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매니저 어플-415화 (415/5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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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을 다 먹은 나는 스마트폰을 꺼내보았다.

혹시라도 서연이 누나한테서 답장이 오진 않았을까 싶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아직까지도 화가 안 풀린 모양인지, 카톡은 물론이고 문자 한 통도 온 게 하나도 없었다.

‘큰일이네.’

잠시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리던 나는 서연이 누나한테 문자 메시지를 하나 더 적어서 보냈다. 내용은 간단했다. 점심 먹었나요? 여긴 아이돌 프로젝트 2차 예선장이에요. 등등 평범한 내용이었다.

물론 끝에 ‘보고 싶어요.’ ‘사과하고 싶어요.’라는 말을 적어 넣는 것도 잊지 않았다.

“참가자 여러분, 모두 자리에 앉아주세요. 곧 있으면 촬영에 들어갈 겁니다!”

그 때, 진행 요원이 큰 소리로 이목을 집중시켰다. 그리고는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참가자들을 한번 훑어보더니 곧 손에 들고 있는 종이를 높이 들어 올리며 말을 이었다.

“……지금부터 팀 명칭을 호명하겠습니다. 이름이 호명된 팀의 리더는 앞으로 나와서 이 서약서에 서명해주시면 됩니다. 내용은 간단합니다. 오늘, 내일 있을 예선 결과 내용을 다른 사람들에게 발설하지만 않으시면 됩니다. 물론 이건 보호자분들도 포함이 됩니다.”

이러한 진행 요원의 말에 한 사람이 오른손을 들어 올리며 입을 열었다.

“저기 질문 있는데요.”

“네, 말씀하시죠.”

“만약에 다른 사람한테 말하게 되면 어떻게 되나요?”

“그 때는 출연료 회수 조치와 함께 자동적으로 탈락이 됩니다.”

“출연료도 주나요?”

출연료라는 말에 질문한 남성이 깜짝 놀란 표정을 지어보이며 질문했다. 그리고 그것과 동시에 일순 주변이 술렁거렸다.

다들 벌써부터 출연료를 받게 될 줄은 몰랐다는 표정이었다.

“네, 물론 드립니다. 서약서 작성이 모두 끝나면 개인 통장 번호를 적게 할 겁니다. 혹시 개인 통장이 없으신 분은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원하시는 분에 한해서 현금으로 지급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오……!”

얼마인지는 자세하게 언급하진 않았지만, 그럼에도 사람들은 출연료라는 말에 기쁨을 감추지 못 하고 있었다. 확실히 금액이 적고 많고를 떠나서 출연료를 받았다는 것 자체가 기쁜 일임은 분명한 모양이었다.

“자, 그럼 팀 이름을 호명하겠습니다. 팀 코스모스.”

“네!”

팀 이름이 호명되자, 리더로 보이는 여성이 큰 소리로 대답하며 앞으로 나왔다. 그리고는 곧 진행 요원이 건네주는 볼펜을 받은 뒤에 서약서를 한번 훑어본 다음에 서명을 했다. 이에 진행 요원은 만족한 표정을 지어보이고는 계속해서 남은 팀들의 이름을 호명하며 서약서에 서명하도록 했다.

“팀 하울.”

“네!”

하울이란 팀명이 호명되었을 때, 내 뒤에 앉아있던 윤우가 벌떡 자리에서 일어나며 대답했다. 보아하니 윤우네 팀의 이름이 하울인 모양이었다.

윤우는 곧바로 앞으로 걸음을 옮긴 뒤에 진행 요원이 건네주는 볼펜으로 서약서에 서명했다. 그리고 이처럼 윤우네 팀이 호명되고 얼마 있지 않아서 팀 발레이아의 이름이 호명되었다. 이에 지현이는 얼른 앞으로 나아가 서명을 했다.

그리고 이윽고 모든 팀이 서약서에 서명을 하고나자, 진행 요원이 오른손으로 반대쪽 문을 가리키며 말했다.

“모두 수고하셨습니다. 그럼 다음 장소로 이동하시죠. 저기 보이는 진행 요원을 따라가시면 됩니다.”

이 말에 다들 하나둘씩 자리에서 일어나선 여성 진행 요원의 뒤를 따라 이동하기 시작했다. 물론 나 또한 보호자 자격이기 때문에 은하네들과 함께 천천히 따라갔다.

