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차 예선] -->
‘슬슬 일어나볼까?’
아이린의 엉덩이 구멍으로부터 남근을 뽑아내자, 희뿌연 정액이 귀두에 걸친 채로 주르륵 흘러나왔다. 나는 잠시 그 모습을 내려다보다가 이내 아이린 쪽으로 시선을 던졌다. 그러자 많이 지친 모양인지, 색색 숨을 몰아쉬며 어깨를 가늘게 떨고 있는 아이린의 모습이 내 눈에 들어왔다.
‘……쉬게 놔두는 편이 좋겠지.’
옅게 웃음을 터트린 나는 아이린의 머리를 한 번 쓰다듬어주고는 옷을 추슬러 입었다.
그 후, 몸을 일으킨 나는 마물 사냥꾼들이 기다리고 있는 1번 방으로 향하다가 문득 현주도 이 자리에 불러내어서 이야기를 해두는 편이 좋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한 번에 이야기하는 편이 더 낫겠지.’
구태여 번거롭게 두 번씩이나 이야기를 할 필요는 없었으니 말이다. 이리 생각한 나는 1번 방이 아닌 2번 방 쪽으로 몸을 돌리며 스마트폰을 꺼내들었다. 그런 다음에 현주를 조교의 방으로 불러낸 나는 곧바로 2번 방 안으로 들어섰다.
“주인님!”
문을 연 순간 나를 열렬히 반기는 현주의 들뜬 목소리가 들려왔다. 예전에 그 오만한 대한항운의 부사장이라곤 생각되지 않는 모습이었다. 양 볼이 발그레 붉히며 날 향해 활짝 웃고 있는 이 현주의 얼굴을 보고 있자니, 희미한 우월감이 치밀어 올랐다.
바짝 마른 입술을 혀로 축인 나는 몸을 들썩이며 나를 뚫어져라 바라보고 있는 현주 쪽으로 다가갔다. 그런 다음에 구속을 풀어주자, 현주가 대뜸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며 내 몸을 끌어안았다.
“……아아, 주인님…….”
내 가슴팍에 제 얼굴을 꽉 맞대고서 자그마한 탄성을 터트리는 현주의 태도에 쓴웃음을 터트린 나는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정말이지 어린애가 따로 없었다. 도저히 31살의 연상녀라고는 생각되지 않을 정도였다.
나는 한동안 현주의 머리를 쓰다듬어주다가 이윽고 입을 열었다.
“일단 자리부터 옮기죠.”
“침대로요?”
라고 물으며 은근한 기대감을 내비치는 현주의 태도에 나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니요, 다른 곳입니다.”
이러한 내 대답에 현주의 얼굴에 실망감이 살짝 내비쳐보였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그녀는 슬그머니 나를 올려다보며 재차 물었다.
“그럼 어디로요?”
“마물 사냥꾼들이 기다리고 있는 방입니다.”
이리 말한 나는 방 문 쪽으로 몸을 돌린 뒤에 발걸음을 옮겼다. 그러자 현주도 재빨리 나를 따라 방 문 쪽으로 몸을 돌린 뒤에 종종 걸음으로 내 뒤를 쫓아왔다. 그리고 이윽고 방 밖으로 나간 나는 1번 방 앞에 선 뒤에 잿빛 로브를 챙겨 입었다.
그 후, 가면을 쓰자 현주가 반짝반짝 빛을 내며 나를 바라보고 있는 모습이 내 눈에 들어왔다. 이에 나는 그녀를 힐끔 쳐다보며 물었다.
“왜 그러십니까?”
이런 내 물음에 현주는 아으응, 하고 물기 어린 비음을 흘리더니, 치마 아래로 시원하게 뻗어 내린 허벅지를 비비 꼬며 대답했다.
“가면을 쓴 주인님을 보니까……. 흐읏, 왠지 모르게 흥분이 되서……. 다정한 주인님도 좋지만, 역시 가면을 썼을 때의 무서운 주인님은……. 너무 멋진 것 같아요.”
얼굴을 새빨갛게 물들이고서 어쩔 줄 몰라해하는 현주의 모습은 누가 봐도 발정하고 있는 모습이었다.
‘파블로프의 개도 아니고…….’
피식, 웃음을 터트린 나는 오른손을 쭉 뻗어 현주의 엉덩이를 꽉 움켜쥐었다. 크고 풍만한 엉덩이가 흉하게 일그러질 만큼 말이다.
“햐읏!”
동시에 현주의 입술 사이로 자지러지는 소리가 새어나왔다. 기쁨에 몸서리치고 있다는 게 확연하게 느껴졌다. 특히나 하얗고 매끄러운 손이 내 팔을 꽉 부여잡으며 부들부들 떨 때면 내 기분이 한없이 치솟는 것만 같았다.
나는 현주의 엉덩이를 몇 차례 연거푸 희롱하고는 손을 떼어냈다. 그러자 가쁘게 숨을 몰아쉬고 있는 와중에 아쉽다는 눈초리로 나를 슬쩍 올려다보는 현주의 모습이 내 눈에 들어왔다.
그 시선이 제법 건방졌기에 나는 벌로 그녀의 엉덩이를 손바닥으로 짝 소리가 나도록 쳐주었다.
“……하응!”
다만 이 경우에는 벌이 아닌 상이 된 모양인지, 현주는 꿀을 섞어놓은 것처럼 달콤한 신음성을 터트리며 칠칠맞지 못 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마조한테 벌은……. 좀 곤란하네.’
