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차 예선] -->
“네? 그, 그런가요? 전 잘 모르겠는데…….”
“원래 당사자는 잘 모르는 법입니다.”
나는 확신에 가득 찬 목소리로 대답하며 시류의 어깨를 주무르기 시작했다.
“……보세요. 여기 이렇게 잔뜩 뭉쳐있지 않습니까?”
“으음…….”
이런 내 말에 시류는 뭔가 석연치 않다는 표정을 지어보이면서도 내가 해주는 안마를 군말 없이 받아들였다.
그 태도를 보아하니, 내가 해주는 안마가 꽤나 마음에 든 모양이었다. 하긴 마음에 들지 않은 이유가 없었다. 왜냐하면 내가 가진 스킬 중에는 쾌감 공유라는 희대의 사기 스킬이 존재했었기 때문이었다.
‘내가 느끼고 있는 쾌감의 일부를 상대방도 느끼게 해주는 스킬…….’
언제 봐도 마음에 드는 스킬이었다.
나는 속으로 흐뭇하게 웃으며 시류의 등허리를 훑어보았다.
‘……얼핏 봤을 땐, 되게 여리해보였는데…….’
자세히 보니 잔근육으로 몸이 다부져 있었다. 물론 에나만큼 잘 단련되어 있는 것은 아니었지만, 이 정도도 충분히 매력적이었다. 특히나 손바닥에 착 하고 감기는 피부의 감촉은 나를 더없이 설레게 만들었다.
이 얼마나 매력적인 몸이라는 말인가? 이대로 계속 쭉 만지고 있더라도 결코 질리지 않을 것만 같았다.
나는 마치 피아노 건반을 누르듯이, 시류의 어깨와 팔을 매만지며 시선을 점차 아래로 내렸다. 그러자 콜라병 몸매를 연상시키는 듯한 잘록한 허리와 골반으로부터 이어지는 긴 다리가 내 눈에 들어왔다.
누가 봐도 사랑스런 여성의 자태였다.
‘정말 잘 빠진 몸이야.’
시류가 어떻게 자기가 여자라는 사실을 다른 사람들에게 들키지 않은 건지,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다른 사람들은 죄다 눈이 삐었다는 말인가?
나는 혀를 내두르며 손을 어깨에서 팔로, 그리고 팔에서 허리로 옮겼다.
손바닥을 통해서 또렷하게 전해져오는 부드러운 살결의 감촉이 내 가슴을 강하게 두드렸다.
“아! 저, 저기……!”
그 때, 시류가 화들짝 놀라며 몸을 비틀었다. 하지만 딱히 불쾌해하는 기색은 느껴지지 않았다.
어디까지나 순수하게 놀란 것에 불과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마냥 놀라고만 있는 건 아니었다. 실제로 엉덩이를 살짝 들어, 내게서 멀찍이 떨어지려고 하고 있었다.
아무래도 내가 시류의 경계심을 불러일으킨 모양이었다.
만약에 여기서 조금이라도 말실수를 한다면, 이제까지 쌓은 신뢰라는 감정이 마치 모래성처럼 와르르 무너져 버릴 것이 틀림없었다.
“여기도 뭉쳐 있는 것 같으니까, 제가 풀어드리겠습니다.”
“허, 허리는……. 좀…….”
“뭘 그렇게 부끄러워하십니까? 같은 남자끼리.”
나는 일부로 ‘같은 남자끼리’라는 말을 강조했다.
왜냐면 지금 시류는 내게 자신이 여자라는 사실을 숨기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여기서 만약에 시류가 내 말에 부정을 하거나 거부감을 내비쳐보인다면 그건 결국 자기가 여자라는 사실을 내게 시인하게 되는 셈이었다.
결국 시류로서는 어쩔 수 없이, 자의 반 타의 반으로 내 말에 수긍을 하는 수밖에 없었다.
“그렇긴 하지만…….”
