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매니저 어플-469화 (469/5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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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듯 마음의 결정을 내린 나는 서연이 누나를 조교의 방으로 부르기 위해서 저장된 여성 목록을 불러왔다.

[유 서연을 선택하시겠습니까?]

[주의. 조교를 끝내기 전까지는 돌아올 수 없습니다.]

[네 / 아니요]

민서나 현주와는 다르게 서연이 누나의 조교 단계는 그다지 높지 않았기 때문에 주의 문구도 함께 나타났다.

‘뭐, 상관없겠지.’

어차피 여기서도 누나와 섹스를 할 생각이었기 때문이었다. 물론 민서 때문에 단단히 화가 나있는 누나가 나를 밀쳐 내거나 피하려 들지도 모르는 일이었지만, 다행스럽게도 여긴 조교의 방이었다.

평소보다 훨씬 더 민감해져 있는 상태에서 누나가 언제까지고 내 애정공세를 참아낼 수 있을 거라곤 생각이 들지 않았다.

개도 자기 집 앞에서는 반은 먹고 들어간다고 하는데, 나라고 해서 다를 건 없었다.

나는 엄지로 네를 눌러서 서연이 누나를 조교의 방으로 불러낸 뒤에 2번 방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 후, 방 문을 열자 놀란 표정을 지어보이고 있는 누나의 모습이 내 눈에 들어왔다.

“이건 도무지 적응이 안 되네.”

누나는 기분이 상한 듯, 눈살을 살짝 찌푸렸다. 이에 나는 누나의 기분을 풀어주고자, 서둘러 팔다리의 구속을 풀어준 뒤에 입을 열었다.

“속은 어때요?”

“살짝 울렁거려.”

이리 말하며 누나가 자리에서 일어나자, 나는 그에 맞춰 입맞춤을 해주었다.

“……!”

갑작스런 키스에 누나는 놀란 듯, 흠칫 몸을 떨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내가 오른손으론 머리를 쓰다듬어주고, 왼손으로는 등허리를 부드럽게 어루만져주자 그 표정이 스르륵 풀렸다. 특히나 서로의 혀로 한데 뒤엉킬 때는 누나의 숨결마저도 달콤하게 녹아내렸다

“……하아.”

그리고 이윽고 내 입술이 떨어지자, 누나는 아쉬움에 가득찬 한숨을 토해내었다.

“어때요? 속이 좀 진정되죠?”

“아…….”

이런 내 물음에 누나는 그제야 겨우 정신을 차린 모양인지, 자그맣게 탄성을 터트렸다. 그리고는 손등으로 자기 입술을 훔치며 다급히 고개를 돌렸다.

“…….”

많이 혼란스러워보였다.

‘당연히 그러겠지.’

현실에서 키스를 했을 때보다도 훨씬 더 기분이 좋았을 테니 말이다. 하지만 누나는 그 사실을 내게 들키고 싶지 않은 모양인지, 일부러 딴청을 피우며 화제를 돌렸다.

“방 안이 많이 바뀌었네…….”

누나는 방 안을 둘러보며 말했다. 그리고 그 말대로 조교의 방은 옛날에 비해서 많은 것이 바뀌었다.

물론 특유의 퇴폐적인 분위기는 여전했다. 그러나 방 안의 넓이라던가 주변의 장식물 그리고 조교에 쓰는 도구의 종류는 확실하게 늘어나 있었다.

더욱이 방 한켠에는 푹신해 보이는 침대까지 마련되어 있었다.

레벨 1짜리 조교의 방만 보았던 누나로서는 놀랄 만도 했다.

“……밖으로 나갈 수 있는 거야?”

“네.”

밖으로 나갈 수 있냐는 물음에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옆으로 비켜섰다. 그러자 누나는 나를 지나쳐 방 문 쪽으로 다가갔다. 그리고 이윽고 방 문을 열고 나간 순간 누나의 표정이 놀라움으로 물들었다.

“저택이었구나.”

누나는 지금 순수하게 감탄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감탄이 전혀 무색하지 않을만큼 저택 내부의 풍경은 무척이나 고풍스러웠다.

입을 살짝 벌리고서 감탄만 하던 누나는 당장 민서를 만나러 가야되는 것도 잊은 듯이 소파가 있는 쪽으로 천천히 발걸음을 옮겼다.

