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매니저 어플-412화 (412/599)

<-- [2차 예선] -->

지하철이 목적했던 역에 도착하자, 우리를 포함한 아이돌 프로젝트 참가자들이 하나둘씩 내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처럼 걸음을 옮겨 역 밖으로 나가자, 불쑥 낯선 남자 한 명이 우리 곁으로 다가와 입을 열었다.

“저기 잠깐만요! 혹시 죄송한데, 아이돌 프로젝트 참가자세요?”

힙합 모자를 쓴 남성이었는데, 아직 얼굴이 앳된 걸 보니 고등학생 내지는 이제 막 대학생이 된 듯이 보였다.

나는 잠시 그를 바라보다가 이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네, 참가자에요.”

“아, 그렇구나! 그럼 혹시 예선장이 어딘지 아세요? 저희가 대구에서 와서 장소를 잘 모르거든요.”

해맑게 웃음을 터트린 남성은 자기 뒤에 서있는 여성 두 명을 가리키며 말했다. 보아하니 이번에 아이돌 프로젝트 1차 예선을 통과해서 올라온 대구 참가자인 모양이었다.

나는 그들을 향해 살짝 고개를 숙여 인사한 뒤에 입을 열었다.

“그럼 저희랑 같이 가시죠. 어차피 거기로 가는데요.”

“감사합니다! 애들아, 가자!”

이처럼 내 허락이 떨어지자, 두 여성이 꺅꺅 소리를 내며 여행용 가방을 질질 끌고서 우리 쪽으로 다가왔다. 그리고는 나를 포함한 은하와 지현이 그리고 예은이를 바라보며 꾸벅 고개를 숙이더니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윤서예요.”

“전 해민이요.”

꽤나 붙임성이 좋은 아이들이었다. 나는 그 둘의 인사를 받아주고는 남자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러자 그가 기다렸다는 듯이 해맑게 웃음을 터트리며 자기소개를 했다.

“이 윤우라고 합니다! 잘 부탁합니다!”

라고 말하며 나를 뚫어져라 바라보는 윤우의 태도에 나는 쓰게 웃음을 터트리며 입을 열었다.

“김 유현입니다. 그리고 이쪽은 이 은하, 신 예은 그리고 장 지현이요.”

내 곁에 선 은하네들을 가리키며 소개하자, 다들 자기 이름이 불릴 때마다 환하게 웃음을 터트리며 대구에서 온 참가자들을 반겨주었다. 물론 이 와중에도 지현이가 가장 살갑게 대구 참가자들을 반겨주었지만 말이다.

나는 그 모습을 잠시 바라보다가 이윽고 저 멀리 있는 월드컵 경기장 쪽으로 시선을 돌리며 입을 열었다.

“얼른 가죠. 잘 못 하면 늦을지도 모르니까요.”

이러한 내 말에 다들 반갑게 인사를 나누는 것도 잠시 얼른 고개를 끄덕이며 나를 따라 바쁘게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왠지 이러니까 소풍 나온 유치원생들을 통솔하는 선생님이 된 것 같네.’

내 뒤를 졸졸 따라오고 있는 참가자 두 팀을 슬쩍 보는데, 문득 윤우가 내 옆에 찰싹 붙어 서며 입을 열었다.

“유현이 형이라고 불러도 되죠?”

꽤나 붙임성이 좋은 대구 청년이었다.

“상관없는데, 몇 살이에요?”

“말씀 편하게 하셔도 되요! 아, 그리고 저 이번에 20살이에요.”

“그래? 그럼 쟤네들은?”

“윤서랑 해민이는 아직 고등학생이에요.”

“그래? 여동생들이야?”

“윤서만 제 여동생이고, 해민이는 윤서 친구에요.”

꽤나 이색적인 조합이라고 볼 수 있었다.

“여동생이랑 사이가 좋나봐?”

“그냥 그래요.”

어깨를 으쓱이며 고개를 절래절래 젓는 걸 보니, 그다지 사이가 좋은 건 아닌 모양이었다. 하지만 이렇게 한 팀으로 참가하는 걸 보면 아주 또 나쁜 사이는 아닌 듯이 싶었다. 뭐랄까? 평범한 남매 사이에서 조금 더 사이가 좋은 정도라고 할까? 나는 그런 윤우를 바라보다가 이내 어느새 가까워진 월드컵 경기장 안쪽으로 발을 들였다.

“와, 사람 진짜 많네요.”

월드컵 경기장 안쪽으로 들어서자, 윤우가 작게 탄성을 터트리며 통로 안쪽을 훑어보았다. 그리고 그 말대로 확실히 통로 안은 사람들로 북적북적 거렸다. 특히나 하룻밤 자야 된다는 것 때문에 그런지, 해민이와 윤서처럼 여행용 가방을 들고 있는 사람들이 눈에 띄게 많았다.

“우리도 여행용 가방 하나 들고 올 걸 그랬나?”

이쯤 되자, 지현이와 은하가 살짝 동요했다. 확실히 지금 여기에 있는 사람들에 비해서 지현이와 은하의 짐은 너무나도 가벼웠으니 말이다. 반면에 예은이는 별다른 걱정이 없는 모양인지, 나를 한번 쓱 쳐다보더니 이윽고 입을 열었다.

“필요한 거 있으면 선배한테 부탁하면 되잖아요.”

이런 예은이의 말에 순간 은하와 지현이가 아차 싶은 표정을 지어보이며 손뼉을 짝 쳤다.

“맞다! 그게 있었네!”

