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매니저 어플-413화 (413/599)

<-- [2차 예선] -->

1조에 속해있는 모든 팀이 방 안으로 들어가고 나자, 활짝 열려있던 문이 쿵 소리와 함께 굳게 닫혀있다.

아이돌 프로젝트 2차 예선을 알리는 소리였다.

나는 굳게 닫혀있는 문을 한동안 바라보다가 이윽고 주변을 한번 돌아보았다. 그러자 우리처럼 긴장된 표정으로 방 문을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는 사람부터 시작해서 귀에 이어폰을 꽂고서 노래를 듣고 있는 사람들까지, 각양각색의 반응을 보여주고 있는 사람들이 내 눈에 들어왔다.

심지어 몇몇 사람들은 이대로 가만히 복도에 서있기 불안한 모양인지, 팀원들을 데리고서 밖으로 나가기까지 했다. 다만 언제 어느 때, 다음 조가 불릴지 모르는 일이었기 때문에 밖으로 나가는 인원은 대부분 4조나 5조의 인원들이었다.

“뭐라도 드실래요?”

그 때, 예은이가 가방 안에서 과자 봉지 하나를 꺼내며 물었다. 이에 지현이가 활짝 웃더니, 대뜸 예은이의 몸을 꽉 끌어안으며 입을 열었다.

“먹자! 안 그래도 입이 심심했는데 잘 됐네!”

왁자지껄하게 떠드는 것이 흡사 소풍이라도 나온 유치원생을 보는 것만 같았다. 하지만 이런 식으로 긴장을 푸는 것도 그리 나쁘지는 않았기에 나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여 수긍하고는 예은이가 꺼내놓은 과자를 집어먹으며 1조 결과가 나오기를 기다렸다. 그리고 그렇게 1시간이 조금 못 되게 시간이 지나자, 굳게 닫혀있던 문이 서서히 열리기 시작했다.

1조의 결과가 나오려는 순간이었다.

나는 꿀꺽, 마른침을 삼키며 문을 응시했다. 그러자 얼마 지나지 않아서 문 밖으로 하나둘씩 나오는 사람들이 내 눈에 들어왔다.

‘탈락한 팀들인가?’

다들 하나 같이 얼굴색이 어두웠다. 심지어 어떤 사람은 오른손으로 자기 얼굴을 가리고서 흐느껴 울고 있기까지 했다. 누가 보아도 탈락한 모습이었다.

나는 잠시 그 모습을 지켜보다가 이윽고 문 안쪽을 들여다보았다. 하지만 안쪽의 방이 꽤 넓은 모양인지, 보이는 건 하나도 없었다.

‘……통과한 팀은 안에 남는 건가 보네.’

나는 혹시라도 윤우가 탈락하진 않았을까, 걱정하며 문 밖으로 나오는 팀들을 유심히 살펴보았다. 이건 은하와 지현이 그리고 예은이도 마찬가지인 모양인지, 다들 긴장된 표정으로 눈동자를 도록도록 굴리고 있었다. 그리고 이윽고 모든 팀이 문 밖으로 나오자, 방송을 통해서 2조 방 안으로 들어 올리는 안내음이 들려왔다.

“윤서하고 해민이가 통과했나 봐요!”

탈락한 모든 팀이 방 밖으로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윤우의 모습이 보이지 않자, 지현이가 잔뜩 신이난 목소리로 소리쳤다. 어찌나 기뻐하던지, 누가 보면 윤우네 팀이 통과한 게 아니라 우리가 통과한 게 아닐까 싶을 정도였다.

“일단 진정하고. 어서 방에 들어갈 준비나 하자.”

나는 잔뜩 흥분한 지현이를 진정시키고는 은하와 예은이를 바라보았다. 그러자 그 둘도 뒤늦게 앗! 하는 표정을 지어보이며 서둘러 바닥에 내려놓았던 가방을 챙겨 등에 매기 시작했다.

정말이지 애들이 따로 없었다.

쓴웃음을 터트린 나는 은하네들을 데리고서 앞서 1조가 들어갔던 방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이윽고 방 안으로 들어서자, 여러 개의 카메라와 스테프들 그리고 텔레비전으로만 보던 세 명의 심사위원을 직접 볼 수가 있었다.

