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매니저 어플-451화 (451/599)

<-- [2차 예선] -->

‘어디보자.’

서랍 속에는 온갖 성인 용품들이 들어있었다.

바이브를 시작으로 로터, 애널 비즈, 개구기, 미약……. 하나부터 열까지 전부 다 마음에 들었다. 하지만 그 중에서도 유독 내 시선을 잡아당기고 있는 것이 딱 하나 있었다.

나는 검지 손가락만한 크기의 병을 집어 들었다.

‘……이뇨제라…….’

이걸 마시고 소변이 마려워서 어쩔 줄 몰라해하는 시류의 모습을 머릿속에 떠올리니, 흥분감이 왈칵 치밀어 올랐다.

물론 그런 모습을 보기 위해서는 시류 몰래 이뇨제를 먹일 필요가 있었다.

만약에 내가 이걸 대놓고 먹인다면 시류는 화장실에 가는 것을 굳이 부끄러워하지 않을 테니 말이다. 그도 그럴 것이 이뇨제를 마시면 소변이 마렵다는 건, 지극히 당연한 일이었다.

부끄러워 할 필요가 전혀 없었다.

그러나 이게 이뇨제인지 모르고 마신다면 문제가 전혀 달랐다. 하물며 그것이 나라는 사람에게 벌을 받고 있는 도중이라면 더 말할 것도 없었다.

나는 이뇨제가 담겨져 있는 유리병을 주머니 속에 집어넣은 뒤에 주변을 돌아보았다.

방 밖으로 자연스럽게 나갈만한 구실을 찾기 위해서였다. 그리고 곧 내 눈에 옷장 하나가 들어왔다.

‘옷이라…….’

시류가 편하게 옷을 갈아입을 수 있도록 자리를 비켜준다. 자연스러우면서도 좋은 구실이었다.

이러한 생각에서 나는 곧바로 옷장을 열었다.

‘……없는 게 없네.’

옷장 속에는 온갖 종류의 옷들이 들어 있었다.

교복부터 시작해서 오피스 룩, 바니걸 의상, 수영복, 경찰복, 본디지 의상……. 없는 걸 찾는 게 더 빠를 정도로 많은 종류의 옷들이 들어있었다.

나는 잠시 옷들을 뒤적거리다가 이윽고 두 가지 종류의 옷을 꺼내들었다.

하나는 가죽 끈과 지퍼 등을 사용해 성적 페티시즘을 자극하는 본디지 의상이었고, 또 하나는 유두와 음부를 비롯한 중요 부위만 아슬아슬하게 가리고 있는 수영복이었다.

두 가지 의상 모두 다 하나 같이 보는 이로 하여금 낯뜨겁게 만드는 옷들이었다.

나는 그런 옷들을 시류에게 보여주며 질문을 던졌다.

“둘 중에 뭐가 마음에 드십니까?”

“네?”

이런 내 갑작스런 질문에 시류가 화들짝 놀라며 반문했다. 이에 나는 빙그레, 사람 좋아 보이는 미소를 지어보이며 재차 물었다.

“뭘 그렇게 놀라고 그러십니까? 자, 마음에 드는 걸로 하나 골라보세요.”

이리 말하며 오른손에는 본디지 의상을, 왼손에는 수영복을 들고서 시류 쪽으로 다가갔다. 그러자 시류가 경악 어린 표정을 지어보이며 양 볼을 새빨갛게 물들었다. 그리고는 곧 기가 찬다는 듯이 입을 딱 벌리고서 말했다.

“그, 그런 상스러운 옷을 대체 누구에게 입혀보려고 하시는 겁니까?”

“누구긴요.”

나는 능글맞게 말하며 시류의 앞에 딱 섰다. 그리고는 마치 선택을 강요하듯이, 두 가지 의상을 앞으로 쭉 내밀며 말을 이었다.

“……그야 당연히 시류 씨죠.”

“싫습니다!”

내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시류가 발작하듯이 큰 목소리로 소리쳤다. 어지간히도 싫은 모양이었다.

하지만 그녀가 아무리 싫다고 소리쳐보았자, 소용없는 일이었다. 여기까지 온 이상, 시류는 결국 내가 원하는 대로 움직일 수밖에 없었다.

나는 짐짓 서운하단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그럼 저와 한 약속을 어기겠다는 겁니까? 그것 참 실망이로군요.”

“어, 어기겠다고 한 적은 없습니다.”

“하지만 아까 전에 분명히 싫다고 하지 않으셨습니까?”

