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매니저 어플-391화 (391/599)

<-- [마물 사냥꾼이 할 수 있는 것] -->

“스킬 상자 다섯 개에 장비 상자 두 개라…….”

보상이 후해서 그런지, 묘한 기대감이 스멀스멀 피어올랐다.

‘이번에도 유령 기사 세트가 나왔으면 좋겠는데…….’

오늘 출석 체크 보상으로 유령 기사의 중갑을 얻기는 했지만, 본디 사람 욕심이란 게 끝이 없는 법이었다. 나는 잠시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리다가 이윽고 엄지로 네를 눌러서 랜덤 스킬 상자와 랜덤 장비 상자를 각각 수령했다.

[축하합니다!]

[스킬 ‘트롤 소환’을 획득하셨습니다!]

[효과 : 트롤 1마리를 소환합니다.]

[강제로 역소환되었을 시, 6시간 뒤에 다시 소환 할 수 있습니다.]

[축하합니다!]

[스킬 ‘치유’을 획득하셨습니다!]

[효과 : 지정한 대상의 상처를 치유합니다.]

[1분마다 사용할 수 있습니다.]

[축하합니다!]

[스킬 ‘매력’을 획득하셨습니다!]

[효과 : 매력 수치가 10% 상승합니다.]

[현재 사용자는 ‘매력’과 중복되는 스킬을 보유하고 계십니다.]

[중복되는 스킬을 획득할 시에는 스킬 강화 혹은 정기 교환을 하실 수 있습니다. (단, 이 경우 정기 획득양이 절반으로 줄어듭니다.)]

[스킬 강화 / 정기 교환]

“이건 정기 교환을 할까?”

솔직히 말해서 매력 스킬을 얻고 나서 잘 생겨졌다는 이야기는 단 한 번도 듣지 못 했다. 물론 서연이 누나한테서 몸이 좋아진 것 같다는 말을 듣긴 했지만, 그게 매력 스킬의 영향이라 생각하기엔 여러모로 무리가 있었다.

오히려 체력 스킬의 영향으로 몸이 좋아졌다는 게 더 신빙성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확실히 영양가가 없는 스킬이긴 한데…….’

그래도 혹시라도 스킬 강화를 함으로서 뭔가 확 변하는 게 생길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물론 이게 빛 좋은 개살구가 될지도 모르는 일이었지만, 아무리 그렇다고 하더라도 잘 생겨지고 싶다는 욕망은 남녀노소 불문하고 누구나가 가지고 있는 공통적인 생각이었다.

‘그래, 정기 교환으로 절반의 정기를 돌려받을 바엔 차라리 강화를 시키자.’

이렇듯 결정을 내린 나는 곧장 스킬 강화를 선택했다. 그러자 화면에 표시되어 있는 매력 스킬이 몇 번 반짝반짝 빛을 내더니, 이윽고 강화 성공을 알리는 알림문구가 떠올랐다.

[축하합니다!]

[스킬 ‘매력’이 ‘매력(+1)’로 강화되었습니다!]

[효과 : 매력 수치가 20% 상승합니다.]

“화끈하게 늘어나네.”

기존의 두 배 수치인 20%로 늘어난 것을 확인한 나는 혹시라도 무언가 변한 게 없을까 싶어서 근처에 주차되어 있는 차 유리에 내 얼굴을 비추어보았다. 그러나 이모저모 살펴보아도 딱히 변했다 싶은 곳은 보이지 않았다.

‘그나마 코가 조금 변한 것 같긴 한데…….’

왼손으로 코끝을 잡고서 이전의 모습과 비교해보던 나는 이윽고 절래절래 고개를 가로저었다.

‘……이번에도 꽝이네.’

입맛이 썼다. 혀를 내두른 나는 다시금 몸을 돌려 은하네들과 만나기로 한 장소로 걸음을 옮기며 남은 랜덤 상자를 개봉했다.

[축하합니다!]

[스킬 ‘정화’을 획득하셨습니다!]

[효과 : 독 계열을 정화시키십니다.]

[10분마다 사용할 수 있습니다.]

[축하합니다!]

[스킬 ‘야수화(독수리)’을 획득하셨습니다!]

[효과 : 야수(독수리)로 변신합니다.]

“오…….”

이번에 나온 야수화 스킬을 확인한 나는 자그맣게 탄성을 터트렸다. 그도 그럴 것이 일찍이 나온 야수화 스킬인 곰으로 변하는 것보다 훨씬 더 쓸모가 있어 보였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독수리로 변할 수 있다는 건, 하늘을 마음껏 날 수 있다는 말과 똑같았다.

‘하늘을 날 수 있다라…….’

무척이나 매력적인 스킬이라고 볼 수 있었다. 물론 가장 처음에 나온 트롤 소환도 상당히 도움이 되는 스킬인 것은 맞았지만, 마지막으로 나온 야수화 스킬인 독수리도 내 마음에 쏙 드는 스킬이었다.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어보인 나는 이제 남은 랜덤 장비 상자를 개봉해보았다. 오늘 아침, 출석 체크 보상으로 유령 기사의 세트 중에 하나인 유령 기사의 중갑을 얻고 난 뒤라서 그런지 사뭇 기대가 되었다.

[축하합니다!]

[장비 ‘사슬 낫(N)’을 획득하셨습니다!]

[효과 : 공격 시, 10%의 확률로 대상의 몸을 구속합니다. 이때, 대상의 수준에 따라 구속 유지 시간이 정해집니다. (최소 0초 / 최대 5분)]]

[축하합니다.]

[장비 ‘은빛 장검(N)’을 획득하셨습니다!]

