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매니저 어플-419화 (419/599)

<-- [2차 예선] -->

은하네와 윤우네 팀의 거취가 정해지고나자, 진행자 강 유라가 계속해서 다음 연합 팀장을 호명하며 부족한 팀원들을 뽑게 만들었다. 그리고 이처럼 마지막 차례의 일곱 번째 연합 팀장이 앞으로 나왔을 때는 남아있는 모든 팀의 리더들이 너나 할 것 없이 앞으로 나와서 자신을 뽑아달라며 아우성쳤다.

특히나 지현이와 윤우가 속해있었던 이전 연합 팀의 팀장었던 선운의 표정은 더더욱 절박해보였다. 왜냐하면 여기서 뽑히지 못 하면 자동적으로 신 하람의 팀으로 다시 속하게 되기 때문이었다.

“저는 팀 진달래를 선택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러나 그건 어디까지나 선운의 사정이었다. 마지막 차례에 나타난 연합 팀장은 선운에겐 눈길 한번 주지 않은 채로 무정하게 다른 팀의 리더를 뽑았다. 결국 선운을 비롯한 남은 팀의 리더들은 자동적으로 신 하람의 연합 팀에 속할 수밖에 없게 되었다.

‘저기는 끝났네.’

누가 보더라도 세 사람 모두 표정이 좋지 않았다. 심지어 신 하람조차도 선운과 다시 만나게 되자, 어쩔 줄 몰라해하며 고개만 푹 숙이고 있었다.

한편 은하네와 윤우네가 속하게 된 연합 팀은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잘 연습을 하고 있었다. 특히나 이번 연합의 팀장인 김 하란은 지현이와 성격이 잘 맞는지, 마치 친자매처럼 찰싹 달라붙어서는 이거하자, 저거하자 이러면서 연합 팀의 형태를 뚜렷하게 만들어가고 있었다.

‘……처음부터 이래야 했네.’

나는 그 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보며 연습 과정을 모두 지켜보았다. 그리고 곧 오후 6시에 가까워지자, 진행 요원 한 명이 무대 앞으로 나와서 입을 열었다.

“저녁 식사가 준비되어 있습니다! 식사를 하고 싶으신 분은 오후 8시 이전까지 자유롭게 식사를 해주시면 됩니다!”

이러한 진행 요원의 말에 몇몇 연합 팀들이 바로 밥을 먹기 위해서 실내 체육관을 빠져나갔다. 반면에 은하네를 비롯한 몇몇 연합 팀들은 좀 더 연습을 하고 싶은 모양인지 계속해서 연습에 열중했다. 그리고 오후 7시가 가까워지자, 연합 팀장인 하란이 지현이의 손을 붙잡으며 입을 열었다.

“우리도 슬슬 밥 먹으러 가자.”

이러한 연합 팀장의 말에 다들 반가운 기색을 내비치며, 곧바로 식당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물론 나도 애들을 따라서 식당 쪽으로 향했다. 그리고 이윽고 식당에 도착하자, 뷔페식으로 여러 음식들이 놓여있는 게 내 눈에 들어왔다.

물론 그래보았자, 서른 가지 정도의 반찬들이었지만 디저트까지 따로 준비되어 있을 걸 보니 나름대로 참가자들을 위해서 많은 준비를 했다는 게 확연하게 느껴졌다.

“우와, 초밥도 있어!”

“진짜로요? 오, 진짜네? 얼른 먹어야겠다.”

“야, 내 건 남겨놔!”

다들 난리도 아니었다.

피식, 웃음을 터트린 나는 애들과 함께 접시를 든 뒤에 한 줄로 서서 음식을 원하는 대로 고르고는 자리에 앉아서 먹기 시작했다. 다들 그 동안 많이 배고팠던 모양인지, 허겁지겁 음식을 먹으며 이거 맛있다, 저거 맛있다 이러며 수다를 떨었다.

확실히 여자들이 많이 모여 앉아있는 만큼 오고가는 이야기가 많았다.

만약에 시간만 허락된다면 끝없이 이야기를 할 것만 같았다.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지금 우리가 이렇게 식사를 하고 있는 와중에도 꾸준히 연습 시간이 줄어들고 있었기 때문에 다들 배를 채우자마자 곧바로 몸을 일으켰다.

“얼른 가서 연습해요!”

