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매니저 어플-454화 (454/599)

<-- [2차 예선] -->

불안에 떨면서 수풀 속으로 엉금엉금 기어들어가는 시류의 모습은 그야말로 겁에 질린 한 마리의 토끼와도 같았다.

어찌나 불안에 떨던지, 한 걸음 내딛는 것조차도 신중에 신중을 기하고 있었다. 게다가 자신이 지금 전라에 가까운 상태라는 것이 계속 신경 쓰이는 모양인지, 양 다리는 잔뜩 오므리고 상반신은 거의 땅바닥에 닿을 정도로 바짝 붙이고 있었다.

그런데 웃기게도 시류는 이런 상황에서 조금씩 흥분하고 있었다.

‘이거 참…….’

나도 모르게 헛웃음을 터트리고 말았다.

그도 그럴 것이 시류가 입고 있는 가죽 바지가 조금씩 젖어가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처음 보았을 때는 내 눈을 의심했지만, 바짓가랑이가 애액이 젖은 탓에 진하게 얼룩져 있다는 걸 보고나니 더 이상 의심 할 수가 없었다.

‘……이런 상황에서 진짜 흥분할 줄이야.’

어쩌면 반발심일지도 몰랐다.

그동안 자신의 성별을 꽁꽁 숨겨왔던 것에 대한 반발심 말이다.

“가, 갔다 왔습니다.”

그리고 어느덧 내 곁으로 다시 돌아온 시류가 가쁘게 숨을 토해내며 내게 목줄을 내밀었다.

어서 빨리 산책을 끝마치고 돌아가자는 무언의 의사표시였다.

참으로 아이러니한 상황이 아닐 수 없었다. 분명 방금 전까지만 하더라도 산책을 나가기 싫다며 완강하게 저항했던 주제에 지금은 어서 빨리 산책을 끝내자며 나를 보채고 있는 것이었다.

나는 비릿한 미소를 띠며 그녀가 내미는 목줄을 받아들였다.

“생각보다 오래 걸렸네요. 혹시 다른 남자들에게 자신의 모습을 들켜서 억지로 범해지는 그런 상상을 하며 자위라도 하고 오신 겁니까?”

시류를 향해 일부러 질 나쁜 음담패설을 내뱉자, 그녀는 자기 얼굴을 새빨갛게 물들인 채로 눈가에 눈물을 글썽였다.

“…….”

무어라 부정도 하지 않은 채, 입술을 꾹 다무는 그녀의 행동에 나는 그만 깜짝 놀라고 말았다.

‘정말로 한 거야?’

그도 그럴 것이 여기서 시류는 내 말에 아니라며 격렬하게 부정해야만 되었다. 그런데 지금 이 태도는 도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나는 놀란 가슴을 서둘러 진정시키며 시류의 엉덩이 쪽으로 손을 뻗었다.

“히익!”

그러자 그녀가 소스라치게 놀라며 제법 귀여운 비명을 터트렸다. 그리고 동시에 내 손가락에 축축하게 젖어있는 가죽 바지의 감촉이 느껴졌다. 물론 소변일 수도 있겠지만……. 단언컨대 이건 소변이 아니었다.

소변은 이렇게 미끈거리지 않으니까.

나는 허벅지까지 흘러내린 애액을 손가락으로 훑어내며 입을 열었다.

“왜 대답을 못 하는 겁니까? 설마 진짜로 자위를 하고 온 겁니까?”

이처럼 거듭되는 내 추궁에 시류는 기어들어가는 듯한 작은 목소리로 부정의 목소리를 내었다.

“아, 안 했습니다. 아무것도…….”

“정말로요?”

“네…….”

시류는 나와 시선을 마주치는 것조차도 부끄럽다는 듯이 고개를 푹 숙인 채 대답했다. 이에 나는 왼손으로 그녀의 턱을 붙잡아, 억지로 고개를 들어 올리도록 만든 뒤에 오른손에 끈적끈적하게 얽혀있는 애액을 보여주며 물었다.

“그럼 이건 대체 뭡니까?”

“뭐, 뭐냐니요…….”

“이걸 보고도 끝까지 발뺌을 하실 생각이십니까?”

“…….”

이런 내 추궁에 시류는 입술을 꾹 다문 채로 시선을 아래로 떨어트렸다.

“계속 그렇게 입을 다물고 계시면, 이 산책은 영원히 끝나지 않을 겁니다.”

“그런…….”

이처럼 내가 협박하자 시류는 낙담한 표정을 지어보이며 나를 올려다보았다. 이에 나는 그녀의 눈가에 맺혀있는 눈물을 엄지로 닦아주며 재차 물어보았다.

“다시 한 번 더 묻겠습니다. 대체 뭘 하다가 이렇게 늦게 오신 겁니까? 설마 진짜로 다른 사람에게 억지로 범해지는 상상을 하며 자위라도 하고 오신 건가요?”

이런 내 물음에 시류는 다급히 고개를 가로저으며 대답했다.

“자, 자위는 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상상은…….”

그녀는 잠시 말끝을 흐렸다가 이윽고 마치 고해성사라도 하듯이 두 눈을 꼭 감고서 말을 이었다.

“……했습니다. 그렇지만……. 어쩔 수 없지 않습니까? 그런 상황에서……. 혹시라도 다른 누군가와 마주치기라도 한다면……. 전…….”

수치심에 물든 얼굴로 내게 솔직하게 털어놓는 그녀의 모습에 나는 그제야 만족스레 웃고는 그녀의 연갈색 머리카락을 쓰다듬어주었다.

“그래서 어떤 상상을 하신 겁니까?”

이어지는 내 질문에 시류는 잠시 망설이다가 이윽고 어쩔 수 없단 표정을 지어보이며 자신이 했던 상상을 내게 솔직하게 말해주었다.

