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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니저 어플-343화 (343/5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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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족들이 웅성거렸다. 신관들 또한 동요하는 분위기였다. 개중에는 나를 알아본 신관들도 더러 있었다. 그들은 다른 이들에게 내가 다른 대륙에서 넘어온 현자라는 사실을 알려주었고, 그 이야기를 전해들은 신관들은 저마다 납득한 표정을 지어보이며 고개를 끄덕였다.

성녀 또한 그 이야기를 전해 듣고는 한층 더 감격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이 자리에서까지 현자로 오해받아야 된다는 사실이 그다지 마음에 들지 않기는 했지만, 모순되게도 현자로 오해받고 있는 덕택에 모두에게 인정받고 있었다. 역시 사람은 유명해지고 봐야 될 일이었다.

그래야지 똥을 싸더라도 박수를 받을 게 아닌가?

“조용히 하라.”

그 때, 국왕이 손을 저으며 소란을 잠재웠다. 그다지 크지 않은 목소리였음에도 불구하고 홀 안은 순식간에 조용해졌다. 국왕은 천천히 손을 내리며 말을 이었다.

“……성녀의 생각은 어떠한가?”

“문제없어 보입니다. 다만 이 문제는 함께 풀어가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이리 말한 성녀는 조금 기대 어린 시선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노골적인 호감 표시에 부담스러울 지경이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싫다는 건 절대로 아니었다. 오히려 즐거운 일이었다. 이렇게나 아름다운 여성의 호감어린 시선을 받는다는 건, 결코 흔하지 않은 일이었으니 말이다.

나는 성녀의 시선을 기쁘게 받으며 입을 열었다.

“옳으신 말씀입니다. 성녀님의 말씀대로 이것은 모두가 함께 풀어가야 되는 문제입니다.”

이러한 내 말에 성녀는 더없이 기뻐해하는 표정을 지어보였다. 어찌나 좋아하던지 도리어 내가 다 당혹스러울 지경이었다. 혹시 성녀가 내게 반한 건 아닐까 싶을 정도였지만 성녀와 나는 방금 막 만난 사이였다.

그 짧은 시간에 성녀가 내게 반한다는 건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물론 첫 눈에 반했다는 가정이 있기는 했지만, 유감스럽게도 내 얼굴은 조금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평범한 수준이었다. 누군가의 호감을 단번에 이끌어내기에는 기준치 미달이었다. 더욱이 괜한 기대로 도끼병을 앓고 싶은 마음은 추호도 없었다.

지피지기면 백전불태라고, 나 자신은 내가 가장 잘 알고 있었다.

“그렇다면 이 일을 어떤 식으로 함께 풀어가야 좋겠소?”

국왕이 나와 성녀를 번갈아보며 물었다.

나는 살짝 고개를 숙인 다음에 입가에 옅은 미소를 머금은 채 주변을 돌아보며 입을 열었다.

“가장 좋은 방법은 왕실과 신전이 서로 협력해서 검은색 돌을 모으고, 그 사이에 제가 검은색 돌을 연구해서 완전히 소멸시킬 방법을 찾아내는 것입니다.”

이렇게만 된다면 손 안 대고 코 푸는 격이었다. 나는 인상 좋은 미소를 지어보이며 성녀를 바라보았다. 이에 성녀는 별다른 이견이 없다는 듯이 순순히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를 표시했다.

“현자님의 말씀에 동의합니다. 이건 대륙의 존망이 걸린 일입니다. 하폰 왕국뿐만이 아니라 여러 다른 왕국에도 이 소식을 알려서 서로 협력 할 필요가 있습니다.”

성녀의 목소리에 힘이 실렸다. 더불어 크고 풍만한 가슴이 힘차게 출렁였다. 마치 하나의 거대한 파도를 보는 듯했다. 가히 엄청난 존재감이었다.

다들 하나 같이 꿀꺽, 군침을 삼키며 정신없이 성녀의 가슴을 훔쳐보았다. 성녀는 그런 사람들의 시선을 느낀 모양인지, 오른손으로 자신의 가슴을 가렸다. 그러나 그 큰 가슴을 가리기에는 성녀의 손이 너무나도 작았다.

