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타협] -->
[타협]
얼굴에 찬 것이 닿는 느낌이 들어 잠에서 깼다.
“윽…….”
팔다리가 삐걱거렸다.
마치 온 몸에 골병이라도 든 것처럼, 팔 다리 무릎 어디 한 곳 안 아픈 곳이 없었다.
이게 도대체 어떻게 된 걸까? 끄응, 신음하며 고개를 들어 올리자, 다정하기 짝이 없는 미소를 지어보이며 내 뺨을 쓰다듬고 있는 서연이 누나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순간 말문이 턱 하고 막혔다.
‘아, 맞아…….’
나는 그제야 상황 파악을 할 수 있었다.
“잘 잤어?”
누나의 목소리가 내 귓가에 울려 퍼졌다. 평소와 다를 바 없이, 듣기 좋은 울림이었다.
내가 지금 이런 상황만 아니었다면, 당장에 서연이 누나의 몸을 꼬옥 끌어안고서 키스를 해주었을 것이다.
나는 밧줄에 묶여있는 팔과 다리를 내려다보며 입을 열었다.
이 때, 밧줄을 풀어보기 위해서 의자 뒤로 묶여있는 양 팔을 이리저리 뒤틀어보았지만, 전혀 꼼짝도 하지 않았다.
“이것 좀 풀어주시면 안 될까요?”
“안 돼.”
누나는 딱 잘라 말했다. 하지만 나를 두려워하고 있다거나, 경계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는 않았다.
그저 이렇게 날 묶어두고 싶은 모양이었다.
“……넌 좀 더 혼나야 돼.”
모진 말이었다. 하지만 그런 말과는 다르게 누나의 목소리는 여전히 부드럽기만 했다. 딱히 화가 나있는 걸로는 들리지 않았다.
화가 풀린 걸까? 하지만 적어도 화가 풀렸다면 그런 비정상적인 방법으로 나를 끌고 오진 않았을 것이다. 솔직히 말해서 이건 너무 과격하지 않는가? 물론 칼에 맞지 않는 것만 하더라도 충분히 감지덕지한 일이긴 했지만……. 그래도 전기충격기는 끔찍할 정도로 아팠다.
특히나 전기충격기가 내 목에 닿았을 땐, 비명 소리조차 나오지 않을 만큼 너무 아파서 그대로 의식을 잃고 말았었다.
진짜 말이 안 나올 만큼 아팠다. 지금도 그 때의 고통만 떠올리면 절로 진절머리가 났다.
‘그나저나…….’
지금은 그게 중요한 게 아니었다.
왜냐하면 지금 누나가 나보고 좀 더 혼나야 된다고 말했기 때문이었다.
그 말은 즉, 나를 충분히 혼내고 난 뒤에 용서해주겠다는 뜻이기도 했다.
물론 내가 너무 나 좋을 대로만 해석하고 있는 것일지도 몰랐지만, 내 뺨을 상냥하게 어루만지고 있는 누나의 손길이라던가, 날 향해 다정한 미소를 지어보이고 있는 걸 보면 충분히 희망적이었다.
‘……문제는 누나한테 받을 벌인데…….’
나는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서연이 누나의 성격상 결코 나를 호락호락 용서해주지 않을 것이다. 어쩌면 또다시 내게 전기충격기를 들이밀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하지만……. 만약에 그걸로 누나에게 용서를 받을 수만 있다면 충분히 남는 장사였다.
“무슨 벌이든 받을 게요. 그걸로 누나의 화가 풀린다면요.”
이런 내 말에 누나는 오른손을 아래로 떨어트렸다. 그 손이 어딜 향하고 있는 건지, 딱히 보지 않더라도 알 수가 있었다.
서연이 누나는 검지의 손톱으로 내 뺨과 턱, 목, 쇄골, 가슴 그리고 복부를 긁으며 계속 아래로 내렸다. 그리고 이윽고 내 바지춤까지 손을 떨어트린 누나는 그대로 두 손을 사용해서 남근을 끄집어 내었다. 그러자 이런 상황에 어울리지 않게, 크게 부풀어 올라 있는 내 남근의 모습이 내 눈에 들어왔다.