“그건……. 어쩔 수 없지 않습니까? 누가 대체 저런 옷을……. 입는다는 말입니까? 더욱이 저는 남자입니다.”

시류는 내 손에 들려있는 옷을 마주 보는 것조차도 부끄럽다는 듯이 시선을 아예 다른 곳에 두고 있었다. 하지만 이처럼 부끄러워하고 있는 것치고는 목소리에 제법 힘이 실려 있었다. 특히나 그 중에서도 자기를 남자라고 지칭할 때는 그 어느 때보다도 힘 있게 말하고 있었다.

그 때문에 혹시 내가 뭔가 큰 오해를 하고 있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아주 잠깐 동안 들었다. 하지만 그건 말이 안 되는 이야기였다.

내가 목욕탕에서 보았던 시류는 더할 나위 없이 매력적인 여성이었다.

하물며 꼭두각시도 시류를 보물이라고 지칭했다. 그런 이상, 시류가 남자일 리가 없었다.

“그래서 싫으시다는 겁니까?”

“그렇습니다.”

시류는 정말로 싫다는 듯이 그 어느 때보다도 강하게 자신의 의사를 내비쳐 보이고 있었다. 이에 나는 정말로 안타깝다는 듯이 탄식을 토해내며 입을 열었다.

“그럼 어쩔 수 없군요. 리나 씨에게 이 옷을 입히는 수밖에…….”

“네? 왜, 왜 갑자기 여기서 리나가 나오는 겁니까?”

내가 리나를 걸고넘어지자, 시류가 화들짝 놀라며 내게 소리치듯이 물었다.

“그야 당연하지 않습니까? 시류 씨가 이렇게나 싫다고 하시니, 시류 씨의 동료인 리나 씨가 대신해서 벌을 받아야 되지 않겠습니까?”

“그건 안 됩니다!”

내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시류가 큰 목소리로 대답했다. 동료를 그 누구보다도 끔찍이 아끼는 시류다운 행동이었다.

나는 그런 시류를 바라보며 재차 물어보았다.

“왜요?”

“리나는 이 일과 아무런 상관도 없지 않습니까!”

“시류 씨의 동료인데도요?”

“아무리 동료라도 해도 될 게 있고, 해선 안 될 게 있는 법입니다!”

단호하게 말하는 시류의 태도에 나는 정말로 이해가 안 된다는 표정을 지어보이며 계속해서 물어보았다.

“정말로 그렇게 생각하시는 겁니까? 시류 씨가 생각하시기에 동료라는 건, 고작 그 정도 밖에 안 되는 존재인 겁니까?”

“고작이라니요? 그렇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어째서 왜 안 된다고 하시는 겁니까? 동료라면 마땅히 즐거운 일도, 슬픈 일도, 괴로운 일도 함께 해야 하는 법이 아닙니까? 그런데 고작 이 정도 일……. 목숨을 내놓는 것도 아닙니다. 그저 이 옷을 입어보는 것뿐입니다. 그런데 이게 안 된다니……. 그게 정말로 시류 씨가 생각하시는 동료라는 겁니까?”

“그건…….”

아까 전과는 다르게 시류의 목소리가 떨리고 약해졌다. 누가 보더라도 대답하기를 망설이고 있는 모습이었다. 이에 나는 좀 더 시류를 몰아붙이고자, 보다 힘 있고 강하게 물어보았다.

“이것도 안 된다, 저것도 안 된다. 그럼 도대체 되는 게 뭡니까?”

“뭔가 다른 벌을…….”

“제가 장담하건데, 다른 벌은 이것보다 훨씬 더 심한 겁니다.”

“으윽…….”

“게다가 지금 시류 씨의 이런 행동이 괘씸하니 벌을 두 개로 늘리겠습니다.”

벌을 두 개로 늘리겠다는 내 말에 시류가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서 나를 올려다보았다. 그리고는 정말로 억울하단 듯이 내게 따지듯이 물었다.

“가, 갑자기 두 개로 늘리는 법이 어디 있습니까?”

“세 개.”

“…….”

하지만 내가 세 개라는 말을 하자, 시류의 입이 순식간에 다물어졌다.

여기서 내가 말한 세 개의 의미가 자기가 받을 벌의 개수라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이처럼 입을 꾹 다문 시류를 내려다보며 나는 가장 처음 던졌던 질문을 다시금 했다.

“둘 중에 뭐가 마음에 드십니까?”

