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매니저 어플-387화 (387/599)

<-- [마물 사냥꾼이 할 수 있는 것] -->

∴ ∵ ∴ ∵ ∴

“후…….”

자취방으로 돌아오니, 그제야 마음이 편안해졌다.

역시 옛말 중에 틀린 말은 하나도 없었다. 단언컨대 집 나가면 개고생이었다. 나는 재차, 삼차 선조들의 말씀을 새겨들으며 에나를 역소환했다. 그런 다음에 일본 방송을 연결해주고 있는 개인 인터넷 방송을 보니, 죽을상을 지어보이며 경호원들에게 끌려가는 열 네 명의 남성들과 그런 남성들을 싸늘하게 쳐다보고 있는 마물 사냥꾼들의 모습이 방송 화면에 비추어 보이고 있었다.

물론 아야세 공주 또한 아주 단단히 화가 난 표정으로 열 네 명의 남성들을 노려보고 있었다. 모르긴 몰라도 이번에 내가 마물 사냥꾼으로 임명한 열 네 명의 남성들은 꽤나 인상적인 대접을 받을 것이 틀림없었다.

혀를 내두른 나는 아침 겸 점심을 해결하기 위해서 찬장을 열어보았다. 그러자 짜장 라면 세 봉지가 눈에 들어왔다.

‘배고픈데 두 개 끓일까? 아니, 두 개 끓이면 양이 좀 많을 거 같은데…….’

잠시 하던 나는 문득 에나를 떠올렸다. 이번에 고생을 하기도 했으니, 함께 짜장 라면을 먹는 것도 나쁘지 않을 거란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지금 내가 입고 있는 로브와 가면도 에나에게 건네줘야 되고 말이다.

입가에 호선을 그려 넣은 나는 냄비에 물을 받은 뒤에 건더기 스프를 넣고 가스 불을 켰다. 그리고 이처럼 물이 끓기를 기다리는 동안 나는 상을 꺼내서 젖은 행주로 깨끗이 닦았다. 일단 에나와 함께 짜장 라면을 먹을 상이니, 최대한 청결한 상태를 갖출 필요가 있었다.

‘하는 김에 집 안도 정리해둘까?’

이리 생각한 나는 가면과 로브를 벗어 책상 위에 올려둔 뒤에 이부자리부터 시작해서 책상 위까지 깨끗이 정리했다. 그리고 혹시라도 방 안의 냄새가 이상할지도 몰랐기 때문에 창문을 열고 방향제까지 뿌렸다.

“음, 괜찮네.”

이처럼 간단히 청소를 끝마친 나는 보글보글 끓고 있는 냄비 물 안에 짜장 라면 세 봉지를 뜯어서 집어넣었다. 그런 다음에 면이 어느 정도 익자, 나는 한 국자 정도 되는 물만 남겨두고서 전부 버렸다.

그 후, 다시 가스레인지 위에 냄비를 올려둔 나는 그 위에 짜장 스프를 뿌리고 좀 더 끓였다. 이렇게 끓고 있는 동안에 스프를 비벼줘야지 좀 더 잘 양념이 베이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훨씬 더 따끈하게 먹을 수 있기도 하고 말이다.

“……그나저나 에나가 좋아하려나?”

젓가락으로 냄비 안에 들어있는 짜장 라면을 슥슥 비비는데, 불현듯 걱정이 들었다. 물론 자장면을 싫어하는 사람은 거의 드물기는 했지만, 아무리 그렇다고 하더라도 아주 없다고는 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잠시 고민하던 나는 이윽고 고개를 가로저었다.

이미 일은 저질렀고, 에나가 싫어한다면 다른 사람을 부르면 그만이었다.

‘운피레아, 아이린, 마틸다, 엘레노아……. 뭐, 사람은 많으니까.’

막말로 위층에 사는 은하를 불러도 되는 일이었다. 하지만 은하는…….

“무리겠지.”

