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매니저 어플-441화 (441/599)

<-- [2차 예선] -->

“윽, 으읏……. 흐읍!”

흐느껴 우는 듯한 신음 소리가 연달아 터져 나왔다. 꽤나 필사적으로 참고 있었지만, 그것도 조금씩 허물어져가고 있었다.

나는 아담한 가슴에 걸맞게 앙증맞은 유륜을 손가락으로 감싸듯이 포개고, 한껏 단단해져 있는 유두는 검지와 엄지로 살살 비벼대며 희롱했다. 그러자 시류의 입술 사이로 새어나오는 허덕이는 소리가 한층 더 커졌다.

“……아으윽! 그, 그마안……. 흐읏!”

이따금씩 내게 그만하라며 애원하는 시류였지만, 그 목소리에는 힘이 전혀 실려 있었지 않았다.

오히려 나보고 자기를 더 만져달라며 앙탈을 부리고 있는 것만 같았다.

왠지 모르게 기분이 들뜨는 것을 느낀 나는 마치 간밤에 소복이 쌓인 눈밭 위에 발자국을 찍듯이, 시류의 가슴에 낙인을 새기기 시작했다.

물론 마음 같아서는 손이 아닌 입으로 붉은색 낙인을 하나하나 찍어주고 싶었지만, 그러기엔 시류가 날 받아들일 준비가 아직 덜 되어 있었다.

“하으, 윽……. 우읏……. 하앙!”

시류의 가슴을 꼬집거나, 손톱으로 긁는 식으로 자극을 줄 때마다 백옥처럼 하얗던 피부 위에 울긋불긋한 자국이 하나둘씩 생겨났다. 그리고 시류도 이런 식의 자극이 마음에 들었던 모양인지, 낙인이 하나둘씩 늘어나갈 때마다 엉덩이를 들썩거리며 숨을 헐떡였다.

여기서 조금만 더 하면 금방 절정에 달할 듯이 싶었다.

“이렇게 안마를 받으니 기분이 어떻습니까? 피로가 싹 가시는 것 같지 않습니까?”

“이, 이게……. 흐읍! 윽, 안마라니……! 그런 말도 안 되는……. 하윽, 억지를…….”

이런 내 물음에 시류는 말도 안 된다는 표정을 지어보이며 나를 노려보았다.

아무래도 이게 안마가 아니라는 것을 깨달은 모양이었다. 하긴 이 세상에 유두를 집요하게 꼬집어대며 희롱하는 안마가 어디 있다는 말인가? 하지만 여기서 내가 순순히 안마가 아니라는 것을 시인했다간 시류에게 미움 받을 게 분명했다.

솔직히 말해서 그것만큼은 절대로 사양하고 싶었다.

다른 여자들이라면 모를까, 이토록 아름다운 가슴을 가진 여자에게 미움 받는다는 건 이 세상에서 가장 괴로운 일일 것이 틀림없었기 때문이었다.

“억지라니요? 다른 분들은 제게 안마를 받고나면 항상 고맙다고 하는 걸요? 개운하게 잘 받았다면서요.”

“거, 거짓말……. 흐읏! 으윽.”

참기 힘든 듯, 시류의 입술 사이로 가냘픈 신음성이 간간히 새어나왔다.

색기 넘치는 음색이었다. 그 때문에 자꾸만 하복부로 피가 쏠리고 있었다. 여기서 조금만 이성의 끈을 놓치면 그대로 시류를 덮쳐버릴 것만 같았다. 하지만 나는 필사적으로 이성의 끈을 붙잡으며 입을 열었다.

“이거 아무래도 시류 씨에게 제 솜씨를 제대로 보여드려야겠군요!”

나는 짐짓 화난 듯한 목소리를 내며 왼팔을 쭉 뻗었다. 그리고는 시류의 허리를 휘감은 뒤에 내 쪽으로 잡아당겼다. 그러자 뜨겁게 달아올라 있는 시류의 몸이 자연스레 내 품에 안기며 직접적으로 맞닿았다.

