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매니저 어플-345화 (345/599)

<-- [소리] -->

“그런 일이 있었군요.”

나는 자못 안타깝다는 어투로 말했다. 이제까지 성녀가 당했을 고초를 이해한다는 듯이 말이다. 실제로 어느 정도 공감을 하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현실로 따지자면 성녀는 불특정 다수에게 매일같이 언어적 성희롱을 당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것도 몇 년씩이나 말이다.

심지어 한 종교의 수장이라고 불리는 교황에게까지 언어적 성희롱을 당했다. 그것은 분명 성녀에게 있어서 더없이 끔찍한 경험이었을 것이 틀림없었다.

이쯤 되면 성녀의 정신력에 찬사를 보내고 싶을 정도였다.

나는 성녀의 손을 꼭 잡아주며 듣기 좋은 말, 위안이 되는 말만 골라서 해주었다. 그 동안 고초가 심했겠느니, 이걸 왜 바보처럼 참기만 했느냐는 둥 말이다. 타인의 고통을 이해해줌으로서 공감대를 형성하고, 그녀가 나를 보다 편안하게 느끼도록 하는 것이었다.

실제로 성녀는 감격해 마지않는 표정을 지어보이며 눈가에 눈물을 그렁그렁 매달고 있었다.

“제 말을 믿어주시는 건가요?”

“믿고말고요.”

거짓말이었다. 솔직히 말해서 믿기 어려웠다. 누가 이런 이야기를 믿겠는가? 타인의 속마음을 읽을 수는 있지만, 가슴에 관련된 것만 읽는다고? 지나가던 개가 웃을 일이었다. 만약에 지금 내 앞에 앉아있는 게, 성녀가 아닌 다른 여성이었다면 거짓말하지 말라며 엉덩이를 흠씬 두들겨 주었을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나는 천천히 숨을 고르며 말을 이었다.

“……아니면 성녀님은 지금 거짓말을 하고 계신 겁니까?”

“아니요, 제가 한 말에는 조금의 거짓도 없습니다.”

“그럼 된 것이 아닙니까?”

이리 말하며 다정한 미소를 지어 보여주자, 일순 성녀의 양 볼이 붉게 달아올랐다. 그 모습이 놀랍도록 사랑스러웠다. 성녀와 좀 더 친밀한 관계였다면 나는 주저 없이 그녀의 뺨을 어루만지며 키스를 해주었을 것이다. 물론 그녀의 가슴이 다소 마음에 들지 않기는 했지만, 성녀 또한 자신의 가슴을 마음에 들어 하지 않는 눈치였으니 하등 문제가 될 건 없었다.

‘문제는 성녀에게 빈유환을 먹여도 되느냐는 것인데…….’

성녀의 이야기를 정리해보자면, 성녀는 자신의 가슴에 관심 혹은 음심을 품고 있는 사람의 생각만 들을 수 있는 모양이었다. 그리고 그 말은 즉, 나처럼 성녀의 가슴에 관심이 일절없는 사람은 그녀의 능력으로부터 자유롭다는 소리였다.

하지만 반대로 말해서 그녀가 빈유환을 먹고서 내 취향으로 바뀌게 된다면, 성녀에게 내 속마음이 들킬지도 모른다는 소리였다.

‘……그건 곤란한데.’

어쩌면 성녀가 내게 실망할지도 몰랐다. 물론 그렇게 된다면 그건 그것대로 나쁘지 않았다. 일단 내게 실망하게 된 성녀가 더 이상 나를 신전으로 데려가려 하지 않을 테니 말이다. 그럼 나는 마정석 파편을 가지고 현실로 돌아가면 그만이었다.

물론 성녀와의 사이가 데면데면 해지겠지만, 그녀의 고민을 해결해준 만큼 아주 박대당하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솔직히 말해서 그건 나로서는 그다지 달갑지 않은 결과였다.

‘빈유환까지 썼는데, 더 친해지지는 못 할망정 데면데면해진다고?’

끔찍한 결과였다.

빈유라고 한다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가슴의 형태를 뜻하는 것이었다.

