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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니저 어플-406화 (406/599)

<-- [마물 사냥꾼이 할 수 있는 것] -->

현실로 돌아온 나는 서둘러 옷을 벗은 뒤에 화장실 안으로 들어갔다.

혹시라도 몸에 베여있을지도 모르는 피 냄새를 지우기 위해서였다. 더욱이 지하에 들어갔었던 탓에 온 몸이 먼지 투성이였다.

나는 목욕 타올로 깨끗이 씻은 뒤에 빨래대에 걸려있는 새 옷으로 갈아입었다. 그리고 씻기 전에 옷과 함께 벗어두었던 팔찌를 집어 들어 명패가 보관되어 있는 서랍 안에 고이 넣어두었다.

‘이걸로 얼추 준비는 끝난 건가?’

나는 마지막으로 한 번 더 방 안을 둘러본 뒤에 스마트폰을 꺼내들었다. 그러자 아니나 다를까, 서연이 누나한테서 온 카톡이 내 눈에 들어왔다.

[유 서연 : 나 지금 퇴근했어. 나올 준비 해]

[유 서연 : 뭐해?]

[유 서연 : 유현아?]

[유 서연 : 씻고 있는 거야?]

1분 단위로 올라와있는 메시지에 나는 곧장 답장을 보냈다.

[김 유현 : 네, 씻고 있었어요]

이처럼 답장을 보내자, 얼마 지나지 않아서 서연이 누나한테서 메시지가 왔다.

[유 서연 : 나와]

왠지 모르게 삐진 듯한 메시지였다. 나는 ‘지금 바로 나갈게요.’라고 답장을 보낸 뒤에 스마트폰을 주머니 안에 찔러 넣었다. 그런 다음에 집 밖으로 나가자, 저 멀리 골목길 안으로 들어오고 있는 누나의 차가 내 눈에 들어왔다.

그 모습에 내가 오른손을 들어 흔들자, 누나 또한 나를 발견한 모양인지 차를 멈춰 세우고서 나를 기다렸다. 이에 나는 서둘러 계단을 따라 내려간 뒤에 누나 차에 탔다.

“오늘 일찍 퇴근했네요?”

보조석에 앉으며 이리 묻자, 누나가 두 눈을 길게 찢고서 나를 노려보았다. 보아하니 내가 곧장 카톡을 받아주지 않았고 심통이 난 모양이었다. 은근히 어린 아이 같은 모습을 보여주는 누나였다.

“……화났어요?”

“화 안 났어.”

라고 말하지만 누나의 표정은 ‘나 화났어! 그러니까 얼른 풀어줘! 안 그러면 정말로 화낼 거야!’라고 소리를 치고 있었다. 나는 어떤 식으로 누나의 화를 풀어줄까 고민하다가 이윽고 누나의 손을 꼭 붙잡으며 입을 열었다.

“누나, 미안해요.”

“왜 미안하다고 하는 건데?”

서연이 누나의 손을 붙잡은 순간 누나의 손이 움찔 떨었다. 그 반응이 너무나도 귀여워서 금방이라도 웃음이 터져 나올 것만 같았다. 하지만 나는 그 웃음기를 꾹 참으며 입을 열었다.

“다음부턴 누나가 카톡을 보내면 바로 받을 게요.”

“씻고 있었다면서.”

“앞으론 씻을 때도 스마트폰 들고 있을게요.”

이러한 내 대답에 누나가 픽 웃으며 말했다.

“뭐야, 그게.”

그 모습을 보니, 다행히도 화가 풀어진 모양이었다. 이에 안도하며 누나의 손을 놓아주는데, 불쑥 서연이 누나가 내 쪽으로 고개를 내밀며 말을 이었다.

“……키스해줘.”

그 단호한 목소리에 심장이 주책없을 정도로 거칠게 뛰기 시작했다.

나는 고막이 먹먹해질 정도로 거세게 뛰는 심장의 고동을 느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는 누나가 요구한대로 고개를 숙여, 누나의 입술에 입을 맞춰주었다. 그러자 누나가 입술을 달싹이며 내 아랫입술을 잘근 씹는 게 느껴졌다.

“사랑해.”

사랑을 갈구하듯이, 내게 사랑한다고 속삭이는 누나의 목소리에 나는 그에 호응하듯이 허스키하게 대답해주었다.

“저도 사랑해요.”