“……여기서 그 동영상을 찍었던 거야?”

서연이 누나는 저번에 남산 케이블카를 타고 내려오면서 보았던 동영상을 언급했다. 그리고 그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네.”

이런 내 대답에 누나는 잠시 소파를 내려다보다가 이윽고 무언가 생각났다는 듯이 말문을 열었다.

“그러고 보니 현주, 그 년도 너랑 얽혀있었지? 마물 사냥꾼 건으로…….”

“…….”

지그시 나를 바라보는 누나의 태도에 나는 괜히 찔끔해서 입을 꾹 다물었다.

“했어?”

그 질문에는 많은 의미가 담겨져 있었다.

“그게 조금……. 버릇을 고쳐 주다보니…….”

“흐음.”

이런 내 변명에 누나는 작게 콧소리를 내었다.

내가 어떤 식으로 버릇을 고쳐준 것인지, 짐작이 간다는 표정이었다. 더불어 현주가 어떤 식으로 반성했는지도……. 실제로 누나는 저번에 나와 함께 밥을 먹다가 현주가 대국민 사과를 했다는 사실을 뉴스를 통해 접하기도 했었다.

누나는 한 발자국 내 곁으로 다가와, 오른손으로 내 어깨를 움켜쥐었다. 그다지 강한 힘이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묘하게 아팠다.

“……혹시 현주 말고도 더 있어?”

“그게 좀 있긴 한데…….”

“넌 정말 파도파도 미담뿐이구나.”

“…….”

서연이 누나의 비아냥거림이 서슬 퍼렇게 날아와 내 가슴에 박혔다. 그리고 이처럼 내가 꼼짝도 못 하고 있는데, 돌연 누나가 보일 듯 말 듯한 미소를 지어보이며 말을 이었다.

“알았어. 어차피 내가 모르는 사이에 벌어진 일이기도 하고……. 봐줄게.”

“정말요?”

봐준다는 누나의 말에 두 눈이 번쩍 뜨였다.

“그래. 솔직히 말해서 그 년이 망신을 당했을 땐, 나도 기분이 좋았으니까……. 게다가 그 망나니 같은 년 하나 때문에 하루도 조용할 날이 없었던 집 안이 네 덕분에 잠잠해지기도 했고……. 또 할아버지도 좋아하시니까……. 특별히 봐주는 거야.”

엄포를 내어놓듯이 말한 누나는 그대로 내 어깨를 놓아주었다. 그리고는 마저 말을 이었다.

“……그나저나 민서는 어디에 있는 거야?”

“1번 방이요. 제가 안내해드릴게요.”

이리 말한 나는 누나를 데리고서 1번 방 쪽으로 걸어갔다. 그리고는 문을 열기 전에 망토와 가면을 챙기려는데, 누나가 의아해하는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그걸 왜 쓰려고 해? 너 얼굴 안 보여줬어?”

“네……. 어지간하면 안 보여주는 게 낫겠다 싶어서요.”

“쓸데없는데서 철두철미하네.”

쯧쯧, 혀를 내두른 누나는 벽에 걸려있는 망토와 가면을 바라보았다. 이에 나는 손을 아래로 내리며 물어보았다.

“입지 말까요?”

“아니, 입어. 그게 낫겠다.”

순간 누나의 입가에 심술궂은 미소가 떠올랐다.

무언가 못된 장난 하나가 떠오른 모양이었다.

누나는 검은색 망토와 적당한 가면을 하나씩 집어든 뒤에 나한테 내밀었다.

“이거 입고 들어가.”

이 말에 나는 군말 없이 망토를 몸에 두르고, 가면을 얼굴에 썼다. 그리고 이런 내 모습을 바라보며 만족스럽단 표정을 지어보인 누나는 살짝 옆으로 비켜서며 문을 열라는 신호를 내게 보냈다. 이에 나는 문고리를 돌려서 방 안으로 들어갔다.

“주인님!”

방 문을 연 순간, 반가움이 한가득 묻어나는 민서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평소라면 그 목소리에 ‘오랜만입니다, 민서 씨.’라며 화답해주었겠지만, 유감스럽게도 지금 내 뒤에는 서연이 누나가 있었다.

