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차 예선] -->
[스킬 ‘정기 주입’의 조건이 맞춰줬습니다.]
[대상 ‘시류 발렌시아’를 확인했습니다.]
[정기를 주입하시겠습니까?]
[0000 (최소 0 / 최대 2325)]
‘얼마나 주입해줘야 되려나.’
에나 때처럼 랜덤 장비 상자 뽑기에 쓸 정기 900만 남겨두고서 시류에게 주입해줄까도 싶었지만, 그렇게 되면 시류가 받게 될 정기의 양이 턱없이 적어지기 되기에 그다지 끌리지 않았다.
‘……물론 현주나 민서를 조교의 방으로 불러내서 정기를 수급하는 방법이 있기는 하지만…….’
문제는 현실에 있는 현주나 민서를 조교의 방으로 부르려면 일단 이계로 돌아간 뒤에 다시 현실로 돌아가 조교의 방으로 두 사람을 불러내야 된다는 사실이었다.
상당히 번거로운 일이라고 할 수 있었다. 게다가 내가 현주나 민서를 조교의 방으로 호출하기 위해서 명예 결투를 지켜보는 도중에 현실로 돌아가 버리기라도 한다면 주변이 순식간에 소란스러워 질 게 틀림없었다.
‘그래도 혹시 모르니까 한번 불러볼까?’
나는 혹시나 싶은 생각에서 현재 보유 중인 노예 목록을 열람한 뒤에 현주를 조교의 방으로 호출해보았다.
[주의. 현재 사용자는 이계에 머물고 있습니다.]
[이계로 먼저 돌아간 뒤에 현실로 이동해주셔야 합니다.]
그러자 아니나 다를까, 저번에 엘레노아의 처녀를 가져간 뒤에 현실로 돌아가려 했을 때처럼 내게 주의를 주는 알림문구가 화면에 떠올랐다.
내가 이계의 조교의 방에 머물고 있는 동안 현실로 돌아가지 못 하듯이, 현실에 있는 사람도 단번에 이계의 조교의 방으로 넘어오지는 못하는 모양이었다.
이를 확실히 알게 된 나는 확인을 누른 뒤에 다시금 시류에게 얼마나 정기를 주입해줄지를 묻는 알림문구로 돌아갔다.
‘그냥 다 주자.’
랜덤 장비 상자가 다소 아쉽기는 했지만, 괜히 어중간하게 정기를 주입하는 것보다는 이게 훨씬 더 나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게다가 무엇보다도 시류가 보유 중인 스킬 중에는 영웅의 씨앗이란 게 존재했었다.
‘레벨 50을 달성했을 때, 등급을 희귀에서 영웅으로 올려주니까.’
등급 상승인 만큼 어지간한 장비보다는 좋을 것이 틀림없었다. 실제로 아이템 등급 상승(인물)을 사용해서 Hero 등급을 달성한 에나는 웬만한 일에는 자기 무기를 꺼내지 않고 싸웠다.
그런 만큼 시류도 에나만큼은 아니더라도 그에 준하는 능력을 보여줄 것이 틀림없었다.
[대상 ‘시류 발렌시아’에게 ‘2325’의 정기를 주입하는 것이 맞습니까?]
[네 / 아니요]
이렇듯 마음의 결정을 내린 나는 내가 현재 보유하고 있는 모든 정기를 시류에게 주입했다. 그러자 곧 팡파르가 터지는 영상과 동시에 여러 개의 알림문구가 스마트폰 화면에 떠올랐다.
[시류 발렌시아에게 정기 2325를 주입합니다!]
[시류 발렌시아의 레벨이 상승했습니다!]
[시류 발렌시아의 레벨이 상승했습니다!]
[시류 발렌시아의 레벨이 상승했습니다!]
.
.
.
[시류 발렌시아의 레벨이 상승했습니다!]
[시류 발렌시아의 레벨이 상승했습니다!]
[시류 발렌시아의 레벨이 상승했습니다!]
이미 한번 봤던 장면이었기에 별다른 감흥은 일어나지 않았다. 하지만 이런 나하고는 다르게, 자신의 신체가 급격하게 강해지는 걸 난생처음 겪게 된 시류는 더없이 깜짝 놀란 표정을 지어보이며 고개를 치켜들었다.
“어어?”
시류는 자신에게 일어난 커다란 변화에 어지간히도 놀란 모양인지, 얼빠진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이, 이게 무슨…….”
이처럼 당혹스러워하는 시류의 태도에 나는 이미 다 알고 있다는 표정을 지어보이며 말문을 열었다.
“갑자기 막 힘이 넘치죠?”