고개를 절래절래 가로저은 나는 문을 열고 방 안으로 들어섰다. 그러자 옹기종기 모여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던 모양인지, 다섯 명의 여성이 일제히 날 향해 고개를 돌리는 것이 느껴졌다.
그 모습에 나는 살짝 고개를 숙이며 인사했다.
“안녕하십니까, 마물 사냥꾼 여러분?”
이러한 내 인사말에 다들 아, 하고 작게 입을 벌렸다가 이내 다급히 하나둘씩 고개를 숙이며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이 소현을 비롯한 한 채원, 김 예지, 신 혜진은 허리까지 숙여가며 인사를 했고, 유 지아는 살짝 목례만 할 뿐이었다. 여전히 자유분방한 그녀였다. 그 모습에 쓴웃음을 터트리던 나는 이내 말끝마다 냥을 붙이게 될 유 지아를 떠올리며 입꼬리를 짓궂게 올렸다.
“안녕하세요.”
그 때, 내 뒤를 따라 들어온 이 현주가 고개를 살짝 숙이며 마물 사냥꾼들에게 인사를 했다. 그리고 그 인사를 받게 된 마물 사냥꾼들이 조금 의외라는 듯이 놀란 표정을 지어보이며 나와 이 현주를 번갈아보았다.
“이 현주 씨가 왜 여기에 있는 건가요?”
이 소현이 놀란 목소리로 내게 물었다. 그리고 그 물음에 나는 살짝 어깨를 으쓱이며 대답했다.
“중국에 나타난 마물 처리하기 이전에 몇 가지 정하고자 이 현주 씨를 이 자리에 부른 겁니다.”
“정해요?”
“네, 그렇습니다.”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한 나는 이 현주와 함께 마물 사냥꾼들 곁으로 다가갔다. 그리고 이윽고 대여섯 걸음 정도 남겨두었을 때, 나는 발걸음을 딱 멈추며 말을 이었다.
“……일단 이번에 중국에게 요구할 것을 생각해보았습니다.”
이러한 내 말에 김 예지가 호기심을 내비쳐 보이며 물었다.
“이번에는 뭘 요구할 건데요?”
“동북공정의 폐지를 요구할 생각입니다.”
“아! 그거 저도 알아요! 중국에서 고구려가 중국 땅이었다면 주장하는 거잖아요.”
정확히는 고구려가 중국에 조공 및 책봉을 받았으므로 중국의 지방 정권이라 주장하는 것이었지만, 김 예지가 말한 것과 거의 비슷한 맥락이므로 나는 그저 고개를 끄덕이기만 했다.
“그런 이유로 동북공정을 그만두도록 할 생각입니다.”
“잘 됐네요! 근데 중국이 순순히 그만둘까요?”
탄성을 터트리던 예지가 문득 고개를 기울이며 내게 물었다. 그리고 그 물음에 나는 코웃음을 치며 대답했다.
“중국이 그만 두지 않더라도 상관없습니다. 만약에 동북공정을 그만두지 않는다면, 다음에 또 마물이 중국에 나타났을 때 여러분들을 보내지 않으면 그만이니까요.”
“아…….”
이러한 내 말에 예지는 그제야 이해되었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이런 내 말대로 칼자루는 이쪽에서 쥐고 있었다. 구태여 상대방에게 질질 끌려 다닐 이유가 없었다.
아니, 막말로 마물들로부터 보호해 줄 테니까, 보호비를 내놓으라며 전 세계 모든 나라를 대상으로 금전을 요구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렇게 되면 마물이 나타나는 즉시 마물 사냥꾼을 보내줘야만 되기 때문에 여러모로 이쪽에 제약이 걸리게 된다.
‘내가 하루 종일 스마트폰만 붙잡고 있을 순 없으니까.’
이걸로 경비 노릇을 하고 싶은 마음은 추호도 없었다.
‘……게다가 돈이라면 현주한테서 받아 쓰면 충분하니까.’
금전적으로 부족할 일은 조금도 없었다. 더욱이 돈이 정말로 부족하게 된다면 이계로 넘어가서 금을 캐오면 될 일이었다. 실제로 그 정도 능력이 있었고 말이다. 우스갯소리로 이계의 금광 하나를 찾아낸 뒤에 고블린과 스켈레톤들에게 광부 일을 시켜도 되었다.
“그리고 그 다음으로는 수익에 관한 문제입니다.”
“수익이요?”
이러한 내 말에 이 소현이 깜짝 놀란 목소리로 물었다.
“네, 그렇습니다. 지금 당장 녹색 보석으로 수익을 올리고 있지는 않지만, 앞으로 수개월 내에 본격적인 에너지 생산에 들어가게 될 겁니다.”
이론상 녹색 보석 하나가 석유 1000만 배럴과 동등한 에너지를 생산할 수 있다고 알려져 있다. 그런데 지금까지 마물을 사냥해서 얻어낸 녹색 보석의 양을 생각한다면 실로 어마어마한 양의 에너지가 잠재되어 있는 중이었다.
즉, 천문학적인 수익을 올리게 될 예정이란 소리였다.
나는 이걸 독식할 생각이 조금도 없었다.
마물 사냥꾼들이 목숨을 걸고 싸운 만큼 충분히 대우를 해줄 생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