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매니저 어플-348화 (348/5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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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눈을 마주친 순간 성녀의 입술 사이로 짧은 외마디가 흘러나왔다. 더불어 양 볼이 새빨갛게 물들어 가는 것이 보였다. 아니, 이것은 비단 양 볼 뿐만이 아니었다. 투명할 정도로 새하얗던 피부도 어느덧 선홍빛으로 물들어가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니, 지금 당장에 성녀를 자빠트려 범하고 싶다는 욕망이 무럭무럭 피어올랐다.

안 된다고 소리치는 그녀를 제압하고서 처녀성을 강제로 빼앗는 것이다. 분명히 성녀는 울며불며 소리치며 이러면 안 된다고 소리칠 것이다. 하물며 그녀는 지금 나를 완전히 믿고 있었다. 그렇기에 이처럼 선뜻 옷을 벗은 것이고 말이다.

그런데 여기서 내가 그녀를 강제로 범한다? 이루 말할 수 없는 배신감을 느낄 것이 틀림없었다. 어쩌면 성녀는 이 상황에 비관한 나머지 자살하려 할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신에게 버림받고, 믿었던 사람에게까지 버림받는 것이다.

이 얼마나 비극적인 삶이라는 말인가?

그런 삶을 성녀에게 선물해주고 싶단 못된 생각이 물씬 들었다. 그러나 나는 고개를 살짝 가로젓는 것으로 고이 접어두었다.

‘그런 비극은 영화로 충분하지.’

내 삶에선 되도록 보고 싶지 않은 장면이었다. 그것이 나에게든, 내 주변에 있는 사람에게든 말이다. 천천히 숨을 고른 나는 성녀 쪽으로 발걸음을 옮기며 입을 열었다.

“순간 여신께서 현신하신 줄 알고 깜짝 놀랐습니다.”

이런 내 칭찬에 성녀는 어쩔 줄 몰라해하며 오른손으로 왼팔을 감싸 안았다. 그리고 그것과 동시에 오른팔에 짓눌린 가슴이 터질 것처럼 부풀어 오르며 미약하게 흔들렸다. 혹여 저러다가 펑 하고 터지는 건 아닐까 싶을 정도였다.

“여, 여신이라니요……! 그렇지 않습니다. 그저 부끄러운 몸일 뿐입니다.”

그 때, 성녀가 수줍음 가득한 목소리로 말했다. 여전히 자기 비하가 심각한 성녀였다. 이 얼마나 안타까운 상황이란 말인가? 솔직히 말해서 성녀는 가슴 빼고 모든 게 완벽한 상황이었다. 아니, 사실 내 관점에서만 완벽하지 않다 뿐이지 기실 현실로 가게 된다면 성녀는 할리우드 스타 못지않은 인기를 누릴 것이 틀림없었다.

“부끄러운 몸이라니요? 만약에 성녀님의 몸이 부끄러운 몸이라면 이 세상의 모든 여성은 자신의 몸을 꽁꽁 숨기고 다녀야 될 겁니다.”

이리 말한 나는 한 걸음 더 내딛어, 성녀 쪽으로 다가갔다. 그러자 오른팔에 짓눌려 있는 커다란 가슴이 한층 더 크게 보였다. 의복을 벗기 전에는 그 크기가 막연하게 크다고만 생각했는데, 막상 벗은 모습을 보니 성녀의 가슴은 상상 이상으로 컸다.

‘다들 넋을 잃을 만도 하네.’

이건 도저히 항거할 수 없는 마력을 지니고 있었다. 요사스런 가슴이었다. 그래, 이건 마구니였다. 색음, 수음, 상음, 행음, 식음 다섯 개의 마구니 중에서도 이건 가장 악질이라 불리는 색음의 마구니였다. 당장 내쫓아야되었다. 나는 색음의 마구니에게 현혹되지 않기 위해서 서둘러 시선을 아래로 내렸다.

그러자 잘록한 허리 아래에 자리 잡고 있는 볼록한 골반과 적당히 살집이 있는 허벅지가 내 눈에 들어왔다. 하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아름다운 것은 역시나 얼룩 하나 없이 깨끗한 순색의 팬티라고 할 수 있었다.

