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매니저 어플-428화 (428/599)

<-- [2차 예선] -->

띵 소리와 함께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 은하와 지현이 그리고 예은이가 엘리베이터에서 내리며 입을 열었다.

“오빠, 그럼 내일 봐요.”

“내일 봐요!”

“선배, 수고하셨어요.”

손을 흔들며 인사하는 애들의 모습에 나는 옅게 웃음을 터트리며 화답해주었다.

“그래, 내일 보자.”

이처럼 은하네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는 사이, 윤우와 그 동생들도 엘리베이터에서 내리며 내게 꾸벅 인사를 했다. 물론 함께 엘리베이터에 탔던 다른 연합 팀원들도 마찬가지였다. 보아하니 참가자들은 전원 3층에서 머무는 모양이었다.

나는 엘리베이터에서 내리는 이들과 간단히 작별 인사를 나눈 뒤에 내게 배정된 방이 있는 5층으로 올라갔다. 그리고 이윽고 띵 소리와 함께 엘리베이터가 5층에 도착하자, 나는 곧바로 내린 뒤에 503호실을 찾아 고개를 돌렸다.

‘저기 있네.’

503호를 찾은 나는 서둘러 발걸음을 옮긴 뒤에 열쇠로 문을 열고서 안으로 들어갔다. 그러자 꽤 멋들어지게 꾸며놓은 방 안의 풍경이 내 눈에 들어왔다. 특히나 형형색색으로 빛을 내고 있는 바깥 야경이 상당히 매력적이었다.

나는 한동안 야경을 응시하다가 이내 몸을 돌려 침대 위에 몸을 눕혔다. 그러자 푹신한 감촉이 내 등을 보드랍게 감싸며 기분 좋게 만들어주었다. 오늘 하루 동안 쌓인 피로가 눈 녹듯이 스르륵 녹아내리는 듯했다.

“일단 씻을까?”

침대 위에서 뒹굴 거리던 나는 이윽고 몸을 일으킨 뒤에 화장실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 후, 간단히 세안과 양치질을 한 나는 혹시라도 누나한테서 답장이 오진 않았을까 싶어서 스마트폰을 확인해보았다. 그러나 여전히 감감무소식이었다.

나는 답답함에 한동안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리다가 이내 조심스럽게 통화 버튼을 눌러보았다.

뚜르르.

통화 연결음이 내 귓가에 울려 퍼졌다. 나는 천천히 숨을 고르며 누나가 전화를 받기를 기다렸다.

뚝.

-고객이 전화를 받지 않아, 삐 소리 후 음성사서함으로 연결됩니다.

그러나 여전히 화가 풀리지 않은 모양인지, 누나는 내 전화를 받지 않았다. 아니, 어쩌면 내 번호가 차단되어 있는 것일지도 몰랐다. 그렇게 생각하니, 답답함이 물밀 듯이 밀려왔다. 나는 귀에 대었던 스마트폰을 아래로 내린 뒤에 한숨을 푹 내쉬었다.

“이러다가 진짜로 헤어지는 건 아니겠지?”

걱정이 물밀 듯이 밀려왔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나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벌써부터 약한 모습을 보일 필요는 없었다. 아직 하루 밖에 되지 않았다. 게다가 누나한테서 헤어지자는 통보를 받은 것도 아니었다.

괜히 초조해져선 허둥댈 필요가 없었다. 크게 숨을 들이켠 나는 정신을 똑바로 차렸다.

호랑이한테 물려가도 정신만 똑바로 차리면 살 수 있다는 말이 있듯이 나만 정신을 똑바로 차리면 언제든지 서연이 누나와의 관계를 올바르게 고칠 수가 있었다.

나는 쿵쿵 뛰는 가슴을 애써 가라앉힌 뒤에 스마트폰을 들어올렸다. 그러자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지현이한테서 카톡이 왔다.

[장 지현 : 오빠, 뭐해요?]

[김 유현 : 방금 씻었어]

[장 지현 : 그래요? 그럼 우리 방에 놀러올래요? 다들 모여 있어요 ㅋㅋㅋ]

메시지의 내용으로 보건데, 연합 팀원들이 은하네 방에 모여서 놀고 있는 모양이었다. 하긴 다른 연합 팀들에 비해서 유난히도 사이가 좋던 은하네 연합 팀이었다. 그런 만큼 다들 한 방에 모여서 떠들썩하게 논다 하더라도 전혀 이상할 게 없었다.

나는 피식 웃음을 터트리며 답장을 보냈다.

[김 유현 : 난 좀 쉬고 있을게. 너희끼리 재밌게 놀아]

[장 지현 : 피곤해요?]

[김 유현 : 좀 피곤하네]

[장 지현 : 시험 본 건 우린데 오빠가 피곤하면 어떡해요? ㅡㅡ]

[김 유현 : ㅋㅋㅋㅋㅋ 난 잔다]

괜히 할 말이 없어진 나는 웃음으로 때운 뒤에 잔다는 말로 카톡을 끝마쳤다. 물론 여기서 은하네 방에 가서 시끌벅적하게 논다면 그것도 그것 나름대로 재밌을지도 몰랐다. 하지만 지금 내겐 해결해야 될 일이 하나 남아있었다.

‘레이첼을 마무리 지어야 하니까.’

소피아가 이바이크 백작 가의 영주인 헤레스를 설득해서 레이첼에게 영주 직위를 넘기는데 동의했기 때문이었다.

‘……얼른 마무리 해두는 편이 좋겠지.’

