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매니저 어플-383화 (383/599)

<-- [마물 사냥꾼이 할 수 있는 것] -->

이처럼 두 사람이 유현을 반기자, 뒤에 있던 채원이와 예지가 엉엉 우는 소리를 내며 그의 허리를 꽉 부여잡았다. 그 모습이 꼭 왜 이렇게 늦게 왔냐며 아빠한테 투정을 부리는 어린 아이들 같았다. 이에 유현은 쓰게 웃음을 터트리며 두 소녀의 머리를 한 번씩 쓰다듬어주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지금 이 순간에도 수십 마리의 오크들이 살기등등하게 뛰어오고 있단 것을 깨달은 그는 오른손을 앞으로 내밀며 입을 열었다.

“칠흑의 지팡이 소환.”

그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검게 칠해진 지팡이 하나가 모습을 드러내었다.

유현은 칠흑의 지팡이를 손에 꽉 쥐고는 오크들을 향해 그 끝을 겨누었다.

“……어둠의 화살.”

이처럼 그가 주문을 외운 순간, 새까만 화살이 빠르게 쏘아져 나가더니 선두에 서서 달려오던 오크의 머리통을 그대로 박살냈다. 하지만 그가 소환한 어둠의 화살은 오크 하나를 죽인 것만으로는 도저히 성에 차지 않는다는 듯이 뒤이어 달려오던 오크 서너 마리를 꿰뚫어버리고는 커다란 폭발을 일으키며 일대에 있던 오크들을 집어삼켰다.

“뭐, 뭐야…….”

“세상에…….

그 광경에 이 소현을 비롯한 마물 사냥꾼들이 바보처럼 입만 벌렸다. 단 한 번의 마법으로 오크를 열 마리 이상 처리한 것이었다.

하지만 이들이 놀라기엔 아직 일렀다.

유현은 남은 오크들을 처리하기 위해서 에나를 불러내었다. 그러자 은발의 여기사가 느닷없이 나타났다. 이 사실에 마물 사냥꾼들이 놀라긴 했지만, 살아남은 오크들에 비할 것은 아니었다.

그도 그럴 것이 갑작스레 나타난 여기사가 대뜸 오크 전사들의 팔다리를 하나씩 부러트리기 시작했기 때문이었다. 그것도 주먹질로 말이다. 오크들에게 있어선 그야말로 끔찍한 악몽이라 할 수 있었다.

퍽퍽!

“취이이익!!”

“취익! 취익!”

차라리 아무것도 모른 채, 방금 전의 마법으로 몰살당하는 게 나을 지경이었다.

“…….”

마물 사냥꾼들은 뼈도 못 추리고 쓰러져 가는 오크들의 모습에 그만 넋을 빼고 말았다.

이건 차이가 나도 너무 많이 났다.

자신들은 다섯 명이서 서로 힙을 합쳐야지만 오크 열 마리를 겨우 상대하는데, 눈앞의 수호자는 혼자서 오크 스무 마리를 어린 아이 다루듯이 농락하고 있었다. 아니, 스무 마리가 무슨 의미가 있을까? 저토록 강하다면 오크가 떼거리도 달려든다고 하더라도 문제가 없을 것 같았다.

“다들 어디 다친 곳은 없습니까?”

그 때, 유현이 칠흑의 지팡이로 콘크리트 바닥을 치며 말했다. 이에 정신을 차린 마물 사냥꾼들이 그제야 하나둘씩 그를 쳐다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애당초 전투를 치루기도 전에 유현이 온 것이었기 때문에 다친 사람이 있을 리가 없었다.

유현은 그 사실을 확인하고는 팔다리, 한 군데씩 부러진 채로 콘크리트 바닥에 너부러져 있는 오크들을 지팡이로 가리켜며 입을 열었다.

“……자, 그럼 마무리 지으세요.”

“네?”

순간 유현의 허리를 꽉 끌어안고 있던 예지가 두 눈을 화등잔만 하게 뜨며 물었다. 이건 채원이도 마찬가지였다. 반면에 막타의 개념을 알고 있는 이 소현과 신 혜진은 납득한 표정을 지어보이며 고개를 끄덕였다.

“막타 챙기란 거군요.”

소현의 말에 유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반면에 막타가 뭔지 잘 모르는 예지와 채원이 그리고 유 지아는 여전히 이해할 수 없단 표정을 지어보이며 유현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궁금증을 참다 못 한 유 지아가 소현의 팔을 툭 치며 물었다.

“막타가 뭔데?”

“다 죽어가는 몬스터를 죽여서 경험치를 챙기란 거예요.”

