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매니저 어플-426화 (426/599)

<-- [2차 예선] -->

진행 요원의 안내를 받아 도착한 장소는 처음 은하들이 이곳에 와서 심사를 받았던 장소였다.

우리를 이곳까지 안내해준 진행 요원은 곧장 문을 열더니, 이내 무대 쪽으로 올라가란 신호를 주었다. 이에 연합 팀장인 하란을 선두로 차례차례 팀원들이 무대 위로 올라가기 시작했다.

이 때, 나는 은하네와 윤우네가 올라갈 때 조용한 목소리로 힘내란 말을 해주었다. 그리고 그 덕분인지, 다들 긴장이 풀린 얼굴로 고개를 끄덕이고는 힘차게 무대 위로 올라갔다.

‘다들 잘 해야 될 텐데.’

이처럼 은하네가 속한 연합 팀이 무대 위로 오르자, 나는 스태프들의 안내를 받아서 보호자들을 위해서 마련되어 있는 자리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이윽고 내가 자리에 앉는 것과 동시에 세 명의 심사위원 중에 한 명인 이 승환 씨가 마이크를 들며 입을 열었다.

“본인들 소개 좀 해보시겠어요?”

이러한 이 승환 씨의 말에 연합 팀장인 하란이 무대 앞으로 나왔다. 그리고는 연합 팀원들을 돌아보며 하나 둘 셋 하고 구령을 넣어주었고, 이 구령에 맞춰 열세 명의 연합 팀원들이 일제히 고개를 숙이며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불꽃입니다!”

인사를 받은 이 승환 씨는 잠시 웃다가 이내 연합 팀장인 하란을 똑바로 바라보며 물었다.

“불꽃이요? 무슨 의미죠?”

“네, 저희는 활활 불타오르는 불꽃처럼 열정을 불사르기 위해 나왔습니다.”

“그러다가 재가 되어버리면 어떻게 하려고요?”

“네?”

농담처럼 툭 던지는 이 승환 씨의 말에 하란이 당황한 기색을 내비쳐보이자, 윤 종식 씨가 허허 웃으며 입을 열었다.

“에이, 너무 그러지 말아요. 애들 긴장하잖아요.”

이러한 윤 종식 씨의 말에 박 진환 씨가 고개를 끄덕이며 거들었다.

“맞아요. 그리고 재가 되지 않게 장작을 많이 넣어주면 되죠.”

이처럼 두 심사 위원이 하란의 편을 들어주자, 그제야 굳었던 하란의 표정이 스르륵 풀렸다. 정말이지, 농담도 참 살벌하게 하는 이 승환 씨였다. 물론 지켜보는 내 입장에선 별거 아닌 농담이긴 했지만, 맞은편에 선 당사자의 입장에선 그게 아닐지도 몰랐다.

실제로 재라는 건, 그다지 좋은 의미가 아니었으니 말이다.

‘처음부터 고비네.’

나는 쓴웃음을 터트리며 계속해서 지켜보았다.

“팀을 보니까, 연합 팀장인 하란 씨의 팀을 제외하곤 전부 다 교체되었네요?”

이 승환 씨에 이은 박 진환 씨의 질문에 하란의 표정이 다시금 창백해졌다.

“아, 네…….”

“왜 그렇게 되었다고 생각하시나요?”

연달아 정곡을 찌르는 질문에 하란은 잠시 아랫입술을 파르르 떨다가 이윽고 자그마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제가 잘 못 해서…….”

“하란 씨가 뭘 잘 못 했는데요?”

“너무 독단적으로 나가서…….”

여기까지 말한 하란은 기어코 참지 못 하고 고개를 푹 숙이고 말았다. 이에 박 진환 씨는 곤란하단 표정을 지어보이며 입을 열었다.

“하란 씨? 하란 씨, 고개 좀 들어보세요.”

“죄, 죄송합니다.”

“아뇨, 죄송하다고 사과할 건 아닌데……. 가수가 되면 이것보다 훨씬 심한 일도 많이 있을 거예요. 그런데 겨우 이런 거 가지고 우시면 안 되죠.”

“네…….”

“자신감을 가지시고 어깨를 펴세요. 지금 하란 씨가 연합 팀장이 아닙니까?”

“네…….”

