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차 예선] -->
“와아아아!!”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가자마자, 남성으로 이루어진 김밥 팀이 큰 소리를 지르며 기쁨을 표시했다. 그리고 그 뒤를 이어서 지현이와 하란이 서로를 얼싸안으며 기쁨을 만끽했다. 물론 은하와 예은이도 눈가에 눈물을 그렁그렁 매달으며 함께 기뻐했다.
그리고 이처럼 불꽃 연합 팀이 저마다의 방법으로 기쁨을 만끽하고 있는 사이, 문 밖에서 기다리고 있던 진행 요원이 다가와 입을 열었다.
“잠시 주목 해주시겠습니까?”
이리 말하며 짝짝 박수를 친 진행 요원은 카메라를 든 남성을 소개하며 말을 이었다.
“……지금부터 인터뷰를 진행 할 거니까, 차례대로 줄 좀 서주시겠습니까?”
이러한 진행 요원의 말에 다들 고개를 끄덕이고는 차례대로 줄을 서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처럼 모두가 줄을 맞춰서 서자, 카메라를 든 남성이 연합 팀원들을 전체적으로 찍으며 물었다.
“전원 합격하셨는데, 지금 기분이 어떠세요?”
이 물음에 연합 팀장인 하란이 눈물을 글썽이며 대답했다.
“너무 좋아요. 홀가분하고……. 솔직히 말해서 믿기지가 않아요. 다들 너무 잘 해서 줘서 정말로 고마워요.”
마지막엔 감정이 북 받쳐 오르는 모양인지, 하란이 눈물을 뚝 떨어트리자 그녀의 팀원들과 지현이가 쪼르르 달려와 하란의 몸을 끌어안아주었다. 누가 보아도 정말로 인상적인 장면이었다.
나는 그 장면을 조용히 감상하며 고개를 끄덕였고, 진행 요원과 카메라맨도 만족한 듯이 웃음을 터트리고는 계속해서 질문을 던졌다.
“지금 어떤 생각이 드세요?”
“고마워요, 되게……. 언니들도 그렇고, 동생들도 그렇고. 오빠들도 다 고맙고요. 탈락한 팀이 없어서 정말로 다행이에요.”
이처럼 다들 카메라맨의 질문을 받으며 착실히 대답을 했고, 그렇게 만족스런 인터뷰를 끝마친 카메라맨은 고개를 끄덕이며 감사하단 말과 함께 자리로 돌아갔다.
그 후, 진행 요원이 앞으로 나와서 입을 열었다.
“그럼 지금부터 저를 따라와 주시면 됩니다.”
이리 말한 진행 요원은 우리를 데리고서 발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그렇게 발걸음을 옮겨 우리가 도착한 장소는 어느 집회장 안이었다. 굉장히 넓은 집회장이었는데, 그 안에는 앞서 합격한 팀이 저마다 자리를 잡고서 기다리고 있었다.
“수고했어요!”
집회장을 가득 메우던 수군거림이 멎고, 몇몇 팀들이 박수를 치며 우리를 반겨주었다.
다들 큰 시험을 무사히 통과했다는 것 때문인지, 무척이나 홀가분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모두가 홀가분한 표정을 짓고 있는 건 아니었다.
슬쩍 주변을 돌아보니, 눈물을 뚝뚝 흘리며 울고 있는 몇몇 팀들이 내 눈에 들어왔다.
보아하니 같은 연합팀에 속해있던 다른 팀이 탈락했다는 것에 마음 아파해하고 있는 모양이었다. 실제로 만약 은하네가 속해있던 팀 중에 어느 팀이 탈락했다면 다들 우울해했었을 것이다.
“저쪽으로 가서 앉아주시면 됩니다. 보호자 되시는 분은 저기 보이는 자리로 가주시고요.”
그 때, 진행 요원이 지정된 자리를 가리키며 우리에게 말했다. 이에 나는 은하네와 윤우네를 번갈아보며 입을 열었다.
“조금 있다가 보자.”
이러한 내 말에 다들 서운해 하는 표정을 지어보였지만, 촬영 중이었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다. 나는 그런 애들을 향하 넉살 좋게 웃어보이고는 진행 요원이 안내해주는 자리 쪽으로 걸음을 옮겨 의자에 앉았다.
‘이젠 기다리기만 하면 되는 건가?’
자리에 앉은 뒤에 고개를 들자, 저 멀리서 지현이와 윤우가 날 향해 손을 흔들며 해맑게 웃고 있는 모습이 내 눈에 들어왔다. 그 모습을 보니, 영락없이 말괄량이 남매로만 보였다.