그보다 이 시점에서 은하를 우리 집으로 불러서 자장면을 먹인다면 크게 오해를 살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그것이 은하에게든, 서연이 누나한테든 말이다. 어쩌면 오해를 산 나머지 서연이 누나한테 살해당할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아니, 살해까지는 아니더라도 어딘가에 감금당할지도 몰랐다.

“…….”

서연이 누나한테 감금당한다고 생각하니, 오소소 소름이 돋았다. 물론 누나한테 감금당한다면 여러 가지 의미에서 즐겁기는 하겠지만……. 사람으로 태어난 이상 자유를 갈망할 수밖에 없었다.

고개를 가로저은 나는 그릇 두 개를 꺼내서 짜장 라면을 먹기 좋게 담았다. 그런 다음에 젓가락을 챙긴 나는 아까 전에 펼쳐놓은 상 위에 올려놓았다. 그리고 짜장 라면과 함께 곁들어 먹을 김치도 꺼내놓았다.

‘냄새 좋네.’

짜장 특유의 냄새가 침샘을 자극했다. 꿀꺽, 군침을 삼킨 나는 천천히 입술을 열어 에나를 불렀다.

“에나 소환.”

이처럼 에나를 소환하자, 내 앞에 경건한 표정을 짓고 있은 그녀가 나타났다.

에나는 잠시 주변을 한번 둘러보더니, 이윽고 이곳이 내 자취방이란 것을 깨닫고는 살짝 표정을 풀었다. 그리고는 곧 책상 위에 올려져있는 가면과 로브 쪽으로 손을 뻗었다. 보아하니 내가 로브와 가면을 가져가라고 자신을 부른 것이라 생각한 모양이었다.

뭐, 아주 틀린 말은 아니었지만 지금은 그게 우선이 아니었다.

나는 재빨리 그녀의 손을 붙잡으며 입을 열었다.

“……그건 나중에 챙기고 지금은 자장면부터 먹죠.”

“자장면 말씀이십니까?”

“네.”

이리 말한 나는 그녀를 잡아끈 뒤에 상 앞에 앉았다. 그리고는 젓가락을 건네주며 입을 열었다.

“한번 먹어보세요. 아, 그러고 보니 젓가락 쥐는 법을 모르시겠군요. 음……. 포크로 바꿔드릴까요?”

“네? 아, 아닙니다! 괜찮습니다. 이걸 어떻게 쓰는 건지만 가르쳐 주신다면 바로 배우겠습니다.”

바로 배우겠다니? 실로 어마어마한 자신감이었다. 나는 감탄어린 시선으로 그녀를 바라보며 젓가락 잡는 방법을 알려주었다.

“이렇게 젓가락을 잡은 뒤에 검지와 중지로 움직여주면 됩니다. 이 때, 약지와 새끼손가락으로 아래 젓가락을 단단히 고정시켜주세요.”

이러한 내 설명에 에나는 곧바로 젓가락을 잡아서 움직여보았다. 하지만 좀처럼 잘 움직여지지가 않은 모양인지, 끙끙 앓는 소리를 내다가 이윽고 젓가락이 자기가 뜻하는 대로 움직이기 시작하자 활짝 웃으며 입을 열었다.

“됐습니다!”

에나가 날 보며 환하게 웃음을 터트린 순간, 나도 모르게 가슴을 살짝 움켜쥐고 말았다. 이건 정말로 예상지도 못한 기습이었다. 에나가 불시에 사파이어 폭격을 개시한 것이었다! 이건 해도 너무 하지 않는가? 예고도 없이 폭격이라니 말이다! 국제법의 의거해서 짜장 라면을 다 먹은 뒤에 에나에게 배상금을 요구해야 될 듯이 싶었다.

“잘 하셨습니다. 그럼 얼른 먹죠. 자장면은 식기 전에 먹어야 맛있으니까요.”

이리 말하며 젓가락으로 자장면을 뜨자, 에나가 작게 탄성을 터트리며 나를 따라 자장면을 잡았다.