라고 말하며 나를 뚫어져라 쳐다보는 세 여성의 시선에 나는 어깨를 으쓱이며 대답했다.

“알았어, 예선 중에 필요한 거 있으면 말해. 사와 줄 테니까.”

“역시, 이래서 매니저가 좋다니까!”

이처럼 내 말이 떨어지자, 지현이가 아주 신이 난 표정을 지어보이며 내 팔을 끌어안고서 방방 뛰었다. 그리고 이런 우리를 지켜보고 있던 윤우가 나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예선 치르다가 밖에 나가도 되요?”

“글쎄? 나는 참가자가 아니니까 되지 않을까 싶은데?”

“네? 형, 참가자 아니었어요?”

놀란 표정을 지어보이며 거듭 물음을 던지는 윤우의 태도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이런 내 대답에 윤우는 잠시 의외라는 표정을 지어보이며 나를 바라보더니 이윽고 수줍게 웃으며 말을 덧붙였다.

“……저기 그러면 예선 중에 저희도 좀 부탁해도 될까요?”

라고 말하며 윤우가 기도하듯이 양 손을 모으자, 뒤에 있던 두 여학생들도 따라서 양 손을 모으며 애교를 떨었다.

“오빠, 저희도 좀 해주세요.”

“어려운 건 안 시킬게요! 네?”

확실히 현역 여고생들이라서 그런지 풋풋한 살구냄새가 나는 것만 같은 앙증맞은 애교였다. 나는 잠시 애들을 바라보다가 이윽고 시원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뭐, 이것도 인연인데……. 필요하면 말해. 사다 줄 테니까.”

“아싸!”

이처럼 내 허락이 떨어지자, 윤우가 크게 소리치며 마치 천군만마라도 얻은 표정을 지어보였다. 그 모습을 보니, 확실히 어리긴 어린다는 생각이 들었다. 옅게 웃음을 터트린 나는 두 참가자 팀을 데리고서 접수대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어플 보여주시겠어요?”

“네, 여기요.”

접수를 받는 직원이 어플을 요구하자, 지현이가 재빨리 스마트폰을 꺼내서 보여주었다. 그리고 그것을 확인한 직원은 이내 고개를 끄덕이며 재차 물어보았다.

“팀 발레리아 맞으시죠?”

“네.”

“2조이시고요. 이거 명찰 오른쪽 가슴에 붙이신 다음에 방송 나오면 지정된 방으로 들어오시면 되세요.”

이리 말한 접수대 직원은 지현이에게 명찰 스티커 3장을 건네주었다. 확실히 이걸 보니 2차 예선에 참가했다는 느낌이 물씬 들었다. 이건 지현이도 마찬가지인 모양인지, 살짝 긴장된 얼굴로 명찰을 건네받고는 한 장씩 은하와 예은이에게 넘겨주었다. 그리고 그 다음으로 윤우네 팀이 어플을 보여주고 명찰을 건네받았다.

윤우는 자기 오른쪽 가슴에 명찰을 딱 붙이며 내게 힘없이 말했다.

“저희는 1조에요. 먼저 들어가겠네요.”

1조라는 압박 때문인지, 표정이 말이 아니었다. 나는 힘내라는 의미에서 윤우의 어깨를 토닥여주고는 입을 열었다.

“힘내. 벌써부터 축 쳐지면 어떡해?”

“그렇긴 한데……. 떨려서 죽을 것 같아요.”

“네가 그러면 네 동생은 어쩌냐?”

이리 말하며 윤서랑 해민을 바라보자, 윤우가 그제야 기운을 얻은 듯이 힘차게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 그것도 그러네요. 고마워요, 형. 저 힘낼게요!”

크게 소리치며 나를 올려다보는 윤우의 시선이 묘하게 베네딕트 왕자와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실제로 윤우와 베네딕트 왕자 모두 앳된 청년이었으니 말이다. 다만 윤우의 경우에는 남자다운 선이 좀 더 굵었고, 베네딕트는 가녀린 게 마치 여성스러웠다.

나는 그런 윤우를 잠시 바라보다가 이윽고 윤서와 해민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힘내.”

“아, 네!”

이처럼 응원해주자, 두 여학생 모두 윤우와 마찬가지로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그리고 그 뒤를 이어서 은하와 지현이 그리고 예은이도 윤서와 해민에게 이것저것 이야기를 해주며 긴장을 풀어주었다. 그 모습이 마치 사이좋은 다섯 자매를 보는 것만 같아서, 단지 이렇게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눈이 호강하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한 팀이면 참 좋을텐데.’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잠시 애들을 바라보는데, 문득 방송으로 1조 입장이란 안내음이 들려왔다. 슬슬 시작하려는 모양이었다. 이에 나는 윤우의 어깨를 한 차례 더 두드려주며 입을 열었다.

“조금 있다가 보자.”

“네! 조금 있다가 봐요, 형!”

라고 소리쳐 말한 윤우는 윤서와 해민이를 데리고서 다른 1조 참가자들을 향해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그리고 방 안으로 들어서기 직전 우리를 향해 다 같이 손 인사를 하고는 안쪽으로 들어갔다.

“으, 떨리겠다.”

그 모습을 다 지켜본 지현이가 으스스 몸을 떨며 발을 동동 굴렀다. 은하와 예은이도 그 짧은 시간에 정이라도 든 모양인지, 걱정스런 표정으로 애들이 들어간 방 문을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었다.

“괜찮아, 잘 될 거야.”

이리 말한 나는 지현이의 머리를 쓰다듬어주고는 최대한 애들의 긴장을 풀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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