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매니저 어플-479화 (479/5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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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수도에 마물이 나타났다는 소식에 내가 몸을 흠칫 굳히자, 누나가 조용한 몸짓으로 내 어깨를 끌어안았다.

“신경 쓰여?”

“네? 아, 그야 당연히…….”

“놔둬봐.”

내 어깨 위로 둘러져 있던 누나의 손에 힘이 들어갔다.

“네?”

“놔둬서 손해 볼 거 없잖아? 게다가 보니까 중국도 꽤 자신 있는 거 같고……. 저거 봐봐. 중국인 마물 사냥꾼들을 육성했다고 하잖아.”

누나의 손가락이 텔레비전 화면을 가리켰다. 그리고 그 말대로 화면에선 중국 정부가 자체적으로 키워낸 중국인 마물 사냥꾼들이 긴급히 소집되어, 헬리콥터를 통해 마물이 나타난 지역으로 보내지고 있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저건 말도 안 되는 헛소리에요.”

“어째서?”

“마물 사냥꾼을 임명할 수 있는 사람은 저 밖에 없으니까요.”

나는 자신만만하게 말했다.

“확실해?”

“네, 확실해요.”

매니저 어플을 사용하는 사람이 나 말고도 또 있다면, 중국 정부가 마물 사냥꾼을 육성하는 것이 가능하겠지만 그건 이미 던전 코어가 내게 딱 잘라 말해준 바가 있었다.

매니저 어플은 오직 단 한 명만이 보유할 수 있다고 말이다.

그렇기에 내가 이토록 자신 있게 대답할 수 있었던 것이었다. 그리고 이런 내 대답을 들은 누나는 잠시 고민하다가 이윽고 입을 열었다.

“재밌네. 그럼 중국에선 대체 무슨 수로 마물 사냥꾼을 육성했다는 걸까?”

“헛소리죠.”

“과연 그럴까? 뭔가 믿는 구석이 있으니까 저렇게 나가는 거 아닐까?”

“…….”

누나의 말을 듣는 순간, 무언가 찝찝함이 밀려왔다. 누나는 이런 내 모습이 재밌다는 듯이 자그맣게 웃음을 터트리더니, 슬그머니 내 뺨을 오른손으로 쓰다듬으며 말을 걸었다.

“너도 궁금하지 않아? 중국이 대체 뭘 믿고 저러는 건지 말이야.”

“그건 그렇지만……. 만약에 저 사람들이라 죽기라도 하면…….”

“왜? 이제 와서 설마 양심의 가책 같은 걸 느끼고 있는 거야?”

서연이 누나의 얼굴은 전에 없이 진지했다. 아니, 어쩐지 화난 것처럼 보이기까지 했다.

나는 잠시 멍한 기분이 들었다. 내가 뭘 잘 못 말한 건가? 잠시 곰곰이 생각해보지만, 좀처럼 내 잘못을 찾아낼 수가 없었다.

누나는 그런 내가 한심하단 듯이 이마를 검지로 탁 치며 말했다.

“……위선 떨지마. 만약에 너한테 양심이란 게 있었으면, 은하를 건드렸을 때 그 능력을 바로 포기했어야 했어.”

“…….”

구구절절 옳은 말이었기에 나는 아무런 변명도 하지 못 했다.

이처럼 내가 아무런 말도 하지 못 하자, 누나는 만족스런 미소를 지어보이며 리모컨을 집어 들었다. 그리고는 중국의 현재 상황을 생중계 해주고 있는 뉴스 채널로 바꾸었다. 그러자 화면에 헬기를 타고 이동하고 있는 중국인 마물 사냥꾼들의 모습이 잡혔다.

아나운서는 그 모습을 지켜보며, 전문가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이번 중국의 행보를 어떻게 보십니까? 정말로 중국 정부가 중국인 마물 사냥꾼을 육성하는데 성공했다고 생각하십니까?”

아나운서가 질문을 던지자, 두 명의 전문가 중에 한 명이 기다렸다는 듯이 대답했다.

“두 가지 가능성으로 볼 수가 있습니다. 첫 번째는 마물 사냥꾼을 임명할 수 있는 그 분이란 존재가 중국과 은밀히 접촉해서 마물 사냥꾼을 임명해주었다는 것이고, 두 번째는 많은 수의 인구를 바탕으로 그 중에 아주 특별한 능력을 지닌 사람들을 찾아내어 마물 사냥꾼으로 육성했다는 겁니다.”

“그럼 지금 중국 정부는 그 두 가지 중에 한 가지를 성공해서 중국인 출신의 마물 사냥꾼들을 내보냈다는 겁니까?”

“그렇다고 볼 수가 있죠. 그리고 아마도 두 번째 가능성이 가장 크지 않을까 생각이 됩니다. 실제로 중국 정부에서 중국 무술 협회에 협조를 구했다고 하니까요. 물론 현대에 와서는 전통 무술이 가지는 명성이 과거에 비해서 많이 낮아지기는 했지만, 아직도 많은 수의 사람들이 중국 무술이란 것을 신비롭다고 느끼고 있거든요. 특히나 내공이라는 건, 과학적으로 증명할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실재한다고 말하고 있거든요? 저는 그 내공이란 것이 마물에게 통할지도 모른다고 보고 있습니다.”

이러한 전문가의 말에 반대편에 앉아있던 전문가가 걱정스런 목소리로 질문을 던졌다.

