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매니저 어플-384화 (384/599)

<-- [마물 사냥꾼이 할 수 있는 것] -->

“언니, 손!”

그 때, 예지가 앞으로 뛰쳐나가며 빽 소리를 질렀다. 그도 그럴 것이 유 지아의 손이 지난번과 마찬가지로 박살난 채로 새빨간 피를 뚝뚝 떨어트리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유 지아는 아무렇지도 않은 모양인지, 활짝 웃으며 새빨갛게 물든 손을 좌우로 흔들어 보이고 있었다.

“예지야, 얼른 와서 언니 손 좀 고쳐주라.”

누가 본다면 저 손이 유 지아의 손이 아닌 다른 사람의 손이라고 착각 할 지경이었다. 예지는 마치 자기가 다친 것처럼 아주 울상을 지어보이며 유 지아 곁으로 쪼르르 달려가더니, 이내 잔소리를 늘여놓으며 그녀의 손을 치료해주기 시작했다.

“제가 언니 때문에 정말 못 산다니까요! 제발 그것 좀 하지 마요. 네? 언니, 그러다가 죽어요!”

“알았어, 미안해. 다음에는 좀 자제할게.”

“자제가 아니라 아예 하지 마요! 다음엔 하지 마세요! 그러다 정말 죽는다고요!”

눈물까지 글썽이며 소리치는 예지의 행동에 지아는 ‘미안해.’라는 말만 반복했다. 아무리 호전적인 유 지아라고 할지라도, 자신을 걱정해주는 예지에게 무어라 타박을 줄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또 옵니다.”

그 때, 에나가 유현에게 다가와 말했다. 이에 그 주변에 있던 소현과 채원이가 움찔 몸을 떨며 사방을 둘러보았다. 유현도 잠시 주변을 쓱 둘러보더니, 곧 담담한 목소리로 말했다.

“이번엔 몇 마리입니까?”

“아홉입니다.”

“전부 다 왔군요.”

따로 찾아가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에 유현은 씩 웃었다. 물론 가면 아래에 감춰진 미소였기 때문에 그 누구도 그의 미소를 보진 못 했다. 반면에 전부 다 왔다는 소리에 소현은 마른침을 꿀꺽 삼키며 사방을 경계했다.

한편 예지에게서 치료를 다 받은 유 지아가 자기 손에 묻어있는 피를 치마에 대고 슥슥 문지르며 다가왔다.

“이번에도 내가 처리할게. 도움 따윈 필요 없어.”

이리 말한 유 지아는 어째서인지 에나를 쏘아보았다. 물론 그렇다고 에나에게 악감정을 품고 있다는 것은 아니었다. 그저 단지 호승심일 뿐이었다. 저 수호자를 뛰어넘고 싶다, 더 강해지고 싶다. 이런 순수한 호승심 말이다.

실제로 이런 호승심을 가진 유 지아였기 때문에 여성 복싱 선수로서 많은 기대를 받을 수가 있었다.

유현은 유 지아를 바라보며 흡족해하는 미소를 지어보이다가 이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알겠습니다. 다만 제가 생각할 때, 위험한 상황이라고 판단되면 돕겠습니다.”

“그거면 충분해.”

씩 웃음을 터트린 유 지아는 가볍게 몸을 풀며 고개를 좌우로 흔들었다. 더불어 이 소현을 비롯한 다른 마물 사냥꾼들 또한 슬슬 몸을 풀며 마물을 맞이할 준비를 했다. 그리고 그렇게 얼마간 시간이 흐르자, 에나가 유현의 옆에 서며 입을 열었다.

“옵니다.”

한 마디 툭 내뱉은 에나는 그대로 유현을 데리고 뒤쪽으로 물러났다. 그리고 그것과 동시에 건물 사이로 오크 족장을 비롯한 아홉 마리의 오크들이 모습을 드러내었다. 다들 하나 같이 커다란 덩치를 자랑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 중에서도 유독 오크 족장의 몸집이 커다랬다.

마치 오우거처럼 말이다.

“신비한 화살!”

“나무 넝쿨.”

그 때, 한 채원과 김 예지가 기다렸다는 듯이 마법을 사용했다. 처음부터 기선 제압을 해볼 요량인 듯이 싶었다. 그러자 오크 족장은 마치 우습다는 듯이 오른손을 휘저으며 간단히 신비한 화살을 쳐내고, 나무 넝쿨은 왼손을 잡아 뜯어내었다.

