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매니저 어플-377화 (377/599)

<-- [마물 사냥꾼이 할 수 있는 것] -->

차분히 숨을 몰아쉰 나는 방금 전, 책상 위에 올려두었던 마정석 파편을 살펴보았다. 그러자 열다섯 개의 마정석 파편 중에 다섯 개가 사라져 있는 게 보였다. 그걸 보니 상납으로 마정석 파편이 지불된 모양이었다. 여전히 철저한 매니저 어플이었다. 혀를 내두른 나는 남은 마정석 파편과 정기의 양을 확인한 뒤에 다다음달 상납을 진행했다.

[현재 사용자는 상납에 필요한 마정석 파편을 모두 모은 상태입니다. 그러므로 상납 기한을 해제합니다.]

[현재 사용자의 레벨은 9입니다.]

[다다음 달 사용자가 상납하셔야 되는 정기의 양은 1800입니다. (0/1800)]

[다다음 달 사용자가 상납하셔야 되는 마정석 파편의 수는 9개입니다. (10/9)]

상납해야 될 정기의 양과 마정석 파편의 수에 이상이 없음을 확인한 나는 다다음 달 상납에 필요한 정기 1800을 지불했다.

[상납의 조건을 맞추었습니다.]

[현재 사용자의 레벨은 9입니다.]

[다다음 달 사용자가 상납하셔야 되는 정기의 양은 1800입니다. (1800/1800)]

[다다음 달 사용자가 상납하셔야 되는 마정석 파편의 수는 9개입니다. (10/9)]

[상납하시겠습니까?]

[네 / 아니요]

상납을 진행할 거냐고 묻는 알림문구에 나는 엄지로 네를 눌렀다. 그러자 곧 화면에 새로운 알림문구가 떠오르며 다다음 달 상납이 완료되었음을 알려주었다.

[축하합니다!]

[다다음 달 상납이 완료되었습니다.]

[상납 보상으로 사용자에게 경험치가 주어집니다.]

[경험치 1800을 획득했습니다.]

[레벨이 상승했습니다.]

[남은 경험치가 다음 레벨에 필요한 정기의 양에서 차감됩니다.]

[축하합니다!]

[사용자의 레벨이 9에서 10으로 상승했습니다.]

[인챈트 상점 항목이 해금되었습니다!]

[조합 상점 항목이 해금되었습니다!]

“음…….”

인챈트 상점과 조합 상점 항목이 해금된 것은 분명 반길만한 일었지만, 지금으로서는 그다지 반가운 소식이 아니었다. 아쉬운 마음에 한참동안 스마트폰 화면을 바라보던 나는 이윽고 엄지로 확인을 눌렀다.

[축하합니다!]

[사용자 레벨이 10에 도달했습니다!]

[보상으로 아이템 정기 2배 수급(100시간)이 주어집니다.]

[보상으로 장비 노예의 목걸이가 주어집니다.]

[보상으로 아이템 등급 상승(인물)이 주어집니다.]

[보상으로 아이템 등급 상승(장비)가 주어집니다.]

[보상으로 랜덤 고급 장비 상자가 주어집니다.]

[위의 보상을 수령하시겠습니까?]

[네 / 아니요]

“응?”

이처럼 아쉬워하는 것도 잠시 화면에 새로운 알림문구가 떠올랐다. 그것도 엄청난 보상으로 한가득한 알림문구가 말이다. 특히나 이 중에는 내가 일전에 써본 아이템이 있었다.

‘등급 상승……!’

에나의 등급을 희귀에서 영웅 등급으로 만들어주었던 아이템이었다. 그런데 이게 여기서 나오다니……! 물론 지금 당장엔 쓸모가 없기는 했지만, 바로 그 아래에 있는 아이템 등급 상승은 여러모로 쓸모가 많았다.

단순하게 마물 사냥꾼들이 가지고 있는 장비 중에 하나를 희귀에서 영웅 등급으로 만들어주는 것도 가능했다.

“이걸로 은빛 장검의 등급을 올려준다면…….”

안 그래도 일반 등급인 주제에 강화 단계가 무려 7단계에 달하는 계륵덩어리였다. 그런데 여기서 일반 등급에서 희귀 등급으로 상승시켜준다면? 계륵 덩어리에서 복덩어리로 변할 것이 틀림없었다. 물론 희귀 등급의 장비를 영웅 등급으로 올려주는 게 더 이득일지도 몰랐다. 하지만 원래 강화라는 게, 무식할 정도로 높으면 기존의 등급도 무시하는 법이었다.

‘아니면 아예 칠흑의 지팡이의 등급을 상승시켜서 마물 사냥꾼에게 빌려준다던가.’

나쁘지 않은 방법이긴 했지만 스켈레톤을 부리는 모습이 자칫 악당으로 비추어질지도 모르는 일이었기에 삼가는 편이 좋았다. 예로부터 흑마법사는 악의 축이었으니 말이다. 검지로 스마트폰의 뒷면을 툭툭 치던 나는 이윽고 보상 수령을 선택했다.

일단 고민하기에 앞서 랜덤 고급 장비 상자를 확인해보기 위해서였다.

‘……랜덤 고급 장비 상자니까, 뭔가 좋을 걸 주겠지.’

최소한 희귀 등급의 장비가 나와 줄 것이 틀림없었다. 나는 쿵쿵 거세게 뛰는 심장을 가라앉히며 랜덤 고급 장비 상자가 열리는 과정을 지켜보았다. 그리고 이윽고 상자가 열리는 것과 동시에 환한 빛무리가 쏟아져 나왔다.

[축하합니다!]

[장비 ‘공간 이동 반지(B)’를 획득하셨습니다!]

