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차 예선] -->
‘쾌속검이라니…….’
무협 게임 속에서나 볼 법한 스킬을 시류가 습득했다는 것을 알려주는 알림문구에 나는 놀라움을 감추지 못 했다.
[스킬 ‘쾌속검’]
[효과 : 자신의 공격 속도를 350% 상승시킵니다. (지속시간 1.5초) (재사용 대기 시간 : 60초)]
게다가 스킬의 효과 또한 어마무시했다.
자신의 공격 속도를 무려 350%나 상승시켜주는 스킬이라니……! 나를 비롯한 모두가 어째서 시류의 공격을 보지 못 했던 것인지, 그 이유가 바로 납득이 되었다.
하지만 이런 나와는 다르게, 시류가 어떤 수법으로 상대 기사를 쓰러트렸지 모르는 힐다 공자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단 표정을 지어보이고 있었다. 확실히 그의 입장에선 미치고 팔짝 뛸 노릇일 것이다.
그리고 이런 내 생각대로 힐다 공자는 벌떡 자리에서 일어나, 재대결을 요구했다.
“검이 서로 맞부딪치기도 전에 내 기사가 쓰러지다니! 이건 분명 저 자가 비열한 수작을 부린 것이 틀림없다! 그러니 난 이 대결의 승부를 납득 할 수 없다!”
이런 공자의 외침에 주변이 또다시 소란스러워졌다.
그들이 보기에도 시류가 검을 휘두르기도 전에 상대 기사의 몸뚱이가 갈라진 것이었으니 말이다.
논란의 여지는 충분했다. 힐다 공자의 측근들도 이 점을 노리고서 집요하게 파고들었다. 그 때문일까? 모두의 시선이 내게로 향했다. 좋은 의미로든, 나쁜 의미로든 간에 나보고 어서 결정을 내리라며 압박을 주고 있는 것이었다.
재대결을 하느냐, 마느냐.
나는 좌중을 둘러보다가 시류 쪽으로 시선을 던졌다. 그러자 이런 내 시선을 받은 그녀가 고개를 끄덕이며 날 향해 싱긋 미소 짓고 있는 게 눈에 들어왔다.
이대로 계속 싸워도 괜찮은 모양이었다.
이를 확인한 나는 무척이나 진중한 목소리로 말했다.
“알겠습니다. 명예 결투를 다시 진행하지요.”
이처럼 내 허락이 떨어지자, 힐다 공자 측이 분주해졌다. 이번에는 누구를 명예 결투에 내세울지 결정하기 위해서 말이다. 그리고 그 논의는 그리 길지 않았다.
5분도 채 되지 않아서, 새로운 기사가 모습을 드러내었다.
이번에는 상당한 장신의 기사였다. 키가 2미터는 되어보였다. 아까 전에 나온 기사만큼 덩치는 크지 않았지만, 키가 무척이나 큰 탓에 이번에도 시류가 어린애처럼 보일 지경이었다. 하지만 시류는 전혀 위축되어 있지 않았다.
스스로가 얼마나 강해졌는지, 드디어 실감한 모양인지 시류의 표정은 그 어느 때보다도 자신감에 넘쳐 보였다.
“네 녀석이 대체 무슨 수로 그윈 경을 일격에 쓰러트린 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나한테는 통하지 않을 거다.”
그 때, 장신의 기사가 방패를 자신의 가슴께까지 들어 올리며 말했다.
시류가 어떠한 공격을 하더라도 반드시 막아내고야 말겠다는 의지가 느껴졌다. 확실히 저 정도로 방어를 튼튼하게 하고 있는다면, 제아무리 시류의 쾌속검이 빠르다고 한들 간단히 가로막힐 것이 틀림없었다.
“그럼 어디 한번 막아보십시오.”
그러나 시류는 태연하기 그지없었다. 도리어 상대를 도발하며 자신의 검을 어깨 높이 치켜들었다.