“네? 아……. 네! 그 말대로 온 몸에서 힘이 넘칩니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손가락 하나 까닥할 수 없을 만큼 지쳤었는데, 지금은 뭘 하더라도 절대로 지치지 않을 것 같습니다. 이게 대체 무슨 마법입니까?”
호기심 가득 담긴 목소리로 질문을 던지는 시류의 태도에 나는 단호히 고개를 가로저으며 대답했다.
“마법이 아닙니다.”
“이게 마법이 아니라고요? 그럼 대체 뭡니까?”
“사랑입니다.”
“사, 사랑이요?”
사랑이란 말에 놀란 표정을 지어보이는 시류를 향해 나는 얼굴에 철판을 깔고 설명해주었다.
“그렇습니다. 제가 주는 사랑을 시류 씨가 온 몸으로 느끼고 있기 때문에 강해진 겁니다. 흔히들 이런 말을 하지 않습니까? 여자는 사랑을 먹고 산다고요. 그 말대로 시류 씨는 지금 제가 주는 사랑을 받고 있기에 성장을 한 겁니다. 소녀에서 여인으로요.”
이리 말한 나는 몸과 몸을 서로 맞댄 채로 허리를 살짝 흔들었다. 그러자 내 남근이 시류의 질 내 최심부, 자궁 부근에 달해 단숨에 입구를 콱 하고 찔렀다. 동시에 거대한 귀두가 입구에 자리를 잡아 마구 비벼대며 그녀를 희롱했다.
이 자극에 시류는 잘록한 허리를 좌우로 흔들며 부르르 몸을 떨었다.
“흐읏! 아앙……. 굉장합니다. 이런 기분……. 이런 게 사랑을 받는 거라니……. 하으읏. 누군가에게 사랑을 받는다는 게, 이렇게나 기분 좋은 일일 줄은……. 흐읍! 전혀 몰랐습니다. 하읏, 또 그렇게 움직이면……. 저 느껴버려서……! 하앙, 아!”
시류는 황홀해하는 표정을 띠워 보이며 나를 뚫어져라 바라보았다. 사랑에 푹 빠져버린 소녀처럼 나를 올곧게 바라보고 있는 것이었다. 그 모습에선 더 이상 자신을 남자라며 우기던 고집센 여인의 모습을 찾아볼 수 없었다.
‘됐군.’
시류의 몸도, 마음도 완전히 내 것으로 만드는데 성공했다. 그리고 여기에 각성도 잘 되었다.
아니, 이 경우에는 각성이 아니라 타락일지도 몰랐다. 하지만 이게 각성이든 타락이든 간에 나하고는 전혀 상관이 없었다.
내게 있어서 중요한 건, 시류가 내게 반했느냐, 반하지 않았느냐 뿐이었으니 말이다.
나는 뿌듯함을 느끼며 시류의 이마에 가볍게 입술을 맞춰주었다. 그러자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시류가 함박미소를 지어보이며 내 품에 안겨들었다.
그녀의 부드러운 볼살이 내 가슴께에 닿자, 가슴이 절로 따스해졌다.
“…….”
잠시 이 따스함을 느끼던 나는 이윽고 오른손으로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어주며 스마트폰을 들어올렸다.
화면에 떠올라있는 남은 알림문구들을 마저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시류 발렌시아의 레벨이 50에 도달함에 따라 스킬 ‘영웅의 씨앗’이 발아합니다.]
[시류 발렌시아의 등급이 ‘Rare’에서 ‘Hero’로 상승합니다.]
[시류 발렌시아의 스킬에서 ‘영웅의 씨앗’이 제거됩니다.]
[시류 발렌시아의 스킬에 ‘영웅의 자격’이 추가 됩니다……. 오류 발생.]
[시류 발렌시아의 스킬 ‘영웅의 자격’이 추가되지 않습니다.]
[시류 발렌시아의 스킬 ‘영웅의 자격’이 ‘영웅의 순애’로 대체됩니다.]
[시류 발렌시아의 스킬에 ‘영웅의 순정’이 추가됩니다.]
[주의. 배신하지 마십시오.]
“…….”
마지막 주의 문구를 본 순간, 소름이 쫘악 돋았다.
배신하지 말라니……? 대체 무슨 스킬이기에 배신하지 말라고 주의까지 준다는 말인가?
나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 한 채, 서둘러 스킬 ‘영웅의 순정’를 확인해보았다.
[스킬 ‘영웅의 순정’]
[효과 1 : 호감도가 80이상일 경우, 모든 능력치가 20% 상승합니다.]