아무래도 나란 인간은 이런 아찔한 상황에서도 흥분해버리는 글러먹은 남자인 듯이 싶었다.
“기억나? 네가 날 처음 그곳으로 불렀을 때, 시켰던 일.”
“네……. 기억하고 있어요.”
잊을 리가 없었다.
서연이 누나를 조교의 방으로 불렀을 때, 내가 가장 처음 시켰던 일……. 그건 바로 다리를 벌리게 하는 일이었다.
누나는 자신의 두 손을 내 허벅지에 각각 올려놓은 뒤에 다리를 벌리도록 만들었다. 나는 그 힘에 저항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순순히 따랐다. 구태여 누나의 뜻을 거스를 필요가 없는데다가 새삼스레 이런 걸로 부끄러워 할 까닭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 다음에 했던 일은?”
“누나의 가슴을 꼬집었었죠.”
“내 가슴 어디를?”
“유두를요.”
“그래, 맞아.”
누나는 내 대답이 만족스러웠던 모양인지, 빙그레 웃으며 두 손으로 내 상의를 꽈악 붙잡았다. 그리고는 좌우로 힘껏 잡아당기자, 뚜두둑 하고 상의에 달려있던 단추들이 뜯겨져 나갔다. 게다가 지금 내가 입고 있는 옷이 중세 시대의 의상이라서 그런지, 어깻죽지가 그대로 힘없이 쭈우욱 찢겨나가기까지 했다.
“……세 번째로 불렀을 때는?”
“으음…….”
섬섬옥수라는 말이 너무나도 잘 어울릴 정도로, 가늘고 보드라운 누나의 손이 내 가슴을 어루만진 순간, 절로 신음성이 새어나왔다. 너무나도 기분 좋았다.
누나는 이런 내 반응이 마음에 든 모양인지, 좀 더 짓궂게 내 가슴을……. 좀 더 정확히는 유두를 검지와 엄지로 살살 문지르며 대답을 재촉했다.
“어서 말해.”
그저 검지와 엄지로 유두를 비벼대고 있을 뿐인데도 불구하고 참을 수 없을 만큼 흥분되었다.
마치 뜨거운 용암 속에 몸이 담가진 것만 같았다.
나는 잇새사이로 터져 나오는 신음성을 꾹 억누르며 대답했다.
“빨래집게로 누나의 가슴을……. 유두를 꼬집었어요.”
“그래, 맞아. 응……. 전부 기억하고 있었구나.”
누나의 목소리는 무척이나 평온했다. 딱히 놀라는 기색도, 화내는 기색도 없었다.
그저 담담하게 사실을 받아들이고 있을 뿐이었다. 그리고 이처럼 모든 사실을 확인한 누나는 검지로 내 가슴을 쿡 찌르며 말을 이었다.
“……이번엔 네가 당해봐.”
그 말에는 많은 의미가 담겨져 있었다. 그걸 못 알아들을 내가 아니었다.
나는 담담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기다렸다는 듯이 누나의 손이 내 남근을 강하게 움켜쥐었다.
“큭!”
그 순간, 눈앞이 아득해지는 통증이 느껴졌다. 하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방금 전에 느꼈던 아릿한 쾌감이 또다시 밀려왔다. 심지어 방금 전보다 훨씬 더 뚜렷하게 아찔하게 느껴졌다.
덕분에 내 남근은 누나의 손에 꽈악 붙잡혀 있음에도 불구하고 기쁨에 어쩔 줄 몰라 하고 있었다. 특히나 내 남근을 움켜쥐고 있는 손바닥의 감촉은 이루 말할 수 없을 만큼 부드럽고 따스했으며, 너무나도 달콤했다.
“내가 어떤 기분이었을지.”
이리 말한 서연이 누나는 자신의 머리를 묶고 있던 머리끈을 풀었다.
‘뭘 하려고……?’