뭘 하려는 걸까? 설마 저 자세로 쾌속검을 쓰려는 걸까? 나는 시류의 행동을 이해하지 못 했다. 이건 상대 기사를 비롯한 모두가 마찬가지였다. 다들 그녀가 무엇을 하려고 하는 것인가, 온 신경을 곤두세우고서 지켜보았다.
그리고 이처럼 모두의 이목이 집중되어 있을 때, 시류가 ‘합!’하고 짧은 기합성과 함께 검을 내리그었다.
콰앙!
그 순간, 거센 폭풍이 일어났다.
그래, 말 그대로 폭풍이었다.
시류가 휘두른 검이 상대의 방패를 내려치는 순간, 쇠와 쇠가 서로 맞부딪치는 소리가 아니라 마치 묵직한 둔기로 내려치는 듯한 둔탁한 소리와 함께 큰 풍압이 일어났다. 사람들은 이 말도 안 되는 광경에 경악했다.
장신의 기사는 자신이 들고 있던 방패가 그대로 찢겨나가는 것을 바라보며 저 멀리 튕겨져 나갔다.
“크억!”
상대 기사의 육체가 땅바닥을 몇 바퀴나 굴렀다. 그의 몰골은 말이 아니었다. 기침을 내뱉을 때마다 붉은 피가 함께 뿜어져 나왔고, 그가 입고 있던 갑옷은 멀쩡한 곳이 없었다. 딱 봐도 그가 치명상을 입었다는 것을 알 수가 있었다.
“히이익…….”
“으윽…….”
다들 하나 같이 기가 질린 얼굴로 시류를 바라보았다.
나 또한 시류의 압도적인 힘 앞에 질릴 대로 질려있는 상태였다.
‘영웅은……. 영웅이란 건가.’
Hero 등급의 위대함이 새삼 와닿았다.
나는 혀를 내두르며 시류의 정보를 확인하기 위해서 스마트폰을 들어올렸다. 그러자 화면에 새로운 알림문구가 하나 떠올라 있는 게 내 눈에 들어왔다.
[축하합니다!]
[스킬 ‘영웅의 일격’을 획득했습니다!]
[효과 : 상대에게 공격력의 400%에서 500% 사이의 피해를 입힙니다. 이 공격은 강한 충격파를 동반합니다. (충격파가 적을 밀쳐내는 범위 : 3.5M) (정신 집중 시간 : 최소 0.5초 / 최대 5초) (재사용 대기 시간 : 20초)]
‘……심지어 재능충이네.’
스킬이란 게, 원래 이렇게 쉽게 습득이 되던가? 내가 알기론 절대로 아니었다.
그토록 강한 에나조차도 전투 중에 스킬을 습득한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 그러나 시류는 싸울 때마다 새로운 스킬을 하나씩 습득하고 있었다.
실로 괴물 같은 재능이라 할 수 있었다.
‘하늘도 참 무심하지. 시류에게 가슴을 준 것도 모자라서, 이젠 재능까지 주네.’
시류의 가치는 이미 가슴으로 최고치를 찍어놓은 상태인데, 여기에 재능까지 점정을 찍으면서 자신의 가치를 내게 한껏 뽐내고 있었다. 시류 또한 자신이 이만큼이나 강해진 것이 어지간히도 기쁜 모양인지, 환하게 웃으며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두렵구나.
저 가슴이! 저 재능이……! 나는 어쩌면 인류 역사상 최강의 영웅을 탄생시킨 것일지도 몰랐다. 만약에 저 영웅이 타락이라도 하게 된다면, 이 세상 그 누구도 감히 막지 못 할 것이다.
그것이 설혹 시류보다 더 작고 위대한 가슴을 가진 에나라고 할지라도 말이다.
“가슴조차 뛰어넘는 재능이란 게 바로 저런 건가…….”
나는 조용히 나직였다. 그리고 영웅의 탄생에 전율했다.