이 후, 목적한 장소로 보이는 문 앞에 도착하자, 진행 요원이 문고리를 손에 붙잡으며 입을 열었다.

“보호자 분들은 잠시 뒤로 빠져주세요. 먼저 참가자 분들부터 입장하게 될 겁니다.”

진행 요원의 말에 나는 내 곁에 서있는 애들을 돌아보며 입을 열었다.

“힘내라.”

이런 내 말에 다들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네, 잘 할게요!”

“형, 조금 있다가 봐요!”

은하와 지현이 그리고 예은이, 윤우와 윤서, 혜민이를 한 번씩 돌아본 나는 이내 씩 웃음을 터트리곤 다른 보호자들과 마찬가지로 뒤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이처럼 모든 보호자가 뒤로 빠지자, 진행 요원이 문을 열며 참가 팀 전원 방 안으로 들여보냈다.

“와아…….”

“오……!”

참가 팀들이 방 안으로 들어설 때마다 여기저기서 탄성 소리가 들려왔다. 이에 슬쩍 방 안을 들여다보니, 학교 체육관을 연상케 만드는 넓은 실내 운동장이 내 눈에 들어왔다. 게다가 체육관 한쪽 측면에는 간이 무대도 설치되어 있었다.

‘월드컵 경기장을 이렇게 만들기도 하네.’

나는 내심 감탄하며 보호자들과 함께 참가 팀들의 뒤를 따라 체육관 안으로 들어섰다. 그리고 이윽고 모든 인원이 체육관 안으로 들어서자, 진행자로 보이는 여성 한 명이 무대 위로 올라와 입을 열었다.

“아이돌 프로젝트 1차 2차 예선에 통과하신 여러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여기까지 오시느라고 수고 많으셨습니다.”

살짝 고개를 숙여 인사한 여성은 참가 팀들을 한번 쓱 훑어보며 말을 이었다.

“……저는 이번 미션의 진행을 맡은 강 유라라고 합니다.”

이러한 진행자의 소개에 몇몇 인원들이 박수를 치며 그녀를 환영해주었다. 이에 강 유라는 살짝 미소 짓더니, 이내 손에 들려있는 카드를 어깨 높이까지 들어 올리며 입을 열었다.

“자, 그럼 지금부터 미션을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첫 번째 미션은…….”

강 유라가 카드를 뒤집자, 거기에 적힌 글자가 드러났다.

“……연합 미션입니다. 네 개의 팀이 하나의 연합이 되어서 미션을 수행해야 됩니다. 현재 마흔 개의 팀이 존재하므로 도합 열 개의 팀이 생길 겁니다. 현재 팀의 리더를 맡고 계신 분, 손을 들어주시겠습니까?”

진행자의 말에 지현이를 포함한 마흔 명의 리더들이 손을 들었다.

“좋습니다. 이 분들 중에 연합 팀의 팀장이 되고 싶으신 분은 여기 앞으로 나와주시면 됩니다. 총 열 분이 서주시면 됩니다.”

이러한 설명이 다들 잠시 당황한 듯이 술렁이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몇몇 남성 리더들이 앞으로 나와서 자리에 서기 시작했다. 그 숫자가 여섯 명이었다. 이제 네 자리 남은 것이었다.

‘지현이가 나가려나?’

혹시나 싶어서 지현이를 바라보았는데, 은하와 예은이가 지현이의 팔을 붙잡으며 못 나가게 막고 있었다. 아무래도 튀는 걸 자제하고 싶은 모양이었다. 이에 나는 고개를 돌려 윤우를 바라보았다.

‘……윤우는 하기 싫어하네.’

윤우는 지현이와는 반대로 팀원들에게 떠밀리고 있었지만, 본인은 죽어도 연합 팀장이 되고 싶지 않은 모양인지 필사적으로 고개를 가로젓고 있었다. 결국 상황이 이렇다보니, 지현이와 윤우 두 사람 모두 연합 리더가 되지 못 했다.

“네, 마지막 열 번째 연합 팀장까지 정해졌습니다. 자, 그럼 이제 남은 서른 명의 리더들이 각자 원하는 연합 팀장의 앞에 가서 서주시면 됩니다. 총 세 팀만이 조장의 앞에 설 수 있으며, 그 이하도 그 이상도 안 됩니다.”