“다른 사람들에게 들켜서……. 그 사람들을 피해서 도망치는데……. 그만 잡혀버려서, 강간당하는…….”

강간이란 단어를 입에 담는 순간, 시류의 얼굴이 새빨갛게 물들었다. 아니, 얼굴뿐만이 아니었다. 귀도, 피부도, 전부 다 하나 같이 붉게 점철되어 있었다. 게다가 시류의 입 밖으로는 한층 더 거칠어진 숨결이 쉴 새 없이 터져 나오고 있었다.

‘말하면서 흥분하고 있는 건가.’

자신의 부끄러운 망상을 타인에게 말하는 것으로 흥분하다니……!

이 얼마나 바람직한 성적 취향이란 말인가?

물론 아직까진 자신이 이걸로 흥분하고 있단 사실을 깨닫지 못 하고 있는 듯이 싶지만, 이건 앞으로 내가 하나하나 세심하게 짚어가면서 가르쳐주면 되는 일이었다.

나는 군침을 꿀꺽, 삼키며 계속해서 시류를 보챘다.

“그리고요?”

“여러 사람들에게 둘러 싸여서……. 억지로 계속, 계속 범해지다가 저는…….”

자신의 망상을 내게 이야기를 하면 이야기를 할수록 시류의 허벅지를 타고 흘러내려가고 있는 애액의 양이 점차 많아졌다.

“……더, 더는……. 더는 못 말하겠어요. 더 이상……. 흐읏.”

그리고는 곧 시류는 더 이상 참을 수 없다는 듯이 신음성을 흘리며 몸을 잔뜩 움츠린다.

가벼운 절정에 달해버린 모양이었다. 실로 훌륭한 변태였다.

나는 그 모습을 흐뭇하게 내려다보았다. 그리고 곧 시류가 몸을 추스르고 고개를 들어 올리자, 나는 그녀의 엉덩이를 가볍게 어루만져주며 입을 열었다.

“산책을 계속 하죠.”

“흐으……. 네.”

이런 내 손길에 시류는 어깨를 부르르 떨며 가늘게 신음했다. 더불어 ‘네’라고 대답하는 음성이 아까 전보다 훨씬 더 들떠있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인간은 적응의 동물이라더니.’

처음 저택을 나설 때와는 완전히 달라진 시류의 모습에 나는 그녀 몰래 숨을 죽여 웃은 뒤에 숲 속 이곳저곳을 돌아다녔다. 그리고 그렇게 얼마나 돌았을까, 갑자기 시류가 우뚝 멈춰서더니 자신의 다리를 베베 꼬았다.

슬슬 소변이 마려운 모양이었다.

실제로 시류의 표정은 무척이나 곤란해보였다. 하지만 그리 다급해보이진 않았다.

‘……아직은 참을 수 있다는 건가.’

이제 막 신호가 온 것이니, 충분히 참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뇨제를 마셨던 것인 만큼 소변을 보고 싶단 생각은 1분 1초가 다르게 간절해질 것이다. 그리고 이런 내 생각대로, 5분도 채 되지 않아 시류의 표정이 보기 좋게 일그러졌다.

“저……. 저기…….”

그 때, 시류가 쩔쩔 매는 것만 같은 목소리로 나를 불렀다. 이에 나는 짐짓 아무것도 모른다는 표정을 지어보이며 대답했다.

“왜 그러십니까?”

“그게……. 사, 산책은 언제쯤 끝나는 겁니까? 꽤 오랫동안……. 읏! 흐으, 돌아다닌 거 같은데……. 슬슬 끝내고 저택으로 돌아가는 게…….”

“글쎄요? 30분 정도 더 돌고 들어갈 생각인데요?”

“사, 삼십분씩이나…….”

30분이라는 말에 시류의 얼굴색이 파랗게 질렸다. 그리고는 더 이상 참을 수 없단 듯이 말을 이었다.

“……자, 잠깐이라도 좋으니까……. 흐읏, 저택에 좀……. 돌아가면 안 되겠습니까?”

“저택으론 왜요?”

“화, 화장실이…….”

정말로 급한 모양인지, 급기야 시류는 두 손으로 자신의 바짓가랑이를 꾸욱 눌렀다.

“급하면 여기서 싸는 게 어떻겠습니까? 용병 시절에도 용변 정도는 이런 야외에서 자주 처리했을 거 아닙니까?”

“그, 그렇긴 하지만……. 이런 차림으로……. 누가 보기라도 했다간…….”

“이제 와서 뭘 그렇게 부끄러워하시는 겁니까? 여태까지 산책을 잘 해놓고서요.”

이리 말한 나는 시류의 엉덩이를 보란 듯이 꽈악 움켜쥐었다.

“히이익!”

순간 시류의 입술 사이로 새된 비명소리가 터져 나왔다. 동시에 그녀는 눈물을 글썽이며 원망하는 듯한 말소리를 내게 쏟아내었다.

“……놔, 놔주세요! 그렇게 세게 움켜쥐면……. 햐읏!”

“왜요? 지려버릴 것 같습니까?”

“제, 제발……. 하으윽!”

드디어 시류의 입 밖으로 제발이란 단어까지 나왔다. 그만큼 시류가 얼마나 다급한지를 잘 알려주는 대목이었다. 이에 나는 그녀를 편하게 해주기 위해서 시류의 몸을 일으켜 세웠다. 그리고는 바짓가랑이를 꽈악 움켜쥐고 있던 그녀의 손을 치운 뒤에 지퍼를 아래로 내렸다.

그러자 찌이익 소리와 함께 뜨거운 김이 모락모락 피어올랐다. 더불어 그 안에 숨겨져 있던 축축하게 젖어버린 팬티도 자기 모습을 드러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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