[효과 1 : 강타를 사용할 수 있습니다. (10초마다 사용할 수 있습니다.)]

[효과 2 : 공격 시, 10%의 확률로 대상에게 은빛 표식을 남깁니다. 이 때, 아군이 은빛 표식이 걸려있는 대상을 공격하면 치명타를 입힐 확률이 10% 증가합니다.]

[현재 사용자는 ‘은빛 장검(N)’과 중복되는 장비를 보유하고 계십니다.]

[중복되는 장비를 획득할 시에는 장비 강화 혹은 정기 교환을 하실 수 있습니다. (단, 이 경우 정기 획득양이 절반으로 줄어듭니다.)]

[장비 강화 / 정기 교환]

“…….”

랜덤 장비 상자에서 은빛 장검이 나온 순간 내 기대감이 와르르 무너져 내렸다.

이건 정말 해도 해도 너무하단 생각이 들었다. 솔직히 말해서 이 정도면 버그가 아닌가 싶을 정도였다. 검지로 애꿎은 스마트폰을 툭툭 두드리던 나는 이내 한숨을 푹 내쉬었다.

‘이걸 어쩌지?’

계륵도 이런 계륵이 따로 없었다. 장비를 강화시키자니 은빛 장검의 등급이 마음에 걸렸고, 그렇다고 정기 교환을 하자니 이대로 증발할 절반의 정기가 아까웠다. 물론 강화에 실패했을 때의 페널티가 없다면 아무런 고민도 없이 강화를 선택했겠지만 그건 또 아니었다.

여기서 강화에 실패하게 된다면 강화 1단계가 하락하게 되어버린다.

한동안 고민하던 나는 이내 장비 강화를 선택했다.

[주의. 5단계 강화부터는 일정한 확률로 강화에 실패할 수 있습니다.]

[주의. 강화에 실패할 경우 1단계 하락하게 됩니다.]

[스킬을 강화하시겠습니까?]

[네 / 아니요]

“그래, 여기서 실패하고 액땜하자.”

흔히들 재물템이라고 부르는데, 이건 자신이 정말로 강화시키고자 하는 아이템을 강화시키기 전에 높은 강화 단계를 가진 쓸모없는 아이템을 먼저 강화시켜서 재물로 받치는 것을 말한다. 물론 엄밀하게 말하자면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행동이었지만, 이 행동으로 플레이어가 정신적인 위안을 얻을 수 있으니 아주 쓸모없다고는 할 수 없었다.

실제로 재물템이라 불리는 강화 단계만 높은 쓸모없는 템을 먼저 강화로 돌려 실패한 뒤에 자신이 정말로 강화시키고자 하는 아이템의 강화에 성공한 사례가 적잖게 있었다.

‘여기서 실패한 다음에 등급 상승 아이템으로 칠흑의 지팡이의 등급을 상승시키자.’

물론 소현이한테는 미안한 이야기지만, 이런 좋은 기회를 이용하지 않는다면 좋은 게이머라고 볼 수 없었다. 게다가 강화에 실패한다고 해서 딱히 은빛 장검이 사라지거나 하는 것도 아니었다.

물론 검 자체에서 반짝반짝 빛이 나던 건 사라지게 되겠지만, 나중에 또 기회가 닿는다면 다시 반짝반짝 빛이 나게 될 날이 올 것이 틀림없었다. 아니면 다음에 랜덤 장비 상자를 뽑았을 때, 더 좋은 검이 나오던가 말이다.

“후.”

천천히 숨을 내쉰 나는 엄지로 네를 눌렀다. 그러자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금으로 만든 황금 망치가 화면에 나타나더니, 그대로 은빛 장검을 여러 차례 반복해서 두드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렇게 한참을 두드리자, 환한 빛과 함께 좌우에서 폭죽이 팡! 하고 터졌다.

[축하합니다!]

[장비 ‘은빛 장검(N)(+7)’이 ‘은빛 장검(N)(+8)’로 강화되었습니다!]

[효과 1 : 강타를 사용할 수 있습니다. (6초마다 사용할 수 있습니다.)]

[효과 2 : 공격 시, 50%의 확률로 대상에게 은빛 표식을 남깁니다. 이 때, 아군이 은빛 표식이 걸려있는 대상을 공격하면 치명타를 입힐 확률이 50% 증가합니다.]

“…….”

순간 깊은 빡침이 대뇌의 전두엽을 강타했다.

‘재물템이 성공하다니!’

이런 경우가 대체 어디에 있다는 말인가? 이브이가 부스터로 진화하는 것만큼이나 끔찍한 일이었다. 왜 하필 은빛 장검이 나와서 강화 8단계까지 단 한 번의 실패도 없이 성공한다는 말인가!

그 대단한 칠흑의 지팡이조차도 실패의 고배를 삼켰는데 말이다.

“망할.”

왼손으로 얼굴을 감싼 나는 아주 천천히 손을 내리며 스마트폰의 화면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몇 번을 보아도 은빛 장검의 강화 여부를 알리는 알림문구는 변함이 없었다. 심지어 강화 8단계라고 해서 반짝반짝 빛이 나고 있기까지 하고 있었다.

‘이래선 등급 상승 아이템을 쓰지도 못 하겠네.’

우거지상을 지어보이던 나는 이윽고 한숨을 탁 내뱉으며 스마트폰을 주머니 안에 집어넣었다.

“다음에 하자. 다음에.”

적어도 오늘은 아니었다. 아쉬움을 고이 접은 나는 서둘러 발걸음을 옮겨 공원 쪽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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