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매니저 어플-416화 (416/599)

<-- [2차 예선] -->

“선곡을 그쪽에서 마음대로 했으니까, 파트 정도는 우리가 좀 더 가져가도 괜찮잖아? 도대체 뭐가 문젠데?”

“아니, 선곡이랑 파트 나누는 게 도대체 무슨 상관인데? 게다가 다들 공평하게 파트를 나눈건데, 왜 자꾸 남의 파트까지 넘보는 거냐고!”

은하네와 윤우네가 속해있는 연합 팀 쪽으로 걸음을 옮기자, 지현이와 어느 한 여성이 서로 언성을 높여가며 말다툼을 하고 있는 게 보였다. 숨을 씩씩 몰아쉬어 가며 말을 하고 있는 걸 보아하니, 두 사람 모두 말다툼을 한지 꽤 오래된 모양이었다.

“누가 넘본대? 그냥 여기 파트를 우리가 하면 더 잘 할 수 있다는 거지!”

허! 하고 헛웃음을 터트린 여성은 손에 들린 종이를 탁 쳤다. 그리고 그 태도에 지현이는 질린다는 표정을 지어보이며 대답했다.

“알았어, 그럼 이쪽을 너희가 하고 여긴 우리가 할게.”

이리 말하며 지현이가 고개를 돌리려는데, 돌연 맞은편 여성이 눈살을 와락 찌푸리며 빽하니 소리쳤다.

“그게 무슨 소리야! 여긴 처음부터 우리가 하기로 되어 있었잖아! 그러니까 여기는 우리가 계속 하면서 이쪽까지 연장하야지.”

“그러면 우리 쪽에서 턱없이 부족하잖아!”

여성의 말에 지현이가 어처구니가 없단 표정을 지어보이며 소리치자, 여성은 고개를 빳빳이 세우며 대답했다.

“그쪽에서 이 노래를 마음대로 선곡했으니까, 이 정도는 감수해야지! 내 말이 틀려?”

“아니, 그러니까 선곡이랑 파트를 나누는 게 무슨 상관이냐고! 게다가 선곡할 때, 너희 리더는 아무런 불만을 안 가졌었다고!”

이야기는 다시 원점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이런 지현이의 말에 여성은 살짝 눈살을 찌푸리더니, 이내 연합 팀장의 곁에 서있는 둥글둥글한 여성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하람아, 너 불만 안 가졌어?”

네 팀 모두 무척이나 예민해져 있어서 그런지, 스무 명에 가까운 사람들의 시선이 하람이라 불린 여성 리더 쪽으로 향해졌다. 그리고 그 시선을 받은 하람은 잠시 어쩔 줄 몰라 하다가 이내 자기 옆에 서있는 연합 팀장 남성을 힐끔 올려다보며 대답했다.

“아니, 난……. 잘 모르겠어. 그냥 막 쟤네가 연합 팀장 오빠한테 자꾸 뭐라고 하니까, 난 쟤가 연합 팀장인 줄 알았어. 좀 오해했나봐.”

이러한 하람의 말에 여성은 마치 그것 보라라는 듯한 표정을 지어보이며 입을 열었다.

“들었어? 오해했다고 하잖아. 솔직히 말해서 그쪽이 연합 팀장이었으면 우리도 고분이 따르겠는데, 아니잖아? 안 그래?”

“오해는 무슨 개뿔! 연합 팀장님이 바로 앞에 있는데, 오해는 무슨 오해야!”

“앞에 있다고 해서 무조건 연합 팀장인 줄 알아? 게다가 선곡할 때, 네가 어디에 있었는데? 연합 팀장 오빠 곁에 바짝 붙어서는 자기 마음대로 정했잖아. 그러니까 당연히 오해 할 만하지!”

말도 안 되는 억지를 부리는 여성의 태도에 지현이의 표정이 더없이 험악하게 일그러졌다. 그리고 이런 지현이의 태도에 은하와 예은이는 어떻게든 싸움만은 말려보자는 생각에서 지현이를 붙잡고 있었다. 반면에 연합 팀장과 윤우는 이 상황을 어떻게 타개해야 될지 모르겠단 표정을 지어보이며 우두커니 서있기만 했다.

‘이거 참…….’

상황이 재수 없게 꼬여도, 아주 단단히 꼬인 상황이라고 볼 수 있었다.

혀를 내두르며 잠시 상황을 지켜보는데, 불쑥 하람이란 여성 리더가 연합 팀장의 팔을 슬그머니 붙잡으며 입을 열었다.

“선운 오빠, 오빠가 연합 팀장이니까 정해줘요. 우리가 여기 파트 좀 더 가져가면 안 될까요? 네? 잘 할게요.”

콧소리가 섞인 애교를 부리는 하람의 태도에 선운은 잠시 당황한 표정을 지어보였다가 이내 허허 웃으며 입을 열었다.

