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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니저 어플-438화 (438/599)

<-- [2차 예선] -->

“…….”

문을 열자, 아까 전과 마찬가지로 힐다 공자의 방 문 앞을 지키고 있는 병사 두 명의 모습이 보였다. 그러나 그들 중 누구도 방의 문이 열렸다는 사실을 눈치 채지 못 하고 있었다.

내가 워낙에 조심스럽게 문을 연 탓도 있었지만, 애초에 내 모습이 눈에 보이지를 않으니 알아차릴 수가 없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방심하는 것은 금물이었다.

슬슬 투명 스프레이의 지속 시간이 끝날 때가 되었기 때문이었다.

나는 서둘러 자리를 떠난 뒤에 몸을 숨겨, 투명 스프레이의 지속 시간이 모두 끝나기를 기다렸다. 그러자 얼마 지나지 않아서 투명했던 내 몸이 마치 물감에 덧칠해지는 것처럼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윽고 내 몸이 원래대로 돌아오자, 나는 다시금 발걸음을 옮겨 레이첼과 이바이크 백작 가의 가신들이 기다리고 있는 방으로 향했다.

그 후, 방 문 앞에 도착한 나는 잠시 문 앞에 서서 생각에 잠겼다.

‘힐다 공자의 계획은 나와 레이첼만 알고 있는 편이 낫겠지?’

나는 계획을 바꿔야 할 필요성을 느꼈다.

아무리 힐다 공자의 계획을 앞당겼다고는 하지만 이바이크 백작 가의 가신들 중에는 길렌이란 배신자가 섞여 있었다. 그런 이상 내가 전혀 예상지도 못 한 변수가 일어날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물론 그런 일을 사전에 막고자, 지금 당장 방 안으로 들어가서 중년인에게 배신자가 있음을 귀뜸해서 길렌을 사로잡아도 되기는 했다. 그러나 만약 그랬다가 힐다 공자의 측근들이 수상히 여기기라도 한다면 독살 계획 자체가 예정과는 크게 다르게 변할지도 몰랐다.

그렇기에 나는 변수를 최대한 막고자, 힐다 공자의 계획을 중년인을 비롯한 이바이크 백작 가의 가신들에게 알리지 않기로 마음을 먹었다.

‘……좋아.’

이렇듯 결정을 내린 나는 방 안으로 들어갔다.

“현자님, 오셨습니까?”

“힐다 공자의 계획을 알아내신 겁니까?”

“그들의 계획이 대체 뭡니까?”

방 안으로 들어서자, 이바이크 백작 가의 가신들이 내게 이런저런 질문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다들 상당히 초조해보였다. 하긴 이바이크 백작 가의 유일한 생존자인 레이첼의 목숨이 달린 일이었다.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나는 그들의 질문에 대답을 해줄 수가 없었다. 나는 일부러 무척이나 침울한 표정을 지어보이며 입을 열었다.

“제 능력이 부족해서 힐다 공자의 계획을 알아낼 수가 없었습니다.”

“그런…….”

이런 내 대답에 가신들은 저마다 실망한 표정을 지어보이며 탄식을 토해냈다. 그만큼 내게 걸었던 기대가 크다는 반증이었다. 솔직히 나라고 해서 그들을 실망시키고 싶었겠는가? 그러나 이건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내일 다시 알아볼 테니, 제게 조금 쉴 시간을 주시겠습니까? 방금 막 도착한 탓에 무척이나 피곤하군요.”

“아! 그렇군요. 저희가 그만 눈치도 없이 현자님께 무리한 부탁만 계속 드렸군요. 정말로 죄송합니다. 하녀장에게 일러서 편히 쉬실 수 있는 방으로 안내를 해드릴 테니, 여기서 잠시만 쉬고 계십시오.”

잠시 쉴 시간을 달라는 내 말에 중년인은 그제야 아차 싶은 표정을 지어보이며 고개를 조아렸다. 그리고는 하녀장을 부르기 위해서 방 밖으로 나가자, 다른 가신들 또한 내가 편히 쉴 수 있도록 자리를 비켜줄 생각에서인지 방을 나가주었다.

덕분에 여러 사람들로 북적이던 방 안이 순식간에 한산해졌다.

‘됐군.’

내가 원했던 대로 방 안에 나와 레이첼, 그리고 시류, 리나만 남게 되자, 나는 세 사람을 불러 모으기 위해서 입을 열었다.

“할 말이 있습니다. 잠시 이리로 모여주시겠습니까?”

이러한 내 요구에 세 사람 모두 군말 없이 모였다. 그리고 이처럼 다 모이자, 나는 더 이상 기다릴 것 없이 본론을 꺼냈다.

“곧 있으면 힐다 공자가 레이첼 씨를 독살하기 위해서 파티를 열겁니다.”

“네?”

독살이란 말에 레이첼, 시류, 리나. 세 사람 중에 누구 하나랄 것도 없이 모두가 놀란 표정을 지어보였다. 나라고 해도 놀랄 것이다. 방금 전까지만 하더라도 분명히 내가 힐다 공자의 계획을 알아내지 못 했다고 말했었기 때문이었다.

나는 그들의 이해를 돕고자, 이유를 덧붙였다.

“그리고 이바이크 백작 가의 가신들 중에 배신자가 있습니다.”

“배신자라니? 대체 누가?”

레이첼의 목소리가 표독스럽게 치켜 올라갔다.

“길렌이란 자입니다.”

“뭐? 하아, 기어코 그 자가 일을 저질렀군.”

말투를 들어 보건데, 어느 정도 짐작을 하고 있었던 모양이었다.

피곤하단 듯이 자기 이마를 손으로 짚는 그녀의 태도에 나는 사뭇 조심스런 어투로 질문을 던졌다.

