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매니저 어플-435화 (435/599)

<-- [2차 예선] -->

“오랜만에 집으로 돌아오니, 기분이 어떻습니까?”

나는 소파 쪽으로 다가가, 레이첼의 옆자리에 앉으며 물었다. 그리고 이런 내 물음에 그녀는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내 곁으로 바짝 다가와 입을 열었다.

“그야 당연히 기분이 좋지. 게다가 그대와 이렇게 함께 있으니……. 마치 꿈만 같구나.”

레이첼은 정말로 즐겁다는 듯이 웃음기 섞인 목소리로 대답했다. 하지만 단순히 대화하는 걸로는 마음에 차지 않는 모양인지, 내 어깨에 자기 머리를 기댄 채 애무에 가까운 손길로 내 허벅지를 어루만지기 시작했다.

‘음…….’

레이첼의 의도가 노골적으로 드러나 있었다.

키스를 하고 싶다. 애무를 받고 싶다. 섹스를 하고 싶다. 등등……. 내 몸을 어루만지고 있는 레이첼의 손길을 통해서 새빨갛게 점철된 욕망이 전해져오고 있었다.

“크흠!”

멀찍이 떨어져 이 광경을 지켜보고 있던 시류 발렌시아와 리나도 이런 레이첼의 의도를 눈치 챈 모양인지, 괜히 헛기침을 해대며 고개를 옆으로 돌리고 있었다.

마치 우리에게 이런 장소에서 그런 행위를 하는 건, 적절치 않다고 지적을 하고 있는 것만 같았다.

하지만 나름 엄하게 지적을 하고 있는 사람치고는 너무 심하게 부끄러워하고 있는 건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도 그럴 것이 시류 발렌시아와 리나, 두 사람 모두 귀까지 새빨갛게 물들인 채로 시선을 애꿎은 창문 너머로 던지고 있었으니 말이다.

‘숙맥들이군.’

저 모습으로 보건데, 둘 다 성적인 경험이 전혀 없는 게 틀림없었다.

‘……하긴 리나는 시류를 좋아하고 있으니, 처녀일 수밖에 없을 테고…….’

반면에 시류는 남장을 한 여자였다.

물론 어디까지나 내 추측에 불과하지만 말이다.

“아까 복도에서 그대가 날 지켜주었을 때……. 새삼 또 반하고 말았다.”

그 때, 레이첼이 그윽한 눈길로 나를 올려다보며 내 오른손을 꼬옥 붙잡았다.

“……그 증거로…….”

마치 여운을 남기듯이 말끝을 흐린 레이첼은 느리면서도 관능적으로, 내 손을 자신의 음부 쪽으로 잡아당겼다. 그리고 이윽고 내 손 끝에 그녀의 음부가 닿자, 레이첼은 마치 번개라도 맞은 것처럼 부르르 몸을 떨며 거칠게 숨을 내쉬었다.

실로 달콤한 한숨이었다.

“……흐읏. 느껴져? 여기가 이렇게 잔뜩 젖어서……. 그댈 원하고 있다고.”

말은 제법 점잖았지만, 실상은 어서 빨리 자길 안아달라며 내게 애원하고 있는 것이었다.

나는 물기가 또렷하게 느껴지는 속옷의 표면을 손끝으로 천천히 어루만지며 입을 열었다.

“확실히 젖어있군요.”

“아앙.”

마치 애를 태우듯이, 빙글빙글 원을 그리며 속옷의 표면을 손끝으로 문지르자, 레이첼의 입술 사이로 기쁨에 자지러지는 신음성이 터져 나왔다. 동시에 그녀의 입꼬리가 금방이라도 귀밑에 걸릴 것처럼 올라가는 게 내 눈에 들어왔다.

“너무 민감하게 반응하시는 게 아닙니까?”

나는 좀 더 노골적으로 클리토리스 주변을 문지르며 희롱했다.

“……분명 제 기억이 맞다면 레이첼 씨를 안아준 지, 얼마 되지 않았을 텐데요? 조금은 참을성이란 걸 길러보시는 게 어떻겠습니까?”

레이첼의 몸이 움찔움찔 떨고 있는 게, 내 눈에 훤히 보였다.

이 얼마나 음란한 여자라는 말인가?

만약에 이 모습을 아까 그 중년인이 본다는 무슨 생각을 할까? 레이첼을 음탕하다며 질책할까? 아니면 나도 함께 만지게 해달라며 욕정을 드러낼까? 그도 아니라면 외면할까? 솔직히 말해서 조금 구미가 당겼다.