“엄청 쎈데?”

“이런…….”

그 모습에 유 지아는 뭐가 그리 즐거운 지 까르르 웃음을 터트렸고, 이 소현은 낭패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반면에 유현은 손에 잡혀있는 칠흑의 지팡이를 만지작거리며 생각에 빠졌다.

‘마물 사냥꾼은 칠흑의 지팡이의 효과를 받지 않는 건가?’

칠흑의 지팡이가 가지고 있는 효과 중에 하나인 소환물의 공격력, 방어력, 체력 상승효과가 제대로 발휘되지 않고 있었다.

물론 방금 전에 채원이와 혜진이가 쓴 건 물리력이 아닌 마법이었기 때문에 칠흑의 지팡이의 효과를 받지 않는 것일 수도 있겠지만, 앞서 유 지아가 오우거의 머리통을 박살내버릴 때 입었던 상처를 생각해 본다면 이전과 비슷했다.

결국 효과를 받지 않고 있다는 소리였다.

‘……마물 사냥꾼은 소환물이 아니라 이거군.’

이처럼 유현이 생각을 정리하고 있는 동안 이번에는 채원이가 화염구를 날렸다.

“이거나 먹어라!”

열풍을 동반한 화염구가 오크 족장을 향해 날아가자, 오크 족장 또한 크게 고함성을 내지르며 앞으로 내달렸다. 그것이 전투 개시를 알리는 하나의 신호탄이 되었다.

쾅!

“크워어어!!”

과연 오크답다고 해야 될까? 오크 족장은 한 채원이 날린 화염구를 무식하게 몸으로 막아낸 뒤에 오크 전사들에게 길을 열어주었다. 그리고 길을 따라 여덟 마리의 오크 전사들이 용감무쌍하게 달려들었다.

휘리리릭!!

그 때, 호루라기 소리가 사방에 울려 퍼졌다.

“덤벼!”

소현은 입에 물고 있던 호루라기를 툭 뱉으며 은빛 장검으로 방패를 두드렸다. 그러자 누구 한 명 딱 정하지 않고 맹목적으로 달려들던 오크 전사들이 일제히 시선을 모아 이 소현을 향해 달려들었다.

“취이이익!!”

성난 멧돼지마냥 달려드는 오크 전사들의 행동에 소현은 침착하게 뒤로 물러나며 방패로 시기적절하게 적의 공격을 막아내었다. 이전에는 무작정 그 자리에서 수비에 집중했다면 지금은 적의 공격을 피하며 최소한의 피해만 받고 있었다.

더욱이 뒤로 물러나면서 싸우는데도 발이 전혀 꼬이지 않고 있었다. 마치 한 편의 무협 영화를 보는 것만 같았다. 실제로 소현은 유 지아가 다니는 체육관을 꼬박꼬박 나가면서 복싱 스텝을 철저하게 익혔다. 그리고 지금 그 노력의 결과가 여실하게 나오고 있는 중이었다.

더욱이 지금 유현이 그녀를 직접 보고 있었다. 소현에게 있어서 이보다 더 떨리는 상황은 없었다.

‘날 봐주고 계셔!’

더더욱 잘 하고 싶다. 잘 보이고 싶다. 그런 욕심이 소현의 몸이 활력을 불어넣고 있었다. 그 때문인지, 여덟 마리의 오크에게 집중 공격을 받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소현은 별다른 어려움을 겪지 않고 있었다.

오히려 때때로 날카로운 반격을 하며 오크 전사들을 궁지로 몰아넣고 있었다.

특히나 발로 차서 오크를 넘어트리고, 방패로 적의 공격을 흘린 다음에 바로 반격하는 것은 거의 하나의 예술에 가까웠다. 만약에 소현이 중세 시대에 태어났다면 천재적인 여검사가 되지 않았을까 싶을 정도였다.

실제로 오크 여덟 마리와 전투를 벌이고 있는 소현의 모습에 몇몇 사람들이 잔 다르크의 환생이라며 연호를 하고 있었다.

그리고 이처럼 소현이 오크 전사들의 발을 붙잡고 있는 동안 유 지아는 오크 족장을 상대로 홀로 싸우고 있었다.

“취이익! 이 쥐새끼 같은 년!”

오크 족장이 주먹을 휘두를 때마다 거센 바람이 일어났지만, 유 지아가 신고 있는 바람을 달리는 부츠가 그 영향을 없애주고 있었다. 오히려 때때로 유 지아는 그 바람을 이용해서 더 빨리 오크 족장을 공격하기도 했다.