꿀꺽, 마른침을 삼킨 나는 당장에 손을 뻗어, 저 허벅지와 엉덩이를 꽉 움켜쥐는 상상을 해보았다. 분명 모르긴 몰라도 엄청나게 기분이 좋을 것이 틀림없었다. 나는 근질거리는 손을 꽉 움켜쥐며 입을 열었다.

“벌써부터 욕정이 치미는 것 같군요. 성녀님, 어떻습니까? 지금 제 속마음이 들리십니까?”

“네? 아……. 아뇨, 아무것도 안 들려요.”

내 물음에 성녀는 살짝 고개를 가로저으며 몸을 움츠렸다. 너무 위축된 나머지 불쌍해 보일 지경이었다. 나는 일단 성녀의 긴장을 풀어주고자, 다정하기 짝이 없는 목소리로 그녀를 칭찬해주었다.

“그렇습니까? 이상한 일이로군요. 성녀님의 몸이 이렇게나 아름다운데……. 특히나 티클 하나 없이 깨끗한 피부는 제 감탄성을 절로 이끌어내는군요. 평소에 따로 피부를 관리하시는 겁니까?”

“아, 아뇨……. 특별히 하는 건 없어요.”

“단순히 씻는 것으로 이렇게나 깨끗한 피부를 유지하실 수 있는 겁니까? 그야말로 신의 축복이나 다름이 없군요. 여신님께서 성녀님을 무척이나 아끼시나 봅니다.”

“그런가요?”

“물론입니다. 특히나 성녀님의 피부는 아기처럼 부드럽기까지 합니다. 이것이야 말로 신의 축복이 아니고 무엇이겠습니까? 하물며 성녀님은 여성이기까지 합니다. 남성에게 건강한 근육이 있다고 한다면 여성에는 부드러운 피부가 있지요.”

이리 말한 나는 성녀의 왼손을 꼭 붙잡았다. 그러자 아기처럼 부드러운 피부가 내 손바닥에 맞닿았다. 너무나도 부드러워서 이대로 계속 만지작거리고 싶을 정도였다. 기실 이 세상의 모든 여성들이 부러워할 그런 피부였다.

“……게다가 성녀님께선 키도 크고 늘씬하지 않습니까? 남성의 관점에서 보자면 성녀님은 더없이 매력적인 몸을 가지고 계십니다. 더욱이 엉덩이가……. 이런 말씀을 드려도 될지 모르겠지만, 한 입 베어 물고 싶을 정도로 탐스러워 보입니다.”

“타, 탐스럽다니…….”

뺨을 새빨갛게 물들이며 입술을 꼭 씹는 성녀의 모습을 보니, 당장에 범하고 싶다는 생각이 물씬 들었다. 아니, 하다 못 해 새하얀 팬티에 둘러싸인 저 탐스런 엉덩이를 양 손으로 꽉 쥔 다음에 떡처럼 주무르고 싶었다.

‘아니면 정말로 한 입 꽉 베어 물던가.’

성녀의 엉덩이에 선명하게 찍혀 있는 이빨 자국을 머릿속에 떠올리니 흥분감이 울컥 치밀어 올랐다. 동시에 쾌감 공유가 발동한 모양인지, 내 손을 통해서 성녀에게 고스란히 전해졌다. 그리고 이 쾌감을 전해 받은 성녀는 다리를 살짝 베베 꼬며 머리를 좌우로 털었다.

나는 그 모습을 즐겁게 지켜보며 입을 열었다.

“너무 그렇게 부끄러워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이건 여성으로서 더없이 자랑스러운 사실이니까요.”

“자랑스러운 사실이요?”

“그렇습니다. 성녀님께선 아름다움을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아니, 질문이 너무나도 막연했군요. 그럼 이건 어떻습니까? 아단트 여신님은 어떠한 모습을 하고 계십니까? 추녀입니까? 미녀입니까?”

“어머니는 아름다우십니다.”