누나가 지금 뭘 하려는 것인지 쉬이 짐작이 가지 않았다. 하지만 소악마처럼 웃고 있는 걸 보면, 그다지 썩 유쾌한 일이 아닐 거란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이런 내 생각은 여지없이 들어맞았다.
“얌전히 있어.”
“네? 윽!”
내가 무어라 제지할 틈도 없이, 누나는 발기한 남근의 몸통 부분을 머리끈으로 단단히 묶었다.
어찌나 세게 묶던지, 숨이 턱 하고 막히는 듯했다.
“어때? 이제 좀 알겠어? 내 기분이 어땠을지.”
괴로워하는 나를 올려다보며 즐거움으로 가득찬 표정을 지어보인 서연이 누나는 그대로 자기 바지와 팬티를 벗어 던졌다. 그리고는 마치 다 잡은 사냥감을 느긋하게 맛보듯이, 내 위에 올라탄 누나는 자신의 엉덩이를 천천히 아래로 떨어트렸다.
마치 내 애간장을 태우는 것처럼 말이다.
찌걱!
“하읏! 아아……!”
남근의 몸통을 묶고 있는 머리끈 때문에 깊숙이 삽입되지는 않았지만, 누나는 단지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만족스러운 모양인지 온 몸으로 전율하며 길게 신음성을 토해내었다. 게다가 그녀의 질은 마치 별개의 생물인 것처럼 연신 꾸물대며 내 남근을 사정없이 조여 대고 있었다.
“으윽!”
요물도 이런 요물이 따로 없었다. 정말로 미칠 것만 같았다. 하지만 참고 견뎌야만 되었다. 왜냐하면 이건 누나가 나한테 주는 벌이었기 때문이었다.
웅녀가 동굴 속에서 100일 동안 마늘과 쑥만 먹으며 견뎌냈듯이, 나도 이 시련을 견뎌내야만 되었다.
하지만 누나는 이대로 얌전히 있어줄 생각이 손톱만큼도 없는 모양인지, 보다 거칠게 허리를 흔들어대며 하얗고 탱탱한 엉덩이를 아래에서 위로, 다시 위에서 아래로 떨어트려대었다.
“후후, 금방이라도 싸버릴 것만 같은 표정이네? 하아, 정말 바보 같은 얼굴이야……. 네가 나한테 당하면 어떤 표정을 지을지, 계속 생각해보고 있었는데……. 생각 이상으로 웃겨, 정말로……. 거울이 있다면 너한테 보여주고 싶을 정도야.”
더 이상 저항 못 하는 피식자를 눈앞에 둔 포식자처럼 서연이 누나는 여유롭게 웃어 보이며 나를 희롱했다.
특히나 따끈하고 꽉 죄이는 질 내의 압박감은 내 정신마저도 갉아먹고 있었다.
달라붙는 것처럼 남근을 감싸고 조여 대는 압박감을 느끼고 있으면 지금 당장에라도 누나의 자궁 안에 농후한 정액을 쏟아내고 싶을 정도였다. 그러나 그것을 머리끈이 가로막고 있었다.
어찌나 세게 묶은 것인지, 통로가 꽉 막힌 것처럼 정액이 조금도 새어나가지 않고 있었다.
“큭! 누, 누나…….”
“안 돼.”
“헉!”
안 된다며 딱 잘라 말한 누나는 마치 내 위에 춤을 추듯이 허리를 돌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쾌감에 나는 또다시 숨을 격하게 토해내며 전신을 부들부들 떨었다.
어떻게든 다른 생각을 해보려고 해도, 아래에서 거듭 느껴지는 쾌감 탓에 도저히 다른 생각이 나지 않았다. 게다가 연예인이라고 해도 전혀 손색이 없을 정도로 아름다운 미녀가 자기 머리만큼이나 커다란 두 개의 가슴을 출렁출렁 흔들어 가며 허리를 흔들어대고 있는 모습은 내 혼을 쏙 빼놓기에 충분했다.
그것이 좋은 의미로든, 나쁜 의미로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