“좋습니다. 자, 이걸로 눈물 좀 닦으시고요.”

이리 말하며 박 진환 씨가 휴지를 내밀자 하란이 종종 걸음으로 다가와 휴지를 건네받은 뒤에 자기 눈물을 닦았다. 그리고 다시 무대 위로 돌아오자, 지현이가 기다렸다는 듯이 하란의 몸을 살짝 끌어안아주었다.

그 모습이 보기 좋았던 모양인지, 세 명의 심사 위원 모두 고개를 끄덕이며 조용히 의견을 주고받았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윤 종식 씨가 마이크를 들며 입을 열었다.

“선곡한 곳을 보니까, 레드 벨벳의 dumb dumb이던데 연습하는데 어려움을 없었나요?”

“네, 어려움은 없었어요.”

“좋았던 점은요?”

“다들 잘 따라와 줘서 제대로 연습할 수 있었어요.”

“누가 제일 잘 따라와 줬나요? 그리고 누가 제일 못 따라와 줬나요?”

이어지는 두 가지 질문에 다들 바짝 긴장한 채로 하란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이에 연합 팀장인 하란은 잠시 망설이는 표정을 지어보이다가 이윽고 말소리를 뽑아내었다.

“팀 발레리아의 리더인 지현이가 제일 잘 따라와 줬고요. 제일 못 따라온 사람은…….”

잠시 말꼬리를 늘리던 하란은 이내 살짝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었다.

“……아무도 없었어요.”

“아무도 없었다고요? 이거 기대되네요. 좋습니다! 그럼 노래 한번 들어보죠.”

윤 종식 씨의 말을 끝으로 하란이 자리로 돌아가자, 다들 일찍이 연습했던 대로 각자 자리에 섰다. 그리고 이윽고 노래가 시작되자, 각 팀원들이 노래 솜씨를 뽐내며 자기 파트를 최대한 성실히 노래를 불렀다.

특히나 하란과 지현이가 화음을 맞춰서 노래를 부를 때면 살짝 소름이 돋을 정도였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은하가 ‘넌 자꾸 나를 귀엽다고 하는 걸까 왜?’라고 부르는 순간 온 몸에 전율이 돋는 것만 같았다.

‘다들 진짜 열심히 했구나.’

나는 내심 감탄하며 노래의 마지막까지 지켜보았다. 그리고 이윽고 노래가 끝나자, 박 진환 씨가 가볍게 박수를 치며 칭찬을 해주었다. 다만 윤 종식 씨는 그다지 마음에 들지 않았던 모양인지, 살짝 고개를 가로저으며 입을 열었다.

“잠깐만 시간을 주세요.”

이리 말한 윤 종식 씨는 이 승환 씨와 박 진환 씨를 가운데로 모은 뒤에 평가를 하기 시작했다. 이 때, 마이크를 끈 뒤에 토론을 하는 것이었기 때문에 목소리가 거의 들리지 않았는데, 뒤쪽에 마련된 자리에 앉아있던 내게는 간간히 그 목소리가 들려왔다.

“얘네는 무조건 합격시켜야해.”

“나도 그렇게 생각하는데?”

“근데 얘는 좀 아니지 않아?”

“나도 얘는 진짜 별로야.”

“그래? 나는 얘가 마음에 드는데.”

“그럼 이렇게 붙여주면 되잖아.”

세 명의 심사 위원은 서로 의견을 조율하며 한참 동안 이야기를 나누더니, 이윽고 의자 등받이 편히 등을 기대며 무대 위에 서있는 참가자들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잠시 뒤, 박 진환 씨가 마이크를 켜며 입을 열었다.

“우리 윤우 군은 처음에 심사 받았을 때보다 훨씬 마음이 편해진 것 같네요?”

이러한 박 진환 씨의 물음에 윤우가 살짝 어색한 미소를 지어보이며 대답했다.

“몇 번 여기에 서다보니까 많이 편해진 것 같아요. 게다가 저희끼리 하는 게 아니라 이렇게 여럿이서 하니까……. 좀 더 긴장이 덜 된 것 같아요.”

“긴장이 덜 된다니 다행이네요. 솔직히 저는 굉장히 재밌게 봤고요. 팀으로서는 무조건 높은 점수를 주고 싶어요. 특히 서로 만난 지 하루도 안 된 사람들끼리 이렇게나 화음을 잘 맞춘다는 게, 정말로 놀랐어요. 이건 진짜 쉬운 게 아니거든요.”