“잘 할 수 있겠어? 그럼 한번 맡아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은데?”

이런 선운의 말에 지현이가 낭패한 표정을 지어보이며 다급히 입을 열었다.

“연합 팀장님, 그건 안 돼요! 여긴 우리 파트인데다가 여기 빠지면 거의 부르는 것도 없는데……!”

“야, 연합 팀장 오빠가 그렇게 정했는데 뭘 토를 달아? 얌전히 따라.”

지현이가 항의를 하는데, 아까부터 지현이와 말다툼을 하고 있던 여성이 불쑥 끼어들어 중간에 말을 툭 잘라버렸다. 이에 지현이가 발끈한 표정을 지어보이며 여성을 한번 쏘아보지만, 이내 이대로 가다간 파트를 전부 빼앗긴다는 생각에서 얼른 입을 열었다.

“연합 팀장님, 제가 이 곡을 하자고 강하게 말하긴 했지만 다들 동의하신 거잖아요. 게다가 선곡 문제로 파트를 빼앗으면 형평성에 어긋나죠. 다들 잘 되자는 건데, 이런 식으로 하시면 안 되잖아요.”

“물론 그렇긴 한데…….”

지현이의 말에 살짝 마음이 흔들리는 모양인지, 연합 팀장인 선운은 잠시 곤란하단 표정을 지어보이며 자기 팔을 붙잡고 있는 하람과 지현이를 번갈아 보았다. 그리고 이처럼 그가 갈등하고 있단 걸 깨달은 하람은 보다 세게 그의 팔을 붙잡으며, 은근슬쩍 가슴까지 밀착시켰다.

“오빠, 솔직히 말해서 이 곡은 쟤네가 거의 독단적으로 고른 거잖아요. 그러니까 파트 나누는 것 정도는 오빠 재량으로 마음대로 해도 되지 않을까요? 저는 선운 오빠가 정하면 불만 없이 따를게요.”

완전히 여우가 따로 없었다. 리더인 하람은 연합 팀장을 구워 삶고, 조원들은 지현이의 신경을 바짝 긁고 있었다. 물론 여기서 지현이도 똑같이 여우 짓을 한다면 충분히 해볼만 하겠지만, 유감스럽게도 지현이는 그런 쪽으로는 영 재주가 없었다. 그리고 이건 은하도 예은이도 마찬가지였다.

“그럼 제가 연합 팀장의 재량으로 나눌게요. 지현 씨도 괜찮으시죠?”

“하지만 이건 이미 나눈 파트인데, 다시 나누면…….”

“그래도 서로 불만 없이 가자는 거잖아요. 좀 양보해주세요. 솔직히 말해서 지현 씨만 조용히 하시면 아무도 불만 없어요.”

이런 연합 팀장의 말에 지금까지 가만히 있던 윤우가 앞으로 나서서 입을 열었다.

“전 불만 있는데요? 솔직히 말해서 선곡 문제로 파트를 가져가는 건, 너무 하잖아요.”

윤우의 말에 연합 팀장의 눈살이 살짝 찌푸려졌다. 전형적으로 여자한테는 약해도 남자한테는 강한 타입인 모양이었다.

“그럼 그 쪽에서 파트를 넘겨줄래요?”

“그건…….”

파트를 넘겨주란 말에 윤우의 표정이 급격하게 어두워졌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다시금 고개를 들어 올리며 입을 열었다.

“……좋아요, 넘겨줄게요.”

이러한 윤우의 말에 이제껏 지현이한테만 시비를 걸던 여성이 툭 치고 올라오듯이 앞으로 나오며 입을 열었다.

“생각해보니까 저쪽도 선곡 할 때, 한팔 거들었잖아요. 그러니까 선곡을 마음대로 하는데 일조한 셈이니까, 하울 팀에서 쓸 파트의 일부분을 연합 팀장 오빠 팀한테 주고 팀 발레이아 팀에서 쓸 파트의 일부분을 우리가 가져가죠. 그러면 딱 맞네요. 형평성도 좋고요.”

지현이를 두둔해주던 윤우한테까지 파트를 빼앗겠다는 말에 결국 참다 못 한 지현이가 분연하게 소리쳤다.

“야! 너 지금 그걸 말이라고 해? 윤우네 껄 왜 뺏어?”

“와, 자기 남자라고 챙겨주는 거 봐. 그러고 보니까 아까 전에 같이 연합 팀장 오빠 앞에 서지 않았어? 완전히 선수잖아?”

“너 지금 말 다 했냐?”

비아냥거리는 말투에 지현이가 사납게 으르렁대며 여성 쪽으로 다가서는데, 불쑥 카메라를 든 남성이 호기심을 느낀 듯이 이쪽을 향해 다가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걸 본 여성은 갑자기 꺅! 소리를 내며 몸을 움츠렸다.

