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차 예선] -->
“너, 너 미쳤어?”
“응? 왜? 내가 뭐 틀린 말이라도 했어? 다 맞는 말이잖아! 언니, 평소에도 씹치남들 가지고 노는 거에 아주 도가 텄다고 말했잖아. 게다가 우리한테 씹치남 상대로 조건 만남하는 거, 막 자랑하고 말이야! 어휴, 그 때 내 귀가 썩는 줄 알았다니까?”
“야! 이 선주!”
“아, 왜 소리 질러! 그래, 이제 와서 말하는 건데 신 하람, 너 예전부터 마음에 안 들었어. 나이 처먹고 언니라고 으쓱대는 게, 얼마나 꼴사납던지……. 어휴, 역시 조건 만남 같은 거 하는 창녀는 상대하면 안 된다니까? 솔직히 말해서 섹스만 안 한다는 것뿐이지, 한남충 6.9짜리 꼬추 존나 빨아주는 거잖아? 나 같으면 더러워서 못 해! 다른 애들한테 한 번 물어봐. 다들 언니 창녀라고 욕한다고. 입창녀! 아하핫!”
갈수록 시니컬해지는 이 선주의 언행에 나는 물론이고 주변에 있는 모든 사람들의 눈살이 찌푸려지고 말았다. 특히나 아까 전까지만 하더라도 신 하람에게 호의를 품고 있던 연합 팀장은 아예 대놓고 하람을 쓰레기 보듯이 쳐다보고 있었다.
결국 상황이 이렇게 되자, 신 하람은 도움을 구하듯 주변을 돌아보다가 이내 눈물을 터트리며 도망치듯 화장실로 뛰어갔다. 반면에 여전히 속마음 스티커의 영향을 받고 있는 이 선주는 그런 하람의 모습을 보며 계속 비웃음을 날렸다.
“……저거 봐. 또 울면서 빠져나가지. 씹치남들은 저거에 정신을 못 차린다니까? 어휴, 저것도 다 연기야. 아주 여우야, 여우! 응? 뭘 봐? 다 고소해줄까? 6.9짜리 달고 있는 한남충 주제에 어디서 누굴 넘봐!”
큰소리치며 주변 사람들을 업신여기는 이 선주의 태도에 다들 질렸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돌렸다. 동시에 이 선주와 같은 팀원인 여성들이 얼굴을 새빨갛게 물들인 채, 이 선주를 죽일 듯이 노려보았다.
결국 상황이 이렇게 되자, 스태프들 사이에서 동요가 일어났다.
“이거 이러다가 시작하기도 전에 프로그램 망하는 거 아니에요?”
“저거 빼야 되는 거 아냐?”
“아니, 어디서 저런 미친년이 들어온 거야?”
스태프 전원이 심란한 표정을 지어보이며 웅성거리기 시작하자, 결국 참다 못 한 남성이 앞으로 나와서 입을 열었다.
“이 선주 씨, 잠시 이야기 좀 할 수 있겠습니까?”
“뭐? 넌 또 뭔데? 설마 그거야? 이야, 역시 씹치남이네. 아주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대놓고 제시하네? 근데 어쩌나? 나는 한남충한테 대줄 생각이 없는데 말이야! 역시 남자는 갓양남이지.”
“하……. 자꾸 이러시면 강제로 퇴실조치 시키도록 하겠습니다.”
“뭐? 강제로 퇴실? 와, 역시 씹치남이네! 한번 대주지 않겠다니까, 바로 퇴실한다는 것 좀 봐! 이러면 내가 가만히 있을 거 같아? 당장 여시 언냐들한테 알려서 너네 다 고소할 거야! 특히 너 각오해! 사회에서 매장당하는 게, 어떤 건지 알려줄테니까!”
갈수록 태산이었다.
이 선주가 속한 팀의 리더인 신 하람은 화장실에 들어가서 나올 생각을 하지 않고, 팀원들은 얼굴만 붉힌 채 이 선주를 죽일 듯이 노려보고 있었다. 게다가 이런 상황을 만든 이 선주는 자기 스마트폰을 꺼내들며 서슴없이 욕을 하고 있었다.
난장판도 이런 난장판이 따로 없었다.
‘이거 어째, 레이첼한테 썼을 때보다 훨씬 효과가 좋은데?’
그 때는 그래도 레이첼이 자기 자신을 억제해가면서 속마음을 내비쳐 보이지 않으려고 노력을 했었다. 하지만 지금 내 눈 앞에 있는 이 선주는 자신의 속마음을 억제하기는커녕 오히려 이때가 기회란 식으로 마음껏 발산하고 있었다.