저 커다란 가슴을 가리기 위해선 성인 남성의 손이 여러 개 필요할 듯이 싶었다.

‘굉장하네.’

정말로 감탄 밖에 나오지 않았다. 성인 여성이 어떻게 저렇게나 큰 가슴으로 달고 있을 수 있다는 말인가? 하물며 성녀의 가슴은 조금의 쳐짐 없이도 봉긋 솟은 모양을 유지하고 있었다. 이건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솔직히 말해서 저 정도로 큰 가슴이라면 자연스럽게 보기 흉하게 처지기 마련이었다.

그러나 성녀의 가슴은 마치 중력으로부터 자유롭다는 듯이 축 저지지 않은 탱글함을 유지하고 있었다. 심지어 그녀가 숨을 한번 내쉬고 들이켤 때마다 가슴이 연신 위아래로 흔들리며 매혹적인 곡선을 그리고 있었다. 만약에 내가 큰 가슴을 선호했다면 넋을 빼고서 성녀의 가슴을 하염없이 쳐다보았을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여기 있는 다른 사람들처럼 말이다.

“덧붙여 현자님을 신전으로 모시고 싶습니다.”

그 때, 성녀의 입술 사이로 청천벽력과도 같은 말이 튀어나왔다. 전혀 생각지도 못 한 제안에 뒤통수가 시큰거려왔다. 나를 신전으로 모시고 싶다니? 나는 이게 대체 무슨 의도에서 한 소리인가 싶어서 성녀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이런 내 시선을 받은 성녀는 생글생글 웃으며 내 시선을 받았다.

나는 한동안 성녀를 바라보다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죄송하지만 그건 힘들 것 같습니다, 성녀님.”

“힘들다니요?”

일순 성녀의 얼굴에 실망감이 내비쳐보였다. 비 맞은 강아지처럼 처량해보였다. 그 때문일까? 귀족들과 신관들이 소리 없이 나를 비난했다. 지금 당장 말을 바꾸라고 말이다. 하지만 그래서는 곤란했다. 만약 여기서 내가 성녀의 제안을 수락하게 된다면 꼼짝 없이 신전으로 끌려가서 팔자에도 없는 연구를 하게 생겼으니 말이다. 하물며 그렇게 되면 현실로 돌아가는 것도 막막해졌다.

그러니 신전으로 가는 것만큼은 어떻게는 피해야 되었다.

“성녀님의 제안은 감사하지만 검은색 돌은 연구하기 위해서라도 한시 바빠 가봐야 될 곳이 있습니다.”

“가봐야 될 곳이라니요? 혹여 어떤 물건을 가지러가시는 일인가요? 그런 일이라면 저희 쪽 사람을 시키셔도 됩니다. 현자님은 차라리 그 시간에 신전에서 검은색 돌을 연구하시는 편이 훨씬 더 낫지 않겠습니까?”

“확실히 그럴 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여기서 성녀님께서 한 가지 간과하고 계신 사실이 있습니다. 그건 바로 제가 다른 대륙에서 건너온 이방인이라는 사실입니다. 기실 이방인이라고 하면 아무래도 꺼려지는 게 사실입니다. 실제로 이 대륙으로 넘어와서 저를 꺼려하는 이들을 본 적이 있습니다. 물론 성녀님과 이 자리에 계신 분들처럼 호의로 저를 맞이해주신 분들도 많이 보았습니다. 그러나 신전에 가서도 이런 환영을 받으라는 법은 그 어디에도 없습니다.”

“아닙니다. 분명 모든 이들이 현자님을 환영할 겁니다.”

성녀의 말에 나는 짐짓 씁쓸한 표정을 지어보이며 입을 열었다.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의 속은 모른다는 말이 있습니다. 이 말대로 물의 깊이는 여러 가지 방법으로 잴 수가 있지만, 사람의 마음은 잴 수가 없습니다. 이 세상에는 겉과 속이 다른 이들이 셀 수 없이 많습니다.”