이처럼 내가 대답해주며 좀 더 농밀하게 입술을 맞춰주자, 그제야 누나의 표정이 완전히 풀어졌다. 나는 한동안 누나를 달래줄 겸, 내 개인적인 욕망을 채울 겸 해서 입맞춤을 해주었다. 그러다가 문득 저 멀리서 사람이 다가오고 있다는 것을 깨달은 나는 천천히 고개를 떼어내며 입을 열었다.

“……밥 먹으러 가죠.”

“배고파?”

“밥을 먹어야지 힘을 내죠.”

이리 말하며 왼손으로 내 남근을 툭툭 치자, 누나가 까르르 웃음을 터트리며 오른손으로 내 남근을 쓰다듬어주었다. 물론 어디까지나 바지에 감싸여있었지만 말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누나의 손길이 여실히 전해져 와서 흥분감이 왈칵 치밀어 올랐다.

“그래, 얼른 밥 먹으러 가자.”

누나는 마치 내가 아닌 내 남근에게 말을 건네는 것처럼 다정하게 속삭여주고는 몸을 똑바로 했다. 그리고는 곧장 사이드 브레이크를 푼 누나는 그대로 핸드를 꺾으며 골목길을 빠져나갔다.

슬쩍 고개를 돌려 누나의 얼굴을 보니, 부드럽게 나아가는 차만큼이나 누나의 표정도 부드럽게 풀려있는 게 보였다.

‘화가 다 풀렸나보네.’

다행인 일이었다.

“피자를 시켜먹을까 하는데, 어때?”

문득 누나가 내게 물었다. 이에 나는 별다른 고민 없이 곧장 고개를 끄덕였다.

“저야 좋죠.”

“영화는 뭐 좋아해?”

“영화요?”

“응, 영화 보면서 먹자.”

어쩐지 누나의 목소리가 살짝 들떠있었다.

“누나는 무슨 영화가 좋으세요?”

“내가 먼저 물었잖아.”

누나가 살짝 곤두선 목소리로 말했다. 아무래도 배려가 조금 지나쳤던 모양이었다. 이에 나는 어깨를 으쓱이며 말했다.

“액션 영화 어때요?”

“액션? 액션이라……. 흐음.”

액션이란 내 말에 누나는 골똘히 생각에 빠진 듯한 표정을 지어보이며 운전을 했다.

“안 좋아하세요?”

“응? 아니. 좋아해.”

말은 그렇게 하지만 그다지 좋아하는 기색은 느껴지지 않았다. 이에 나는 기어를 잡고 있는 누나의 오른손을 살포시 붙잡으며 입을 열었다.

“누나가 보고 싶은 걸로 보세요. 전 뭘 보던 상관없거든요.”

이러한 내 말에 누나는 잠깐 움찔했다가 이윽고 말소리를 뽑아내었다.

“공포 영화 좋아해?”

사뭇 조심스러운 목소리였다. 혹시라도 내가 싫어하면 어쩌나 싶은 걱정이 묻어나있었다. 그리고 그것을 느낀 나는 보다 세게 누나의 손을 붙잡으며 대답했다.

“당연히 좋아하죠. 액션 다음으로 공포 영화를 좋아하는 걸요?”

사실은 새빨간 거짓말이다. 내가 액션 다음으로 좋아하는 장르는 SF였다. 공포 영화는 중간에서 살짝 뒤쳐져 있는 수준이라고 할까? 사실 공포 영화 특유의 답답함을 싫어하는 편이었다. 저길 가면 안 되는데 꼭 가는 주인공이라던가, 괜히 일을 크게 벌이는 주변 인물까지. 민폐의 총집합이라 볼 수 있었다.

물론 다른 장르의 영화들 역시 민폐를 끼치는 인물이 많기는 하지만 공포 영화만큼은 아니었다.

“정말?”

그리고 이런 내 새빨간 거짓말에 속은 누나는 눈에 뜨이게 기쁜 표정을 지어보이며 내게 물었다. 이에 나는 얼른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정말로요.”

이러한 내 확답을 들은 누나는 그 때부터 잔뜩 신이 난 표정을 지어보이며 운전을 하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문득 떠오른 게 있는 모양인지, 자신의 스마트폰을 꺼내서 내게 넘겨주었다.

“지금 피자 주문해놓자.”

라고 말한 누나는 ‘주소록에 피자 쳐봐’라고 덧붙였다. 이에 피자를 쳐보자, 곧바로 피자집 전화번호가 나왔다. 보아하니 혼자서 몇 번 시켜먹었던 모양이었다. 나는 피자집에 전화를 걸기 전에 누나에게 물었다.