쓴 웃음을 터트린 나는 오른손을 들어 화답해주고는 스마트폰을 꺼냈다.
‘……누나한테서 답장이 오진 않았으려나?’
이런 생각에서 문자와 통화 기록을 살펴보지만 여전히 깨끗하기만 했다.
‘내일 끝나자마자 찾아가봐야겠네.’
검지로 스마트폰을 툭툭 두드리던 나는 이내 혹시나 싶은 생각에서 마지막으로 한 번 더 장문의 문자 메시지를 작성해서 누나한테 보낸 뒤에 한가롭게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그 사이에 시험을 무사히 끝마친 합격자들이 차례차례 집회장 안으로 들어섰다.
‘신 하람은 탈락했나보네.’
아니, 신 하람 뿐만이 아니었다. 신 하람이 이끄는 연합 팀은 전원 탈락이라는 최악의 결과를 맞이한 듯이 단 한 팀도 이 집회장 안으로 들어오지 못 했다.
‘……뭐, 당연한 결과겠지.’
애당초 이번 과제는 연합이었다. 앞서 박 진환 씨가 말한 것처럼 팀의 호흡을 중요시하는 과제였다. 그런데 그 과제를 신 하람이 이끄는 연합 팀이 합격할 수 있을 확률은 가히 0%에 가까웠다.
아니, 단언컨대 0%라고 할 수 있었다.
하물며 문제를 일으킨 팀을 어느 누가 합격시키겠는가?
‘실력은 둘째치더라도, 인성이 글러먹었는데…….’
쯧쯧, 혀를 내두른 나는 다른 합격자 팀들이 집화장 안으로 들어서는 것을 지켜보았다. 그리고 그렇게 마지막 10조 합격 팀들까지 집회장 안으로 들어서자, 진행자 강 유라가 앞으로 나오며 입을 열었다.
“참가자 여러분, 시험을 치르시느라 고생 많으셨습니다.”
강 유라가 이리 말하며 박수를 치자, 다들 환호하듯 박수를 쳐주었다.
“……오늘 준비된 과제는 이걸로 모두 끝이고, 이제 여러분들은 준비된 숙소로 가셔서 편히 쉬시면 됩니다.”
“오오……!”
드디어 쉴 수 있다는 말에 다들 감탄성을 터트리며 기대감을 내비쳐보였다. 이에 진행자 강 유라는 옅게 웃음을 터트리며 다시금 입을 열었다.
“그럼 지금부터 오른쪽에서 왼쪽 순서대로 집회장 밖으로 나가주시면 됩니다. 복도에선 진행 요원 한분이 기다리고 계시니, 그대로 쭉 따라가셔서 밖에 대기하고 있는 버스에 타주시면 됩니다. 다들 고생 많으셨습니다. 그럼 내일 뵙겠습니다!”
마지막에 힘을 주어 말한 강 유라는 살짝 고개를 숙여 작별 인사를 건넸다. 이에 합격한 참가자 전원 환호성을 터트리며 화답해주고는 하나둘씩 자리에서 일어나 질서 있게 집회장 밖으로 빠져나갔다.
이 때, 은하네들이 나보고 이쪽으로 오라며 손짓했지만 보호자들은 따로 마지막에 나가달란 스태프들의 당부가 있었기 때문에 함께 갈 수가 없었다.
나는 카톡을 보내서 마지막에 나가야 된다는 말을 하고는 합격한 참가자들이 전원 집회장 밖으로 나가기를 기다렸다. 그리고 이윽고 모두가 빠져나가자, 스태프들과 보호자들이 함께 이동하며 월드컵 경기장 밖으로 나갔다.
“바로 버스에 타주시면 됩니다.”
이리 말한 진행 요원은 나를 포함한 보호자들을 데리고서 버스 쪽으로 데려갔다. 같이 나온 스태프들은 나머지 뒷정리를 해야 되는 모양인지, 이리저리 정신없이 돌아다니며 장비를 정리 정돈하고 있었다.
나는 잠시 그 모습을 지켜보다가 이내 진행 요원의 뒤를 따라서 버스에 올랐다. 혹시 안에 다른 참가자들이 있지는 않을까 싶었는데, 합격한 참가자들은 다른 버스에 탄 상태인 모양인지 버스 안은 참가자의 부모 혹은 언니, 오빠로 보이는 보호자들로만 가득 했다.
‘숙소로 가서 봐야겠네.’