“뭐?”

순간 유 지아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그녀는 소현과 유현 그리고 콘크리트 바닥에 너부러진 채로 신음하고 있는 오크들을 차례차례 번갈아보며 말을 이었다.

“……그건 비겁하잖아.”

“네?”

이번엔 이 소현의 표정이 오묘하게 변했다. 설마하니 막타를 비겁하다고 말할 줄은 몰랐었기 때문이었다.

물론 엄밀히 따져본다면 저항 불가한 적을 마지막으로 처치해서 경험치를 얻는 것이기 때문에 비겁하다고 할 수도 있었다. 더군다나 지금과 같이 수호자가 처리해 놓은 것은 주워 먹는 상황이라면 더더욱 그런 면이 없잖아 있었다.

하지만 흔히들 쩔이라고 부르는 건, 모든 게임에서 흔하게 일어나는 일이었다.

하물며 이건 생존을 위한 싸움이었다.

자신들이 이걸 가지고 가릴 처지는 아니었다. 오히려 수호자에게 고맙다고 절이라도 해야 될 입장이었다.

“됐어, 난 안 해. 관심 없어.”

이처럼 유 지아가 단호하게 나오자, 소현의 입장이 난처해졌다. 그녀는 혹시라도 유현이 화를 내지는 않을까 싶어서 슬쩍 쳐다보았다. 그러나 가면을 쓴 그의 얼굴을 그녀가 직접 확인해볼 수 있을 리가 없었다.

투시 같은 능력이 있지 않는 한 말이다.

결국 소현은 재차 지아를 설득하기 위해서 손을 뻗었다. 하지만 그녀가 말을 꺼내기도 전에 유현이 먼저 입을 열었다.

“마무리 짓기 싫으신 분은 안 하셔도 됩니다. 어차피 누가 경험치를 먹든 간에 강해지는 건 매한가지니까요.”

유현은 전부 다 이해한다는 목소리로 말했다. 솔직히 말해서 그 또한 쩔이란 개념을 무척이나 싫어했다. 애당초 RPG 게임이란 건, 유저가 게임 속 캐릭터들을 연기하며 즐기는 역할 수행게임을 뜻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만약 여기서 쩔을 받게 된다면 어떻게 되겠는가?

자신이 지금 무슨 퀘스트를 하고 있는 줄도 모른 채 정신없이 게임을 하게 되어버린다.

그럼 대체 무슨 재미로 게임을 한다는 말인가? 더욱이 캐릭터에 대한 애착도 함께 사라져버린다.

물론 지금 이 상황을 RPG 게임에 비유하는 것은 무척이나 부적절했다. 일단 생존에 관한 일이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유현이 공간 이동 반지를 손에 넣고 있는 이상 마물 사냥꾼들이 죽는 일은 결코 없었다.

막말로 마물이 나타날 때마다 에나를 마물 사냥꾼들에게 붙여주고 가면 그만이었으니 말이다.

다만 이렇게 되면 마물 사냥꾼이 강해져야 될 이유가 없어지게 되어버린다. 하지만 본디 세상일이란 게 어떻게 될지 모르는 것이었다. 어느 날 갑자기 공간 이동 반지가 봉인된다거나 에나를 불러올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할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그러니 그 때를 대비해서 마물 사냥꾼들을 어느 정도 강하게 만들어줄 필요가 있었다.

“……그럼 더 포기하실 분이 계십니까?”

유현이 남은 마물 사냥꾼들을 돌아보며 묻자, 예지와 채원이가 슬그머니 손을 들어올렸다.

“저, 저요.”

“저도 포기할게요.”

이처럼 두 사람이 포기하고 나자, 남은 사람이 이 소현과 신 혜진으로 압축되었다.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라고 할 수 있었다. 두 사람 다 게임을 즐겨했고, 막타라는 개념에 익숙한 상태였으니 말이다.

“그럼 마무리 짓고 올게요. 가자, 혜진아.”

“네, 언니.”

소현은 혜진을 데리고 콘크리트 바닥에 너부러져 있는 오크들 쪽으로 다가갔다. 그리고는 번갈아가며 한 마리씩 마무리를 지었다. 그리고 이렇게 전부 마무리를 짓고 나자, 마물 사냥꾼들의 눈앞에 새로운 알림문구가 떠올랐다.

[축하합니다!]

[현계 퀘스트 ‘오크 부대의 출현!’을 완료했습니다!]

[공헌도를 확인합니다.]

[마물 사냥꾼 ‘한 채원’, 0% 공헌했습니다.]

