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차 예선] -->
인터넷 개인 방송 화면에 잡힌 오우거의 모습을 확인한 나는 고개를 들어 은하네들을 살펴보았다. 그러자 연습을 하느라고 여념이 없는 애들의 모습이 내 눈에 들어왔다. 한동안은 자유롭게 행동해도 될 듯이 싶었다. 게다가 딱히 내가 해줄 것도 없었고 말이다.
나는 잠시 주변을 살펴보다가 이내 보호자들을 위해서 마련되어 있는 자리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그 후, 의자에 앉은 나는 실시간 채팅창을 살펴보았다.
-마물 사냥꾼 언제 나옴?
-짱개들 개불쌍ㅋㅋㅋㅋ
-저번에 나온 오크들도 그렇고, 요즘에 오크들 왜 이렇게 커짐?
-오크 ㄴㄴ, 오우거임. 공식적으로 오우거라고 발표함
-건물들 부서진 것 좀 보소
-저기 보이는 거 전부 다 시체임?
-ㅇㅇ 시체임. 방금 전에 오우거가 다 죽임
-소오름
“…….”
여전히 쓸데없는 말들을 주구장창 쏟아내고 있는 채팅창이었다.
혀를 내두른 나는 계속해서 채팅창의 내용을 살펴보았다.
-가면남, 오늘도 나올까? 막 셀렌다
-난 남잔데도 가면남한테 반함
-ㄹㅇㅋㅋㅋㅋ 입술 존나 예쁨. 개꼴림
-솔직히 아무리 봐도 여자 아님? 남자가 그렇게 예쁠 리가 없음
-남자니까 예쁜 거임
아무래도 일전에 꽃미남 스티커를 붙이고서 찍은 영상 속의 내 모습을 두고서 이야기하고 있는 모양이었다. 실제로 나조차도 꽃미남 스티커를 붙이고 있는 내 모습에 한순간 혹할 정도였으니 말이다.
-이번엔 가면남이 뭘 요구할까?
-위안부는 잘 하긴 했는데, 솔직히 말해서 좀 오글거렸음. 이번엔 그런 일 없었으면 좋겠다
-그러게. 차라리 중국한테 돈이나 좀 뜯어서 빈민구제나 해줬으면 좋겠음
-짱개한테 삥뜯기ㅋㅋㅋㅋㅋ
-같은 한국인인 내가 봐도 국뽕이 좀 심함
-주모! 국뽕 한 사발 추가요!ㅋㅋㅋㅋ
-님들 그러다 잡혀감ㅋㅋㅋㅋ
“음…….”
이어진 채팅 내용에 나는 침음성을 흘렸다.
‘내가 너무 심했나?’
이게 옳다고 생각해서 한 거였는데, 다른 사람들이 보기엔 그게 아닌 모양이었다.
‘……방법을 다르게 바꿔볼까?’
확실히 앞서 채팅에서 언급했듯이 빈민 구제 쪽으로 나가는 것도 나쁘지 않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다음에 현주한테 말해봐야겠네.’
이리 생각하며 채팅창 쪽으로 시선을 옮기자, 갑자기 빠른 속도로 치솟는 채팅창의 내용이 내 눈에 들어왔다.
-마물 사냥꾼이다!!!
-기다렸습니다!
-눈웃음 지리네
-여유 보소
-10초 컷 예상합니다
-오늘도 지아 몸매 지립니다
-젓가락이네 젓가락
-나도 같이 가고 싶다 ㅠㅠ
-10점 만점이다
채팅창에 올라온 말 그대로 다들 여유가 넘쳐보였다. 특히나 그 중에서도 유 지아의 표정이 제일 밝아보였다. 그녀는 가볍게 어깨를 풀더니, 소현에게 향해 무어라 말했다. 그리고 그 말에 소현은 잠시 고민에 빠진 표정을 지어보이더니 이윽고 고개를 끄덕였다.
무언가 작전을 짠 모양이었다.
삐이이이익!
그리고 이런 내 생각대로 소현은 앞으로 달려 나가며 호루라기를 불렀다. 그러자 부러진 가로등을 만지작거리고 있던 오우거가 커다란 포효성과 함께 이 소현을 향해 달려들기 시작했다.