“뭐로 주문할까요?”

“먹고 싶은 걸로 해.”

“포테이토 피자로 할게요.”

“마음대로.”

콧노래까지 흥얼대며 대답하는 서연이 누나다. 공포 영화를 볼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흥이 돋는 모양이었다. 나는 피식, 웃음을 터트리고는 피자집에 전화를 건 뒤에 포테이토 피자를 주문했다.

“30분 정도 걸린대요.”

“좀 기다려야겠네.”

누나는 이리 말한 뒤에 그대로 핸들을 꺾어서 아파트 단지 안으로 들어섰다. 그리고는 곧장 지하 주차장 안으로 들어선 누나는 빈자리에 차를 세웠다. 그 후, 차에서 내린 누나는 내 팔에 자기 팔을 걸며 입을 열었다.

“유현아.”

“네.”

“사랑해.”

다소 뜬금없이 말하는 누나의 말소리에 나는 자그맣게 웃음을 터트리며 대답해주었다.

“저도요.”

이리 말한 뒤에 쪽 소리가 나도록 입술을 맞춰주자, 누나의 입술에 예쁜 미소가 머금어졌다. 어지간히도 입맞춤을 좋아하는 누나였다. 나는 단란하게 누나와 함께 걸음을 옮긴 뒤에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갔다. 그리고 이윽고 목적한 층에 도착하자, 누나는 곧장 도어락을 눌러서 집 문을 열었다.

‘여긴 항상 냄새가 좋네.’

문을 열고 집 안으로 들어선 순간 달콤한 향기가 내 코끝을 간질이며 미소를 머금게 만들었다. 서연이 누나와 똑같은 향기가 배어있는 실내의 공기는 내 기분은 한 없이 들뜨게 만들었다.

확실히 이 집은 언제 들어와도 기분이 좋았다. 정말로 마음 같아서는 이 집에 확 들어와 살고 싶을 정도였다. 특히나 집 안 이곳저곳에 놓여있는 작은 소품들은 내 마음에 쏙 들었다. 뭐랄까? 앙증맞다고 해야 될까? 아니, 아늑하다고 하는 편이 맞을 것이다.

정말이지, 서연이 누나와는 정반대였다. 만약에 서랍장 위에 올려져있는 가족사진이 없었다면 영락없이 다른 사람의 집이라고 착각했었을 것이다.

“뭐라도 마실래?”

문득 누나가 내 어깨에 머리를 기대며 물었다. 이에 나는 누나의 머리를 가볍게 쓰다듬어주며 대답했다.

“제가 알아서 마실게요. 누나는 옷 갈아입고 오세요.”

“갈아입혀줘.”

나와 잠시도 떨어지기가 싫은 모양인지, 내 팔을 은근하게 잡아당기며 말하는 누나다. 이에 나는 쓰게 웃음을 터트리고는 누나와 함께 방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그리고는 내가 직접 누나의 옷을 하나하나 벗겨주었다. 특히나 커피색 스타킹을 벗겨줄 때면 내 심장이 마치 터질 것처럼 쿵쿵 뛰었다.

스르륵, 매끄러운 소리를 내며 떨어지는 커피색 스타킹과 새하얀 속살. 남성을 미치게 만드는 장면이 아닐 수 없었다.

“나 사랑해?”

불쑥 누나가 오른발을 들어, 내 어깨를 지그시 밟으며 물었다. 그리고 그 물음에 나는 내 어깨를 밟고 있는 누나의 발쪽으로 고개를 돌린 뒤에 오른손으로 조심스레 움켜쥐며 발등에 입술을 맞췄다.

“사랑해요.”

이러한 내 속삭임에 누나의 표정이 살짝 느슨하게 풀렸다. 더욱이 나를 내려다보는 눈동자는 흐물흐물해지다 못 해, 노곤하게 녹아내려있었다. 나는 쪽 소리를 내며 발등부터 시작해서 복사뼈까지 입술을 맞춰주고는 불쑥 고개를 들어 누나의 입술에 입을 맞추었다.

“하음, 응…….”

서로의 입술이 꽉 맞닿는 순간 누나의 가느다란 팔이 내 목을 휘감았다. 좀 더 키스를 해달라면서 말이다. 그리고 그 요구에 나는 기꺼이 정열적으로 입술을 맞춰주었다. 아니, 입뿐만이 아니었다. 어느샌가 내 손에 누나의 등과 허리 그리고 둔부를 더듬고 있었다.