“왜 그렇게 화를 내세요? 그냥……. 우리는 그냥 다 함께 합격하자는 뜻에서 말한 것뿐인데요?”

아까 전과는 다르게 존댓말을 써가며 약한 모습을 보이는 여성의 태도에 지현이는 기가 차단 듯이 헛웃음을 터트리며 입을 열었다.

“뭐? 다 같이 합격? 야, 그런 사람이 우리 파트를 뺏어?”

“뺏다니요? 전 그냥 그 파트를 우리가 하면 더 잘 할 것 같아서 말한 거죠. 그렇지, 애들아?”

이런 여성의 물음에 리더인 하람을 포함한 조원 여성들이 맞아! 맞아! 라고 호응했다. 그리고 이 모습에 지현이는 물론이고 은하와 예은이 그리고 윤우네들까지 어처구니없단 표정을 지어보였다. 반면에 속사정을 모르는 카메라를 든 남성은 흥미진진하단 표정으로 지현이와 여성을 번갈아가며 찍고 있었다.

‘이거 완전히 휘말렸는데…….’

만약 이대로 방송에 나가게 된다면 지현이가 영락없이 나쁜 여자로 내보일 판이었다.

‘……뭔가 방법이…….’

잠시 고민하던 나는 주머니 속에 들어있는 스마트폰을 꺼냈다.

‘조교의 방으로 불러낼까?’

나쁘지 않은 방법이긴 했다. 하지만 이미 카메라에 다 찍힌 마당에 저 여성이 사실대로 말한다고 한들 지현이의 이미지가 다시 좋아질 거라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나는 잠시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리다가 이내 한 가지 방법을 떠올렸다.

‘……속마음 스티커를 사용해볼까?’

이리 생각을 굳힌 나는 곧바로 자리를 벗어난 뒤에 근처 화장실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그 다음에 화장실 칸막이 안에 들어간 나는 최대한 소리를 죽여 입을 열었다.

“투명화.”

투명화를 사용하자, 곧바로 내 몸이 거짓말처럼 사라졌다. 이걸 확인한 나는 속마음 스티커를 소환한 뒤에 화장실 밖으로 나가, 사람들과 부딪치지 않도록 조심히 발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이윽고 지현이와 말다툼을 벌이고 있는 여성의 바로 등 뒤까지 접근한 나는 조심스럽게 손을 뻗어, 어깨에 속마음 스티커를 붙여주었다.

그러자 아니나 다를까, 카메라 앞에서 계속 내숭을 부리던 여성이 갑자기 돌변해선 지현이의 험담을 하기 시작했다.

“성괴 같이 생긴 게, 부들부들 거리는 것 좀 봐! 쿠쿡! 지가 좀 예쁜 줄 알고, 존나게 나대다가 씹치남한테 뒤통수 당하니까 뭐라고 말도 못 하고! 완전 병신 아니야? 그러니까 진작 씹치남한테 좀 잘해주지 그랬어? 우리 여시 언냐를 좀 봐봐! 씹치남한테 애교 몇 번 부리고, 가슴 좀 문대주는 걸로 살살 녹여버리잖아. 부러우면 너도 좀 해보던가! 아, 하긴 성괴라서 가슴 문대면 티 날라나? 어후, 성괴년.”

“…….”

순간 지현이는 물론이고 주변에 있던 사람들 모두 할 말을 잃고 그대로 굳어버리고 말았다. 하지만 여성은 속마음 스티커 탓인지, 여전히 깔깔대며 지현이 험담을 하고 있었다.

“왜? 벌써 할 말 다 한 거야? 역시 성괴는 이래서 안 된다니까? 솔직히 말해서 뒤에 조원들 믿고 지 얼굴로 믿어 붙이는 년이 뭘 하겠어? 존나 얼굴 믿고 나대는 것 밖에 모르겠지. 아마 밖에선 씹치남들한테 보지 대주면서 창녀 짓 했겠지? 아, 혹시 막 몸 팔던 창녀 아니야? 어쩐지 냄새나더라. 창녀 냄새. 아하핫!”

이러한 여성의 태도에 리더인 하람이 새하얗게 질린 얼굴로 여성의 몸을 붙잡았다.

“서, 선주야. 왜 그래?”

“응? 뭐가? 언니, 왜 그렇게 쫄아? 가서 씹치남이나 좀 더 꼬셔봐. 언니는 씹치남 꼬시는 거 밖에 할 줄 모르잖아! 하긴 그 몸으로 뭘 할 수 있겠어? 솔직히 말해서 내가 이 팀을 이끌고 있는 거지.”

라고 말하며 온갖 잘난 척을 하는 여성의 태도에 하람의 얼굴이 급격하게 굳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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