이런 내 물음에 시류는 쉬이 입술을 떼지 못 하다가 이윽고 본디지 의상 쪽으로 손을 가리켰다.

“저걸로 하겠습니다.”

이 말에 나는 짐짓 놀란 표정을 지어보이며 입을 열었다.

“정말로요?”

이리 묻는 것과 동시에 검은색 가죽으로 만들어진 바지 쪽으로 손을 뻗었다. 그리고는 바지의 가랑이 부분에 매달려있는 지퍼를 아래로 잡아당겼다. 그러자 지이익 소리와 함께 가랑이가 벌어지며 그 안을 훤히 보여주었다.

“아, 아닙니다. 다른 걸로 바꾸겠습니다!”

그 모습을 본 시류는 기겁하며 수영복 쪽으로 손가락을 돌렸다. 이에 나는 또다시 짓궂게 웃음을 터트리며 질문을 던졌다.

“확실합니까?”

나는 이번에 수영복을 위아래로 잡아당겼다. 그러자 신축성 있는 소재로 만들어져 있는 만큼 쭈욱 늘어나며, 자기가 얼마나 적은 옷감으로 만들어졌는지를 확실하게 보여주었다. 그리고 그 모습을 본 시류는 아니나 다를까, 또다시 기겁하며 얼굴을 딱딱하게 굳혔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내가 자기를 놀리고 있다는 걸 깨달은 시류는 잔뜩 화난 얼굴을 하고서 입을 열었다.

“둘 중에 아무거나 주십시오.”

내가 약간 지나쳤던 모양이었다. 나는 짐짓 미안해하는 표정을 지어보이며 본디지 의상을 시류에게 내밀었다.

“그럼 옷은 이걸로 하죠. 그리고 사과의 뜻에서 시류 씨가 옷을 갈아입고 계신 동안 간단히 먹을 것과 마실 것 좀 가져오도록 하겠습니다. 편하게 옷을 갈아입고 계세요.”

“…….”

이러한 내 말에 시류는 조금은 화가 풀린 표정을 지어보이며 내가 내민 본디지 의상을 건네받았다. 하지만 여전히 이 옷을 입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 드는 모양인지, 좀처럼 눈을 옷 쪽에 두지를 못 하고 있었다.

저래서야 혼자서 옷을 제대로 입을 수나 있을지 의문이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내가 이 자리에 남아있을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이뇨제를 먹어야하니까.’

나는 가장 중요한 목적을 재차 상기시키며 입을 열었다.

“10분 뒤에 돌아오겠습니다.”

이리 말한 직후, 나는 시류를 방에 놔둔 채로 밖으로 나갔다. 그리고는 시류에게 이뇨제를 먹이기 위해서 주방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 후, 주방 안으로 들어가니 마침 선박 위에 물병이 놓여있는 게 내 눈에 들어왔다. 더불어 간단히 먹을 만한 간식거리도 그 옆에 놓여있었다. 이를 본 나는 속으로 쾌재를 외치며 물병을 집어든 뒤에 유리잔 안에 물을 따랐다. 그리고 그 안에 이뇨제를 타자, 별다른 위화감 없이 물에 섞였다.

‘준비는 됐고.’

혹시라도 시류가 의심할 것을 대비해서 내가 마실 물잔에도 이뇨제를 탈까 싶었지만, 이내 그만두기로 했다. 그도 그럴 것이 나와 시류의 사이가 그 정도로 나쁜 게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오히려 친밀하다고 할 수 있었다.

‘……적보단 아군에 가깝지.’

나는 이리 생각하며 10분 동안 간식거리를 집어먹으며 시간을 보냈다.

이 때, 혹시라도 아이린이나 운피레아가 보인다면 이리로 불러서 간단히 이야기라도 나눌까 싶었지만 어째서인지 두 사람 모두 보이지 않았다.

아무래도 둘이서 외출이라도 한 모양이었다. 아니면 저택 어딘가에서 청소를 하고 있던가 말이다.

나는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10분을 보낸 뒤에 물과 간식거리를 들고서 1번 방으로 돌아갔다. 그러자 검은색 가죽 끈으로 만든 브라에 숏팬츠에 가까운 바지 그리고 가죽 스트랩으로 된 개 목걸이를 목에 차고 있는 시류의 모습이 내 눈에 들어왔다.

‘오…….’

그 모습이 놀랍도록 잘 어울렸다.

하지만 시류는 이런 자신의 옷차림이 그저 부끄럽기만 한 모양인지, 좀처럼 나와 눈을 마주지치 못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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