이리 말하며 성녀의 가슴을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는 귀족들을 흘겨보자, 다들 얼굴을 붉게 물들이며 괜히 헛기침을 해댔다. 동시에 성녀의 얼굴에 감탄이 떠올랐다. 그녀는 자신의 가슴 위로 양 손을 가지런히 올리며 입을 열었다.

“현자님의 말씀대로입니다. 이 세상에는 겉과 속이 다른 자들이 너무나도 많습니다.”

돌연 서러움이 북받쳐 오른 모양인지, 성녀의 눈가에 눈물이 그렁그렁 맺혔다. 보아하니 그 동안 쌓인 것이 꽤 많아 보였다. 그리고 그 원인에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그 중에서도 저 커다란 가슴이 가장 큰 비율을 차지하고 있을 것이 틀림없었다. 안 보아도 머릿속에 자연스럽게 그려졌다.

분명히 많은 신자들이 성녀의 앞에서는 온갖 미사구여로 신을 찬양하지만, 막상 뒤돌고 나면 성녀의 가슴만 찬양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걸 우연치 않게 듣게 된 성녀가 깊은 상처를 받게 되는 것이고 말이다.

그 증거로 성녀는 타인이 자신의 가슴을 바라보는 것에 대해서 심히 불쾌해하고 있었다.

‘꽤 스트레스겠지.’

물론 이런 성녀의 처지를 이해하지 못 하는 사람도 꽤 많이 있을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여성의 가슴이 크다는 것은 아주 큰 장점이었으니 말이다. 실제로 많은 여성들이 자신의 가슴이 보다 커지기를 희망하고 있었고, 실제로 몇몇 여성들은 큰돈을 들여서 수술까지 하고 있었다. 그 정도로 가슴이란 건, 여성의 미를 차지하는 절대적인 부분이었다.

그러한 부분에서 보았을 때, 성녀는 여성이 가진 미적인 부분을 훌륭하게 완성시키기고 있다고 볼 수 있었다. 더욱이 외모까지도 아름답다. 정숙함과 청초함이 함께 공존하는 앳된 얼굴에 갸름한 턱과 오뚝한 코는 더없이 조화롭게 어우러지고 있었다. 마치 신이 공들여 만든 조각상을 보는 듯했다.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성녀에게는 이런 아름다움이 필요 없었다. 애당초 종교란 무엇인가? 절대적인 힘을 가진 초인적인 대상을 숭배하고 신성하게 여겨 선악을 권계하고 행복을 얻어 마음의 평안을 얻는 일이었다. 그런데 신도들이 성녀의 가슴에 홀려서 신을 경배하지 않는다면 그건 성녀로서 실격이라 할 수 있었다.

신의 대리인이라 불리는 성녀에게 있어서 이보다 더 슬픈 일은 또 없었다.

“맞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제가 성녀님의 제안을 거절한 것입니다.”

“하지만 그것 때문에 연구에 차질이 빗어질 일은 결코 없을 겁니다. 제가 어떻게든 잘 다그쳐보겠습니다.”

성녀가 간절한 목소리로 내게 호소했다. 왜 이렇게까지 나를 신전으로 데려가려고 하는 것인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혹시 무언가 다른 의도가 들어있는 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조용히 성녀를 응시하며 생각을 정리해보았다.

‘역시 마정석 파편인가.’

나는 혀를 찼다. 당연하다면 당연했다. 성녀가 나를 데려가려는 이유를 찾아보라면 역시나 마정석 파편 밖에 없었다. 애당초 성녀는 마정석 파편을 받기 위해서 이 자리에 섰다. 그러나 명분에서 내게 밀렸다. 그러니 마정석 파편을 가지고 있는 나를 신전으로 데려가는 수밖에 없었다.

지극히 훌륭한 차선책이었다. 이렇게 생각하니 성녀의 행동이 자연스럽게 이해가 되었다.

“혹시 제가 성녀님의 위명에 폐가 되는 건 아닐까 모르겠습니다.”

나는 살짝 고개를 숙이며 재차 사양했다. 그러자 이번에는 성녀가 내 쪽으로 성큼 걸음을 내딛으며 입을 열었다.

