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매니저 어플-475화 (475/599)

<-- [타협] -->

“크워어어!!”

성난 포효성이 고막을 뒤흔들었다.

열네 명의 중국인 마물 사냥꾼들 중에 대여섯 명 정도가 저도 모르게 움찔 몸을 떨고 말았다.

그만큼 실제로 마주하게 된 오크들이 내뿜고 있는 위압감은 실로 어마어마했다.

이제껏 영상으로만 접했던 오크를 실물로 접하게 된 중국인들은 이를 악물었다. 그들은 직감했다. 오크는 결코 호락호락한 상대가 아니라는 것을 말이다.

“사격 하십시오!”

그 때, 앞장서서 걸어가던 군인이 오른손으로 자신의 귀를 꾸욱 누르며 소리쳤다.

통신기기를 통해서 신호를 보내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 신호가 보내지기가 무섭게, 퍽! 하고 오크의 머리통에 무언가가 부딪쳤다.

타앙-!

그 후, 뒤늦은 총성이 들렸다.

저격이었다.

“역시 안 통합니다.”

혹시나 싶은 마음에서 중국 군부대와 협력해서 저격수를 배치해 놨었지만, 아니나 다를까 오크에겐 화기가 통하지 않았다.

군인은 자신의 귀에 데고 있던 손을 떼어낸 뒤에 두 손으로 검을 꽈악 붙잡았다.

“취이이잇!”

그 순간, 다섯 마리의 오크들이 일제히 달려들기 시작했다.

성난 멧돼지를 보고 있는 것만 같았다.

“산개!”

오크들이 쿵쿵, 발소리를 내며 달려들자 중국인 마물 사냥꾼들은 사전에 계획을 짜놓은 대로 사방으로 넓게 퍼졌다. 그리고는 둘 셋씩 짝을 이루어 오크들을 맞상대하기 시작했다.

카앙!

중국인들이 휘두른 검이 오크의 몸에 부딪칠 때마다 귀가 찢어질 듯한 금속음이 울려 퍼졌다. 그러나 오크들의 몸에는 생체기 하나 나지 않았다.

전혀 피해를 입히지 못 하고 있는 것이었다.

다들 눈살을 찌푸렸다.

설마 일본이 자신들에게 모조품을 줬던 걸까? 전투가 점점 길어질수록 의구심은 곧 분노로 변했다.

“제길, 속았어!”

한 사람이 크게 소리치자, 대다수의 중국인들이 절망어린 표정을 지어보였다. 하지만 이러는 와중에도 군인들은 꿋꿋이 오크들을 향해 검을 휘둘렀다.

그들은 오크들이 휘두르는 주먹을 아슬아슬하게 피하며, 어떻게든 틈을 만들어 오크의 몸에 검을 찔러 넣었다.

물론 그 때마다 번번이 아무런 피해도 주지 못 한 채, 튕겨져 나갔지만 말이다.

“미련한 짓 그만두고 뒤로 빠지세나!”

그 때, 현대에 걸맞게 개량된 전통 무술 복장을 입고 있던 남성이 큰 목소리로 소리쳤다. 그리고 그 외침에 군인 남성이 땅바닥을 굴러, 오크가 휘두른 주먹을 피하며 대답했다.

“먼저 빠지십시오!”

“그게 무슨 소린가? 자네들은…….”

“누군가는 오크들의 발목을 붙잡고 있어야 됩니다!”

그 외침에 무림인 남성의 몸이 흠칫 굳었다.

확실히 그 말대로 누군가는 이 자리에 남아서 오크들의 발목을 붙잡고 있어야 되었다.

만약에 여기 있는 모든 사람들이 일제히 뒤돌아 도망치기 시작한다면, 오크들은 양떼를 사냥하는 늑대들처럼 활개를 치며 우악스런 손으로 자신들을 하나하나 붙잡을 것이 틀림없었다.

“……건물 옥상으로 올라가십시오! 올라가면 헬기가 기다리고 있을 겁니다!”

이어진 군인의 외침에 다들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무림인 남성이 오크로부터 멀찍이 뒤로 물러서며 입을 열었다.

“고맙소! 자, 다들 뭣들 하는 것이오? 어서 나를 따라오시오!”

이처럼 무림인 남성이 크게 소리치자, 그제야 군인 출신을 제외한 나머지 중국인 마물 사냥꾼들이 서둘러 남성을 뒤따라 근처 건물 안으로 들어가기 시작했다.

이 모습을 본 오크들이 잔뜩 성이 난 포효성을 터트리며 쫓아가려고 했다. 하지만 그 앞을 군인들이 막아섰다.

비록 수는 적었지만, 그들은 이미 죽을 각오를 한 모양인지 그 기세만큼은 사뭇 대단했다.

“크워어어어!!”

허나 기세만으로는 마물을 쓰러트릴 수 없었다.

오크들은 얼마 남지 않은 군인 출신 마물 사냥꾼들을 향해 달려들었고, 그들은 얼마 버티지 못 하고 피곤죽이 되고 말았다. 하지만 그 얼마 되지 않는 시간이 도망친 중국인 마물 사냥꾼들에게 있어선 황금보다 귀중한 시간이었다.

그들은 거칠게 헉헉 숨을 토해내며 계단을 따라 건물 옥상으로 뛰어올라갔다.

“빨리 올라가!”

“제기랄, 전기가 나가지만 않았어도!”

오크들이 날뛴 탓에 도시의 전기가 나가버린 건지, 아니면 정부에서 일부러 전기를 끊어버린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엘리베이터가 작동하지 않았다.

