : 아뇨.;ㅅ;
닭구 님 : 오타 지적 감사합니다!
CystemKlear 님 : 아뇨, 에나가 더 강합니다. 시류는 아직 부족합니다
넷마의뭐땜에살까 님 : 아파서 쉬었습니다.ㅠㅠ 코피 나고, 어지럽고, 머리 아프고...난리도 아니었습니다 ㅂㄷㅂㄷ
snow7267 님 : 기다려주셔서 감사합니다!
렘던트 님 : 헛, 그렇군요. 감사합니다.ㅎㅎㅎ
니알라토텝 님 : 죽다 살았습니다. 흑흑
현실과소설 님 : 걱정해주셔서 감사합니다.현실과소설님도 건강 조심하세요!
토노와나나야 님 : 저 검만 있으면 이세계 무쌍도 농담이 아니죠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