-도발 보소
-미쳤다, 미쳤어
쿵쿵! 발소리를 내며 달려드는 오우거의 모습은 단연 압권이었다. 특히나 오우거가 이 소현을 향해 주먹을 휘두를 때면 일순 숨이 멎는 것만 같았다. 하지만 소현은 이런 내 걱정을 비웃기라도 하듯이 방패로 오우거의 주먹을 간단히 막아내며 모두를 놀래켰다.
-역시 탱커! 지리네
-진심 탱커의 표본임
-탱커 너무 좋다 ㅠㅠ 난 이제부터 탱커만 한다
-도발 탱!
이처럼 이 소현이 오우거의 주먹을 방패로 막고 있는 사이 유 지아가 뒤에서 재빠르게 달려오더니, 불쑥 이 소현의 등과 어깨를 밟으며 높이 뛰어올랐다. 그리고는 정확히 오우거의 안면에 주먹을 내리꽂았다.
-ㅁㅊ 이거 서커스임?
-이미 사람이 아님
-ㅇㅇ 마물 사냥꾼은 이미 인간의 영역을 벗어남
-신인류임 신인류
유 지아에게 주먹을 맞은 오우거는 골이 흔들리는 모양인지, 고개를 흔들며 뒷걸음질 쳤다. 그리고 그 사이에 한 채원이 화염구를 날리고, 신 혜진은 화살을 쏘며 오우거에게 타격을 주었다.
-파티 플레이 보소
-현실 레이드
-이게 진짜 레이드지
군더더기 하나 없는 파티 플레이에 시청자들이 감탄하고 있는 사이에 오우거는 그만 무게 중심을 잃고 쿵 소리를 내며 쓰러지고 말았다. 이에 이 소현이 크게 기합성을 내뱉으며 검을 휘두르자, 오우거의 몸에 선명한 빛 무리가 새겨졌다.
이번에 8단계까지 강화가 되어서 그런지, 이전보다 훨씬 더 이펙트가 강해진 느낌이 들었다.
-검에서 빛나는 거, 간지 쩐다
-저번보다 훨씬 더 빛나는 거 같은데?
-역시 무기는 빛나야 제 맛이지!
이처럼 다들 이 소현의 무기에 감탄하고 있는 사이, 유 지아가 오우거의 품속에 파고들었다. 그리고는 빛 무리, 즉 은빛 장검의 효과로 은빛 표식이 걸려있는 부위만을 정확하게 타격하며 표식을 터트렸다.
그러자 펑펑! 소리와 함께 은빛 표식이 사라지며 오우거의 몸을 터트렸다. 두꺼운 가죽을 자랑하는 오우거가 아무런 저항도 못 한 채 쓰러지고 있는 것이었다. 그리고 결국 오우거는 숨이 끊어진 모양인지, 땅바닥에 머리를 처박으며 그대로 소멸했다.
-주먹 휘두르는 속도가 진짜...
-UFC 나가면 다 쓸어버릴 듯
-UFC는 명함도 못 내밀음. 솔까 유 지아가 지구 최강자임
-ㄴㄴ 가면남이 남아 있음
-ㅋㅋㅋㅋㅋ ㅇㅈ
‘가뿐하네.’
오우거의 소멸을 확인한 나는 만족한 미소를 지어보이며 인터넷 방송을 종료했다. 그런 다음에 매니저 어플을 실행하자, 기다렸다는 듯이 이계 퀘스트의 완료를 알리는 알림문구가 화면에 나타났다.
[축하합니다!]
[현계 퀘스트 ‘숙련된 오우거 전사’을 완료했습니다!]
[공헌도를 확인합니다.]
[마물 사냥꾼 ‘한 채원’, 19% 공헌했습니다.]
[마물 사냥꾼 ‘유 지아’, 27% 공헌했습니다.]
[마물 사냥꾼 ‘김 예지’, 12% 공헌했습니다.]
[마물 사냥꾼 ‘이 소현’, 25% 공헌했습니다.]
[마물 사냥꾼 ‘신 혜진’, 17% 공헌했습니다.]
[마물 사냥꾼 ‘한 채원’은 경험치 ‘570’을 획득했습니다.]
[마물 사냥꾼 ‘유 지아’는 경험치 ‘810’을 획득했습니다.]
[마물 사냥꾼 ‘김 예지’는 경험치 ‘360’을 획득했습니다.]
[마물 사냥꾼 ‘이 소현’은 경험치 ‘750’을 획득했습니다.]