“근데 그 내공이라는 게, 마물에게 정말로 통할 거라고 보십니까? 까놓고 말해서 일본 자위대가 쏜 미사일에도 생채기 하나 나지 않았던 마물들이 아닙니까? 제가 볼 때, 중국은 너무 섣부른 판단을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게다가 만약에 이 일로 마물 사냥꾼을 임명할 수 있는 존재의 심기라도 거스른다면 굉장히 위험한 처지에 놓이게 될 겁니다.”

“옳은 지적입니다. 현재 한국에 이어서 일본, 그리고 중국에까지 마물이 출현했거든요? 점점 출현 범위가 넓어지고 있는 만큼 마물 사냥꾼을 임명할 수 있는 그 분이란 존재에 대한 가치가 엄청나게 높아질 겁니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은 굉장히 섣부른 수를 두었다고 볼 수 있죠.”

전문가는 그 반론에 동의하면서도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했다.

“……하지만 만약에 이번 사냥이 성공적으로 끝나게 된다면 어떻게 될까요? 중국은 자체적으로 마물을 상대할 수 있는 방어 능력을 갖추게 되는 겁니다. 게다가 마물을 통해서 얻을 수 있는 새로운 대체 에너지까지 얻을 수 있게 되니, 중미 대결 구도에서도 크게 우위를 차지할 수 있게 되는 거죠.”

“너무 듣기 좋은 말씀만 하시는데, 중국은 너무 서둘렀어요. 충분히 자료를 모은 뒤에 천천히 해도 되는 일이었는데, 자기 수도에 마물이 나타났다고 해서 중국인 출신 마물 사냥꾼들을 바로 내보내다니요! 아무리 좋은 한약재라도 충분한 시간을 들여서 푹 고아 먹어야지 효과가 좋듯이, 생으로 바로 먹는 건 별로 효과가 없거든요.”

“그건 자료를 모을 수 있을 때나 할 수 있는 소리입니다. 게다가 일본을 보십시오. 마물 사냥꾼을 임명하는 존재가 이런저런 요구를 한 덕택에 지금 난리가 나지 않았습니까? 그걸 중국이라고 해서 안 당할 것 같습니까? 아마도 중국에선 그런 일이 일어날 걸 뻔히 아니까, 급히 손을 쓴 겁니다. 당장 불이 났는데, 그럼 소화기를 바로 옆에 두고서 소방차가 올 때까지 손 놓고 기다려야 된다는 겁니까?”

“인명이 걸린 일이 아닙니까?”

“이건 일종의 전쟁이라고 보셔야 합니다. 그런데 전쟁에서 인명을 따지는 걸 보셨습니까?”

전문가들의 갑론을박이 치열하게 오갔다.

누나는 그 모습을 보며 재밌다는 듯이 웃었다. 그리고는 검지로 내 가슴팍을 쿡 찌르며 물었다.

“중국한테 뭐 요구할 거야?”

“네? 뭐……. 동북공정 정도요?”

나는 솔직하게 대답했다.

“넌 자기가 한국인이라는 사실을 그렇게 알리고 싶은 거야?”

누나는 헛웃음을 흘렸다.

“……뭐, 좋아. 네가 뭘 하든, 그건 네 마음이니까. 딱히 나쁜 짓을 벌이는 것도 아니고.”

“누군가는 해야 되는 일이잖아요.”

나는 억한 심정에 이렇게 말했다. 그러자 누나가 딱 소리가 나도록 내 이마를 때리며 말했다.

“그건 국가가 해야 되는 일이지, 네가 해야 될 일은 아니잖아.”

“……!”

누나의 질책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생각해보니 내가 굳이 이렇게까지 할 필요는 전혀 없었다. 더욱이 내가 아무리 큰 힘을 가졌다고는 하지만 결국에는 개인이었다.

무언가를 책임질 필요도, 의무도 없었다.

“우리는 돈이나 벌자.”

“돈이요? 돈이라면 현주가…….”

현주의 이름을 꺼낸 순간 누나의 눈초리가 사납게 올라갔다.

“현주, 그 년은 그 년이고 우리는 우리지.”

“그러면 현주가 하고 있는 사업을 누나한테 줄까요?”

“그건 싫어.”

누나는 딱 잘라 말했다. 그 태도에서 서연이 누나가 현주를 얼마나 싫어하고 있는 건지, 명확하게 알 수 있었다.

나는 나중에 누나와 현주를 서로 화해시키리라 마음을 먹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어떻게 돈을 벌게요?”

“넌 마물들에 의해서 도시가 파괴되면 그걸 누가 고친다고 생각해?”

“글쎄요……. 건설업체가 하지 않을까요? 아니면 국가가 직접 나서서 해결하거나요.”

“맞아. 그리고 그 일에는 천문학적인 돈이 들어가겠지. 그런데 만약에 그걸 개인이 독점한다면 어떻게 될까? 정부는 싫든 좋든 간에 특정 기업하고만 계약을 해야 되는 거야.”

“그건…….”

“재밌을 거 같지 않아?”

서연이 누나의 말에 나는 그만 할 말을 잃고 말았다.

대체 얼마나 많은 돈이 들어올지, 감히 상상조차 되지 않았다. 더불어 어쩌면 이게 현주가 하고 있는 에너지 사업보다 훨씬 더 큰돈이 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게다가 누나도 하고 싶어하는 눈치고…….’

반대할 명분은 없었다.

“재밌을 거 같네요.”

“그렇지?”

누나는 우후후, 웃으며 내 목을 끌어안았다. 그리고 이처럼 우리가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사이에 중국인 출신 마물 사냥꾼들이 헬기에서 내렸다. 그들은 저마다 검을 뽑아들며 저 멀리 보이는 오크 다섯 마리를 향해 천천히 다가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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