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매니저 어플-330화 (330/5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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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

‘하늘에 계신 어머니는 이 땅에 크나 큰 은혜를 베풀어주셨습니다.’

‘어머니는 모든 이들을 굽어 살펴보고 계십니다.’

‘시련이 비록 그대와 함께 할지라도 이 모든 건, 어머니의 뜻입니다.’

‘모든 이들을 사랑하십니다.’

눈을 부스스 뜨자, 눈앞에 놓인 조각상이 자스민의 눈에 들어왔다.

매끄럽고 새하얀 조각상은 여신 아단트의 성스러움을 그대로 옮긴 듯, 보는 것만으로도 눈물이 절로 나올 만큼 신의 자애로움이 느껴졌다.

자스민은 그 모습을 우러러보며 다시금 눈꺼풀을 내렸다.

엄숙과 경건함으로 가득 찬 공간에는 오로지 고요함만이 가득했다.

‘모든 것을 사랑하라고 하셨습니다.’

자스민은 이 공간을 사랑했다.

고요함이 가득한 이 공간은 오롯 그녀의 것이었다. 여신 아단트가 자신의 종에게 허락한 유일한 공간이었다. 자스민은 여신 아단트의 자애로움을 칭송하며 몇 번이고 거듭 기도를 올렸다.

더불어 이 시간이 영원히 계속 되기를 바랐다.

“…….”

그러나 이러한 자스민의 바람에도 불구하고, 자박자박 거리는 발소리가 뒤에 들려왔다. 슬슬 시간이 된 것이었다. 자스민은 천천히 눈꺼풀을 들어 올리며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는 몸을 일으키자, 뒤편에서 다소곳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성녀님, 시간이 되었습니다.”

“네, 가도록 하죠.”

자스민은 담담하게 대답하며 여신관을 따라 걸음을 옮겼다.

‘시련이 비록 그대와 함께 할지라도 이 모든 건, 어머니의 뜻입니다.’

시련. 자스민은 이 말을 속으로 되뇌었다. 비록 괴로운 일이기는 했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이것 또한 여신 아단트가 준 것이었다. 자신들의 믿음을 보다 굳건하게 만들어 주려는 것이었다.

비가 온 뒤에 땅이 굳듯이 말이다.

나긋하게 숨을 몰아쉰 자스민은 신도들이 모여 있는 예배당 안쪽으로 들어섰다. 그러자 일순 수많은 눈동자가 자신을 향해 쏟아지는 것이 느껴졌다. 그리고 잠시 뒤, 성녀 자스민의 귓가로 하나둘씩 목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성녀님, 가슴 오늘도 최고야!

-가슴! 가슴! 저 가슴에 얼굴을 비벼보고 싶어!

-아단트 여신님, 감사합니다. 어머니의 은혜로 오늘도 성녀님의 가슴을 보게 되었습니다.

이것은 양반이었다.

-저 커다란 가슴을 내 정액으로 더럽히고 싶어! 아아, 망측하기도 하지. 성녀님의 가슴을 정액으로 더럽히다니!

-성녀님의 가슴을 봐! 정말로 커!

-가슴! 가슴! 저 가슴에 얼굴을 비벼보고 싶어!

-오늘 창관에서 성녀님을 쏙 빼닮은 창녀를 봤어. 그런데 가슴이 별로였어! 역시 가슴은 성녀님의 가슴이 최고야.

-가슴 최고! 가슴이 최고야! 저 가슴으로 봉사 받고 싶어!

-성녀님의 유두는 무슨 색깔일까? 역시 분홍색이겠지? 갈색이면 실망할 거 같아.

-가슴을 쭙쭙 빨고 싶어!

-역시 저 가슴은 한 손에 다 안 잡히겠지?

-찔러보고 싶어! 내 걸로 찔러보고 싶어!

-오늘도 성녀님의 가슴으로 자위합니다!

-아아, 저 떨림! 정말로 살인적이야. 성녀님의 가슴은 역시 왕국……. 아니, 대륙 제일이야!

-자위하고 싶어. 저 가슴을 보면서 자위하고 싶어. 하지만 그런 짓을 했다간 쫓겨나겠지.

점점 수위가 높아지는 말들이 자스민의 귓가를 파고들었다.

‘어머니는 모든 이들을 굽어 살펴보고 계십니다.’

자스민은 후들거리는 다리를 겨우겨우 지탱하며 신도들을 바라보았다. 그 누구 한 명도 입을 열고 있지 않았다. 다들 성녀 자스민의 말을 기다리고 있었다.

엄숙하게, 그리고 경건하게 말이다.

예배당은 고요함이 가득했다.

그러나 자스민의 귓가는 정신이 사나울 정도로 시끄러웠다. 온갖 상스러운 소리가 그녀를 괴롭혔다. 흡사 악마의 속삭임과도 같았다. 몇 번을 외면해보려고 해도 이 소리는 조금도 줄어들지 않았다.

‘어머니…….’

벌써 10년 째였다.

이 소리를 듣게 된 것이……. 그리고 그 기점은 자스민의 가슴이 커지면서였다.

∴ ∵ ∴ ∵ ∴

지현이를 데려다 준 직후 곧장 집으로 돌아온 나는 남은 시간을 확인해보았다.

‘지금이 4시니까……. 누나가 퇴근하기까지 2시간 정도 남은 건가.’

2시간이면 그리 길지 않은 시간이었다. 물론 여기서 이계로 넘어가게 된다면 이야기가 조금 달라지겠지만 말이다.

‘……최소 4시간, 넉넉하게 잡으면 6시간 정도인가.’

이렇듯 계산을 끝마친 나는 스마트폰을 꺼내서 매니저 어플을 실행했다.

“일단 던전부터 가보는 게 좋겠지.”