그러나 나는 내 여자를 다른 누군가와 공유하는 취미가 없었기에 단순히 레이첼을 놀리는 것에서 만족하기로 했다.

“레이첼 씨의 이런 칠칠맞지 못한 모습을 아까 그 사람들이 보게 되면 과연 무슨 생각을 할까요?”

나는 왼손으로 레이첼의 턱을 붙잡아, 고개를 들어 올리게 만들었다. 그러자 방금 전, 내가 한 말 그대로 칠칠맞지 못 한 표정을 지어보인 채 입꼬리를 씰룩대고 있는 그녀의 얼굴이 내 눈에 들어왔다.

“……이바이크 백작 가의 명맥을 이을 수 있는 유일한 후계자인 당신이 이렇게 상스러운 표정을 짓고서 숨을 헐떡거리고 있다니.”

“하윽!”

레이첼의 벌어진 입술 사이로 흘러나온 타액이 기다란 실선을 만들어내며 내 바지 위로 떨어졌다.

아까 전, 완벽 그 자체에 가까운 귀족 영애의 모습을 보여주었던 레이첼의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져 있었다.

걸작도 이런 걸작이 따로 없었다.

나는 속으로 웃음을 삼키며 왼손으로 레이첼의 가슴을 움켜잡았다. 그러자 점토를 빗어 만든 듯한 부드러운 살덩이들이 내 손에 착 달라붙으며 파르르 떨었다.

“……하으읏! 좀 더 세게……. 하으응!”

좀 더 거칠게 가슴을 움켜쥐어줬으면 하는 모양인지, 레이첼의 입술 사이로 보채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에 나는 그녀가 원하는 대로 가슴을 강하게 움켜쥐어 주었다. 그러자 부드러운 살덩이가 마치 춤을 추듯이 흔들리며 출렁거렸다.

더불어 내 손바닥, 정중앙에 닿아있는 돌기가 딱딱하게 서며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햐읏! 아앙, 좋아. 좀 더……. 흐으읍!”

이처럼 왼손으론 가슴을 주무르고 오른손으론 음부를 어루만져주자, 레이첼은 얼마 못 가 절정에 달하고 말았다. 물론 완벽한 절정은 아니었지만, 그녀가 가볍게 가버렸다는 것만큼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었다.

“이런……. 그새를 못 참고 가버린 겁니까? 이런 여자가 귀족 가의 영애라니……. 지나가던 개가 웃을 일이로군요.”

“아, 아냐……. 이건 당신이 너무 잘 해서……. 흐읏!”

내 매도에 레이첼은 필사적으로 고개를 가로저으며 부정해보지만, 그녀의 목소리는 달콤하게 녹아있다 못 해 단내를 풀풀 풍기고 있었다.

“그렇다면 여기에 곧 도착하게 될 가신들에게 레이첼, 당신의 몸을 만지도록 해볼까요?”

“그, 그게 무슨……. 햐으읏!”

화들짝 놀라는 레이첼의 모습에 나는 약간 능글맞게 웃는 것과 동시에 팽팽하면서도 딱딱하게 솟아있는 유두를 검지와 엄지로 꽉 잡아, 마치 딸기를 꺾듯이 비벼대며 희롱했다. 그리고 이 희롱에 그녀는 자지러지는 신음을 토해내며 몸을 떨었다.

나는 점점 고혹적으로 변해가는 레이첼의 신음소리를 들으며, 그저 순수하게 레이첼을 놀리려는 의도로 마음에도 말들을 계속해서 뱉어내었다.

“그들에게 애무를 받아보는 겁니다. 그래서 레이첼 씨가 절정에 달하지 않는다면 제가 틀렸다는 걸 인정하겠습니다. 하지만 만약에 레이첼 씨가 단 한번이라도 가버린다면…….”

“싫어……!”

그리고 이처럼 내가 말을 하는데, 돌연 레이첼이 두 손으로 내 어깨를 꽈악 붙잡으며 소리치듯이 말했다.

“……당신이 아니면……. 다른 사람이 내 몸을 만지는 건, 싫어…….”

절박함이 가득 담긴 목소리로 내게 애원하는 레이첼의 태도에 나도 모르게 웃고 말았다.

이 얼마나 기특한 태도라는 말인가?