“힉! 가, 갑자기 무슨……. 흐읍!”

이처럼 갑작스럽게 내 품에 안기게 된 시류가 화들짝 놀라며 내게 따지듯이 소리쳤다. 더불어 내 오른손에 잡혀있는 시류의 왼쪽 가슴에서 심장이 쿵쿵쿵 하고 요란하게 뛰고 있는 게 또렷하게 느껴졌다.

어지간히도 놀랐던 모양이었다.

하긴 여기서 내가 조금만 더 세게 시류의 몸을 잡아당겼다면 물살에 하반신을 가리고 있던 수건이 벗겨졌을 것이 틀림없었다. 그리고 그건 성별을 숨기고 있는 시류에게 있어서 더없이 끔찍한 상황이었을 것이다.

이에 나는 놀란 시류를 달래주고자, 뜨겁게 달아오를 대로 달아올라있는 신체를 부드럽게 어루만져주며 다정하기 짝이 없는 목소리로 속삭여주었다.

“제가 말하지 않았습니까? 제 솜씨를 제대로 보여드리겠다고요.”

“그런 건……. 하윽, 필요 없습니다. 아……. 으응.”

신음 소리에 맞춰, 욕조 안에 담가져 있는 물이 찰박찰박 소리를 내며 요란하게 물결쳤다.

물론 내 몸에 거의 기대다시피 해서 딱 붙어있는 시류의 몸 또한 움찔움찔 떨며 어찌해야 할 바를 몰라해하고 있었다.

특히나 물결치는 수면 아래로 적나라하게 비춰져 보이고 있는 탄탄한 허벅지와 한 눈에 봐도 단단해 보이는 종아리……. 하지만 이런 강인한 모습과는 다르게 다섯 개의 발가락은 어떻게든 밀려오는 쾌감을 참아내기 위해서 필사적으로 오므리고 있었다.

이 상반된 두 모습이 나를 더없이 흥분시키고 있었다.

과연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까?

나는 속으로 웃음을 터트리며 쇄골과 가슴, 허리, 복부를 번갈아가면서 어루만졌다. 일부러 수건이 둘러져 있는 하반신만 피했다. 굳이 하반신 쪽으로 손을 뻗어서, 시류의 경계심을 불러일으킬 필요는 없었으니 말이다.

실제로 시류는 내가 하반신 쪽엔 아예 손길조차 주고 있지 않단 사실을 깨닫고는 더 이상 내 품에서 벗어나려고 하지 않았다.

“읏!”

그 때, 또다시 억눌린 신음성이 터져 나왔다.

아마도 지금쯤 시류의 머릿속에선 속시원하게 신음성을 터트리고 싶단 욕망이 난리법석을 떨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건 결코 용납할 수 없는 일이었다.

만약에 여기서 여자애처럼 앙앙 대며 신음성을 터트리기라도 한다면, 그건 곧 내게 자신이 여자라는 사실을 시인하게 되는 셈이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이건 참는다고 해서 언제까지고 계속 참을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하물며 그 대상이 경험도 없는 처녀라면 두 말 할 것도 없었다.

“이쪽이 너무 뭉쳐있군요. 특히나 이 끝부분은 딱딱하다 못 해 꼿꼿이 서있기까지 하고요.”

“꺄읏! 하앙, 아! 앗! 자, 잠깐……! 크흐응!”

양 손으로 두 개의 아담한 젖가슴을 움켜쥔 나는 마치 싱싱한 산딸기를 따듯이 꼿꼿이 서있는 유두를 세게 꺾었다.

이제까지 애를 태우듯이 유두를 희롱했던 것도 전부 다 이 순간을 위해서였다. 수확의 시기라고 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이 자극에 시류는 더 이상 말을 잇지 못 하고 자지러지는 교성을 터트리고 말았다.

“……하으으응! 우웅! 하아앙!”

