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매니저 어플-452화 (452/599)

<-- [2차 예선] -->

‘내가 예상했던 것 이상인데?’

안구정화라는 말이 딱 들어맞는 상황이었다.

잡티라곤 하나도 보이지 않는 새하얀 피부가 방 안 곳곳을 환하게 밝히고 있는 듯한 착각마저도 들었다.

요염하면서도 굉장히 샤프해보였다.

가죽으로 된 브라가 갈색 빛이 감도는 검은색이라서 그런지 시류의 밝은 갈색 머리카락과 잘 어우러지고 있었다. 게다가 남성처럼 짧은 머리를 하고 있었기에 무척이나 예민하고 날카로워 보였다. 그리고 그 느낌이 본디지 의상과 너무나도 잘 어울렸다.

이 얼마나 멋진 조합이란 말인가? 하지만 시류의 매력은 단순히 그것에서 끝나고 있지 않았다.

꿀꺽, 군침을 삼키며 시선을 아래로 내리자, 거의 전라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그런 음란한 모습이 내 눈에 들어왔다. 훤히 드러나 있는 배꼽이라던가, 속옷이라 해도 결코 과언이 아닐 정도로 중요 부위만 딱 가리고 있는 하의가 딱 그 대표적인 예였다.

‘……그리고 여자가 맞았군.’

나는 시류의 하반신을 바라보며 만족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그도 그럴 것이 남자라면 마땅히 불룩해야 될 부분이 평평했기 때문이었다. 그것이 무엇을 뜻하는 것인지, 바보라도 알 수가 있었다.

나는 천천히 시류 쪽으로 다가갔다. 그러자 가죽 브라에 딱 달라붙어 있는 가슴이 내 눈에 들어왔다. 비록 저번처럼 선명한 분홍빛을 띠고 있는 유두가 적나라하게 보이고 있는 상황은 아니었지만, 이건 이것 나름대로 보기 좋았다.

어서 빨리 가죽 브라 안으로 내 손을 집어넣어서, 그 안에 숨겨져 있는 아담한 가슴을 희롱하픈 마음이 들었다.

“…….”

나는 가슴이 설레는 것을 느끼며 시선을 좀 더 아래로 내렸다. 그러자 마른 체형의 예쁜 몸매에 걸맞게 잘록한 허리가 내 눈에 가장 먼저 들어왔다. 가히 개미허리라고 불러도 가히 손색이 없을 정도였다.

저런 몸매가 이제까지 두꺼운 가죽으로 된 갑옷에 가려져 있었다고 생각하니, 안타까운 마음이 절로 들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나는 정신을 똑바로 차렸다.

왜냐하면 저건 단순 징검다리에 불과했기 때문이었다.

중요한 건, 좀 더 아래에 있었다.

‘역시 엉덩이가 중요하지……!’

나는 설렘으로 잔뜩 부푼 가슴을 끌어안고서 시류의 엉덩이 쪽으로 시선을 옮겼다. 그러자 내 눈에 복숭아처럼 탐스럽고 부드러워 보이는 엉덩이가 들어왔다.

어찌나 맛있어보이던지, 나도 모르게 무심코 한 입 깨물어 보고 싶을 정도였다.

그 정도로 예쁜 엉덩이였다. 그리고 이런 엉덩이를 더욱 더 사랑스럽게 만들어주고 있는 것이 있었는데, 그건 바로 그 아래로 늘씬하게 뻗어 있는 두 다리였다. 물론 크고 탐스러워 보이는 엉덩이를 든든하게 받쳐주고 있는 탄탄한 허벅지도 함께 있었다.

처음 보았을 때부터 탐이 났었지만, 이렇게 입혀놓고 보니 더더욱 탐이 났다.

‘……위험한데.’

진심으로 반해버릴 것만 같았다.

“어, 언제까지 계속 그렇게 뚫어져라 보실 생각이십니까?”

그 때, 시류가 잔뜩 부끄러워하는 목소리로 내게 물었다. 이에 나는 진심으로 감탄하는 표정을 지어보이며 대답했다.