그 때문일까, 오크 족장의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올랐다.

“……취익! 취익! 내가 반드시 네 년의 내장을 끄집어내서 잘근잘근 씹어 먹어 주마!”

“지랄하고 자빠졌네!”

오크 족장의 도발에 유 지아도 이에 질 세라 맞받아치며 중지를 고이 내밀어주었다. 그리고는 곧 녀석의 숨통을 끊기 위해서 땅을 박찼다. 그러나 워낙에 오크 족장의 몸집이 컸기 때문에 목과 같은 급소에까지 손을 내밀 수가 없었다.

‘플라이만 쓸 수 있었어도!’

3시간이란 재사용 대기 시간이 너무나도 뼈아프게 다가오는 순간이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유 지아는 정신을 똑바로 차렸다. 만약에 여기서 조금이라도 자신이 수세에 몰리게 된다면 저 수호자라는 여자가 자신을 돕기 위해 나설 것이 틀림없었기 때문이었다.

‘……내 먹잇감을 빼앗길 거 같아?’

낼름 혀를 내밀어 마른 입술을 축인 유 지아는 마치 사냥감을 눈앞에 둔 암사자마냥 두 눈을 반짝였다.

‘나도 강해.’

그러다가 슬쩍 가면을 쓰고 있는 남성을 바라보았다. 유 지아는 한순간이었지만 결코 잊을 수가 없었다. 그가 에나라고 불린 수호자를 바라볼 때, 보였던 눈빛을 말이다.

그 다정한 눈빛이 너무나도 부러워서 견딜 수가 없었다.

미칠 것만 같았다.

‘……나도 충분히 강하다고!’

이를 까득 깨문 유 지아는 오크 족장의 공격을 피하며 한 채원을 향해 눈짓했다. 그러자 그 신호를 알아차린 채원이가 숨을 크게 들이켜며 오른손을 내밀었다.

“화염구!”

또다시 열풍을 동반한 불덩이가 모습을 드러내었다. 한 채원은 최대한 정신을 집중한 뒤에 오크 족장의 머리를 향해 화염구를 날렸다. 그러자 빠른 속도로 쏘아져 나간 화염구가 유 지아에게 집중하고 있던 오크 족장의 머리에 그대로 적중하며 펑! 하고 터졌다.

“크워어어어!!!”

순간 고통에 찬 고함성이 사방에 쩌렁쩌렁 울려 퍼졌다. 오크 족장은 어떻게든 자기 얼굴에 붙은 화염을 걷어내기 위해서 양 손을 휘저었다. 그러나 활활 타오르는 화염은 마치 오크 족장의 뼈까지 태워버릴 것처럼 쉽사리 꺼지지 않았다.

유 지아는 이때가 기회라는 것을 본능적으로 깨닫고는 그대로 주먹을 내밀어 오크 족장의 낭심을 때렸다. 아무리 녀석이 질린 피부를 지니고 있다고 하더라도 낭심만큼은 어찌할 수 없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 공격은 정확하게 들어 먹혔다.

“……크워어어억!!”

오크 족장의 몸이 허물어지더니, 이윽고 쿵! 소리와 함께 무릎을 꿇었다. 이에 유 지아는 재빨리 몸을 뒤로 뺀 뒤에 오크 족장의 등을 박차 위로 뛰어올랐다.

“하아압!”

힘찬 기합성과 함께 유 지아가 휘두른 주먹이 그대로 오크 족장의 정수리에 꽂혔다. 이 때, 얼마나 세게 때렸는지 쾅! 하고 흡사 철판을 내려친 것만 같은 소리가 쩌렁쩌렁하고 울려 퍼졌다.

“취! 췻! 취이이익!!”

오크 족장은 뭐가 그리도 아쉬운지, 부들부들 떨며 흰 거품을 물었다. 그러나 그건 유 지아가 알 바가 아니었다. 그녀는 짧게 숨을 몰아쉰 다음에 오크 족장의 숨통을 완전히 끊기 위해 다시금 주먹을 내질렀다.

콰직!

앞선 유 지아의 주먹을 막아냈던 오크 족장의 두개골은 두 번째 이어진 주먹에 결국 깨어지고 말았다. 검붉은 핏물이 사방에 튀기며 뼛조각이 튀었지만, 유 지아는 눈 하나 깜짝 하지 않고서 다시금 주먹을 내질러 녀석의 숨통을 완전히 끊어버렸다.