[마물 사냥꾼 ‘신 혜진’는 경험치 ‘510’을 획득했습니다.]
[축하합니다!]
[현계 퀘스트 ‘숙련된 오우거 전사’를 완료했습니다!]
[보상으로 랜덤 아이템 상자x3가 주어집니다.]
[랜덤 아이템 상자x3를 수령하시겠습니까?]
[네 / 아니요]
‘속마음 스티커가 하나 더 나왔으면 좋겠는데…….’
꿀꺽, 군침을 삼킨 나는 네를 눌러서 랜덤 아이템 상자를 수령했다.
[축하합니다!]
[아이템 ‘최면 (1회)’를 획득하셨습니다!]
[효과 : 대상에게 어떠한 명령이라도 내릴 수 있습니다. 이때, 대상의 수준에 따라 최면 유지 시간이 정해집니다. (최소 0초 / 최대 1시간)]
[축하합니다!]
[아이템 ‘민감도 2배 스티커 (1회)’을 획득하셨습니다!]
[효과 : 대상의 신체에 붙이면 일시적으로 민감도가 2배로 상승합니다!]
[지속 시간 : 1시간]
[축하합니다!]
[아이템 ‘추남 스티커 (1회)’을 획득하셨습니다!]
[효과 : 추남이 됩니다.]
[지속 시간 : 1시간]
“음…….”
원하던 속마음 스티커는 나오지 않았지만, 일전에 유용하게 쓴 적이 있는 최면과 민감도 2배 스티커가 나왔다. 그리고 마지막 아이템 상자에선 추남 스티커가 튀어나왔다.
‘이건 도대체 어디에 쓰라고 준 거지?’
스마트폰 화면 속의 추남 스티커를 뚫어져라 쳐다보던 나는 이윽고 고개를 절래절래 저으며 확인을 눌렀다.
‘……뭐, 결국 어딘가 쓸데가 있겠지.’
세상에 쓸모없는 것은 아무것도 없으니 말이다. 하물며 그것이 매니저 어플에서 나온 것이라면 더 말할 것도 없었다.
나는 매니저 어플을 종료한 뒤에 은하네들을 바라보았다. 그러자 아까 전과 마찬가지로 연습을 하느라고 여념이 없는 애들의 모습이 내 눈에 들어왔다. 특히나 그 중에서도 지현이가 연합 팀장인 하란과 함께 가장 열심히 연습을 하고 있었다.
‘합격은 이미 따 놓은 당상이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방심을 하는 건, 금물이었다.
‘……아니, 방심해도 되려나?’
막말로 이쪽에는 매니저 어플이 있었으니 말이다. 더욱이 방금 전에 얻은 최면도 있었다. 여차하면 투명 스프레이로 이쪽의 모습을 숨긴 다음에 최면으로 합격시키면 그만이었다.
속으로 웃음을 터트린 나는 한동안 은하네들을 지켜보다가 문득 일본에서의 일이 궁금해져서 스마트폰으로 일본 위안부를 검색해보았다.
-일본, 도쿄와 교토를 비롯한 주요 도시에 소녀상 배치하기로 결정.
-日 정부, 위안부 관련해 공식적인 사과 “죄송합니다.”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 눈물을 흘리며 먼저 돌아가신 할머니들의 묘소를 방문
-한일 응어리가 풀리나? “이젠 함께 앞으로 나아갈 때.”
‘이거 괜찮은데?’
내가 생각한 것 이상으로 결과가 좋게 나온 것 같아서 괜히 흐뭇한 마음이 들었다. 특히나 도쿄를 비롯한 주요 도시에 소녀상을 배치하기로 한 건, 더할 나위 없이 마음에 들었다.
‘……확실히 현주가 일처리 하나를 정말 잘 하네.’
나중에 또 칭찬을 해줘야 될 듯이 싶었다.
나는 자그맣게 웃음을 터트리며 다른 기사들도 살펴보았다. 그리고 이처럼 인터넷 기사들을 살펴보며 시간을 보내는데, 불현듯 진행 요원으로 보이는 남성 한 명이 마이크를 들고 앞으로 나와선 입을 열었다.
“이제 그만 연습을 마치시고 이 앞으로 나와 주십시오. 왼쪽부터 1조, 2조, 3조 순서대로 서주시면 됩니다.”