그 때문에 남은 아홉 명의 중국인 마물 사냥꾼들은 이처럼 힘겹게 계단을 뛰어올라가는 수밖에 없었다.

“취이익!”

그 때, 바로 아래에서 오크들의 성난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솜털이 바짝 곤두서는 느낌이 중국인 마물 사냥꾼들의 전신을 휩쓸고 지나갔다.

“오크들이 올라오고 있어! 빨리 올라가란 말이야!”

“망할! 저리 비켜!”

난리가 났다. 몇몇은 계단은 올라가다가 넘어지기까지 했다. 오크들은 넘어진 마물 사냥꾼들을 놓치지 않고 붙잡았다.

“살려줘!! 살려달라고!!”

오크에게 붙잡힌 중국인이 눈물 콧물 흘리며 애원했다. 그러나 그 누구 한명도 뒤돌아서지 않았다.

오히려 그가 붙잡힌 덕분에 오크들의 발걸음이 잠시나마 멈춘 것에 고마움을 느끼고 있기까지 했다.

우드득! 우득!

“……끄아아악!”

뼈마디 분질러지는 소리와 함께 끔직한 비명 소리가 건물 전체에 울려 펴졌다.

사람들은 귀를 막고 계단을 따라 계속 올라갔다. 그리고 이윽고 옥상 문에 맞닥들인 그들은 헬기가 자신들을 기다리고 있을 거라 믿어 의심치 않으며 문을 열었다.

“으아아악! 살려줘! 아아악!”

“끄억, 꺽……. 컥!”

하지만 그들은 기다리고 있었던 건, 헬기 조종사와 방금 전 자신들에게 신신당부를 했었던 정부 인사가 오크들에 의해서 산채로 물어뜯기고 있는 장면이었다.

“대체…….”

도대체 오크가 왜 여기에 있다는 말인가? 다들 새파랗게 질린 얼굴로 주춤 뒷걸음질 쳤다. 그런데 그 때, 오크 두 마리가 건물 외벽을 타고 올라와, 그들의 의문을 풀어주었다.

놈들은 건물 외벽을 타고서 옥상까지 기어 올라온 것이었다.

“저런 괴물들을 도대체 무슨 수로 이기라고…….”

“빌어먹을, 빌어먹을!”

“마, 마물 사냥꾼들은……. 마물 사냥꾼들은 도대체 언제 나타나는 거야!”

중국인 마물 사냥꾼들 중에 그 누구도 제정신인 사람이 없었다.

다들 하나 같이 공포에 질린 채로 몸을 벌벌 떨었다. 이건 꼼짝 없이 전멸당할 상황이었다. 아무리 육체적, 정신적으로 단련이 되어있는 그들이라고 하더라도 산채로 잡아먹히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면서 제정신을 유지할 수 있을 리가 없었다.

“크워어어!”

“끄아아악!!”

이처럼 중국인들이 패닉 상태에 빠져 있을 때, 계단을 따라 올라온 오크들이 뒤에서 덮쳐왔다.

“도망쳐!”

누군가 소리치자, 다들 사방팔방으로 뛰기 시작했다. 그러나 여긴 건물 옥상이었다.

도망칠 곳은 아무데도 없었다.

“사, 살려줘……. 제발……. 아무라도 좋으니까…….”

옥상의 끄트머리까지 몰린 중국인들이 울먹이면서 애원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런 애원에도 불구하고 절망 밖에 보이지 않았다.

앞에는 굶주린 오크들, 뒤에는 6층 높이의 건물 절벽이었다.

이제 남은 중국인들의 숫자는 다섯 명 밖에 되지 않았다. 그들은 절망하며 검을 떨어트렸다. 절그렁, 검이 바닥에 떨어지는 것과 동시에 오크의 커다란 손이 중국인들을 향해 뻗어져나갔다.

퍼억!

그 순간, 거짓말 같은 상황이 벌어졌다.

누군가가 6층 높이의 건물을 껑충 뛰어서 옥상까지 올라온 것이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했던 모양인지, 건물 옥상까지 단숨에 뛰어 올라온 여성은 그대로 주먹을 휘둘러 중국인들을 향해 손을 뻗고 있던 오크의 얼굴을 박살내버리기까지 했다.

투툭!

오크의 어금니와 함께 새빨간 피가 후드득하고 바닥에 떨어졌다.

“내가 이럴 줄 알았어.”

유 지아는 자신의 손에 묻어있는 피를 허공에 툭 털어내며 주변을 돌아보았다.

∴ ∵ ∴ ∵ ∴

‘이제야 좀 잠잠해졌네.’

서로의 몸을 꼬옥 끌어안은 채로 곤히 자고 있는 서연이 누나와 민서의 모습을 내려다보고 있자니, 어쩐지 자꾸만 웃음이 터져 나올 것만 같았다. 하지만 여기서 괜히 웃음을 터트렸다가 서연이 누나나 민서가 깨어나기라도 하면 내가 곤란해졌다.

‘……나도 쉴 시간은 필요하니까.’

나는 뻐근한 허리를 오른손으로 탁탁 두드리며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는 서연이 누나와 민서가 깨어날 때까지 기다릴 겸 해서 매니저 어플에 추가된 새로운 기능을 살펴보기로 마음을 먹었다.

“어디보자.”

침대 밖으로 나온 나는 바닥에 떨어져 있는 바지를 집어 들었다. 그리고는 주머니 속에서 스마트폰을 꺼낸 뒤에 곧바로 매니저 어플을 실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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