“말도 안 돼!”
그 때, 힐다 공자의 외침 소리가 적막하게 깔려있는 침묵을 깼다. 공자는 새하얗게 질리다 못 해, 파랗게 질린 얼굴로 발악하고 있었다.
“……나, 난 인정 못 해! 이런 게……. 이런 결과가 나올 리가 없어! 저딴 기생오라비처럼 생긴 녀석에게 내 기사들이 진다니……! 무언가 속임수를 쓴 것이 틀림없다!”
이러한 공자의 외침에 날 향해 환하게 웃고 있던 시류가 한순간 정색하며 눈살을 찌푸렸다. 그리고는 몸을 돌려 힐다 공자를 쏘아보더니, 잔뜩 화가 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전 속임수 같은 걸, 쓴 적이 없습니다!”
“입 닥쳐라! 천한 것 주제에 어디서 내 말에 토를 다느냐!”
시류를 천한 것이라고 부르며 모욕을 주는 힐다 공자의 태도에 이번엔 내 얼굴이 딱딱하게 굳었다. 지금 당장 명예 결투고 뭐고 간에 저 녀석의 안면에 어둠의 화살이라도 먹여주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니, 이건 좋은 기회였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서며 말했다.
“그렇게나 믿기지 않는다면 어디 한번 그 잘난 기사들을 계속 내보내보십시오!”
내 외침에 힐다 공자와 시류의 표정이 활짝 펴졌다.
힐다 공자는 또다시 기회를 얻게 된 것에 크게 기뻐하고 있었고, 시류는 안 그래도 언짢았던 기분을 저 녀석의 기사들을 상대로 풀 수 있어서 좋아하고 있는 것이었다.
그리고 나 또한 속으로 웃었다.
왜냐하면 경험치들이 제 발로 굴러들어오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래, 쑥쑥 성장해라.’
나는 흐뭇하게 웃으며, 힐다 공자 측의 새로운 기사를 바라보았다.
이번에 나선 기사는 체구가 상당히 작았다. 게다가 입고 있는 갑옷도 앞선 기사들에 비해서 상당히 간소화되어 있었다.
누가 봐도 그가 힘으로 밀어붙이는 게 아닌 속도로 밀어붙이는 기사임을 알 수가 있었다.
“흐흐, 앞서 나온 미련한 기사들처럼 내가 네 녀석의 공격을 순순히 맞아줄 거라곤 생각하지 말거라.”
그는 나직이 웃음을 흘리며 시류를 향해 달려들었다.
나는 설마 그가 다짜고짜 시류에게 달려들 줄은 몰랐기에 당황하고 말았다. 그러나 시류는 마치 예상이라도 하고 있었다는 듯이 너무나도 간단하게 상대의 공격을 막아내고는 그대로 녀석의 복부를 발로 걷어찼다.
퍽!
“꽥!”
상대 기사는 상당히 경망 맞은 비명 소리를 내며 저 멀리 날았다. 그리곤 앞선 기사들과 마찬가지로 기절이라도 한 모양인지, 죽은 개구리마냥 대(大)자로 뻗은 채 축 늘어졌다.
“오오…….”
이번에도 시류가 상대 기사를 손쉽게 쓰러트리자, 곳곳에서 자그마한 감탄성이 터져 나왔다. 몇몇은 경외어린 시선으로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다들 슬슬 시류의 압도적인 강함에 익숙해지고 있는 모양이었다.
나는 그 모습을 잠시 바라보다가 스마트폰 쪽으로 시선을 내렸다. 그러자 아니나 다를까, 이번에도 새로운 스킬이 생성되었다는 알림문구가 화면에 떠올랐다.
[축하합니다!]
[시류 발렌시아가 스킬 ‘반사 신경’을 획득했습니다!]
[효과 : 민첩이 5% 더 상승합니다.]
‘역시 재능충…….’
시류는 내 기대를 배신하지 않고, 쑥쑥 성장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