‘윤 종식, 박 진환, 이 승환.’

화려하다면 화려하다고 할 수 있는 심사위원들이었다.

잠시 세 사람을 바라보는데, 돌연 진행 요원으로 보이는 직원이 방 안으로 들어온 2조 인원들을 통솔하며 안내하기 시작했다.

“2조 참가자 분들은 여기로 오셔서 호명하는 순서대로 서주시면 됩니다. 그리고 보호자 분들은 이쪽 진행 요원을 따라가 주시면 됩니다. 자, 그럼 호명하겠습니다. 팀 하모니, 팀 빅토리아, 팀…….”

정신없이 진행이 시작되자, 나는 서둘러 촬영에 방해되지 않도록 다른 보호자분들과 마찬가지로 진행 요원 쪽으로 몸을 돌리는 동시에 은하와 지현이 그리고 예은이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힘내.”

“네!”

힘내라는 내 말에 세 명 모두 크게 대답하고는 팀 발레리아의 이름이 호명되자, 서둘러 발걸음을 옮겨 자기 차례에 맞게 섰다. 나는 그 모습을 잠시 지켜보다가 이윽고 다른 보호자 분들과 마찬가지로 진행 요원을 따라 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곧 앞선 1조 보호자 분들이 앉아있는 자리에 다가서는데, 불쑥 옆쪽에서 낯익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형!”

소리가 들려온 쪽으로 고개를 돌려보니, 거기에는 윤우가 손을 흔들며 나를 반갑게 맞이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옆에는 잔뜩 신이 난 얼굴로 배시시 웃고 있는 윤서랑 해민이가 있었다. 그걸 본 나는 잠시 진행 요원에게 다가가 입을 열었다.

“잠깐 저 애들 좀 보고 와도 될까요?”

이리 말하며 날 향해 손을 흔들고 있는 윤우를 손으로 가리키자, 진행 요원은 잠시 고민하다가 이윽고 대답했다.

“대신 조용히 이야기 해주세요.”

“네, 알겠습니다. 그렇게 할게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한 나는 곧바로 발걸음을 옮겨 윤우 쪽으로 다가갔다.

“합격한 거 맞지?”

이런 내 물음에 윤우는 곧장 고개를 끄덕이며 자기 가슴을 오른손으로 꽉 움켜쥐었다.

“네, 합격했어요. 와, 저 진짜로 심장이 멎는 줄 알았다니까요?”

이런 윤우의 말에 옆에 있던 윤서랑 해민이가 두 번 세 번 고개를 끄덕이며 공감을 표시했다.

“맞아요, 가슴이 뻥하고 터져버리는 것 같았어요.”

“전 목소리가 제대로 안 나와서 큰일 날 뻔 했어요.”

우는 목소리를 내며 어깨를 들썩이는 두 여고생들을 보니, 웃음이 절로 터져 나왔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일렬로 선 2조 참가자들이 무대 위로 올라가고 있는 것을 확인한 나는 윤우 쪽으로 고개를 돌리며 입을 열었다.

“슬슬 시작할 것 같네. 난 자리로 돌아갈게. 조금 있다가 보자.”

“네, 형!”

힘차게 대답하는 윤우를 뒤로 하고서 보호자 자리로 돌아온 나는 의자에 앉으며 2조 참가자들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것과 동시에 무대 위에 일렬로 선 2조 참가자들이 저마다 가방을 뒤쪽에 내려놓으며 심사위원의 말을 기다리는 것이 보였다.

“먼저…….”

그리고 이런 긴장된 순간, 이 승환 씨가 마이크를 집어 들며 운을 뗐다.

“……팀 하모니, 어디 계시죠? 아, 거기 있군요. 자, 나오세요.”

첫 번째 주자는 앞서 호명했던 대로 팀 하모니였다.

네 명의 여성은 서로 잠시 눈빛을 주고받더니, 이윽고 당차게 걸음을 내딛어 심사위원 앞에 서있었다.

“안녕하세요!”

어찌나 씩씩하게 인사를 하던지, 심사위원은 물론이고 보호자 자리에서 지켜보던 나까지도 헛웃음을 터트리고 말 정도였다.