“너무 잘 어울려서 도저히 시선을 뗄 수가 없네요.”

“읏……!”

이런 내 말에 시류는 한층 더 부끄러워진 모양인지, 짤막한 신음성을 터트리며 양 팔로 자신의 몸을 필사적으로 감쌌다. 그러나 이런 그녀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아담한 가슴과 풍만한 엉덩이에서 흘러나오는 색기의 양은 전혀 줄어들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더 많이 흘러나오는 것만 같았다.

나는 양 팔에 감싸여있는 시류의 가슴과 실룩실룩 흔들리고 있는 엉덩이를 한 차례 번갈아보고는 입을 열었다.

“그렇게 서있지만 말고, 이리로 오세요. 먹을 거라도 먹으면서 이야기를 나누죠.”

이리 말한 나는 물과 간식거리는 들고서 침대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이에 시류는 나를 무척이나 경계하는 기색을 내비쳐보였지만, 이내 내 말대로 언제까지고 계속 서있을 수만은 없다는 것을 깨닫고는 내 곁으로 다가왔다.

그리고 이윽고 나를 따라 시류가 침대 위에 엉덩이를 깔고 앉자, 나는 유리잔에 담겨져 있는 물과 간식거리를 내밀면서 말을 이었다.

“……제가 시류 씨를 여기로 부른 건, 단순히 벌만 주기 위해서가 아닙니다.”

“그럼……?”

“시류 씨가 명예 결투에서 이길 수 있도록 도움을 주기 위해서입니다.”

이런 내 말에 시류는 크게 놀란 표정을 지어보였다.

“도움이라니……? 설마 비겁한 방법은 아니겠죠? 그거라면 사양하겠습니다.”

“비겁한 방법은 절대로 아닙니다. 그러니 걱정 마십시오.”

“그럼 대체 무슨 방법으로…….”

“그건 시류 씨가 남은 벌을 다 받고 난 뒤에 가르쳐드리겠습니다.”

“윽…….”

남은 벌이라는 말에 시류는 어깨를 잔뜩 움츠리며 죽는 소리를 내었다. 어지간히도 남은 벌들이 걱정되는 모양이었다. 이에 나는 그녀를 안심시켜주고자, 다정하기 짝이 없는 목소리로 속삭여주었다.

“심한 벌은 주지 않을 테니 걱정 마세요.”

이러한 내 말에 시류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이윽고 말소리를 뽑아내었다.

“제가 무슨 벌을 받게 될지……. 미리 들어봐도 괜찮겠습니까?”

“안 됩니다. 그러면 벌을 받는 의미가 없지 않습니까?”

“…….”

“일단은 좀 쉬세요. 이거라도 먹으면서요.”

나는 나무줄기를 엮어 만든 바구니 안에 담겨져 있는 과자를 하나 집어먹으며 말했다. 이에 시류는 한동안 착잡한 표정을 지어보이다가 바구니 쪽으로 손을 뻗어 과자를 하나 집어넣었다.

그리고는 자기 입 쪽으로 가져가 한 입 베어 무는 순간, 시류가 깜짝 놀란 표정을 지어보이며 입을 열었다.

“이거……. 굉장히 맛있네요.”

“엘프가 직접 만든 거니까요.”

물론 이게 저택 안에 원래부터 있었던 것인지, 아이린이나 운피레아 둘 중에 한 명이 만든 것인지 확실히 알 수는 없지만, 나무줄기로 엮은 바구니 안에 담겨져 있던 걸로 보아서는 엘프들이 만들었을 확률이 조금 더 높았다.

“여기에 엘프가 살고 있는 겁니까?”

“열 네 명 정도가 살고 있습니다.”

“직접 볼 수 있을까요?”

“그 차림으로요?”

“아……! 아, 아뇨! 옷을 갈아입은 다음에……. 콜록콜록!”