“그만해, 이 선주! 너 때문에 이게 무슨 망신이야!”
“뭐? 너네도 좋다고 씹치남 욕할 때는 언제고 이제 와서 선비질이야?”
“우린 그런 말 한 적 없어!”
“와, 발뺌하는 거 봐라! 아주 씹선비 나셨네! 그래, 넌 그렇게 평생 숨으면서 한남충의 노예로 살아라!”
“야, 이 선주!”
“6.9짜리 고추 달린 똥양남이랑 잘 살아봐! 나는 갓양남 만나서 살 테니까!”
약 올리듯 소리쳐 말하는 이 선주의 태도에 같은 팀원으로 있던 여성이 씩씩 거리며 오른손을 높이 치켜들었다.
짝!
그리고는 그대로 오른손을 휘두른 순간, 날카로운 소리와 함께 이 선주의 고개가 옆으로 돌아갔다. 이 선주는 새빨갛게 달아오른 자기 뺨을 오른손으로 감싸 쥐며 자기를 때린 팀원을 바라보았다.
“……너, 너 지금 날 때린 거야?”
“그래, 때렸다! 어쩔 건데?”
“이 썅년이!”
“꺄악!”
크게 소리친 이 선주가 양 손을 쭉 뻗으며 팀원의 머리채를 꽉 붙잡자, 실내 체육관 내에 요란한 비명소리가 가득 울려 퍼졌다. 그리고 그 소리 때문에 안 그래도 이목이 집중되어 있는 이곳에 모든 사람들의 이목이 집중되어버렸다.
“말려! 당장 말려!”
그 모습에 스태프들이 다급히 소리치며 두 여성을 어떻게든 떼놓기 위해서 노력해보았지만, 이성을 잃고 싸우고 있는 두 여성을 뜯어 말리기엔 그 힘이 너무나도 역부족이었다. 특히나 두 사람 모두 여성이다 보니, 함부로 몸을 만지지 못 해서 전전긍긍하고 있는 것도 컸다.
‘슬슬 제한 시간이 다 되어 가는데……. 일단 화장실에 가자.’
나는 그 모습을 잠시 지켜보다가 이내 고개를 가로젓고는 몸을 돌려 화장실로 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그렇게 화장실 칸막이 안으로 들어선 나는 투명화의 지속 시간이 모두 끝나길 기다린 뒤에 천천히 밖으로 나갔다.
“내 몸 만지지 마! 만지면 다 고소할 거야! 성추행이라고! 그 더러운 손으로 내 몸 만지지 말라고!!”
화장실 밖으로 나간 순간 이 선주의 목소리가 요란하게 울려 퍼졌다. 이에 슬쩍 이 선주를 보니, 여러 남자 스태프들에 붙잡혀 질질 끌려가고 있는 모습이 내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이 선주의 뺨을 때렸던 여성 팀원은 머리가 산발이 된 채로 흐느껴 울고 있었다.
‘뭐, 끝났네.’
누가 보더라도 신 하람의 팀은 수명을 다했다. 설혹 여기서 이 선주 혼자만 퇴실조치를 받는다고 하더라도, 이 선주가 흘린 말들 때문에 신 하람의 팀이 여기서 살아남을 확률은 극히 낮았다.
‘……게다가 조건 만남까지…….’
산 넘어 산이라고 할 수 있었다.
나는 잠시 여자 화장실 쪽을 바라보다가 이내 걸음을 옮겨서 은하네들이 있는 쪽으로 향했다.
“…….”
“…….”
은하네와 윤우네가 속한 연합 팀은 그야말로 초상집 분위기였다. 하긴 방금 전에 그 난리를 겪었는데, 아무렇지도 않는다면 오히려 그게 더 이상한 일이었다. 게다가 지현이도 이 선주한테 들은 말로 조금 충격을 받은 모양인지, 서럽게 엉엉 울고 있었다.
물론 은하와 예은이가 지현이의 등을 토닥여주며 위로해주고 있기는 했지만, 그다지 위로가 되지 않는 모양인지 우는 소리가 좀처럼 그칠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이거 참 문제네.’
문제를 해결하려고 속마음 스티커를 썼는데, 오히려 문제가 더 커진 듯한 느낌이 적잖게 들었다.
‘……이러다가 연습을 하나도 못 하는 거 아냐?’
물론 아직까지 시간이 넉넉하게 남아있긴 했지만, 아무래도 불안한 건 어쩔 수 없었다.
더욱이 연합 팀의 중심을 잡아주어야 될 선운이란 남자는 뭐부터 해야 될지 모르겠는 모양인지, 그저 눈동자만 도록도록 굴리며 팀원들의 눈치를 보고 있었다.