혀를 내두른 나는 적당한 자리에 앉은 뒤에 스마트폰을 꺼냈다. 그러자 딱 때를 맞춰서 은하한테서 메시지가 왔다.
[이 은하 : 오빠, 어디에요?]
[김 유현 : 버스 안이야]
[이 은하 : 어느 버스요?]
[김 유현 : 보호자들만 타는 전용 버스인가 봐. 숙소에서 보자]
[이 은하 : 아ㅋㅋ 네, 숙소에서 봐요]
은하와 간단히 메시지를 주고받은 나는 의자 등받이에 편히 등을 기대며 창밖으로 내다보았다. 그러자 해가 저문 어두컴컴한 바깥 풍경이 내 눈에 들어왔다. 분명히 월드컵 경기장 안에 들어설 때까지만 하더라도 환한 대낮이었는데, 벌써 밤이 된 것이었다.
‘시간 참 빠르네.’
피식, 웃음을 터트리며 바깥을 구경하는데, 덜컹 소리와 함께 버스에 시동이 걸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슬슬 출발하려는 모양이었다. 이에 나는 시선을 거둔 뒤에 스마트폰을 들었다.
‘……그러고 보니 동북공정은 어떻게 됐지?’
아직 시간이 이르긴 했지만, 현주라면 벌써 중국에 통보했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나는 불쑥 치미는 호기심에 곧바로 동북공정을 검색해보았다. 그러자 아니나 다를까 최상단에 마물 사냥꾼과 동북공정에 관해서 기사가 여러 개 나타났다.
-"고구려민족은 중화민족" 확고한 中 동북공정
-마물 사냥꾼의 요구는 무리한 것……. 중국 동북공정은 엄연히 역사에 근거한 것
-中 공식적으로 비난 “개인이 역사를 바꾸어선 안 된다.”
-사마천 ‘사기’를 근거로 中 완고한 입장 발표
-부끄러울 게 없는, 있는 그대로의 역사
“…….”
나열된 기사 제목을 잃는 순간 그만 할 말을 잃고 말았다.
‘제정신인가?’
헛웃음을 터트린 나는 기사 중에 하나를 골라서 읽어보았다.
["고구려민족은 중화민족" 확고한 中 동북공정]
우리 고대사를 중국 역사로 편입시키려는 동북공정(東北工程)을 중국에서 공식적으로 옹호했다.
일찍이 중국 측은 고구려 유적지에서 고구려 선조가 중원민족에 복속되어 있었다는 설명을 붙이거나 광개토대왕을 중국 민족 모습으로 그린 상징물을 설치하는 식으로 교묘하게 동북공정을 진행해왔다.
실제로 유네스코 세계 문화유산에 등재된 고구려 유적지 푯돌에는 “고구려, 중원 민족에 복속되었다.” 라는 문구가 적혀있기도 하다.
전문가의 말에 따르면, 고구려의 첫 도읍이자 세계 문화유산인 중국 환인현 오녀산성(졸본성의 당나라 지명)의 고구려유지 박물관 앞에 최근 커다란 산양 조형물이 세워졌다고 한다. 그리고 그 옆 푯돌에는 “산양은 네 개의 뿔을 달고 있는 고대 북방의 양으로 기원전 1035년 주성왕의 성주대회시 고이가 공헌품으로 중원에 바친 것”이라는 설명이 적혀있다.
고구려가 중국 고이족의 후손이자 북방민족으로서 주나라 때부터 중원민족에 복속돼 있었다고 해석될 수 있는 문구다. 이에 각 전문가들은 “산양은 고구려와는 관계없는 동물”이라며 “고구려를 중국의 한 민족으로 보는 전형적인 동북공정식 설명”이라고 지적했다
중국은 이런 식으로 동북공정을 진행해 왔으며, 마물 사냥꾼의 대리인이라 알려진 대한 에너지의 이 현주 사장이 전달한 동북공정 폐지를 거절한 상태이다. 중국은 현재 공식적으로 마물 사냥꾼을 비난했으며 역사는 개인이 아닌 국가가 나서서 해결해야 되는 일이라며 일축시켰다.
“골 때리네.”
기사를 다 읽은 나는 질린단 표정을 지어보이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이건 너무 어처구니가 없어서 화낼 기운조차도 나지 않았다. 나는 한동안 기사 내용을 읽다가 이내 스크롤을 내려서 댓글을 살펴보았다.