“이게 자장면이라는 것입니까? 검은 게……. 음, 굉장히 특이한 음식 같습니다. 하지만 냄새는 굉장히 독특하군요.”

검은색이란 것에 약간 거부감이 드는 모양인지, 잠시 말끝을 늘리던 에나는 이내 킁킁 냄새를 맡았다. 정말이지, 이렇게 두고 보면 영락없이 개과였다.

쿡쿡, 웃음을 터트린 나는 자장면을 권하며 입을 열었다.

“일단 한 입 드셔보세요. 만약에 마음에 안 드신다면 다른 음식으로 드리겠습니다.”

“네? 아, 아닙니다! 유현 님께서 주신 음식이라면 무엇이라도 먹겠습니다!”

이리 소리쳐 말한 에나는 곧바로 자장면을 입 안에 밀어 넣은 뒤에 오물오물 씹기 시작했다. 그리고 잠시 뒤, 에나의 두 눈이 화등잔만 하게 떠졌다. 그녀는 도무지 믿기지 않는다는 듯이 어버버 거리다가 이윽고 후륵 소리를 내며 자장면을 먹고는 재차 소리쳤다.

“……괴, 굉장합니다! 이런 단맛이라니……! 이런 건……! 이런 건…….”

순간 에나의 눈에서 눈물방울이 이슬처럼 똑 떨어졌다.

“에, 에나 씨?”

그 모습에 당황한 내가 그녀를 부르자, 에나가 황급히 옷소매로 자기 눈물을 훔치며 고개를 푹 숙였다.

“죄, 죄송합니다. 저도 모르게 그만……. 이런 건……. 유현 님과 함께 있으면 항상 못 난 모습만 보여드리는 것 같아서……. 부끄럽습니다.”

“부끄럽다니요? 그렇지 않습니다. 아니, 그보다 입맛에 맞았다니 다행입니다.”

“입맛에 맞지 않을 리가 없습니다! 이건……. 이건 정말로 대단합니다. 맛있다는 말로는 부족합니다. 제가 정말로 이걸 먹어도 되는 건지, 걱정이 들 정도입니다.”

수줍게 말하는 에나의 모습이 눈이 부시도록 귀엽게 보였다. 또다시 시작된 사파이어 폭격이었다. 아니, 이건 해일이었다. 그녀의 푸른색 눈동자를 닮은 해일이 나를 사납게 덮치고 있었다.

나는 어떻게든 정신을 잃지 않기 위해서 애써 숨을 골랐다.

‘침착하자.’

여기서 정신을 잃었다간 밥이고 뭐고, 당장에 에나부터 덮치게 될 것이 틀림없었다. 그리고 그 뒤에 남는 것은 퉁퉁 불어버린 자장면뿐이었다. 차라리 에나를 덮칠 거라면 맛있게 자장면을 다 먹은 뒤에 덮치는 편이 좋았다.

“이런 건, 흔하니까 걱정 말고 드세요.”

“흐, 흔한 겁니까?”

또다시 에나가 동공 지진을 일으켰다.

“네, 흔합니다. 그러니까 편하게 드세요.”

“여, 여긴……. 정말로 축복받은 세계인 것 같습니다. 자동차라는 것도 그렇고, 비행기라는 것도……. 마치 신들의 세계인 것만 같습니다.”

확실히 에나에게 있어선 이곳이 신들의 세계인 것처럼 비추어보여질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일단 그녀는 중세 시대 정도의 과학 기술 밖에 가지지 못 한 이계에서 태어나고 자라왔으니 말이다.

하지만 이계에는 마법이란 것이 존재했기 때문에 오히려 내가 볼 때는 이계가 더욱 더 신들의 세계에 가까워보였다.

========== 작품 후기 ==========

김 유현 : 이, 이건...!

에나 : 이미 너의 주변 반경 20m! 너의 움직임도, 생각도 전부 다 내가 감지하고 있다! 넌 나의 귀여움으로부터 벗어날 수 없다!

김 유현 : 웃!

에나 : 받아랏! 유현! 반경 20m, 사파이어 스플래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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