거듭된 칭찬에 연합 팀들의 표정이 환하게 풀렸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박 진환 씨가 검지로 탁자를 툭툭 치며 말을 이었다.

“……다만 문제는 각각의 팀들이 전혀 돋보이지 못 했다는 거예요. 보통 자기한테 조명이 들어오면 눈에 띄게 돋보여야 되거든요? 근데 다들 그게 너무 부족했어요. 마치 서로를 돋보이게 만들려고 안달이 난 것처럼 보였어요.”

박 진환 씨의 말대로 다들 노래를 부르는 와중에도 서로를 배려해주고 있단 느낌이 물씬 들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그게 나쁘단 건 아니었다. 오히려 내 입장에선 흐뭇할 정도로 기분 좋은 배려심이었다.

“우리 솔직하게 말해봅시다. 여기 왜 왔어요? 1등 하려고 온 거잖아요. 근데 자기를 낮추고 상대를 올려주면 어떡해요? 물론 보기야 좋죠. 하지만 저희는 모든 팀을 합격시켜줄 수가 없어요. 여기선 누군가가 떨어져야 되니까요.”

딱 잘라 말하는 박 진환 씨의 말에 다들 입술을 꾹 다물고서 고개를 숙였다. 이에 박 진환 씨는 잠시 고민하는 표정을 지어보이다가 이내 입을 열었다.

“……팀으로는 무조건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고 말했죠? 근데 개인으로는 무조건 낮은 점수를 주고 싶네요.”

이처럼 박 진환 씨가 말을 끝마치자, 윤 종식 씨가 마이크를 만지작거리며 말문을 열었다.

“음……. 저는 솔직히 말해서 이 연합 팀이 팀 발레리아라는 팀을 띄워주기 위해서 만들어진 연합 팀처럼 보였어요. 연합 팀장님이 말씀하셨죠? 모두가 잘 따라왔다고요. 근데 제가 보기엔 다들 팀 발레리아를 따라가느라 너무 정신이 없어보였어요. 심지어 하란 씨의 팀조차도요.”

윤 종식 씨의 지적에 하란의 표정이 더없이 처참하게 무너져 내렸다. 하지만 솔직히 말해서 윤 종식 씨의 말에 반박할 수가 없었다. 내가 보기에도 무대는 팀 발레리아의 독무대였으니 말이다. 특히나 은하의 활약이 너무 돋보여서 무어라 말을 꺼낼 수도 없었다.

그리고 이처럼 윤 종식 씨가 마이크를 내려놓자, 이 승환 씨는 잠시 주변을 둘러보다가 이내 입을 열었다.

“뭐, 다들 수고하셨고요. 저는 충분히 만족했습니다. 서로가 협력해서 보기 좋게 노래를 부르는 게, 너무 좋았고요.”

이리 말한 이 승환 씨는 잠시 탁자 위에 올려져있는 종이를 유심히 바라보더니 천천히 운을 띄웠다.

“그럼 발표하겠습니다. 팀 레이디스, 팀 발레리아…….”

차례차례 팀 이름이 호명될 때마다 다들 흠칫흠칫 몸을 떨며 눈동자를 굴렸다.

“……팀 하울, 팀 김밥.”

여기까지 말한 이 승환 씨는 잠시 뜸을 들이다가 이윽고 입을 열었다.

“전원 합격하셨습니다. 축하드립니다.”

라고 말하며 이 승환 씨가 박수를 쳐주자, 그제야 다들 환하게 웃음을 터트리며 환호성과 함께 서로를 얼싸안았다. 그리고 그 모습을 지켜보던 박 진환 씨가 입을 열었다.

“연합 팀이란 과제를 가장 잘 수행한 팀이었기에 전원 합격을 드렸습니다. 다들 고생 많으셨고요, 남은 과제도 잘 해내시길 기대하겠습니다.”

이처럼 심사위원들이 칭찬해주자, 다들 꾸벅 고개를 숙이며 ‘수고하셨습니다!’라고 소리쳐 말하고는 안내 요원을 따라 방을 빠져나갔다. 물론 나 또한 애들을 따라서 방 밖으로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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