-대륙 클라스 ㅋㅋㅋㅋㅋㅋㅋ
-중국은 인구가 10분지 1정도로 줄어들어야지 정신 차릴 듯
-일본 의문의 1패
-한국도 의문의 1패
-옆에서 가만히 있던 북한도 의문의 1패
-조만간 중국은 마물에게 지배당할 듯ㅋㅋㅋㅋ
-아따, 짱개 성님들 지리것소ㅋㅋㅋㅋ
-중국 : 일본도 우리 땅
-일본은 지금 웃고 있을 듯 ㅋㅋㅋㅋㅋㅋ
댓글들은 중국을 조롱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실제로 마물은 오로지 마물 사냥꾼만이 처리할 수 있었으니 말이다.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이런 거지?’
나로선 이해할 수 없는 중국의 태도였다.
‘……혹시 뭔가 방법을 찾아낸 건가?’
잠깐 이런 생각이 들었지만, 그것도 잠시 나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도 그럴 것이 매니저 어플은 오로지 한 사람만 소유할 수 있다고 명백하게 나왔기 때문이었다.
즉, 나 이외의 매니저 어플 사용자가 있을 수는 없었다.
‘이해할 수가 없네.’
관자놀이를 꾹꾹 누르며 중국의 의도를 곰곰이 생각해보고 있는데, 어느새 숙소에 도착한 모양인지 버스가 멈췄다. 이에 나는 스마트폰을 주머니에 집어넣은 뒤에 창밖을 내다보았다. 그러자 호텔로 보이는 숙소가 내 눈에 들어왔다.
“돈 좀 썼겠는데?”
살짝 감탄한 나는 서둘러 버스에서 내렸다. 그러자 앞서 먼저 내린 모양인지, 은하와 지현이 그리고 예은이가 날 향해 손을 흔들며 반겨주고 있는 게 보였다. 물론 그 곁에는 같은 연합 팀원들도 있었다.
나는 서둘러 발걸음을 옮겨 은하네에게 다다간 뒤에 입을 열었다.
“먼저 들어가 있지, 왜 기다렸어?”
이런 내 말에 지현이가 배시시 웃음을 터트리며 내 팔을 툭 쳤다.
“에이, 우리가 어떻게 그래요? 자, 얼른 들어가요.”
지현이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나는 애들과 함께 호텔 안으로 들어섰다.
그 후, 1층 로비 안으로 발을 들이자 진행 요원이 각 참가팀들에게 방 열쇠를 나누어주고 있는 모습이 내 눈에 들어왔다. 이에 나는 서둘러 애들을 데리고서 진행 요원 쪽으로 다가갔다.
“방 키 받으려고 왔는데요.”
“어플 좀 보여주시겠어요?”
“아, 네.”
어플을 보여 달란 말에 지현이가 얼른 스마트폰을 꺼내서 어플을 보여주자, 진행 요원이 잠시 그것을 확인하더니 이내 고개를 끄덕이고는 서류를 내밀었다.
“여기에 서명해주시겠어요?”
“네!”
아무래도 방 열쇠를 받았다는 확인증명서 같은 것인 모양이었다. 이에 지현이가 씩씩하게 대답하며 서류에 서명하자, 진행 요원이 만족한 미소를 지어보이며 열쇠 두 개를 꺼내보였다.
“팀원 세 분에 보호자 한 분이어서 3인실하고 1인실로 준비했어요. 자, 여기 받으세요. 이게 3인실 열쇠고 이게 1인실 열쇠에요.”
이러한 진행 요원의 말에 지현이는 얼른 고개를 끄덕이고는 내게 1인실 열쇠를 건네주었다.
‘나 혼자서 자는 건가?’
나는 지현이가 건네준 1인실 열쇠를 만지작거리며 생각에 빠졌다. 그리고 이런 내 모습을 본 지현이가 툭 내 팔을 치며 입을 열었다.
“오빠, 심심하면 우리 방에서 같이 자요.”
“미쳤냐?”
나는 어처구니가 없단 목소리로 대꾸하고는 다른 연합 팀원들이 열쇠를 받기를 기다렸다. 그리고 이윽고 모든 팀의 리더들이 열쇠를 받고나자, 우리는 우르르 몰려서 엘리베이터에 탔다.
이 때, 윤우가 울상을 지어보이며 나보고 내 방에서 자면 안 되냐고 물었다. 그 이유를 물어보니, 동생이랑 같이 방을 쓰게 됐다면서 내게 하소연을 했다. 살짝 측은해지긴 했지만, 1인실에서 남자 둘이서 껴안고 자는 취미는 없었기 때문에 나는 단호히 거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