나는 이런 그녀를 칭찬해주고자, 고개를 내밀어 그녀의 입술에 키스를 해주었다. 그러자 아주 잠시 동안 레이첼의 입술 사이로 놀란 소리가 새어나왔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내가 혀를 내밀어 그녀의 고른 치열을 훑으며 입 안의 말랑거리는 혀를 툭 하고 건드리자, 레이첼은 언제 자기가 놀랐냐는 듯이 자연스럽게 두 팔로 내 목을 끌어안으며 두 눈을 감았다.

완전히 푹 빠진 모습이었다. 이에 나는 그녀의 허리에 팔을 두른 채, 그녀가 마음껏 키스를 즐길 수 있도록 해주었다.

“흐응, 음…….”

똑똑.

그리고 이처럼 한참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데, 누군가 문을 손등으로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아무래도 아까 그 중년인이 성 안의 가신들을 모두 불러온 모양이었다. 이에 나는 레이첼의 허리에 두르고 있는 팔을 풀며 고개를 뒤로 뺐다. 그러자 무척이나 아쉽다는 표정을 지어보이며 멍하니 나를 올려다보고 있는 레이첼의 모습이 내 눈에 들어왔다.

혼이 쏙 빠진 모습이었다.

그 모습에 제법 귀여웠지만, 이제 곧 방 안으로 들어올 가신들에게 보여줄 수는 없었기에 나는 재차 고개를 내밀어 그녀의 아랫입술을 강하게 한번 깨물고는 속삭이듯 말했다.

“레이첼, 가신들이 도착했습니다. 정신 차려야죠.”

“아……!”

이런 내 말에 그제야 정신이 번쩍 든 모양인지, 레이첼은 짧은 탄성과 함께 흐트러진 자신의 옷매무새를 바르게 고치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윽고 옷맵시를 바르게 한 그녀는 목청을 한번 가다듬은 후에 입을 열었다.

“들어와라.”

귀족 특유의 오만한 목소리가 방 안 가득 울려 퍼졌다. 그리고 이 목소리를 방 밖에서 기다리고 있었던 가신들도 들은 모양인지, 기름칠이 잘 된 문이 별다른 소음 없이 매끄럽게 열렸다.

‘일곱 명인가.’

중년인이 불러 모은 가신들의 숫자는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적었다.

하지만 레이첼도, 중년인도 별다른 말을 하고 있지 않았기에 나는 얌전히 구경하는 쪽을 선택했다.

“아가씨, 모두 다 모였습니다.”

중년인이 고개를 조아리며 말하자, 레이첼은 자리에서 일어나 이바이크 백작의 유언이 담긴 반지를 만지기 시작했다. 그러자 기다렸다는 듯이 반지에서 선명한 빛이 새어나오더니, 이내 이바이크 백작의 목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헤레스, 토니. 너희들이 내 목소리를 들었을 때는 이미 내가 죽은 이후겠지.

“…….”

이바이크 백작의 목소리가 흘러나오자, 몇몇 가신들이 술렁이기 시작했다.

무언가 문제가 있는 모양이었다.

하지만 그들의 술렁임과는 별개로 이바이크 백작의 목소리를 계속해서 흘러나오고 있었다.

-동굴 안에 숨어있던 고블린들을 모조리 죽이는데 성공한 이 아비는 레이첼을 데리고 밖으로 나왔다. 그리고 기쁨을 만끽한 순간, 콜록콜록! 고블린들이 수풀 속에서 쏟아져 나오더구나! 아차 싶었지! 하아, 서둘러 레이첼과 함께 자리를 벗어났지만 나의 충성스런 기사 다밀 경이 쓰러지는 순간 병사들이 모조리 죽고 말았다.

중간중간 기침 소리가 흘러나오자, 처음 보았던 중년인을 비롯한 대다수의 가신들이 굉장히 침울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콜록콜록! 레이첼도……. 크으윽! 커헉! 하아, 결국 나 또한 큰 부상을 당해서……. 그나마 여기서 소피아 수녀님을 만나서 이렇게 말을 전할 수 있게 되었다. 내 유언이 남긴 반지를 말이다.

“과연……. 그래서 유언이 담긴 반지가 두 개 씩이나…….”

“역시 그렇게 된 거였군.”

소피아의 이름이 언급되자, 가신들 모두가 납득한 표정을 지어보이며 고개를 주억였다.