“그렇습니다. 바로 이것입니다. 모든 이들은 아름다움을 추구합니다. 물론 이것에는 내면의 아름다움도 포함이 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사람이기 때문에 가장 먼저 눈으로 상대를 판단합니다. 그 다음이 내면이지요. 그렇기 때문에 외면이 아름답다는 건, 타인의 호감을 이끌어낼 수 있다는 뜻입니다. 아단트 여신님의 모습을 본 뜬 조각상처럼요.”

그럴 듯한 개소리였다. 내가 했지만, 참 그럴 듯한 개소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실제로 성녀는 살짝 넋 빠진 표정으로 나를 올려다보고 있었다.

역시 장황하게 늘여놓은 말처럼 그럴 듯한 개소리도 없었다.

“……그렇다면 여기서 아름다움의 기준이 과연 무엇일까요? 바로 이것입니다. 제가 지금 붙잡고 있는 성녀님의 손, 그리고 더 나아가 부드러운 피부라고 할 수 있습니다. 또한 제가 눈으로 보고 있는 성녀님의 얼굴과 가녀린 어깨 그리고 쇄골, 가슴, 엉덩이, 허벅지……. 이 모든 것이 하나하나 미의 기준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럼 제가 다른 사람들의 호감을 이끌어낼 수 있다는 건가요?”

불현듯 성녀가 기대 어린 목소리로 내게 물어왔다. 이에 나는 다정하기 짝이 없게 웃어 보이며 입을 열었다.

“그렇습니다. 성녀님은 많은 이들의 호감을 이끌어낼 수 있는 아름다움을 가지고 계십니다.”

“하지만 지금까지 제가 들은 말들을 생각해보면……. 전부…….”

지난 십년 동안 들어온 사람들의 속마음을 떠올린 성녀는 더없이 슬퍼해하는 표정을 지어보였다. 실제로 성녀가 들어온 말들은 하나 같이 저질적인 것들이었다. 그런 말들을 생각해본다면 도저히 사람들이 성녀를 좋게 본다고 생각하기 어려웠다.

나는 잠시 성녀를 내려다보다가 불쑥 그녀의 어깨를 꽉 붙잡으며 입을 열었다.

“물론 지금까지 성녀님께서 들으신 이야기를 떠올려본다면 확실히 도가 지나친 이야기들뿐이었습니다. 성녀님에게 호감을 느낀다고 볼 수가 없었죠. 그런데 여기서 저는 한 가지 의문을 느낍니다.”

“의문이요?”

“그렇습니다. 사람들이 어째서 성녀님의 가슴에 관한 이야기만 하는 걸까 하고요. 성녀님은 의문을 품어보신 적이 없으십니까? 어째서 이들이 가슴에 대한 이야기만 하는 걸까 하고요.”

“아…….”

“가슴이 문제일지도 모릅니다. 이 커다란……. 확실히 성녀님의 가슴이 과하게 크기는 합니다. 미적인 가치로 따졌을 때, 이건 규격 이외라고 볼 수 있습니다. 하물며 이런 건…….”

본 적조차 없었다. 더욱이 이렇게나 크면 볼품없이 축 쳐지기 마련이었다. 실제로 그게 보기 싫었기 때문에 나는 항상 폭유를 싫어했다. 그러나 지금 내 눈 앞에 놓인 가슴은 조금의 처짐도 없이 로켓처럼 봉긋하게 서있었다.

과연 중력의 영향을 받기나 하는 것인지 의문이 들 정도였다. 물론 저 커다란 가슴을 브래지어가 지탱해주고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솔직히 말해서 저 작은 천조가리로 감당해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기는 힘들었다.

하물며 대충 보아도 저 가슴은 꽤 무게가 나가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니 지금부터 성녀님의 가슴을 측정해보도록 하겠습니다.”

나는 어디까지나 연구를 위해서 가슴을 측정해 본다는 식으로 담담하게 말했다. 사적인 감정은 일절 배제했다는 어투로 말이다.

========== 작품 후기 ==========

꿈을 꿨습니다.

성녀의 가슴이 여전히 크더군요.

덧붙여 해답법을 찾았습니다. 성녀의 가슴을 유지하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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