“……하아.”

손바닥으로 부드러운 피부를 한번 쓸어내릴 때마다 누나의 입술 사이로 뜨거운 숨이 터져 나왔다. 누나는 자신의 커다란 가슴을 내 가슴팍에 꽉 맞대고서 몇 번이고 크게 숨을 들이켰다 내쉬었다를 반복했다.

“사랑해, 사랑하고 있어.”

오늘 따라 내 사랑을 갈구하는 서연이 누나다. 나는 마치 어린 아이를 다독여주듯이 누나의 몸을 부드럽게 쓸어주며 대답했다.

“저도 사랑해요.”

이리 대답한 나는 더 이상 참지 못 하고 누나를 침대 쪽으로 밀어붙였다. 그리고는 누나의 연한 보랏빛 팬티를 벗겨내려는 찰나, 띵동 하고 울리는 초인종 소리가 들려왔다. 이에 나는 고개를 들며 입을 열었다.

“받고 올게요. 먼저 옷 입고 계세요.”

“…….”

이런 내 말에 누나는 살짝 삐진 표정을 지어보였다. 이에 자그맣게 웃음을 터트린 나는 쪽 하고 입술을 맞추고는 몸을 일으켰다. 그러자 누나 또한 나를 따라 몸을 일으키며 입을 열었다.

“……사랑해, 유현아.”

이리 말하며 덥썩 내 손을 움켜쥐는 서연이 누나다. 아무래도 키스가 모자랐던 모양이었다. 이에 나는 허리를 꾸벅 숙여 누나의 입술에 입을 맞춰주며 대답해주었다.

“저도 사랑해요, 누나.”

“응.”

이처럼 속삭여주자, 그제야 누나의 표정에서 만족한 기색이 떠올랐다. 그것을 본 나는 마지막으로 한 번 더 입맞춤을 해주고는 서둘러 현관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그런 다음에 문을 열자, 피자를 들고 있는 배달원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이만 삼천 원입니다.”

여전히 가슴이 철렁철렁 내려앉을 만큼 비싼 값이었다. 혀를 내두른 나는 카드를 내밀어 계산을 한 뒤에 콜라와 피자를 들고서 현관문을 닫았다. 그런 다음에 거실로 들어서자, 나시티를 입고 있는 누나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얼마야?”

다짜고짜 얼마냐며 묻는 누나의 태도에 쓰게 웃음을 터트린 나는 피자와 콜라를 어깨 높이까지 들어 올리며 대답했다.

“제가 살게요. 가끔은 제가 사는 날도 있어야죠.”

“그래도…….”

“다음에 맛있는 거 사주세요.”

이리 말한 나는 내 앞까지 다가온 누나의 입술에 가볍게 입을 맞춰주고는 소파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그런 다음에 소파 위에 엉덩이를 깔고 앉자, 서연이 누나도 기다렸다는 듯이 내 옆에 찰싹 붙어서는 리모컨을 집어 들었다.

“뭐 보고 싶은 공포 영화 있어?”

“글쎄요? 따로 찾아본 적이 없어서…….”

이리 말하며 근처에 놓여있는 테이블을 끌어온 나는 그 위에 피자를 올려두었다. 그런 다음에 뚜껑을 열자, 모락모락 김을 내는 피자가 모습을 드러내었다. 그 모습을 보니, 군침이 절로 돌았다.

“이거 어때?”

불쑥 누나가 내 팔을 잡아당기며 말했다. 이에 고개를 들어보자, 한 눈에 척 보아도 무서워 보이는 영화 표지가 내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잠시 뒤, 3000원이라고 적혀있는 게 보였다. 그걸 보니 왜인지 모르게 돈이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참 이상한 일이었다.

영화관에서 영화를 볼 때는 돈이 아깝다는 생각이 조금도 안 드는데, 이렇게 집에서 영화를 사서 보려고 하면 이상하게도 자꾸만 돈이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혹시 나만 그런 건가?’

고개를 갸웃하던 나는 이윽고 스마트폰을 꺼내 들며 물었다.

“괜찮을 것 같은데……. 한번 검색해볼까요?”

이러한 내 물음에 누나가 고개를 가로저으며 곧바로 영화를 구매했다.

“보다가 재미없으면 다른 거 보자.”

아무래도 나만 그런 모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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