이런 내 지적에 시류는 얼굴을 새빨갛게 물들이며 허둥지둥 대답했다. 그러다 목이 메인 모양인지, 콜록대며 기침을 했다. 이에 나는 서둘러 물잔을 시류의 손에 쥐어주며 입을 열었다.

“이것 좀 마시세요.”

“콜록! 아, 네……. 감사합니다. 꿀꺽.”

이처럼 내가 손에 물잔을 쥐어주자, 시류는 정말로 고맙단 표정을 지어보이며 아무런 의심 없이 물을 마셨다. 그리고 이윽고 꿀꺽꿀꺽, 소리를 내며 유리잔 안에 들어있는 물을 마시는 그녀의 모습을 바라보며 나는 속으로 웃음을 삼켰다.

‘됐군.’

이뇨제를 탄 물을 마셨으니, 1~2시간 이내로 효과가 나타날 것이다.

물론 보편적으로 최대의 효과가 나타나는 건, 2시간이었지만 여긴 조교의 방이었다.

민감도가 70%나 상승되어 있다 보니, 소변이 아주 조금만 마려워도 평소보다 훨씬 더 민감하게 느껴질 것이 틀림없었다.

‘……짧으면 30분, 길면 1시간 정도이려나.’

나는 이뇨제의 효과가 나타날 때까지 시간을 끌고자, 계속해서 화제를 던졌다.

“기회가 된다면 엘프들을 볼 수 있을 겁니다. 그보다 시류 씨는 엘프를 보신 적이 없으신 겁니까?”

“네, 어째서인지……. 그쪽으론 인연이 없었습니다. 그보다 이거 정말로 맛있네요. 따로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싶을 정도입니다.”

과자가 어지간히도 마음에 든 모양인지, 시류는 햄스터처럼 쉴 새 없이 과자를 집어먹었다.

복스럽게 잘 먹는다는 말이 너무나도 잘 어울릴 정도로 말이다. 나중에 언제 한 번 에나와 함께 불러내서, 현실의 음식들을 이것저것 맛보게 해줘야 될 듯이 싶었다.

“그나저나 시류 씨는 식도락 꾼이라고 하셨죠?”

“아하하……. 그 정도까지는 아닙니다.”

식도락 꾼이냐는 질문에 시류는 어색하게 웃으며 자기 뒤통수를 긁적였다.

“닭을 기름에 튀긴 걸 드셔보셨습니까?”

“닭을 기름에 튀기다니요?”

“잘 손질한 닭에 튀김가루를 묻혀서 기름에 튀겨내는 겁니다. 노릇노릇하게 튀겨진 닭이 얼마나 먹음직스러운지는 따로 말하지 않더라도 잘 아실 거라고 생각됩니다.”

이런 내 말에 시류는 꼴깍, 군침을 삼키며 두 눈을 반짝였다. 어지간히도 먹는 게 좋은 모양이었다.

나는 그런 시류를 바라보며 계속해서 말했다.

“……게다가 여기에 매운 양념이나 머스터드 같은 것을 찍어 먹으면 그 맛이 아주 일품입니다. 아, 맥주도 빼놓을 수 없겠네요. 닭다리를 쭉 뜯어먹으며 맥주를 마시면 목 넘김이 정말 기가 막힙니다.”

“꿀꺽.”

시류는 정말로 먹어보고 싶단 듯이 나를 애타게 바라보았다. 이에 나는 자그맣게 웃음을 터트리며 입을 열었다.

“나중에 한 마리 시켜드릴 테니까, 너무 그렇게 애타게 바라보지 않으셔도 됩니다.”

“저, 정말입니까?”

“정말이고말고요.”

내가 흔쾌히 고개를 끄덕이며 확답을 내려주자, 시류는 자기가 지금 본디지 의상을 입고 있단 사실도 까맣게 잊은 듯이 두 손을 불끈 쥐고서 몸을 들썩들썩 거렸다. 덕분에 두 팔에 가려져 있던 가슴이 다시금 제 모습을 드러내며 내게 그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었다.

특히나 가슴골 하나 없이 평탄한 가슴이 너무나도 앙증맞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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