나는 바짝 긴장한 채로 민서에게로 다가갔다. 그리고 이런 내 태도에 그녀는 의아해하며 입을 열었다.

“……왜 그러세요, 주인님? 혹시 제가 뭔가 실수라도 한 건가요?”

걱정스런 목소리로 묻는 민서의 태도에 나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답해주었다.

“아뇨, 그건 아닙니다.”

“아, 그럼 혹시 절 칭찬해주려고 부르신 건가요? 하긴 제가 생각해도 방금 전의 득점은 정말로 멋졌거든요!”

배시시 웃으며 기운차게 말한 민서는 슬그머니 자기 상체를 앞으로 기울이며 말을 이었다.

“……어떤 상을 주실 건가요, 주인님? 아니면 제가……. 주인님을 잔뜩 기분 좋게 해드릴까요?”

민서는 자기 엉덩이까지 들썩거리며 섹스에 대한 기대감을 숨김없이 드러내었다. 그리고 이런 그녀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내 뒤에서 ‘아하하핫!’하고 웃는 서연이 누나의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아하핫, 주인님이래……! 아, 진짜……. 이러면 안 되는데……. 천하의 김 민서가 애교를 부리는 모습을 내가 살다 살다 보게 될 줄이야……. 너 정말 그 곰탱이 맞냐?”

“어, 어……?”

순간 민서의 두 눈이 휘둥그레 떠졌다. 반면에 누나는 하도 웃다가 눈물까지 찔끔 나와버린 모양인지, 오른손으로 눈가의 눈물을 훔치며 입을 열었다.

“진작 네가 그런 식으로 애교를 부렸으면, 전 남자친구랑은 헤어지지도 않았겠다.”

“서, 서연아……. 네가 왜 여기에…….”

“왜긴 왜야. 변태 가면을 찾아냈으니까 내가 여기에 있지.”

“…….”

너무나도 당연하단 듯이 말하는 서연이 누나의 태도에 민서는 꿀 먹은 벙어리마냥 입을 꾹 다물었다.

누나는 그런 민서를 내려다보며 추궁하듯이 말했다.

“넌 내가 그렇게 기를 쓰고 변태 가면을 찾고 있는 줄 뻔히 알고 있었으면서 어떻게 나한테 한 마디도 안 해줄 수도 있어? 최소한 눈치라도 줘야 하는 거 아니야?”

“서, 서연아……. 그게 말이지…….”

“그게 말이지, 뭐?”

“미안해, 서연아…….”

민서는 정말로 죽을죄를 지었다는 듯이 고개를 푹 숙였다. 그리고 이 모습을 내려다보고 있던 서연이 누나는 한숨을 푹 내쉬며 나를 한 차례 쏘아보았다.

“곧 죽어도 얘 탓은 안 하네……. 누가 곰탱이 아니랄까봐.”

그 말대로 민서는 내게 그 어떤 시선도 보내지 않았다.

자기 몰래 서연이를 데려온 내게 배신감을 느끼지도 않았고, 그 흔한 원망도 하지 않았다. 하다못해 도와달라고 눈길이라도 한번 줄 법도 한데, 민서는 그러지도 않았다. 그저 이 모든 게 자기 잘못이란 듯이 고개를 푹 숙인 채, 서연이 누나한테 미안하다고만 하고 있었다.

그 때문일까?

누나는 도저히 화를 내려야 낼 수 없단 듯이 쓴웃음만 터트렸다.

“그럼 용서해주는 거야?”

“아니, 용서 안 해줄 건데.”

“…….”

하지만 용서는 별개의 문제인 모양인지, 누나는 민서의 말을 단칼에 잘라버렸다. 그리고는 대뜸 내 팔을 잡아당기며 입을 열었다.

“너 변태 가면이 누군지 알고 있어?”

“응? 아, 아니…….”

이런 민서의 대답에 누나는 그대로 두 손을 쭉 뻗어 내 얼굴에 씌워져 있는 가면을 벗겨내었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민서의 두 눈이 휘둥그레 떠졌다.

그녀는 ‘어……. 어…….’라는 말만 반복하며 잔뜩 놀란 표정을 지어보였다.

“서연이 남친……?”

“그래. 내 남친였어.”

누나는 정말로 어처구니가 없다는 말투로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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