여러 가지 용무가 있기도 하지만 그 중에서도 단연 손에 꼽으라면 역시 이바이크 백작과 관련된 것이었다.

더욱이 소피아가 대체 무슨 짓을 저지른 것인지도 확인해 볼 필요도 있었다.

[던전으로 이동하시겠습니까?]

[네 / 아니요]

던전으로 이동할 거냐고 묻는 알림문구에 나는 곧바로 네를 눌렀다. 그러자 일순 눈앞이 일그러졌다가 이윽고 재구성되며 어두컴컴한 동굴 내부의 풍경으로 변했다. 그리고 당연하게도 내 앞에는 환한 빛을 내고 있는 던전 코어가 위치해있었다.

[던전 마스터를 뵙습니다.]

“소피아는?”

내 앞에 부복하며 인사하는 던전 코어의 태도에 나는 곧바로 소피아의 행방부터 물어보았다.

[대상 ‘소피아’는 현재 포로를 심문하고 있습니다.]

“포로? 누구를?”

[이바이크 백작의 아들인 헤레스와 토니입니다.]

“잠깐……. 그러니까 누구라고?”

[이바이크 백작의 아들인 헤레스와 토니입니다.]

거듭된 내 질문에 던전 코어는 토씨 하나 틀리지 않고서 다시 읊어주었다.

‘아들?’

마음이 진정하는 데 다소 시간이 필요했다.

나는 근처의 너른 바위에 앉아서 자세를 바로잡았다. 내 지식이 틀리지 않았다면 아들이란 것은 남자로 태어난 자식이란 뜻이었다. 즉, 이바이크 백작의 자식이란 소리였다.

어처구니없는 일이었다.

분명히 소피아는 이바이크 백작의 아들들을 서로 싸움 붙여서 이곳에 한동안 신경 쓰지 못 하도록 만들겠다고 호언장담 했다. 그런데 당초의 계획과는 다르게 두 아들들을 던전으로 붙잡아온 것이다.

이건 계획에 없던 일이었다. 혹시 소피아가 다른 마음을 품은 건 아닐까 싶었지만, 만약에 그렇다면 이바이크 백작의 두 아들을 이곳으로 데려올 이유가 없었다.

더욱이 소피아는 업적, 충성스런 부하들을 달성하는데 일조한 전적이 있었다.

그런 이상 소피아가 나를 배신한다는 건, 말도 안 됐다.

‘……그렇다면 이게 대체 어떻게 된 일이지?’

눈살을 살짝 찌푸린 나는 턱을 괴었다. 그리고 그 상태로 한참 고민하던 나는 이윽고 부복해있는 던전 코어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소피아가 어째서 이바이크 백작의 아들들을 이곳으로 데려온 거지?”

[대상 ‘소피아’는 제게 계획이 틀어졌다고 말했습니다.]

“계획이 틀어졌다고?”

[그렇습니다.]

“흠…….”

무언가 예상지도 못 한 일이 생겨서 부득이하게 두 아들을 납치해온 모양이었다. 뭐, 세상일이란 게 원래 자기 뜻대로만 되는 법은 아니니 충분히 이해가 갔다. 하지만 두 아들을 납치해오는 건 다소 과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소피아는 지금 어디에 있지?”

[이바이크 백작의 두 아들을 심문하고 있습니다. 이곳으로 부를까요?]

심문하고 있다는 말에 순간 몬스터들에게 범해지고 있는 두 아들의 모습이 머릿속에 그려졌다. 물론 얼굴을 본 적은 없었지만……. 몬스터들에게 범해지고 있는 신체 건장한 사내 두 명의 모습을 떠올리는 건 그다지 썩 유쾌한 경험이 아니었다.

와락, 눈살을 찌푸린 나는 곧바로 입을 열었다.

“소피아를 불러줘.”

[알겠습니다. 대상 소피아를 호출하겠습니다.]

“아, 그리고 마틸다하고 엘레노아, 에나, 렉스도 불러줘.”

여기까지 말한 나는 아라크네와 코카드리유를 부를까 말까 고민했다.

‘마정석을 최대한 많이 모으려면 아라크네와 코카드리유의 도움까지 받는 편이 좋기는 할 텐데…….’

문제는 도움을 받을 때마다 먹이 값이 든다는 사실이었다.

‘……괜히 먹이로 길들였나.’

뒤늦은 후회가 몰려오기는 했지만, 이미 벌어진 뒤였다. 게다가 먹이로 길들이는 것으로 꽤 많은 이득을 보기도 했고 말이다. 이리 생각을 마친 나는 아라크네와 코카드리유의 도움을 받기로 마음을 굳혔다.

물론 도움을 받는 만큼 먹이 값으로 정기가 많이 소모되겠지만, 어차피 정기는 한 번에 바짝 모으면 그만이었다. 더욱이 정기를 모으는 조교의 방에서는 시간이 흐르지 않았다.

마정석 파편이라면 모를까, 정기에 관한 문제라면 걱정이 없었다.

“아라크네하고 코카드리유도 불러줘.”

[알겠습니다, 던전 마스터. 대상 ‘소피아’, 던전 수호자 ‘마틸다’, 던전 수호자 ‘엘레노아’, 대상 ‘에나’, 대상 ‘렉스’, 대상 ‘아라크네’, 대상 ‘코카드리유’를 이곳으로 호출하겠습니다.]

이리 말한 던전 코어는 눈을 감았다. 그리고 그것과 동시에 방의 중심에 위치한 검은색 돌인 던전 코어의 본체가 환한 빛을 뿜어내기 시작했다. 보아하니 내가 호명한 인원들을 이곳으로 불러내고 있는 중인 모양이었다.

========== 작품 후기 ==========

성녀님의 가슴은 세계 제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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