“다들 아주 씩씩하시네요. 보기 좋습니다.”

웃음기 섞인 목소리로 말한 이 승환 씨는 잠시 네 명의 여성을 차례차례 바라보다가 이윽고 말을 이었다.

“……자, 그럼 준비 되셨나요?”

“네.”

“좋습니다. 그럼 바로 시작하도록 하죠.”

이 승환 씨의 말이 끝나자, 네 명의 여성 중에 한 명이 먼저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그리고 뒤이어 세 명이 노래를 부르며 춤을 추기 시작했다. 딱히 화려하단 느낌은 들지 않았지만, 많니 노력했다는 느낌이 강하게 와닿았다.

‘노력인가.’

나쁘지 않은 느낌이었다. 만약에 내가 심사 위원이었다면 많은 노력을 한 점을 높이 사서 합격시켜주었을 것이다.

“좋습니다. 잘 들었습니다. 이제 그만 뒤로 들어가서 쉬고 계세요.”

이 승환 씨는 짧게 박수를 두어 번 치고는 종이에 무언가를 표시했다. 이건 다른 심사위원들도 마찬가지였다. 아마도 저기에 합격과 불합격이 적히는 것일게 틀림없었다. 나는 혹시라도 이 자리에서 합격과 불합격이 보이지 않을까 싶어 살펴보았지만, 거리가 많이 떨어져 있었던 탓에 볼 수가 없었다.

‘뭐, 보려고 마음을 먹으면 볼 수 있긴 하지만…….’

고작 합격, 불합격을 알아보려고 아이템을 쓰는 건 조금 낭비란 생각이 들었다.

“자, 그럼 다음 팀은 빅토리아 팀이네요. 앞으로 나오시죠.”

그 때, 이 승환 씨가 다음 팀을 호명하자 불린 팀들이 하나둘씩 앞으로 나와서 춤과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렇게 다섯 팀 정도가 끝나자, 드디어 팀 발레리아가 호명되었다.

“안녕하세요, 팀 발레리아입니다.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고개를 꾸벅 숙이며 인사한 은하와 지현이 그리고 예은이는 잠시 심호흡을 하고는 저마다 자리에 섰다. 그리고는 지현이를 필두로 은하와 예은이가 양 옆으로 받쳐주며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특히나 은하의 특색 있는 목소리가 방 안을 가득 채울 때면 모든 이들이 깜짝 놀란 표정을 지어보이며 은하를 뚫어져라 쳐다볼 정도였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노래 중반에서 예은이가 독무대로 춤을 추자, 그것도 확실히 시선을 확 빼앗았다.

물론 지현이 역시도 돋보이는 미모로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고 있기는 했다. 실제로 여기 이 자리에 있는 그 어떤 여성들보다도 아름다운 미모를 가지고 있는 지현이였으니 말이다.

“네, 감사합니다. 잘 들었습니다.”

그리고 이윽고 노래가 끝나자, 세 사람 모두 가쁘게 숨을 내쉬며 만족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다행히도 긴장하지 않고 자기 역량을 확실히 내보인 모양이었다. 나는 대견한 마음에서 박수라도 쳐주고 싶었지만, 유감스럽게도 촬영 중이었기에 자제했다.

“……자, 그럼 계속해서…….”

이처럼 은하와 지현이 그리고 예은이가 자리로 돌아가자, 다음 팀이 계속 호명되며 앞으로 나와서 춤과 노래를 추었다.

‘다들 잘 하는구나.’

나는 열 다섯 개의 팀이 보여주는 노래와 춤을 보며 내심 감탄했다. 솔직히 말해서 우열을 가리기 힘들 정도였다. 물론 각각의 팀마다 우열이 뚜렷하게 나와 있기는 했지만, 이 날을 위해서 열심히 노력했다는 것 하나만큼은 모든 팀이 동일하게 느껴졌다.

‘……이제 와서 생각해보면 팀 하모니는…….’

단지 노력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합격을 줬었는데,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꼭 합격을 줘야 될까 싶을 정도였다. 애당초 노력은 모든 팀이 다 했으니 말이다. 그러니 자연스럽게 실력으로 추릴 수밖에 없었다.