이러한 진행 요원의 말에 시간을 보니, 어느샌가 시간이 20시 50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이에 나는 몸을 일으킨 뒤에 은하네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그러자 서둘러 주변을 정리하며 마지막으로 가사를 외우고 있는 애들의 모습이 내 눈에 들어왔다.
다들 긴장된 기색이 가득해 보였다.
나는 그런 애들의 긴장을 풀어주고자, 손을 흔들며 소리쳤다.
“힘내라!”
이러한 내 외침에 은하와 지현이 그리고 예은이가 깜짝 놀란 표정을 지어보이더니, 이윽고 환하게 웃음을 터트리며 저마다 소리쳐서 대꾸했다.
“걱정 마세요!”
“잘 할게요!”
“힘낼게요.”
그 세 사람을 번갈아본 나는 이내 흐뭇하게 웃으며 손을 내렸다. 그러자 윤우가 언제 내 곁에 다가왔는지, 쀼루퉁한 표정을 지어보이며 입을 열었다.
“형, 저는요?”
어린애마냥 투정을 부리는 윤우의 태도에 킥 웃음을 터트린 나는 녀석의 머리를 쓰다듬어주며 대답했다.
“너도 긴장 풀고 잘 해.”
“네, 형!”
이처럼 내가 머리를 쓰다듬어주자, 언제 삐졌냐는 듯이 환하게 웃음을 터트리며 고개를 끄덕이는 윤우다.
‘보면 볼수록 베네딕트랑 닮았단 말이지?’
묘하게 닮은 구석이 있는 두 사람이었다. 나는 잠시 윤우를 바라보다가 이내 스태프들을 따라서 무대 앞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이윽고 무대 앞에 도착하자, 진행자 강 유라 씨가 마이크를 들어 올리며 입을 열었다.
“다들 연습하시느라고 고생이 많으셨습니다.”
이리 말한 그녀는 몇 번 박수를 치더니, 이내 말을 이었다.
“……그럼 지금부터 1조를 시작으로 심사가 진행 될 겁니다.”
이러한 진행자의 말에 모든 참가자들이 긴장된 표정을 지어보이며 몸을 움츠렸다.
“자, 그럼 1조 연합 팀장님.”
“아, 네!”
“저기 저 문 보이십니까?”
“네.”
“지금부터 연합 팀원들을 데리고서 저 문을 통해 나가시면 됩니다.”
“지, 지금이요?”
“네, 지금이요.”
진행자 강 유라가 딱 잘라 말하자, 연합 팀장은 잠시 머뭇거리다가 이윽고 고개를 끄덕이고는 자기 연합 팀원들을 데리고서 활짝 열린 문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두 번째 심사가 진행된 것이었다.
‘하룻밤 잔다고 했으니까, 여기서 통과한다고 해도 한 번 더 남는다는 거겠지?’
나는 살짝 고개를 가로저으며 먼저 문을 지나가는 1조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던 남은 아홉 개의 연합 팀들은 이내 마지막 순간까지 연습을 하기 위해서 다들 동그랗게 모인 뒤에 입으로 악기 소리를 내며 노래 연습을 했다.
그 필사적인 모습이 모두를 합격자로 만들어주는 듯했다.
‘……한 팀만 빼고.’
일찍이 공중분해 되었던 신 하람의 팀은 마치 냉수라도 끼얹은 듯이 조용하기 짝이 없었다. 아니, 조용한 것을 넘어서 각 팀의 리더들이 연합 팀장인 신 하람을 죽일 듯이 노려보고 있었다.
특히나 그 중에서도 전 연합 팀장이었던 선운의 태도가 가장 살벌했다.
‘저러다 살인 일어나겠네.’
쯧쯧, 혀를 찬 나는 혹시나 이 선주가 자리에 있지는 않을까 싶어 살펴보았다. 하지만 그녀의 모습을 그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하긴 그 짓을 했는데, 남아있을 리가 없지.’
남성 비하 발언에 욕설. 심지어 몸싸움까지 벌였으니 충분히 쫓겨나고도 남았다. 나는 한동안 신 하람의 연합 조를 바라보다가 이내 차례차례 호명을 받으며 문 밖으로 나가는 연합 조들을 살펴보았다.
그리고 이윽고 은하네가 속한 연합 팀이 호명되자, 나는 애들의 뒤를 따라 문 밖으로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