그 모습에 소현은 내심 환호성을 터트리며 남은 오크 전사 두 마리를 밀어붙여, 단숨에 정리했다. 그리고 이처럼 아홉 마리의 오크를 전부 정리하고 나자, 마물 사냥꾼들의 눈앞에 퀘스트 완료를 알리는 알림문구가 떠올랐다.

[축하합니다!]

[현계 퀘스트 ‘오크와 오우거의 습격!’을 완료했습니다!]

[공헌도를 확인합니다.]

[마물 사냥꾼 ‘한 채원’, 25% 공헌했습니다.]

[마물 사냥꾼 ‘유 지아’, 30% 공헌했습니다.]

[마물 사냥꾼 ‘김 예지’, 13% 공헌했습니다.]

[마물 사냥꾼 ‘이 소현’, 20% 공헌했습니다.]

[마물 사냥꾼 ‘신 혜진’, 12% 공헌했습니다.]

[노예 ‘에나’ 0% 공헌했습니다.]

[경험치 ‘1000’ 주어집니다.]

“하아…….”

이처럼 마물 사냥이 비로소 끝났다는 것을 깨달은 소현은 힘겹게 숨을 탁 내뱉으며 고개를 치켜들었다. 이건 다른 마물 사냥꾼들도 마찬가지였다. 다들 하나 같이 해냈다는 미소를 지어보이며 환하게 웃고 있었다.

물론 다들 은근하게 유현을 바라보는 것도 잊지 않았다.

마치 칭찬을 바라는 것처럼 말이다. 이에 유현은 잠시 마물 사냥꾼들을 돌아보다가 이윽고 입을 열어 말했다.

“다들 수고하셨습니다.”

이러한 유현의 말에 채원이 냉큼 그의 팔을 끌어안으며 입을 열었다.

“저 오늘 공헌도를 25%나 했어요!”

라고 말하며 대놓고 칭찬을 요구하는 채원이의 태도에 유현을 짧게 웃음을 터트리며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잘 하셨습니다, 한 채원 씨.”

“에헤헤!”

마치 아기 강아지처럼 배시시 웃음을 터트리며 유현이 머리를 쓰다듬어주는 대로 고개를 살랑살랑 흔드는 채원이다. 그리고 이런 소녀의 행동에 다른 마물 사냥꾼들은 영락없이 부럽다는 표정을 지어보이며 유현과 채원을 번갈아보았다.

그리고 이처럼 채원이는 칭찬해주고 있는 동안 유현은 잠시 고민에 빠졌다.

‘남은 시간 동안 뭘 하지?’

마물 사냥이 너무 빨리 끝나버린 탓에 공간 이동 반지의 재사용 대기 시간이 완전히 끝나지 않았다. 실제로 방금 전에 공간 이동 반지를 사용해보았지만, 재사용 대기 시간이 되지 않았다는 듯이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고 있었다.

‘……뭐, 어쩔 수 없나? 한동안 마물 사냥꾼들과 함께 다니는 수밖에.’

이리 생각하며 채원이의 머리에서 손을 떼어내는데, 돌연 저 멀리서 차량 여러 대가 도로를 따라 이쪽으로 달려오고 있는 게 보였다. 이에 유현을 비롯한 마물 사냥꾼들이 도로에서 물러나자, 이윽고 검은색 리무진 다섯 대가 도로에 섰다.

그리고 곧 리무진이 열리더니, 그곳에서 한 명의 여성이 내렸다.

“안녕하십니까, 마물 사냥꾼 여러분?”

고개를 살짝 숙이며 인사말을 건네는 여성의 태도에 이 소현이 깜짝 놀란 듯이 두 눈을 동그랗게 떴다. 반면에 다른 마물 사냥꾼들은 그녀를 모르는지 고개만 연신 갸웃거렸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유현은 마치 한국말처럼 유창하게 들리는 일본말에 깜짝 놀라고 말았다.

하지만 이런 이들의 속마음을 전혀 모르는 여성은 그저 생글생글 웃으며 자신을 소개할 뿐이었다.

“……저는 오카모토 일왕의 손녀인 아야세라고 합니다. 이렇게 만나 뵙게 되어서 영광입니다.”

========== 작품 후기 ==========

일본 공주가 정말로 저렇게 자신을 소개하는 지는 저도 잘 모릅니다.

단지 독자님들 이해하시기 편하라고 저렇게 소개한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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