[효과 2 : 호감도가 90이상일 경우, 모든 스킬 레벨 +3를 받습니다.]
[효과 3 : 호감도가 100이상일 경우, 스킬 ‘영웅의 순정’이 삭제되고 스킬 ‘영웅의 순애’가 생성됩니다. (단, 배신당했을 경우 스킬 ‘영웅의 순정’이 삭제되고, 스킬 ‘영웅의 증오’와 ‘영웅의 집착’이 생성됩니다.)]
‘실화냐?’
모든 스킬 레벨 +3이라니……! 이 얼마나 소름끼치는 효과라는 말인가? 당장에 저 효과만 내가 따로 가질 수 있다면, 지금 내가 소환할 수 있는 소환물의 개체수가 어마어마하게 늘어나게 된다.
막말로 96마리의 고블린들이 모든 스킬 레벨 +3의 효과를 받아서 768마리로 늘어나게 되는 것이다.
실로 소름끼치는 숫자라고 할 수 있었다.
‘……몬스터 군단이라니!’
일천에 달하는 몬스터들이 오직 내 명령에만 따라서 움직인다고 생각하니, 절로 감탄성이 터져 나왔다.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모든 스킬 레벨 +3의 효과를 가진 건 내가 아니라 시류였다.
그림 속의 떡이라고 할 수 있었다.
쩝, 하고 입맛을 다신 나는 효과 3를 차근차근 읽어보았다.
‘내가 시류를 배신하면 영웅의 증오와 집착이 생긴다는 건가.’
대충 어떤 스킬인지, 짐작이 되었다.
하지만 그다지 걱정이 들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내가 시류를 배신할 확률은 0%라고 하더라도 과언이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솔직히 말해서 이토록 사랑스런 여인을 놔두고서 어떻게 배신을 한다는 말인가?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차라리 죽었으면 죽었지, 내가 시류를 배신하는 일은 결코 없을 것이다.
나는 코웃음을 치며 스마트폰의 화면에 잔뜩 떠올라있는 알림문구들을 정리했다. 그러자 곧 이어서 새로운 알림문구가 떠올랐다.
[시류 발렌시아에게 창피한 옷을 억지로 입혔습니다.]
[시류 발렌시아의 호감도가 3 하락합니다.]
[시류 발렌시아의 충성도가 5 하락합니다.]
[시류 발렌시아에게 고급스런 달콤한 간식(하이 엘프 ‘아이린’의 수제 쿠키)을 선물해주었습니다.]
[시류 발렌시아의 호감도가 1 상승합니다.]
[시류 발렌시아에게 수치를 주었습니다.]
[시류 발렌시아의 호감도가 3 하락합니다.]
[시류 발렌시아의 충성도가 1 하락합니다.]
[시류 발렌시아에게 남에게 절대로 말하지 못 할 부끄러운 일을 시켰습니다.]
[시류 발렌시아의 호감도가 5 하락합니다.]
[시류 발렌시아가 당신이 준 상에 흥분합니다.]
[시류 발렌시아의 호감도가 1 상승합니다.]
[시류 발렌시아가 당신의 손길에 만족합니다.]
[시류 발렌시아의 호감도가 3 상승했습니다.]
[시류 발렌시아가 당신의 애무에 기뻐합니다.]
[시류 발렌시아의 호감도가 1 상승했습니다.]
[시류 발렌시아에게 평생 잊지 못 할 첫 키스를 선해주었습니다.]
[시류 발렌시아의 호감도가 5 상승했습니다.]
[시류 발렌시아가 생애 첫 절정에 달합니다.]
[시류 발렌시아의 호감도가 3 상승했습니다.]
[시류 발렌시아 당신과의 섹스에 만족합니다.]
[시류 발렌시아의 호감도가 8 상승했습니다.]
[시류 발렌시아가 당신이 말한 ‘사랑’이란 것에 대해서 설렘을 느낍니다.]
[시류 발렌시아의 호감도가 5 상승했습니다.]
[시류 발렌시아가 당신에 대한 사랑을 키워나가기 시작합니다.]
[시류 발렌시아의 호감도가 10 상승합니다.]
‘떨어졌다가 올라갔다가 난리도 아니네.’
하지만 결론적으로는 상당한 호감도를 챙길 수 있었다. 게다가 무엇보다도 아이린이 직접 만든 쿠키를 다른 사람에게 선물하면 호감도가 상승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물론 이게 식탐이 많은 시류이기에 오른 것일지도 몰랐지만 말이다.
‘……그래도 실험해볼만한 가치는 있겠네.’
나는 이리 생각을 하며 확인을 눌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