깎아내린 듯한 절벽의 아름다운 경치와 그 한 가운데에 오롯 서있는 분홍빛 유두는 세상에 둘도 없을 보물 그 자체였다. 더욱이 빈유의 가장 큰 매력은 한 손으로 꽉 쥐었을 때, 심장이 쿵쿵 뛰는 게 확연하게 느껴진다는 것이었다. 물론 부드러운 피부의 감촉도 빼먹을 수 없다. 특히나 손가락 마디마디에 걸치는 갈비뼈의 오돌토돌함은 이루 말할 수 없을 만큼 즐겁다.

세상의 아름다움은 빈유에서부터 시작된다는 말이 있다.

이것을 반증하는 것 중에 하나가 바로 인터넷이다. 인터넷을 검색할 시에 거유는 제재 대상이지만, 빈유의 경우는 모든 연령에게 허용되고 있다. 이것이야 말로 세계적인 흐름이라고 볼 수 있었다. 세상마저도 빈유에 환호하고 있는 것이었다. 그에 반해서 거유는 어떠한가?

단순히 커다란 지방덩어리에 불과했다.

여기서 무슨 설명이 더 필요하다는 말인가? 물론 그 지방덩어리에게 환호하는 사람이 많기는 하다. 그러나 잘 생각해보면 그것은 실로 어리석은 행위라고 할 수 있었다. 왜냐하면 가슴은 단순히 엉덩이의 대체품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왜냐하면 인류가 최초에 바라본 것은 크고 풍만한 엉덩이였기 때문이었다. 실제로 이 관점은 현대에까지 남아있다. 예를 들어, 어르신들이 다 큰 처자를 볼 때 가장 먼저 보는 것이 바로 엉덩이다. 흔히들 이렇게 말하지 않은가? 엉덩이가 큰 게 아이를 잘 낳겠다고 말이다.

이 말대로 인류는 여성을 판단할 때, 엉덩이를 보았다.

애당초 인류 최초에는 사족보행을 했기 때문에 엉덩이를 볼 수밖에 없었다.

크고 풍만한 엉덩이야 말로 미의 상징인 것이었다. 그런데 인류가 두 발로 서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시선이 가슴으로 향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렇다, 엉덩이의 대체품으로 가슴이 성장하게 된 것이었다.

이것은 실로 쓸모가 없는 변화라고 할 수 있었다. 이것은 퇴화였다.

가장 이상적인 진화는 작은 가슴에 큰 엉덩이라고 볼 수 있었다.

바로 에나처럼 말이다!

‘……일단 확인부터 해보자.’

내가 이 세계의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성녀의 능력에서 벗어난 것인지, 아니면 정말로 성녀의 관심이 없기 때문에 벗어난 것인지를 말이다. 나는 성녀의 손을 재차 꼭 붙잡으며 입을 열었다.

“성녀님, 한 가지 묻고 싶은 게 있습니다.”

“네? 아, 네……. 물어보세요.”

어째서인지, 깜짝 놀란 목소리를 내며 나를 바라보는 성녀다. 더불어 양 볼이 새빨갛게 달아올랐다. 아까 전보다 훨씬 더 말이다. 그 모습에 이상함을 느낀 내가 성녀를 뚫어져라 바라보자, 그녀는 잠시 어쩔 줄 몰라해하다가 이윽고 속눈썹을 아래로 내리깔며 내 시선을 피했다.

더불어 살짝 흐트러진 호흡 탓인지, 성녀의 커다란 가슴이 요란하게 흔들리고 있었다.

나는 잠시 그 모습을 바라보다가 이윽고 헛기침을 하며 질문을 던졌다.

“성녀님께서 평소에 다른 이들에게 듣는 말이 무엇입니까?”

“평소에요?”

“속마음으로 듣는 말이요.”

이런 내 말에 성녀는 잠시 우물쭈물 대다가 곧 다시 눈꺼풀을 들어 올려 나와 눈을 마주쳤다.

“꼬, 꼭 말씀드려야 하나요?”

“한 가지 확인하고 싶은 게 있어서 그렇습니다.”

“확인이요?”

“그렇습니다. 성녀님의 능력이 어떠한 이유에서 제게 통하지 않는 것인지 확인해보고 싶습니다. 혹시 제가 다른 사람들과 같은 생각을 한다면 성녀님의 능력이 통할지도 모르니까요.”