지현이가 힘차게 말하자, 다들 고개를 끄덕이고는 서둘러 실내 체육관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그렇게 체육관 안으로 들어서자, 연합 팀장인 하란의 주도 아래에서 다들 연습을 재개했다.

나는 그 모습을 잠시 지켜보다가 슬쩍 고개를 돌려 다른 팀들을 돌아보았다. 그러자 일찌감치 포기한 것처럼 보이는 연합 팀과 아직까지 가사를 외우고 있는 연합 팀 그리고 서로 한 마디도 안 한 채 나 홀로 연습하고 있는 연합 팀들이 눈에 들어왔다.

하지만 이것과는 반대로 군무를 맞추어 춤을 추고 있는 연합 팀이라던가, 뮤지컬처럼 화려한 퍼포먼스를 준비하고 있는 연합 팀들이 드문드문 눈에 들어왔다.

‘다들 굉장하네.’

이제 곧 다가올 21시가 사뭇 기대될 정도였다. 그리고 이처럼 여러 연합 팀들의 모습을 구경하고 있는데, 문득 내 뒤에 서있던 스태프들 사이에서 작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방금 실시간 검색 순위 봤어요? 중국에서 오크가 나타났대요.”

“이번엔 중국이야? 이러다가 미국에도 나타나는 거 아냐?”

수군거리는 스태프들의 목소리에 정신이 번쩍 든 나는 재빨리 스마트폰을 꺼내보았다. 그러고 나서 매니저 어플을 실행하자, 화면에 여러 개의 알림문구가 나타났다.

[사용자의 명령을 받은 던전 일원 ‘소피아’의 성과를 보고합니다.]

[던전 일원 ‘소피아’가 이바이크 백작 가의 영주를 설득시키는데 성공했습니다.]

[이바이크 백작은 자신의 딸, 레이첼에게 권리와 영지를 넘기는데 동의했습니다.]

[이바이크 백작의 유언이 담긴 반지를 레이첼이 직접 가지고서 영지로 가게 된다면, 추후 레이첼은 적법한 절차에 따라 이바이크 여백작이 될 것입니다.]

[성과를 정산합니다.]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소피아는 현재 50의 경험치를 획득했습니다.]

[소피아의 레벨이 상승했습니다!]

[던전 일원 ‘소피아’의 레벨이 3 -〉 4로 변경됩니다.]

[현계 퀘스트 ‘숙련된 오우거 전사’이 발생했습니다!]

[뛰어난 오우거 전사가 당신을 찾아 현계에 나타났습니다. 녀석은 뛰어난 전사이며 사냥꾼입니다. 만약에 당신이 조금만 모습을 드러낸다면 녀석은 자신이 알고 있는 모든 방법을 동원해서 당신을 사로잡으려고 들 것입니다.]

-숙련된 오우거 전사를 처리하세요! (0/1) (보상 : 랜덤 아이템 상자x3)

‘그러고 보니 저번에 소피아한테 이바이크 백작을 설득하라고 했었지? 이게 그건가 보네.’

아무래도 나중에 시간을 내서 던전을 방문해야 될 듯이 싶었다.

잠시 화면을 바라보던 나는 이윽고 현계 퀘스트를 살펴보았다.

‘……숙련된 오우거 전사라면, 아무래도 일반 오우거보다 더 강하겠지.’

하지만 어제처럼 주의 사항이 따로 적혀있지 않는 걸 보면, 현재 마물 사냥꾼들의 수준으로도 충분히 처리할 수 있는 모양이었다.

‘간단하겠네.’

고개를 작게 끄덕인 나는 5분의 대기 시간을 주어 마물 사냥꾼들을 호출했다. 그리고 그 5분을 기다리는 동안 나는 중국에게 요구할 것을 곰곰이 생각해보았다.

‘……동북공정.’

일단 가장 먼저 떠오른 건, 동북공정이었다.

동북공정은 동북변강역사여현상계열연구공정(東北邊疆歷史與現狀系列硏究工程)의 줄임말로서 간단히 말해 중국의 국경 안에서 전개된 모든 역사를 중국의 역사로 편입하려는 연구 프로젝트이라 할 수 있었다.

중국은 2001년 6월에 동북공정에 대한 연구를 추진하기로 하고, 8개월간의 준비 기간을 거쳐 이듬해 2월 18일 정부의 승인을 받아 공식적으로 동북공정을 추진하기 시작했는데, 문제는 중국의 전략지역인 동북지역, 특히 고구려와 발해 등 한반도와 관련된 역사를 중국의 역사로 만들어 한반도가 통일되었을 때 일어날 가능성이 있는 영토분쟁을 미연에 방지하려 한다는데 있었다.