“자, 여러분! 잠시만 집중해주십시오!”
그 때, 간이 무대 쪽에서 진행자 강 유라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이런 강 유라의 말소리에 다들 잠시 하던 일을 멈추고서 무대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지금 다들 너무 열심히 잘 하고 계신데, 아무래도 급조된 연합 팀이다 보니 화합이 제대로 이루지지 못 하고 있는 팀들이 너무 많습니다. 그래서 참가팀 여러분들께 한 가지 제안을 하고자 합니다.”
제안이란 말에 다들 숨을 죽이고서 강 유라의 말에 집중했다.
“원하는 팀에 한 해서, 연합 팀의 구성을 바꾸고자 합니다.”
이러한 강 유라의 제안에 잠시 주변이 술렁였다. 그리고 잠시 뒤, 한 남성이 손을 들며 질문을 던졌다.
“지금 바로 바꾸는 건가요?”
“네, 지금 바로 바꿉니다. 아무래도 여기서 더 늦어지게 되면 서로에게 피해만 주게 될 거란 판단이 들어서입니다.”
말은 그렇게 하지만 강 유라의 시선은 정확히 은하네가 속한 연합 팀 쪽에 꽂혀있었다. 실제로 여기서 계속 질질 끌게 되면 은하네가 속한 연합 팀은 제대로 된 연습조차 못 한 채 꼼짝없이 탈락하게 될테니 말이다.
“……자, 그럼 연합 팀의 구성을 바꾸고자 하는 리더는 이 앞으로 나와 주세요. 물론 연합 팀 내에 속해있는 팀의 리더 또한 나올 수 있습니다.”
연합 팀을 이끄는 리더뿐만이 아니라 연합 팀 내의 팀 리더까지 개별적으로 나올 수 있단 말에 더더욱 실내 운동장 안이 술렁였다. 그리고 곧 한 여성이 손을 번쩍 들어 올리며 물었다.
“선곡한 노래는 어떻게 되나요?”
“선곡한 노래의 경우, 연합 팀의 리더를 따라가게 됩니다. 단, 연합 팀의 리더가 팀을 떠나고자 할 때는 남아있는 팀의 리더 중에 한 명에게 리더 자리를 넘기고 가야 합니다.”
누가 보더라도 연합 팀 내의 리더가 유리한 조건이었지만, 다들 별다른 불만 없이 수긍했다.
“……자, 그럼 지금부터 연합 팀의 변경을 원하는 리더들은 이 앞으로 나와 주십시오.”
이리 말하며 강 유라가 마이크를 내려놓자, 다시금 실내 체육관 안이 술렁였다. 물론 화합이 잘 이루어진 팀들은 호기심 가득한 표정으로 다른 팀들을 구경했고, 그렇지 못 한 팀들은 서로 간에 눈치를 보며 자기 팀원들과 심각한 토론을 나누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 안에는 윤우네 팀과 은하네 팀도 포함되어 있었다.
“지현아, 어떻게 할래?”
울음을 겨우 멈춘 지현이에게 은하가 묻자, 지현이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이윽고 입을 열었다.
“난 그냥 이 곡 하고 싶어.”
이러한 지현이의 말에 옆에 있던 윤우가 살짝 심각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저도 지현이 누나랑 같은 생각이긴 한데……. 솔직히 말해서 이 팀은 망했어요. 저쪽하고 어떻게 같이 해요?”
윤우가 턱짓으로 가리킨 곳은 일찍이 말다툼을 벌인 신 하람의 팀이었다. 그리고 이런 윤우의 노골적인 말에 신 하람의 팀원들은 고개도 못 든 채 어쩔 줄 몰라해하고 있었다. 확실히 자기들이 무슨 짓을 벌였는지는 아는 모양이었다.
사실 저들로서는 이 선주처럼 끌려가지 않은 것만 하더라도 감지덕지일 것이다.
“신 하람이라고 했던가? 걔보고 나가라고 해.”
그 때, 지현이가 살짝 가시 돋친 말투로 말했다. 그리고 그 말은 들은 연합 팀장이 그제야 퍼뜩 정신을 차린 표정을 짓더니, 신 하람의 팀원들에게 말했다.
“일단 신 하람 씨 좀 데려와주세요. 아직도 화장실에 있죠?”
“아, 네.”
“얼른 데려와주세요.”
“네, 네!”
선운의 말에 신 하람의 팀원 전부가 다급히 화장실로 뛰어갔다. 그리고 그 모습에 연합 팀장은 한시름 놓았단 표정을 지었고, 반면에 윤우와 지현이는 여전히 굳은 얼굴로 여자 화장실을 노려보았다.