“그래도…….”

“본디 연구란 건, 모든 가능성을 열어둔 채로 하는 것입니다. 더욱이 이 모든 게, 성녀님을 위해서입니다.”

나는 내가 학자라는 점을 내세워 성녀를 설득했다. 그리고 이런 내 말에 성녀는 다시금 눈동자를 아래로 내리깔았다. 그리고는 한동안 이리저리 눈동자를 굴리던 성녀는 곧 다 죽어가는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온통 부끄러운 말들뿐입니다.”

“그래도 꼭 듣고 싶습니다.”

이처럼 간곡하게 부탁하자, 성녀의 얼굴에 곤란하다는 기색이 떠올랐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결심을 굳힌 듯이 입을 열어 말했다.

“가, 가슴을 만지고 싶다고…….”

이처럼 성녀의 입술 사이로 말소리가 새어나온 순간 묘한 희열이 온 몸에 끓어올랐다.

“……아!”

그 순간, 성녀가 자그마한 탄성을 터트리며 어깨를 가늘게 떨었다. 보아하니, 쾌감 공유의 효과를 받은 모양이었다. 이에 나는 옅게 웃음을 터트리며 입을 열었다.

“왜 그러십니까?”

“네? 아, 아무것도 아닙니다.”

목소리에는 정체 모를 쾌감에 대한 두려움이 서려있었다. 그 모습을 보니, 성녀의 두려움을 즐거움으로 바꿔주고 싶다는 생각이 물씬 들었다. 게다가 마침 이곳은 별실이 아닌가? 성녀나 내가 다른 누군가를 부르지 않은 이상, 이 안으로 들어올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잘 생각해보면 이곳은 최고의 장소였다.

나는 동시에 여러 가지를 계획했다. 첫 번째는 내 욕망을 최대한으로 끌려 올려서 성녀의 가슴을 바라보는 것이고, 두 번째는 이렇게 손을 꼭 붙잡은 채로 성녀에게 쾌감을 전해주어 거부감을 없애주는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 세 번째는 역시 이 장소에서 성녀와 섹스를 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었다.

물론 세 번째가 이루어질 가능성은 한 없이 낮았다.

기껏 해봐야 두 번째로 쾌감을 어렴풋이나마 가르쳐주는 게 끝일 것이다.

나는 마른 입술을 혀로 축이며 말을 이었다.

“그럼 계속해서 들어봐도 되겠습니까?”

“계, 계속이요?”

“솔직히 말해서 아까 들은 걸로는 제대로 감이 잡히지 않습니다.”

“하지만…….”

“좀 더 듣고 싶습니다.”

이리 말한 나는 의자를 잡아당겨 성녀의 곁으로 바짝 다가갔다. 그 때문일까, 그녀가 내뱉는 숨결이 내 뺨을 스치며 기분 좋게 만들었다.

“너, 너무 가깝습니다.”

“그럼 얼른 말해주세요.”

이러한 내 보챔에 작게 우는 소리를 내던 성녀는 이윽고 말소리를 뽑아내었다.

“제……. 가슴을 빨고 싶다던가……. 잡아당겨보고 싶다던가…….”

“그리고요?”

“가슴에 얼굴이 비벼보고 싶다고도 하고, 정액을 뿌리고 싶다고……. 하아.”

돌연 성녀의 입술 사이로 더운 숨이 새어나왔다. 그리고 그 모습을 본 순간 음심이 거세게 일어났다. 지금 당장에 저 작은 입 안으로 내 남근을 밀어 넣은 뒤에 마구 범하고 싶었다. 물론 마지막의 마지막에는 하얀색 정액은 잔뜩 쏟아 내주는 거다. 그럼 분명히 성녀는 부끄러움에 어쩔 줄 몰라 해서 눈을 동그랗게 뜰 것이다.

정액을 삼켜야 될지, 뱉어야 될지 몰라 하면서 말이다. 물론 뱉을 확률이 높기는 했지만, 그녀의 착한 심성을 고려해보았을 때 바닥에 정액을 뱉을 것 같지는 않아 보였다. 아마도 내게 도움을 구하겠지. 그럼 나는 싱글벙글 웃으며 그녀의 입 안에 내 정액 냄새가 잔뜩 밸 때까지 머금도록 하는 것이다.