즉, 고조선와 고구려 그리고 발해의 역사를 한국의 역사가 아닌 중국의 역사로 둔갑시켜서 북한 정권이 붕괴되었을 시에 자신들도 한 발 걸쳐보려는 속셈이라고 볼 수 있었다.

‘개소리도 이런 개소리가 따로 없지.’

코웃음을 치며 고개를 가로젓는데, 불현듯 눈앞의 시야가 일그러졌다. 벌써 마물 사냥꾼을 호출한 지, 5분의 시간이 흐른 모양이었다. 그걸 인지한 나는 잠시 눈을 감았다가 이내 천천히 눈꺼풀을 들어올렸다.

그러자 그것에 맞춰, 나를 부르는 엘레노아의 외침이 들려왔다.

“주인님!”

크게 소리쳐 부른 엘레노아는 그대로 뛰듯이 내 품에 포옥 안기더니, 길고 매끈한 검은색 꼬리를 좌우로 살랑살랑 흔들며 나를 반겨주었다.

그 모습이 마치 주인을 반기는 애완용 강아지 같아서, 나도 모르게 작게 웃음을 터트리고 말았다. 나는 잠시 내 품에 안겨있는 엘레노아를 바라보다가 이내 손을 들어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얌전히 잘 계셨습니까, 엘레노아 씨?”

“네! 얌전히 있었어요!”

라고 말하며 배시시 웃는 엘레노아의 태도에 나 또한 자그맣게 따라 웃었다. 그리고는 슬쩍 고개를 들어 올리자, 은은한 미소를 머금고서 내 쪽으로 다가오고 있는 운피레아와 내 손목을 힐끔힐끔 쳐다보고 눈살을 살짝 찌푸리고 있는 아이린의 모습이 내 눈에 들어왔다.

‘아……! 그러고 보니까 팔찌를 안 했구나.’

아차 싶은 생각이 들었지만, 이미 늦은 뒤였다. 게다가 아이린이 준 팔찌는 매니저 어플로 뽑은 장비가 아니었기 때문에 따로 소환을 할 수 있는 것도 아니었다. 나는 잠시 곤란하단 표정을 지어보이다가 이윽고 최대한 미안해하는 목소리로 아이린에게 말을 걸었다.

“죄송합니다, 아이린 씨. 제가 오늘 정신이 없어서 그만 팔찌를 차지 못 했습니다.”

이러한 내 사과에 순간 아이린이 두 눈을 동그랗게 뜨며 어버버 거렸다.

“무, 무슨 소리냐? 그걸 차고 다니던, 안 차고 다니던 그건 그대의 마음인데……. 그렇게 미안해할 건 없다! 나는 하나도 신경 안 쓰고 있으니……. 그대는 내가 그런 걸로 신경 쓸 것 같은가?”

라고 말하며 고개를 홱 하니 돌리는 아이린이다. 하지만 그 표정에는 서운함이 가득 담겨있었다. 그리고 이런 아이린의 태도에 운피레아가 자그맣게 웃음을 터트리더니, 이내 내 품에 안겨있는 엘레노아를 자기 쪽으로 잡아당겼다.

보아하니 아이린을 위로해달라는 무언의 신호인 듯이 싶었다. 이에 나는 고마움의 표시로 살짝 고개를 끄덕여 보이고는 그대로 걸음을 앞으로 내딛어 아이린에게 다가갔다. 그리고는 불쑥 손을 내민 뒤에 그녀의 허리를 꽉 끌어안았다.

“아!”

깜짝 놀란 모양인지, 아이린의 입술 사이로 새된 비명성이 터져 나왔다. 그러나 나는 조금도 개의치 않아하며 그녀의 입술에 입을 맞춰주었다.

“……으음! 으읏! 응……. 츄읍, 응. 으응…….”

입술과 입술이 서로 맞닿은 순간 아이린의 양 손이 내 어깨며 가슴을 세차게 두드렸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입술을 비집고 혀를 밀어 넣자, 아이린은 언제 그랬냐는 듯이 달달하게 녹아내리는 것만 같은 신음성을 내며 두 눈을 꼭 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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