“어떤 사람입니까?”

“영지 내의 크고 작은 행사들을 주관하는 자인데, 권력에 대한 욕심이 많아서 매번 행사 때마다 아버지의 눈에 들기 위해서 알랑방귀를 뀌어대던 작자다. 솔직히 말해서 그의 몸부림은 추잡하단 말로는 부족할 정도로 지저분하다. 그대도 분명 나처럼 눈살부터 찌푸리고 볼 것이다. 물론 아버지는 그의 몸부림을 꽤나……. 마음에 들어 하셨던 것 같았지만.”

뭐, 자기한테 잘 보이기 위해서 온갖 아부와 아첨을 하는 사람을 싫어하는 사람은 이 세상에 몇 없을 것이다.

나는 짐짓 이해한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이런 우리 이야기를 듣고 있던 시류가 불쑥 끼어들며 입을 열었다.

“길렌이란 자를 붙잡아올까요?”

시류는 지금 당장에라도 길렌을 잡아올 것처럼 의욕 넘치는 표정을 지어보이고 있었다.

보아하니 몸이 근질거리는 모양이었다. 아니면 배신이란 옳지 못 한 일을 행하는 자를 벌하고 싶은 정의감이 샘솟고 있다던가 말이다.

뭐, 시류의 성격상 후자일 가능성이 매우 높아보였다.

“지금 당장은 그럴 필요가 없습니다.”

“어째서요? 그 자는 배신자가 아닙니까? 충성을 맹세한 가문을 배신하고 다른 가문에 들러붙다니……. 그런 작자는 백번 죽어 마땅합니다.”

옳은 말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그걸 할 시기가 아니었다.

“길렌은 힐다 공자의 끄나풀이 되어서 파티를 열어주어야 합니다.”

“하지만 그 파티는 레이첼 영애를 독살하기 위해서 열리는 파티가 아닙니까?”

“독살이란 건, 어디까지나 레이첼 씨가 독이 든 음식을 먹어야만 성사되는 일입니다. 하지만 그런 일은 제가 사전에 막을 수 있으니,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이러한 내 설명에 시류의 표정이 눈에 띄게 편안해졌다. 반면에 레이첼은 처음부터 쭉 나를 믿고 있었던 모양인지, 신뢰의 뜻이 가득 담겨져 있던 시선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똑똑.

그리고 이처럼 힐다 공자의 흉계에 대해서 설명해주고 있는데, 누군가 문을 손등으로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벌써 하녀장이 도착한 모양이었다.

“레이첼 아가씨, 로버트입니다.”

하지만 이런 내 예상과는 다르게 문 너머로 들려온 목소리의 주인공은 중년인이었다.

“들어와라.”

레이첼이 방에 들어올 것을 허락하자, 중년인과 함께 열댓 명 정도 되어 보이는 하녀들이 방 안으로 들어왔다.

중년인, 로버트는 집사의 표본이라 불러도 될 정도로 절도 있는 자세로 고개를 숙이며 입을 열었다.

“오래 기다리도록 만들어서 정말로 죄송합니다.”

그의 사과에 레이첼은 괜찮다는 듯이 가볍게 손짓을 했다. 이에 로버트는 한결 풀린 표정을 지어보이며 고개를 들더니, 이윽고 자신의 용무를 밝히기 시작했다.

“……원래대로라면 제가 아닌 하녀장이 여기로 와서 손님들을 모셔야 되었지만, 저녁 식사 예정이 변경되면서 부득이하게 제가 오게 되었습니다.”

이 말에 나는 직감적으로 힐다 공자의 계획이 실행에 옮겨졌음을 깨달았다.

이건 레이첼도 마찬가지인 모양인지, 그녀의 표정이 살짝 굳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레이첼은 언제 자기가 얼굴을 굳혔냐는 듯이 흥미롭단 표정을 지어보이며 입을 열었다.

“예정이 변경되다니?”

“아가씨께서 이렇게 무사히 돌아오신 것에 대한 축하하는 파티를 여는 것이 어떻겠느냐며 길렌이 제안을 했습니다. 확실히 일리가 있는 이야기였기에 아가씨와 은인 분들을 위해서 작게나마 연회를 열까합니다.”

이러한 로버트의 설명에 레이첼은 입꼬리를 파르르 떨었다.

누가 봐도 속으로 화를 삭이고 있는 모습이었다. 하긴 길렌이 정말로 자기를 죽이기 위해서 힐다 공자의 편에 섰다는 걸 확신하게 되었는데, 그 누가 화를 내지 않을 수가 있겠는가? 오히려 이렇게 속으로 꾹 참고 있는 레이첼이 대단한 것이었다.

“……레이첼 아가씨의 생각은 어떠십니까? 이대로 진행해도 괜찮겠습니까?”

그 때, 로버트가 레이첼을 향해 재차 물었다. 이에 그녀는 자신의 감정을 감추려는 듯이 싱긋 웃으며 대답했다.

“좋아, 그대로 진행해.”

“알겠습니다. 그럼 아가씨와 손님 분들을 욕실로 안내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이처럼 로버트의 말이 끝나자, 하녀들이 저마다 세 명씩 짝을 지어 우리 곁으로 다가왔다.

보아하니 하녀들이 우리 몸을 직접 씻겨주는 모양이었다.

역시 귀족은 뭐가 달라도 달랐다. 실제로 레이첼은 너무나도 당연하단 표정을 지어보이며 하녀들과 함께 방 밖으로 나가고 있었다. 이에 나는 내심 감탄하며 하녀들이 이끄는 대로 발걸음을 옮겼다.

반면에 시류와 리나는 이런 일은 익숙지 않은 모양인지, 곤란하단 표정을 지어보이며 하녀들에게 끌려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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