‘뭐, 이대로 신 하람의 조가 나가주면 좋긴 할 텐데…….’
나 또한 살짝 굳은 얼굴로 여자 화장실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1분이 지나고, 5분이 지나도 좀처럼 신 하람이 화장실 밖으로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게다가 팀 변경을 원하는 각 리더들이 앞으로 나올 시간이 정해져 있는 모양인지, 강 유라가 ‘앞으로 10분 더 드리겠습니다.’라고 통보까지 했다.
결국 참다 못 한 지현이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서며 입을 열었다.
“내가 데려올게.”
이러한 지현이의 말에 은하와 예은이도 따라 일어서며 입을 열었다.
“나도 같이 갈게!”
“저도 같이 가요.”
이처럼 은하와 예은이가 따라 일어서자, 지현이는 마치 천군만마라도 얻은 양 든든한 표정을 지어보이고는 여자 화장실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마음 같아선 나도 함께 여자 화장실 안으로 들어가 주고 싶었지만, 그랬다간 변태로 오해받기에 딱 좋았기에 나는 화장실 앞까지만 같이 가서 입구에 섰다.
“너희 지금 뭐하고 있는 거야?”
은하네들이 화장실 안으로 들어가자, 지현이의 카랑카랑한 목소리가 밖에까지 들려왔다.
“하람 언니가 나오기 싫다고 하셔서…….”
“그런 게 어디 있어? 신 하람, 당장 나와! 이 문 열라고!”
신 하람의 팀원이 변명을 늘여놓자, 지현이는 어처구니없단 목소리로 물음을 던지더니 이윽고 큰 목소리로 신 하람을 부르며 문을 쿵쿵 두드렸다. 그러나 신 하람은 정말로 나갈 생각이 없는 모양인지, 아무런 대꾸도 없이 문만 꼭 걸어 잠갔다.
결국 이렇게 되자, 은하가 재빨리 입을 열었다.
“내가 옆에 칸을 통해서 들어가 볼게.”
이리 말한 은하가 옆에 칸으로 들어가자, 돌연 신 하람의 목소리가 화장실 밖까지 터져 나왔다.
“너 뭐야! 당장 놔! 야!”
그리고 이윽고 찰칵 소리와 함께 문이 열리더니, 여자 화장실 밖으로 끌려나오는 신 하람의 모습이 내 눈에 들어왔다. 물론 당연히 신 하람의 몸을 붙잡고 있는 건, 은하였다.
역시 힘 센 은하다웠다.
“신 하람, 너 당장 저기로 가. 우리 팀에서 나가라고!”
“내가 왜? 난 못 나가! 잘 못 한 건, 이 선주인데 내가 왜 나가야되는데?”
배 째라는 식으로 나오는 신 하람의 태도에 지현이는 와락 눈살을 찌푸리며 무어라 말하려다가 이내 입술을 꾹 다물었다. 더불어 은하와 예은이의 표정에도 낭패한 기색이 잔뜩 서렸다. 일단 지금 주어진 조건은 추방이 아닌 본인의 의지로 팀을 나가야만 되는 것이었으니 말이다.
“그래, 니 똥 굵다! 이 쌍년아!”
시원스레 욕설을 내뱉은 지현이는 그대로 쌩 하니 걸음을 옮기더니, 윤우에게 다가갔다.
“……우린 팀 변경할 건데, 넌 어쩔래?”
“저야 처음부터 좋았죠.”
결국 이렇게 되자, 지현이와 윤우는 나란히 무대 앞으로 나갔다. 이에 신 하람은 나름 뿌듯한 표정을 지어보이더니, 잔뜩 신이 난 표정으로 연합 팀장인 선운 쪽으로 다가갔다. 그러나 신 하람이 선운의 곁에 완전히 서기도 전에 선운이 똥 씹은 표정을 지어보이며 입을 열었다.
“시발, 똥 밟았네.”
이리 말한 선운은 그대로 몸을 돌려 지현이와 마찬가지로 무대 앞으로 걸음을 내딛었다.
“…….”
이처럼 연합 팀장마저 떠나게 되자, 신 하람은 부끄러운 듯이 제 얼굴을 시뻘겋게 물들이며 아랫입술을 꽉 깨물었다.
한편 무대 앞에는 지현이와 윤우를 비롯한 열 한 개 팀이 서있었다.
총 마흔 개의 팀이 실내 체육관 안에 있는 걸 생각해보았을 때, 무려 사분지 일이 넘어가는 숫자의 팀들이 변경을 희망한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