단번에 절정에 도달한 모양인지, 시류는 등허리를 활처럼 휘며 몸을 움찔움찔 떨었다. 더불어 살짝 벌어진 입술 사이로는 달뜬 숨이 연거푸 쏟아져 나오고 있었다. 하지만 이 중에서도 단연 내 눈길을 사로잡고 있는 것은 역시나 흔들림 없이 중심을 꽉 잡고 있는 아담한 가슴이라고 할 수 있었다.

내가 찍은 낙인으로 울긋불긋하게 덧칠 되어 있는 가슴을 보니, 또다시 욕정이 끓어올랐다.

‘그냥 해버릴까?’

간단한 일이었다.

어차피 시류는 지금 절정에 달한 탓에 정신이 하나도 없는 상황이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만약 여기서 시류를 덮쳤다간 십중팔구, 높은 확률로 미움 받을 게 틀림없었다.

나는 내 품에 안긴 채, 숨을 헐떡이고 있는 시류를 내려다보며 고민에 빠졌다. 요 귀여운 걸 덮쳐야 될지, 아니면 신사답게 기다려줄지를 말이다.

“하아……. 아. 아? 아!”

하지만 내가 미처 마음의 결단을 내리기도 전에 시류가 비명과도 같은 탄성을 터트리며 내 품에서 달아났다.

“……저, 저기……. 이건……. 그게……. 으으……!!”

시류는 여기서 도대체 무슨 말을 해야 될지 갈피가 잡히지 않는 모양인지, 비 맞은 강아지마냥 애꿎은 고개만 연신 좌우로 흔들어대었다.

자기가 내 품에 안겨서 절정에 달했다는 사실이 어지간히도 믿겨지지가 않는 모양이었다.

하긴 그 심정이 이해가 가지 않는 것이 아니었다. 애인도 아닌 남자의 품에 안긴 채, 단지 가슴이 좀 만져진 것으로 절정에 도달해버렸으니 말이다.

당황스러워 할 법도 했다. 그리고 이런 내 생각대로 시류는 한동안 어찌해야 할 바를 몰라해하다가 이윽고 현실을 외면하기로 마음먹은 모양인지 허겁지겁 욕조 밖으로 도망치기 시작했다.

‘그래도 화내거나 울진 않네.’

예전의 아이린과는 완전 딴판이었다.

만약에 여기 있었던 게, 시류가 아니라 아이린이었다면 다짜고짜 화부터 내거나 울면서 뛰쳐나갔을 테니 말이다.

‘……도도하게 구는 게, 귀여워서 괴롭히는 맛이 쏠쏠했는데.’

물론 지금은 내게 나무줄기를 엮어서 만든 팔찌를 선물로 줄만큼 순종적으로 변해버렸지만 말이다.

나는 얼마 전에 하이 엘프 모녀, 운피레아와 아이린을 함께 안아줬던 일을 떠올리며 자그맣게 웃음을 터트렸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이제부터 날 어색해할 시류를 떠올리며 한숨 아닌 한숨을 내뱉었다.

‘다음엔 또 무슨 말로 시류를 구슬려야하나.’

겁먹은 강아지마냥 나를 경계할 시류의 모습이 눈앞에 생생하게 보이는 듯했다.

“일단 씻고 나서 생각하자.”

시류를 달래는 일도 중요하긴 했지만, 힐다 공자의 흉계를 막는 일도 중요했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궁상맞게 텅 빈 욕실 안에서 혼자 고민하는 것도 우스운 일이었다.

나는 이렇듯 생각을 끝마치고는 서둘러 몸을 씻었다. 그리고는 욕실 밖으로 나가자, 세 명의 하녀가 내 옷을 든 채로 기다리고 있는 게 눈에 들어왔다.

“의상실에 현자님이 입으실 옷이 따로 준비되어 있으니, 저희를 따라와 주십시오.”