“아닙니다. 위명이라니요! 허명에 불과합니다. 그러니 사양 말고 신전으로 와주시겠습니까?”

이처럼 성녀가 내 곁으로 다가온 순간 탱글한 가슴이 연신 위아래로 바쁘게 흔들리며 장관을 만들어내었다. 흡사 가슴이 말하고 있는 것만 같았다. 그 때문일까, 사방에서 헛숨을 들이켜는 목소리가 쉴 새 없이 터져 나왔다.

확실히 가슴은 굉장했다.

괜히 머리보다 가슴이 우선시 되는 게 아니었다. 머리보다는 가슴으로 말해라. 가슴에 손을 얹고 말해라. 가슴으로 품어라. 가슴으로 낳았다. 가슴이 이끄는 대로 행동해라. 이 말대로 가슴은 많은 이들의 이정표였다.

“……현자님, 이렇게 부탁드리겠습니다.”

그 때, 성녀가 두 손으로 내 손을 꽉 붙잡았다. 잠시 생각에 잠겨있는 사이에 성녀가 어느덧 내 코앞까지 접근한 것이었다. 실수였다. 나는 아차 싶은 생각에서 손을 빼내려고 했지만, 미인의 손이라서 그런지 팔에 제대로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이대로 온 몸이 노곤하게 녹아버릴 것만 같았다.

게다가 바로 내 눈 앞에서 출렁출렁 흔들리는 커다란 가슴은 요물, 그 자체였다.

마치 지진이라도 일어나고 있는 듯이 싶었다. 새로운 것에 눈을 뜰 것만도 같았다. 나는 이를 악 물며 고개를 옆으로 돌렸다. 그러자 가슴에 홀린 채로 성녀의 가슴을 뚫어져라 응시하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그곳에는 남녀의 구분이 없었다. 에나조차도 반쯤 넋이 나간 표정으로 성녀의 가슴을 쳐다보고 있었다.

심지어 근엄한 표정을 줄곧 유지하고 있던 하폰의 국왕조차도 넋 빠진 표정으로 성녀의 가슴을 쳐다보고 있었다.

그야말로 경국지색(傾國之色)……. 아니, 경국지유(傾國之乳)였다.

‘이거 위험한데.’

여기서 성녀가 조금만 더 적극적으로 내게 다가오면 어느샌가 나도 모르게 신전에 가있을 것만 같았다. 나는 두 눈을 꾹 감으며 무언가 해답법을 찾아보려 했다. 성녀를 단념시킬만한 방법을 말이다. 하지만 이런 내 노력이 무색하도록 구색 좋은 변명이 떠오르지 않았다. 오히려 생각을 하면 할수록 성녀의 커다란 가슴만 선명하게 머릿속에 그려질 뿐이었다.

놀랍도록 끔찍한 악몽이었다.

‘……이대로는 안 되겠어.’

방법은 역시 하나 밖에 없었다.

“성녀님, 잠시 따로 이야기 좀 나눌 수 있겠습니까?”

성녀의 가슴을 제거하는 수밖에 없었다. 나는 결심을 굳히고서 성녀에게 말했다. 그리고 이런 내 말에 그녀는 아주 잠시 놀란 표정을 지어보였다가 이윽고 진지한 표정을 지어보이며 입을 열었다.

“네, 알겠습니다. 현자님께서 그리 말씀하신다면 그래야지요.”

이처럼 극적으로 합의가 되자, 나는 국왕을 향해 살짝 고개를 숙이며 입을 열었다.

“폐하, 잠시 성녀와 이야기를 나누고 와도 괜찮겠습니까?”

이러한 내 말에 국왕은 그제야 정신을 차린 듯이 작게 고개를 끄덕이며 내게 따로 별실을 마련해주었다. 이에 나는 감사의 뜻에서 재차 고개를 숙인 뒤에 시종을 따라 성녀와 함께 별실로 향했다. 이 때, 에나가 나를 따라오려 했지만 나는 괜찮다는 표정을 지어보이며 손짓하고는 그대로 성녀와 단 둘이서 홀을 빠져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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