이처럼 진행자 강 유라의 말이 끝나자, 남은 서른 명의 리더들이 팀원들이 이야기를 나누며 상의를 하기 시작했다. 당연히 지현이도 열 명의 연합 팀장들을 훑어보며 은하와 예은이에게 의견을 묻고 있었다. 그리고 그 결론으로 지현이는 윤우네 팀과 함께 움직이기로 결정을 내린 모양인지, 윤우의 손을 붙잡으며 무어라 말을 하기 시작했다.

멀리 떨어져 있는 탓에 무어라 말을 하는 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아마도 자기랑 같은 연합 팀을 하자는 제안일 것이 분명했다. 그리고 그 말에 윤우는 곧장 고개를 끄덕이더니 지현이와 함께 앞으로 나가서 키가 훤칠한 남성 앞에 섰다.

‘잘 됐네.’

즉석에서 만들어진 연합 팀이기 때문에 다들 낯이 익숙지 않는데, 그 중에서도 그나마 오전 중에 친밀한 관계를 쌓은 윤우와 같은 연합이 된 건 분명 큰 이득이었다.

‘……그럼 이제 마지막 한 팀인데……. 저 여자인가?’

지현이와 윤우의 뒤를 이어서 키 큰 남성의 팀원이 된 리더는 전체적으로 동글동글해 보이는 귀여운 여성이었다.

‘착하게 생겼네.’

물론 겉모습만 보고서 사람을 판단할 수는 없지만, 일단 착해 보인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었기 때문에 살짝 마음을 놓을 수 있었다.

“이로서 열 개의 연합 팀이 모두 구성되었습니다. 그럼 지금부터 미션 곡들을 공개하도록 하겠습니다.”

강 유라가 오른손을 길게 뻗자, 그곳에 하나의 화면이 틀어졌다.

“첫 번째는 여자 친구의 오늘부터 우리는입니다.”

이처럼 화면에 여자 친구의 ‘오늘부터 우리는’이 나타났다가 이내 상단 좌측에 축소되어 등록되었다. 그리고 그 뒤를 이어서 차례대로 아이돌 가수의 모습과 노래 제목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마지막 스무 번째는 방탄소년단의 상남자입니다.”

일찍이 지현이가 예상한 것과는 다르게 미션은 최신 아이돌 곡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처음부터 틀어졌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최신 아이돌 곡을 연습하지 않았다는 것은 아니었지만, 아무래도 상대적으로 연습이 부족하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었다. 실제로 지현이를 비롯한 은하와 예은이의 표정이 그리 좋지만은 않았다.

‘……그래도 다행인 점이라면 다른 팀들도 비슷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는 걸까?’

혀를 내두른 나는 진행자 강 유라의 말을 주의 깊게 들었다.

“자, 여기 스무 개의 곡들이 보이십니까? 바로 이 곡들이 여러분들이 이번에 첫 번째 미션을 수행할 곡들입니다. 그럼 상의를 거친 뒤에 골라주시면 되겠습니다. 제한 시간은 10분입니다.”

이러한 강 유라의 말에 앞에 서있는 마흔 명의 리더들이 정신없이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이 곡이 좋다, 저 곡이 좋다. 하지만 각기 개성이 뚜렷한 리더들인데다가 연합으로 네 명의 의견을 좁혀야 되었기 때문에 아무래도 의견 마찰이 심할 수밖에 없었다.

‘잘 골랐으면 좋겠는데.’

나는 마음을 졸이며 지현이와 윤우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곳에서도 역시나 지현이가 가장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며 연합 팀장을 설득하고 있었다. 물론 연합 팀장은 내내 곤란하단 표정을 짓고 있긴 했지만, 지현이의 말도 일리가 있다고 생각하는 모양인지 고개를 끄덕였다.

더욱이 옆에서 윤우가 열심히 고개를 끄덕이며 지현이를 밀어주기까지 하니 딱히 반대를 할 건덕지가 없었다.

‘……남은 한 명은…….’

마지막에 합류한 귀여운 얼굴의 여성을 보니, 그녀는 연신 생글생글 웃는 얼굴로 가만히 있었다.

‘뭐든 좋다는 건가? 뭐, 나쁘진 않네.’

이런 내 생각대로 연합 팀장은 지현이의 의견대로 노래를 선곡할 생각인 모양인지, 손을 든 뒤에 입을 열었다.

“위너에 공허해를 고르겠습니다.”

“위너에 공허해 선택하셨습니다.”