[효과 1 : 사용자가 기억하고 있는 대상의 곁으로 안전하게 이동합니다. (1시간마다 사용할 수 있습니다.)]

[효과 2 : 사용자가 기억하고 있는 장소로 안전하게 이동합니다. (1시간마다 사용할 수 있습니다.)]

“헉……!”

랜덤 고급 장비 상자에서 나온 물건을 확인한 순간 나도 모르게 헛숨을 들이켜고 말았다. 이건 대박이란 말로는 부족했다. 딱 내가 원하던 그런 물건이었다. 공간 이동 반지! 에나를 도쿄의 청수사로 보낼 방법이 생긴 것이었다. 더욱이 마침 에나는 마물 사냥꾼들과 마주친 적이 있었다.

기억에서 잊었을 리가 만무했다. 설혹 잊었다고 하더라도 방송을 통해 비추어진 마물 사냥꾼들의 모습을 보여주면 그만이었다.

‘끝났네.’

머릿속이 시원하게 뻥 하고 뚫리는 기분이 들었다. 기분 좋게 웃음을 터트린 나는 그제야 소파 등받이에 등을 편히 기댔다.

“이제 엘레노아만 부르면 끝이네.”

마물 사냥꾼들을 강화시켜줄 필요도 없었다. 단순히 에나에게 공간 이동 반지를 주어서 마물 사냥꾼들 곁으로 보내주면 그만이었으니 말이다. 나는 화면에 표시되어 있는 공간 이동 반지를 살펴보다가 이윽고 이번에 얻은 노예의 목걸이도 확인해보았다.

[축하합니다!]

[장비 ‘노예의 목걸이(R)’를 획득하셨습니다!]

[효과 : 대상을 노예로 만듭니다. 노예가 된 대상에게 강제력을 행사할 수 있습니다. 단, 위의 장비보다 높은 등급의 대상에게는 적용되지 않습니다.]

‘음…….’

간단히 말해서 희귀 등급 이상인 사람에게는 통하지 않는다는 소리였다. 예를 들어 영웅 등급의 에나가 있었다. 물론 에나는 지금 내 노예이긴 하지만 만약 그녀가 내 노예가 아니었다면 이 목걸이로 그녀를 강제할 수 없다는 소리였다.

“좋으면서도 안 좋네.”

포켓몬스터로 따지자면 몬스터볼보다 조금 더 좋은 슈퍼볼 정도 되지 않을까 싶다. 호기심이 동한 나는 노예의 목걸이를 소환해보았다. 그러자 내 손바닥 위에 은으로 된 목걸이가 나타났다.

“……오.”

노예의 목걸이라기에 마냥 거칠고 투박하게 생겼을 줄로만 알았는데, 의외로 화려한 모양새를 취하고 있었다. 특히나 목걸이 한가운데에 달려있는 다이아몬드는 한눈에 보아도 무척이나 값비싸보였다.

‘이거 악용할 수 있을지도?’

막말로 선물이랍시고 이 목걸이는 건네준다면, 그 사람은 꼼짝없이 내 노예가 되는 것이었다. 물론 목걸이를 목에 걸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기본적으로 목걸이나 반지 같은 선물은 그 자리에서 착용해보는 법이었다.

혹은 내가 채워주거나 말이다.

“만약에 이걸 유명 연예인에게 주면…….”

순간 오소소 소름이 돋았다. 물론 그 유명 연예인이 내 선물을 꼭 받아줄 거란 보장은 그 어디에도 없었지만, 가능성만 따지고 본다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었다. 꿀꺽, 군침을 삼킨 나는 노예의 목걸이로 할 수 있는 것들을 생각해보았다.

‘그런데 이게 남자한테도 통할까?’

만약에 가능하다면 하폰의 국왕을 내 노예로 만드는 것도 가능했다. 이 때, 국왕의 등급이 희귀 이하여야겠지만 국왕이 영웅 등급일 거란 생각은 전혀 들지 않았다. 일단 겉보기에는 일반 혹은 희귀 정도로 밖에는 보이지 않았으니 말이다.

“주인님.”

그 때, 등 뒤에서 운피레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동시에 그녀의 손에 들려있는 찻잔이 내 눈에 들어왔다. 이에 나는 노예의 목걸이를 역소환한 뒤에 찻잔을 건네받았다.

“아, 감사합니다.”

이리 말한 뒤에 한 모금 후룩 마시자, 뜨거운 열기가 식도를 통해 온 몸으로 퍼져나가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더불어 기분도 살짝 들떴다. 확실히 골치 아픈 문제가 해결되고 나니 마음이 편했다. 조용히 미소 지어보인 나는 느긋하게 차를 마시고는 빈 찻잔을 운피레아에게 건네주었다.

“……잘 마셨습니다. 다음에도 또 부탁드려도 괜찮겠습니까?”

“얼마든지 말씀해주세요.”

활짝 피어나고 있는 꽃처럼 환하게 웃음을 터트리며 대답한 운피레아는 두 손으로 공손히 빈 찻잔을 건네받았다. 그 모습이 마치 정숙한 여인을 보는 것만 같았다. 더불어 그런 그녀를 엉망진창으로 만들어버리고 싶단 못된 생각이 들었다. 정말이지, 나란 인간은 속이 새까맣다 못 해 구멍이 뻥 뚫려있는 모양이었다.

쓰게 웃음을 터트린 나는 운피레아에게 살짝 입술을 맞춰주고는 책상 위에 올려져있는 마정석 파편 한 개를 챙겨들었다.

========== 작품 후기 ==========

노예의 목걸이!!

당연히 더 높은 등급도 있습니다.

김 유현 : 드래곤, 넌 내 꺼야!

드래곤 : 우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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