“남자의 생명은 허리입니다. 소중히 다루셔야죠.”
그리고 이런 내 의도대로 시류는 순순히 수긍하면서도 망설이고 있었다. 어지간히도 내 손이 껄끄러운 모양이었다. 하긴 그도 그럴 것이 허리 바로 아래에는 수건이 자리를 잡고 있었다.
만에 하나 수건이 벗겨지기라도 한다면 꼼짝없이 자기가 여자라는 사실을 내게 들키게 되는 것이었다.
아마도 지금 시류는 속으로 조마조마해하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나는 지금 당장 시류의 하반신을 가리고 있는 수건을 걷어 내어버릴 생각이 없었다.
‘이렇게 재밌는 걸, 금방 끝낼 수야 없지.’
나는 시류의 허리를 맘껏 주무르다가 슬며시 손을 위로 올리며 입을 열었다.
“그러고 보니까 시류 씨의 가슴 근육이 제법 탄탄해보이던데, 한번 만져 봐도 괜찮겠습니까?”
“네? 아, 그건…….”
말끝을 흐리며 망설이는 걸 보아하니, 선뜻 판단이 서지 않는 모양이었다.
‘이건 뭐, 자기가 여자라고 아주 광고를 하고 있군.’
만약에 시류가 남자였다면, 이런 내 말에 아주 기겁을 하며 미쳤냐고 고래고래 소리부터 질러댔을 것이다.
동성애자가 아닌 이상, 이런 식의 신체 접촉을 그 어떤 남자가 반기겠는가? 하지만 시류는 지금 그런 간단한 것조차도 망각하고 있었다.
아마도 너무 당황한 탓일 것이다. 더욱이 진짜 남성이 아니기도 했고 말이다.
“뭘 그렇게 부끄러워하고 그러십니까? 아니면 시류 씨가 먼저 제 가슴을 만져보시겠습니까?”
나는 일부로 호탕하게 웃어 보이며 어깨를 쫙 폈다. 그러자 시류의 시선이 자연스럽게 내 가슴 쪽으로 향했다.
“부, 부끄러워했던 적은 없습니다만…….”
시류는 내게 자신의 동요를 내비쳐 보이고 싶지 않은 모양인지, 다소 퉁명스럽게 대답하며 고개를 정면으로 돌렸다. 더불어 더 이상 내 손을 떨쳐내려는 기색도 느껴지지 않았다.
보아하니 만져도 좋다는 무언의 긍정인 듯이 싶었다.
‘쉽네, 쉬워.’
나는 속으로 흥얼거리며 시류의 가슴을 바깥쪽에서 안쪽으로 조심스럽게 움켜쥐었다.
“……!”
그 순간, 나도 모르게 움찔 몸을 떨고 말았다.
머릿속이 새하얗게 비어버리는 것만 같았다.
처음 봤을 때부터 마음에 쏙 들었었지만, 이렇게 직접 만져보니 이건 한 떨기의 꽃이 아니라 설원의 한복판이었다.
지금 내 눈앞에서 오색찬란한 오로라가 아른거리고 있었다.
‘이런 가슴도 있었구나!’
갈비뼈의 오돌토돌한 감촉이 생생하게 느껴지는 에나의 가슴도 좋았지만, 이렇게 흰 눈이 소복이 쌓여있는 것처럼 부드러운 살들이 옅게 깔려있는 가슴도 상당히 좋았다.
나는 작고 부드러운 젖가슴을 양 손으로 조심조심 움켜쥐었다. 혹시라도 부수어지지 않도록 말이다. 그리고 이런 내 손길에 시류는 낯이 간지러워진 모양인지, 양 볼을 붉게 물들이며 몸을 살짝 베베 꼬았다.
아무래도 쾌감 공유로 지금 내가 느끼고 있는 쾌감의 일부를 전해 받고 있는 모양이었다.
“흐읏.”