-하지만 소피아 수녀님과 헤어지고 나서 나는 레이첼이 죽지 않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자비로운 여신님께서 내 딸아이에게 마지막 숨결을 불어넣은 것이었단다. 콜록콜록. 나는 진심으로 기도했단다. 내 딸아이가 살 수 있도록 말이다. 그리고 그러던 중에 나는 기적을 보았다. 은인이 나타나 내 딸아이의 목숨을 구해준 것이다.

은인이 언급되자, 모든 가신들의 시선이 내게로 향했다.

다들 따로 말은 하지 않았지만, 저마다 날 향해 고개를 숙이는 것으로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그리고 그 감사의 인사에 나 또한 예의를 갖추어, 고개를 숙이는 것으로 화답해주었다.

-지금 너희들이 내 유언을 듣고 있다는 것은 내 은인이 무사히 레이첼을 데리고서 영지에 도착했다는 것을 의미하겠지. 하아……. 헤레스, 토니. 네 누이는 모진 고초를 당했다. 그러니……. 콜록콜록! 너희가 나를 대신해서 어린 누이를 잘 보살펴 다오.

그리고 마침내 유언이 모두 끝나자, 반지에서 새어나오던 빛이 사그라 들었다.

레이첼은 잠시 생각에 잠긴 모양인지, 자신의 손에 끼워져 있는 반지를 물끄러미 내려다보다가 이윽고 가신들을 향해 고개를 돌리며 입을 열었다.

“오라버니들, 모두 실종되었다고 했지?”

레이첼의 질문에 중년인이 앞으로 나와서 대답했다.

“네, 그렇습니다.”

“그럼 내가 이바이크의 영주인건가?”

“마땅한 적자가 없는 이상, 현재로선 그렇습니다, 레이첼 아가씨.”

중년인의 대답을 들은 레이첼은 잠시 곰곰이 생각하더니, 이윽고 재차 말문을 열었다.

“만약 내가 없었다면 어떻게 되었지?”

“이바이크 백작가의 정당한 후계자가 없는 경우, 라인펠덴 공작 가의 영주가 그 권리를 가지게 되어있습니다.”

“그래서 힐다 공자가 이 성에 있었던 거로군.”

“그렇습니다. 힐다 공자는 라인펠덴 공작 가의 차남이니, 영주의 허락만 있다면 그가 이바이크 백작가의 권리를 가져가는 것이 가능합니다.”

“하지만 내가 여기에 나타남으로서 그 권리는 박탈되겠군.”

“확실히 아가씨의 말씀대로 권리는 박탈되겠지만, 힐다 공자는 여전히 레이첼 아가씨의 약혼자입니다.”

레이첼은 약혼자라는 말에 눈에 띌 정도로 얼굴을 찌푸렸다.

어지간히도 힐다 공자가 싫은 모양이었다.

‘세상일이란 게 참 알다가도 모를 일이로군.’

분명 처음 나를 만났을 때까지만 하더라도 레이첼은 자기가 라인펠덴 가문의 안주인이 될 사람이라며 내게 자랑 아닌 자랑을 해댔었다. 하지만 지금 내 눈 앞에 있는 레이첼은 그 때의 모습이 거짓말이었던 것처럼 힐다 공자를 무척이나 혐오하고 있었다.

‘……뭐, 누구라도 그런 모습을 보면 혐오할 수밖에 없겠지만.’

나는 복도에서 마주쳤던 힐다 공자의 모습을 머릿속으로 떠올리며 혀를 내둘렀다.

“그와는 파혼하겠어.”

“옳으신 말씀이십니다. 일반적인 상황일 때, 이런 식의 파혼은 이바이크 백작 가문의 명예를 크게 실추시켰을 테지만, 레이첼 아가씨가 이바이크 백작 가의 유일한 후계자가 된 이상 힐다 공자와 파혼을 하더라도 라인펠덴 가문에서도 이 일을 크게 다루지 않을 겁니다. 다만…….”

잠시 말끝을 늘어트리던 중년인은 이내 한결 더 조심스러워진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힐다 공자가 가만히 있지 않을 겁니다.”

이러한 중년인의 말에 방 안이 조용해졌다.

‘확실히…….’

내가 본 힐다 공자는 누가 봐도 망나니였다.

그런 인간이 여기서 무슨 짓을 벌이더라도 전혀 이상 할 게 없었다.

레이첼도 나와 같은 생각인 모양인지, 입술을 꾹 다문 채로 생각에 잠겨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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