이리 말하며 내게 흰색 가운을 내미는 하녀의 태도에 나는 내 옷을 들고 있는 하녀 쪽으로 다급히 손을 내밀며 입을 열었다.

조급함이 서려있는 행동이었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그 전에 잠깐 제 바지 좀 주시겠습니까?”

이런 내 말에 하녀들은 잠시 의아해하긴 했지만 이내 얌전히 내게 바지를 건네주었다. 이에 나는 서둘러 주머니 안으로 손을 집어넣어서 스마트폰을 꺼내들었다.

‘휴…….’

다행히도 제대로 있었다.

‘……다음부턴 조심해야겠네.’

아무래도 내가 너무 안일하게 행동하고 있는 듯이 싶었다.

솔직히 말해서 방금 전, 하녀 한 명이 내 옷을 들고 있는 모습을 보고 심장이 철렁 내려앉는 줄 알았었다.

왜냐하면 이 스마트폰이 없으면 다시 현실로 돌아갈 방법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나는 놀란 가슴을 애써 진정시키며 하녀가 내미는 흰색 가운을 건네받았다. 그리고는 몸 위에 걸쳐 입자, 하녀들이 좌우로 길을 터주며 나를 의상실 쪽으로 안내해주었다.

“여기서 마음에 드시는 옷을 고르시면 됩니다.”

의상실 안에는 수십 벌의 옷들이 준비되어 있었다.

나는 그 옷들을 둘러보며 질문을 던졌다.

“이 옷들 전부가 제 몸에 맞는 겁니까?”

“마음에 드시는 옷을 골라주시면 저희가 이 자리에서 바로 옷을 고쳐드릴 겁니다.”

이리 말하며 고개를 조아리는 하녀의 태도에 나는 내심 감탄했다.

목욕 시중부터 재봉까지……. 그야말로 못 하는 게 없는 다재다능한 인재였다.

‘그래, 이런 게 바로 하녀지.’

그에 반해서 아이린이 할 줄 아는 거라곤…….

‘……바닥 쓸고 창문 닦고……. 그리고 낮잠 자는 거?’

아까 전부터 계속 아이린을 들먹여서 그녀에게 살짝 미안하긴 하지만……. 이로보나 저로보나 아이린이 외모를 제외한 모든 면에서 여기 하녀들에게 뒤쳐지고 있었다.

아무래도 나중에 기회가 될 때, 아이린을 이리로 보내서 메이드로서의 몸가짐을 배우게 할 필요성이 있을 듯이 싶었다.

나는 이리 생각을 굳히며 적당히 입을만한 옷을 골라보았다.

‘아무래도 화려한 옷이 좋겠지.’

힐다 공자의 흉계를 막기 위해선 어느 정도 사람들의 시선을 받아야 될 필요성이 있었으니 말이다.

이런 생각에서 나는 하녀에게 적절한 도움을 받기로 했다.

“제가 옷을 보는 눈이 부족해서 그런데 괜찮으시다면 제가 입을만한 옷을 한 벌 골라주시겠습니까?”

이처럼 내가 도움을 구하자, 하녀들이 저마다 눈을 빛내며 입을 열었다.

“영광입니다! 혹시 원하시는 옷 종류가 있으십니까?”

“적당히 화려한 옷이 좋을 것 같습니다.”

이러한 내 말에 하녀들은 뭐가 그리도 신이 났는지, 저마다 흥에 겨운 표정을 짓고서 내게 입힐 옷을 고르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여기서도 내가 가진 스킬인 매력의 효과가 발휘되고 있는 모양이었다. 아니면 저번에 은하와 지현이를 홀렸던 것처럼 내 몸에서 뭔가 알 수 없는 매력이 흘러나오고 있던가 말이다.

실제로 내가 옷을 갈아입기 위해서 가운을 벗자, 하녀들 중에 누가 먼저랄 것 없이 다들 얼굴을 붉게 물들인 채로 내 몸을 정신없이 훔쳐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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