‘일단 그래도 우리를 안정권인가.’

주관적으로 보나, 객관적으로 보나 여기서 1등을 뽑아보라고 한다면 단연 팀 발레리아였다. 이건 심사위원들도 같은 생각일 것이 틀림없었다. 나는 기대되는 마음을 꾹 억누르며 심사위원의 다음 말을 기다렸다.

“잠시 저희끼리 이야기를 나누어 보고 다시 말씀드릴게요.”

이리 말한 심사 위원 세 명은 각자 체크한 종이를 가운데에 모으고서 자그맣게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여기 밑줄 친 팀…….”

“아아, 그러네. 확실히 괜찮지.”

“근데 나는 별로 그렇게 확 당겨지지가 않는데, 솔직히…….”

“그럼 이쪽은? 난 에너지가 막 생기던데?”

“그건 맞긴 하지. 나도 좋아. 내가 기획사 사장이면 당장 계약했어.”

“가능성이 높지. 근데 이쪽도 만만치 않고.”

물론 조그맣게 이야기를 나눈다고 하더라도 밀폐된 방 안이었기 때문에 그 목소리가 참가자들에게 전부 다 들리고 있었다. 그리고 그 때문일까? 다들 심사위원의 입에서 말소리가 새어나올 때마다 움찔움찔 몸을 떨며 식은땀을 흘리고 있었다.

‘어떻게 보면 일부러 들으라고 말하는 것 같네.’

나는 쓴웃음을 터트리며 심사위원의 이야기가 다 끝나기를 기다렸다. 그리고 이윽고 회의가 모두 끝나자, 박 진환 씨가 마이크를 들며 입을 열었다.

“다들 너무 잘 하셔서 고르려니까 너무 힘들었습니다. 하지만 전부 다 고를 수는 없잖아요? 아무래도 경쟁식이고, 탈락과 합격으로 나누어야하니까요. 음……. 제가 뽑은 분은 팀 빅토리아, 팀 코스모스, 팀 크래커. 이렇게 세 팀입니다.”

이처럼 합격자 팀 이름이 나오자, 호명된 세 팀 모두 기쁨에 가득 찬 표정을 지어보이며 소리 없이 만세를 외쳤다. 반면에 호명되지 못 한 팀들은 박수를 치며 축하해주는 동시에 긴장된 표정으로 남은 두 명의 심사위원을 바라보았다. 이에 이 승환 씨가 마이크를 집어 들며 말했다.

“앞서 호명된 세 팀, 축하드리고요. 그럼 저는 팀 김밥, 팀 크러쉬, 팀 글래스. 이렇게 뽑겠습니다. 축하드립니다.”

이번에도 다시 세 명의 팀이 호명되었지만, 팀 발레리아는 포함되지 않았다.

‘뭐지? 설마…….’

왠지 모를 불안감이 스멀스멀 밀려왔지만, 나는 마음을 추스르며 마지막 남은 심사위원인 윤 종식 씨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이처럼 호명되지 않은 팀과 보호자의 시선을 한 몸에 받게 된 윤 종식 씨는 특유의 익살스런 미소를 지어보이며 입을 열었다.

“제가 부를 팀은 두 팀입니다. 하나는 팀 머메이드. 그리고 또 하나의 팀은…….”

슬쩍 말꼬리를 늘린 윤 종식 씨는 이윽고 은하를 똑바로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팀 발레리아입니다. 축하드립니다.”

이처럼 발레리아의 이름이 호명된 순간 지현이가 소리 없이 비명을 지르며 은하와 예은이의 몸을 꽉 끌어안았다. 그리고 그것과 동시에 1조 합격자들이 앉아있는 자리에서 자그마한 탄성 소리가 터져 나왔다.

누가 탄성을 지른 건지 딱히 보지 않아도 알 수가 있었다.

“수고하셨습니다.”

세 명의 심사위원이 박수를 치며 말하자, 진행 요원들이 합격한 팀과 탈락한 팀을 각각 안내했다. 당연히 합격한 팀은 먼저 자리에 앉아있는 1조와 마찬가지로 뒤에 마련되어 있는 자리에 앉았고, 탈락한 팀은 쓸쓸히 방을 빠져나가야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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