게다가 간간히 시류의 입술 사이로 애달픈 신음성이 터져 나오고 있었다.
나는 그것에 더욱 더 흥분됨을 느끼며, 마치 애무를 하듯이 시류의 가슴을 어루만지기 시작했다. 그러자 두근두근, 힘차게 맥동치고 있는 심장의 고동이 내 손바닥을 통해서 여실히 전해져왔다.
더불어 가슴의 중앙에 봉긋 솟아있는 옅은 분홍색의 유두도 마찬가지였다.
수줍은 시골 처녀와도 같은 자태가 나를 더없이 흥분시켰다.
‘너무 예쁜 거 아냐?’
나는 손끝으로 딱딱하게 선 유두를 살살 비벼보았다. 그러자 시류의 몸이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움찔하고 떨었다.
“아으, 저기……. 거긴…….”
다만 이런 내 손길이 너무 지나쳤던 모양인지, 시류가 겨우 쥐어짜낸 것만 같은 목소리로 나를 제지하려 했다. 이에 나는 시류가 정신을 차리지 못 하게 만들고자, 적당히 말을 지어내기 시작했다.
“여기 빗장뼈머리가 느껴지십니까?”
이리 말한 나는 검지와 중지로 빗장뼈머리를 꾸욱 누르며 말을 이었다.
“……큰가슴근은 여기와 복장갈비머리에서 시작해서 위팔뼈와 결정사이고랑까지 이어집니다. 그리고 이쪽의 작은가슴근은 세 번째, 네 번째, 다섯 번째 갈비뼈에서 시작해서 견갑골의 오돌뼈까지 이어지지요.”
나는 손가락으로 갈비뼈를 하나부터 다섯까지 세세히 짚으며 설명했다. 물론 이러는 와중에도 시류의 가슴을 꾸준히 주무르는 것도 잊지 않았다,
“잠깐……. 거길 그렇게 누르면……. 흐읏.”
시류는 지금 내 손길에 자기가 느끼고 있단 걸 들키고 싶지 않은 모양인지, 필사적으로 신음성을 억누르고 있었다. 하지만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내 손에 유두가 꼬집히거나, 비벼질 때마다 참지 못 하고 사랑스런 신음 소리를 흘려대고 있었다.
‘유두가 성감대인가.’
시류의 정직한 성격을 마치 반영하기라도 한 듯이, 시류의 가슴도 유두가 성감대였다.
게다가 이렇게 무기력하게, 내게 당하고 있는 걸 보면 시류는 확실히 처녀였다.
물론 내가 처녀라는 것에 크게 집착하는 성격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이왕이면 처녀면 더 좋지 않겠는가? 나는 거듭해서 유두를 엄지와 검지로 문지르며 희롱했다. 그리고 그 때마다 유두가 파르르 떨며 소리 없이 아우성쳤다.
실로 사랑스런 반응이었다.
“그거 아십니까? 빗장밑근은 여기 첫 번째 갈비뼈에서 시작해서 쇄골의 중간부위의 아래쪽에 달라붙습니다.”
나는 첫 번째 갈비뼈를 따라 손가락을 미끄러트리며 시류를 희롱했다. 그리고 이 희롱에 시류는 어찌해야 할 바를 모른 채, 어깨를 부르르 떨며 두 눈을 꼬옥 감았다.
“하윽!”
하지만 이런 필사적인 노력에도 불구하고 시류의 입술 사이에선 마치 쥐어 짜내어지는 것만 같은 달콤한 교성 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었다.
이 얼마나 안타까운 모습이란 말인가? 하지만 그렇기에 더더욱 아름다웠다.
나는 이루 말할 수 없는 성취감을 느끼며 손으로 마치 원을 그리듯이 가슴을 주물렀다. 그러자 내 손바닥에 착 하고 달라붙는 가슴살의 감촉이 내 기분을 더더욱 들뜨게 만들어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