[마물 사냥꾼 ‘유 지아’, 0% 공헌했습니다.]

[마물 사냥꾼 ‘김 예지’, 0% 공헌했습니다.]

[마물 사냥꾼 ‘이 소현’, 40% 공헌했습니다.]

[마물 사냥꾼 ‘신 혜진’, 30% 공헌했습니다.]

[노예 ‘에나’ 30% 공헌했습니다.]

[경험치 ‘1200’ 주어집니다.]

“아!”

퀘스트 완료를 알리는 알림문구를 확인한 이 소현이 감탄성을 터트리자, 유현이 그녀를 바라보며 물었다.

“왜 그러십니까?”

“아, 방금……. 퀘스트가 끝나서요.”

“그렇습니까? 경험치는 어떻게 됐습니까?”

스마트폰을 꺼내서 직접 확인해볼 수도 있었지만, 유현은 혹시라도 스마트폰을 꺼냈다가 서연이 누나한테 덜미를 잡히지는 않을까 걱정되어서 소현에게 이리 물었다. 그리고 이런 그의 물음에 소현은 얼른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천이백 들어왔어요.”

경험치의 양이 평소보다 많은 걸 보아하니, 거의 독식하다시피 해서 경험치를 획득한 모양이었다. 만족한 미소를 지어보인 유현은 신 혜진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녀의 경험치 양도 확인해보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그가 무어라 말을 꺼내기도 전에 건물 사이로 거대한 몸집을 가진 오우거 한 마리가 불쑥 튀어나왔다.

“크워어어어!!”

성난 포효성이 쩌렁쩌렁 울려 퍼지는 순간 마물 사냥꾼들의 어깨가 절로 움츠러들었다. 그러나 에나는 별다른 감흥이 없는 모양인지, 피 묻은 손을 허공에 털며 오우거 쪽으로 몸을 돌렸다. 앞선 오크들과 마찬가지로 오우거의 팔다리를 으깨어버릴 생각에서였다.

그 모습을 본 유 지아가 크게 소리치며 뛰쳐나갔다.

“넌 그냥 보고 있어!”

이리 소리친 유 지아가 오우거를 향해 뛰어들자, 오우거 또한 진득한 침을 뚝뚝 흘리며 위협적으로 달려들었다. 그 광경에 다른 사람이었다면 겁에 질리거나 뒤도 안 돌아보고 도망쳤겠지만, 유 지아는 오히려 호승심이 일어난다는 듯이 오우거의 주먹을 피하는 동시에 놈의 다리를 날렵한 단검으로 베었다.

그리고 그것과 동시에 유현의 허리를 꼭 붙잡고 있던 채원이가 그대로 몸을 일으키더니, 마도서를 들고서 주문을 외웠다.

“화염구!”

순간 뜨거운 열풍이 사방을 휘감았다. 하지만 한 채원은 하나도 뜨겁지 않다는 듯이 호기롭게 웃어 보이더니, 이윽고 손짓하며 거대한 화염구를 오우거의 머리를 향해 정확하게 날렸다. 그러자 빠른 속도로 쏘아져 나간 화염구가 오우거의 안면에 적중하는 것과 동시에 커다란 폭발을 일으켰다.

콰앙!

“크워어어!!”

화염에 휩싸인 오우거가 고통에 찬 신음성을 터트리자, 유 지아가 ‘잘 했어, 채원아!’라고 소리치고는 그대로 오우거의 복부에 주먹을 꽂았다. 그러자 3미터가 넘는 거구를 자랑하는 오우거가 쿵 소리를 내며 무릎을 꿇었다.

그러나 단지 충격에 무릎을 꿇었을 뿐, 오우거의 숨통을 끊어지지 않은 상태였다. 이에 유 지아는 요정의 날개옷의 효과 중 하나인 플라이를 사용해서 하늘 높이 날아올랐다. 그리고는 마치 보란 듯이 오른손을 치켜들더니, 이윽고 주먹을 꽉 쥐며 낙하했다.

콰직!

섬짓한 소리와 동시에 유 지아의 주먹이 오우거의 머리통을 정확히 으깨어버렸다. 또다시 예의 무식한 공격을 감행한 것이었다. 그러나 본인은 무척이나 만족한 듯이 점차 가루가 되어 사라지는 오우거를 발로 툭 차며 에나를 향해 씩 웃어보였다.

마치 쩔 따위는 필요 없다는 듯이 말이다.

========== 작품 후기 ==========

유 지아 (실버) : 내가 이렇게 cs를 잘 먹어!

에나 (챌린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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