‘위험한데…….’

내 정액을 입 안에 머금은 채로 곤란해 하는 표정을 짓고 있는 성녀의 모습을 상상하니, 희열감이 마구 치솟았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성녀의 손을 붙잡고 있는 내 손 위로 더운 숨이 뿌려지자 정신이 번쩍 들었다.

나는 차분히 숨을 고른 뒤에 성녀를 살펴보았다. 그러자 귀까지 새빨갛게 물들인 채로 어깨를 잔뜩 움츠리고 있는 그녀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확실히 쾌감 공유의 위력은 대단했다. 꿀꺽, 군침을 삼킨 나는 입을 열어 계속 질문을 던졌다.

“또 다른 말은 뭐가 있습니까?”

“파, 파이즈리를 하고 싶다고…….”

“다른 건요?”

“그, 그……. 남성의 성기로 제 가슴을 찔러보고 싶다고…….”

확실히 하나 같이 민망하기 짝이 없는 말들이었다. 더욱이 성녀가 말하는 걸로 보아서는 이 뒤로는 더더욱 상스러운 것들이 나열되어 있을 것이 틀림없었다. 아마도 변태적인 행위도 포함되어 있을 것이다.

‘그런데 전부 다 하나 같이 가슴에 관련된 것뿐이네?’

솔직히 말해서 이쯤 되면 섹스에 관한 이야기가 나올 법도 했다. 하지만 그런 이야기는 하나도 없었다. 아니면 아직 성녀가 말하지 않은 것일지도 몰랐다. 나는 직접적으로 물어볼까 싶었지만, 이내 그만두기로 했다. 그도 그럴 것이 여기서 성녀에 ‘섹스에 관한 이야기는 없었습니까?’ 라고 묻는다면 부끄러움에 도망칠지도 몰랐기 때문이었다.

그러니 하나하나 단계를 밟듯이 계속 묻는 수밖에 없었다.

“계속 말씀해주시겠습니까?”

이런 내 말에 성녀는 머뭇머뭇 거리면서도 내가 요구하는 대로 하나씩 이야기해주었다. 집게로 집는 것부터 시작해서 발로 가슴이 밟히는 것까지, 온갖 변태적인 이야기가 나열되었다. 그리고 이중에서도 가장 끔찍한 것은 가슴에 소변과 대변을 누는 것이었다. 누군지는 몰라도 당장에 단두대에 올려 보내야 될 듯이 싶었다.

“그만 되었습니다.”

나는 소변과 대변 이야기를 듣고는 성녀의 몸을 조용히 끌어안아주었다. 그리고 이런 내 손길에 성녀는 금방이라도 울음을 터트릴 것만 같은 표정을 지어보이며 내 품에 안겨들었다. 이대로 시원하게 울음이라도 터트리면 좋으련만 성녀는 끝끝내 참고 있었다.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나저나 섹스에 관한 이야기는 안 나왔네.’

솔직히 말해서 대변 소변과 같은 변태적인 이야기에 비해서 섹스는 지극히 정상적인 범주였다. 그런데 그걸 이야기하지 않은 걸 보면 섹스에 관한 생각까지는 읽지 못 하는 모양이었다.

요컨대 성녀가 말한 대로 오로지 가슴에 관한 것만 들을 수 있는 모양이었다.

나는 다정하기 짝이 없는 손길로 성녀의 등을 토닥여주며 입을 열었다.

“좋습니다. 그럼 지금부터 제가 성녀님의 가슴을 보면서 앞서 들은 이야기들을 생각해보겠습니다.”

이런 내 말에 성녀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며 나를 올려다보았다. 이에 나는 조용히 웃으며 성녀의 가슴을 내려다보았다. 그러자 당장에라도 펑! 하고 터질 것처럼 크게 부풀어 올라 있는 가슴이 내 눈에 들어왔다.

역시나 살인적인 가슴이었다.

========== 작품 후기 ==========

취향 존중해주세요. 솔직히 말해서 거유가 너무 많지 않습니까?

빈유라고 해봤자, 에나와 소피아가 전부입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