이처럼 선곡 신청이 되자, 지현이가 꺅! 소리를 내며 기뻐했다. 다행히도 자기 뜻대로 골라진 모양이었다. 그리고 실제로 남녀 혼합 그룹이 부르기에 좋은 곡이기도 했고 말이다. 비록 예상은 틀렸지만, 나름 좋은 출발이라고 볼 수 있었다.

‘일단 한 고비 넘긴 건가.’

단지 선곡만 했을 뿐인데도 숨이 콱 막히는 듯했다.

‘……내가 이런데 애들은 어떨까?’

쓴웃음을 터트린 나는 남은 연합 팀장들이 선곡하는 것을 지켜보았다. 그리고 열 명의 연합 팀장 모두가 선곡을 완료하자, 진행자 강 유라가 손뼉을 치며 입을 열었다.

“네, 모든 선곡이 완료되었습니다. 그럼 지금부터 연합 팀원이 한 자리에 모여서 연습을 해주시면 됩니다. 연습 시간은 정확히 21시까지입니다. 그 시간 안에 모든 연습을 완료해주시면 됩니다.”

지금이 오후 2시, 즉 14시이니 총 7시간의 연습 시간이 주어진 셈이었다. 보통 한 곡을 완벽하게 익히기 위해서는 짧으면 이틀, 길면 일주일 정도의 시간이 걸린다. 그런 면에서 보았을 때, 7시간은 턱없이 부족한 시간이었다.

하지만 연합 팀원의 숫자와 담당 파트를 생각해보았을 때, 어찌 보면 적합한 시간이라고 볼 수 있었다.

‘관건은 안무겠지.’

아무래도 안무는 처음부터 끝까지 쭉 맞춰야 되니 말이다.

‘……뭐, 여차하면 춤 점수를 올려주면 되겠지.’

나는 이리 생각하며 잠시 연습하기 위해서 삼삼오오 모이는 사람들을 돌아보았다. 그러자 벌써부터 연합 팀 내의 여성 조원들에게 작업을 거는 남성 조원들의 모습이 심심치 않게 보였다.

“이런 건 어때요? 여기 파트에선 제가 기타를 치고 조 현경 씨가 노래를 부르는 거죠.”

물론 작업을 건다고 해서 모든 여성 조원이 반기는 것은 아니었다.

“그것도 좋긴 한데……. 제 생각으로는 이 부분에서 기타를 치면 갑자기 확 늘어지는 느낌이 들 것 같거든요? 그러니까 여기 부분에선 그냥 제가 선희 언니랑 같이 화음 맞추면서 노래 부르는 게 좋을 것 같아요.”

확실히 세상은 어딜 가나 비슷한 모양이었다. 혀를 내두른 나는 고개를 돌려 다른 팀들도 보았다. 그러자 선곡한 노래를 무작정 불러보고 있는 연합 팀부터 시작해서 과감히 편곡을 시도하고 있는 팀까지. 다들 열성적으로 연습을 하고 있는 게 보였다.

하지만 반대로 연합 조장이 너무나도 적극적으로 나가는 바람에 힘들어하는 연합 팀도 있었다.

“우리가 인원이 많으니까 팀을 섞어 게 어때? 꼭 파트를 나눠서 같은 팀끼리 할 필요가 없잖아? 화음이 잘 맞는 사람끼리 모아서 한번 파트를 짜보자. 팀에 상관없이.”

“하지만 팀원들끼리 하는 편이 좀 더 호흡이 맞고, 시간도 별로 없는데…….”

“시간이 없으니까 빨리 해야지. 팀원들끼리 있는 것도 좋지만 우리 모두 합격해야 하잖아? 그러니까 최대한 좋은 쪽으로 파트를 짜보자.”

이런 식으로 막무가내로 나가는 연합 조장의 태도에 각 팀의 리더들과 조원들이 불쾌해하는 표정을 짓기도 했다. 물론 이 때, 조원들이 잘 따라와 준다면 좋겠지만 그렇지 못 했기에 다들 힘들어하고 있었다.

‘아깝네.’

혼자서만 열심히 하는 연합 팀장을 바라보던 나는 이윽고 고개를 돌려 은하네가 속한 연합 팀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 작품 후기 ==========

장 지현 : 여, 연합 팀장! 어머, 이건 꼭 해야 돼!

이 은하 : 아, 안 돼!

장 지현 : 돼!

이 은하 : 붙잡아! 지현이를 놓치면 안 돼!

신 예은 : 네!

장 지현 : 아악! 놔라! 놓으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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