그 편이 던전의 안전에 도움이 될 테고 말이다. 나는 신발을 신기 위해서 현관 쪽으로 발걸음을 옮기며 매니저 어플을 실행했다. 그러자 이번에 아이돌 프로젝트 시험을 본 결과가 알림문구가 나타나며 경험치 정산이 이루어졌다.

[흡입력 있는 가창력! 심사 위원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습니다. 경험치 250을 획득했습니다]

[경험치를 정산합니다.]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이 은하는 현재 580의 경험치를 획득했습니다. (누적 경험치의 양 5130)]

[눈길을 확 사로잡는 퍼포먼스를 선보였습니다. 경험치 100을 획득했습니다.]

[경험치를 정산합니다.]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신 예은은 현재 410의 경험치를 획득했습니다. (누적 경험치의 양 4360)]

그 동안 신경을 못 쓰고 있었는데, 두 사람 모두 상당한 양의 경험치를 쌓아두고 있었다.

“능력치를 올려둘까?”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지만 그것도 잠시 나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도 그럴 것이 괜히 여기서 능력치를 올려주었다간 은하와 예은이한테서 의심을 살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실제로 1차 예선 전에 능력치를 올려주었다간 괜한 경계심만 늘리지 않았던가? 그 때만 생각하면 지금도 가슴이 철렁철렁 내려앉았다.

‘나중에 정말 필요할 때, 올려주면 되겠지.’

고개를 가로저은 나는 확인을 누른 뒤에 신발을 신었다.

그 후, 던전으로 이동하자 일순 시야가 검게 물들었다가 이윽고 환하게 밝아지며 던전 내부의 풍경이 내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이번에도 아니나 다를까, 환한 빛을 내고 있는 던전 코어가 지극히 정중하게 내 앞에 무릎을 꿇으며 입을 열었다.

[던전 마스터를 뵙습니다.]

머리를 단정하게 틀어 올린 던전 코어가 예의 무표정한 얼굴로 나를 올려다보았다. 항상 생각하는 거지만 던전 코어는 좀처럼 웃지를 않는다. 감정이란 게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말이다.

물론 기본적으로 던전 코어는 무생물이다.

그렇게 생각한다면 던전 코어가 웃지 않는 건, 지극히 당연한 일이었다.

무생물이니까 말이다.

하지만 우습게도 던전 코어는 쾌감을 느낀다. 물론 그게 정말로 쾌감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이렇게 발로 밟아서 금이 가도록 만든 뒤에…….

[……꺅! 더, 던전 마스터? 자, 잠깐……!]

금이 간 틈새 사이로 손톱을 집어넣어줘서 희롱하며 바보처럼 헤실 거린다.

[햐으! 아앙! 아, 안 됩니다! 하으윽! 갑자기 그렇게 만지시면……! 꺅! 조, 조금만 상냥하게……! 꺄으으윽!]

무미건조의 극치를 보여주던 던전 코어가 다채로움의 극치를 보여주는 것이었다. 이렇게 보면 마냥 무생물이라고 치부하기엔 여러모로 문제가 있었다.

[……아읏! 아아앗, 앙! 햐으으으! 으읏, 윽! 더, 던전 마스터……! 히익! 햐읏! 아아아아앙!]

잠시 상념에 잠겨있는 사이, 던전 코어의 입술 사이로 긴 교성이 터져 나왔다. 동시에 방 안이 황금빛으로 가득 찼다. 여전히 화려한 절정이었다. 나는 황금색으로 물결치는 방 안의 풍경을 바라보다가 이내 던전 코어 쪽으로 시선을 옮겼다.

그러자 완전히 탈진한 채로 쉼 없이 숨을 헐떡이고 있는 던전 코어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하윽, 읏. 아……. 하아, 하아.]

몸을 잔뜩 웅크린 채로 침방울을 뚝뚝 떨어트리고 있는 던전 코어의 모습이 조금은 귀엽게 보였다. 뭐랄까? 이제야 좀 사람 같다고 할까? 물론 기본은 무생물이었지만 말이다. 나는 내 손에 잡혀있는 흑색 구슬을 데굴데굴 굴리다가 이내 던전 코어의 머리맡에 내려놓은 뒤에 방을 빠져나갔다.

‘일단 소피아부터 찾아야겠지?’

던전 코어의 방을 빠져나간 나는 소피아를 찾기 위해 던전 내부의 지도를 살펴보았다. 그러자 꽤 넓어진 던전 내부의 모습과 흰색으로 표시되어 있는 아군의 모습이 내 눈에 들어왔다.

이 중엔 푸른색 점들도 있었는데, 그 수가 셋인 걸 보니 던전 수호자인 모양이었다.

“검색창이……. 여기 있네.”

검색창을 찾아낸 나는 그곳에 소피아의 이름을 적어 넣었다. 그러자 곧 소피아라고 생각되는 하얀색 점이 반짝반짝 빛을 내며 자신의 위치를 알려주었다. 이에 나는 현재 내 위치를 확인한 뒤에 소피아가 있는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이 때, 중간 중간 고블린과 코볼트 그리고 타락한 요정과 같은 던전 내에 거주 중인 몬스터들을 만났는데, 다들 하나 같이 내게 정중한 예의를 갖추며 반겨주었다. 특히나 그 중에서도 타락한 요정들이 유독 나를 살갑게 반겨주며 재롱을 떨기도 했다.

참 귀여운 종족이라 할 수 있었다.

나는 내 주변을 날아다니며 재롱을 떠는 타락한 요정들을 감상하며 계속해서 발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그 끝에 소피아가 있는 방에 도착하자, 저 멀리 시류 발렌시아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소피아의 모습이 내 눈에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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