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매니저 어플-327화 (327/599)

<-- [던전 디펜스] -->

퀘스트 보상을 받을 거냐고 묻는 알림문구에 나는 네를 눌러서 랜덤 스킬 상자를 수령했다.

[축하합니다!]

[스킬 ‘오크 소환’을 획득하셨습니다!]

[효과 : 오크 1마리를 소환합니다.]

[강제로 역소환되었을 시, 2시간 뒤에 다시 소환 할 수 있습니다.]

[현재 사용자는 ‘오크 소환’과 중복되는 스킬을 보유하고 계십니다.]

[중복되는 스킬을 획득할 시에는 스킬 강화 혹은 정기 교환을 하실 수 있습니다. (단, 이 경우 정기 획득양이 절반으로 줄어듭니다.)]

[스킬 강화 / 정기 교환]

“오…….”

실로 오랜만에 보는 오크 소환이었다.

나는 피식 웃음을 터트리며 스킬 강화를 선택했다.

[축하합니다!]

[스킬 ‘오크 소환(+1)’이 ‘오크 소환(+2)’로 강화되었습니다!]

[효과 : 오크 6마리를 소환합니다.]

[강제로 역소환되었을 시, 1시간 뒤에 다시 소환 할 수 있습니다.]

‘이걸로 오크가 세 마리 더 추가된 건가.’

왠지 모를 뿌듯함마저도 느껴졌다. 마치 내 새끼들이 하나둘씩 늘어나는 것만 같았다.

‘……이왕에 이렇게 된 거, 랜덤 스킬 상자를 좀 더 개봉해볼까?’

아주 잠깐 이런 생각이 들었지만, 이윽고 나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도 그럴 것이 현계 퀘스트와 관련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보다 빠르게 레벨을 올려둘 필요성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런 이상 별다른 이유 없이 정기를 낭비하는 것은 금물이었다.

‘지금 당장 급한 것도 아니고.’

나는 매니저 어플을 종료한 뒤에 적당히 시간을 보내기 위해서 인터넷을 검색했다. 그러자 마물 사냥꾼이 실시간 검색어 순위를 장악하고 있는 게 눈에 들어왔다. 뭐, 지극히 당연한 일이었다.

방금 전에 오우거를 사냥했으니 말이다.

‘……요정 유 지아?’

그러다가 문득 내 눈에 요정 유 지아라는 검색어가 눈에 들어왔다.

고개를 살짝 기울인 나는 곧바로 요정 유 지아를 검색해보았다. 그러자 스마트폰 화면에 그녀와 관련된 여러 기사가 떠올랐다. 더불어 유 지아 속옷 노출이란 관련 검색어가 떠올랐다.

순간 호기심이 동한 나는 잠시 요정 유 지아를 제쳐두고서 유 지아 속옷 노출을 검색해보았다.

[마물 사냥꾼 유 지아, 허공에서 과감한 속옷 노출 ‘아찔한 자태’]

인터넷 방송 중에 잡힌 마물 사냥꾼 유 지아의 속옷 노출에 누리꾼들이 후끈 달아올랐다.

오크를 잡기 위해서 하늘 위로 날아올랐던 유 지아가 아래로 낙하하기 위해서 허리를 숙인 순간 속옷이 노출되었다. 그리고 그 장면을 확대한 사진이 SNS를 통해서 빠르게 확산되었다. 해당 사진의 화질이 그렇게 좋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다들 그녀의 속옷 노출에 열띤 반응을 보였다.

누리꾼들은 “검은색이라니, 바람직하다.” “이런 착한 노출, 인정합니다.” “유 지아, 몸매만 좋은 줄 알았더니 센스도 좋다.” 등 반응을 보였다. 한편 유 지아가 이번에 입고 등장한 옷에 대해서도 “저런 옷을 어디서 얻는 건지, 나도 구하고 싶다.” “패션 센스가 너무 좋다.” 등의 반응을 보이며 의상에 관한 관심도 보였다.

한편 마물 사냥꾼 유 지아는 동료 마물 사냥꾼들과 함께 현장을 수습하고 있으며, 마물 사냥꾼의 리더 이 소현이 경찰들과 협력하여 시민들을 진정시키고 있다.

‘이게 보여?’

기사를 다 읽은 나는 첨부되어 있는 사진을 확대해서 보았다. 그러나 워낙에 화질이 좋지 않아서 유 지아의 속옷이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 아니, 애당초 색깔조차도 불분명했다. 너무 멀리 떨어져 있는 탓에 검은색으로 보이는 것이지, 사실 이게 무슨 색인지는 제대로 알 수가 없었다.

“…….”

한참을 들여다보던 나는 이윽고 이게 대체 무슨 짓인가 싶어서 고개를 떼었다. 그리고는 유 지아 속옷 노출 기사가 아닌 요정 유 지아를 검색해서 기사를 살펴보았다.

[하늘로 날아오른 마물 사냥꾼 유 지아 “볼수록 강하고 아름다워……. 눈부신 요정”]

평소의 후줄근한 옷차림이 아닌 아름다운 의상을 입고 등장한 유 지아의 모습에 눈길이 모인다.

마물 사냥꾼 유 지아는 다른 마물 사냥꾼들과 함께 오크 사냥에 나섰다. 공개된 사진 속에는 하늘하늘한 의상을 입고 요정 같은 몽환적인 분위기를 뽐내고 있다. 특히나 유 지아가 오크를 쓰러트리기 위해서 하늘로 날아오를 때는 그 분위기가 절정에 달한다.

인터넷 방송을 보고 있던 시청자들은 유 지아가 하늘로 날아오르는 순간 입을 다물지 못 했다. 특히 빠른 속도로 낙하해 오크의 숨통을 끊을 때면 모든 이들이 놀라움을 표시했다.

이후, 유 지아의 모습이 SNS를 통해 빠르게 퍼지면서 요정 유 지아라는 별명을 얻게 되었다.

‘확실히 예쁘긴 하네.’

에나만큼은 아니었지만 하늘을 날고 있는 유 지아의 모습은 몽환적이라는 말이 부족할 정도로 아름다웠다. 게다가 구도가 어찌나 절묘하던지, 유 지아 특유의 천연덕스런 표정이 그대로 찍혀 있었다.

덕분에 사진의 매력이 배가 되어서 느껴지고 있었다.

“그런데 이러라고 준 옷이 아닌데…….”

나는 분명히 회피용으로 쓰라고 준 옷이었는데, 유 지아는 역으로 공격용으로 쓰고 있었다. 심지어 오우거 주변을 날아다니며 공격하는 것도 아니고, 아예 한계까지 날아오른 뒤에 낙하하면서 일격을 선사하는 것이었다.

위험천만한 공격 방법이었다.

만약에 김 예지의 치유 능력이 조금이라도 부족했다면……. 하다못해 곰의 발톱의 내구도가 조금이라도 낮았다면 주먹이 완전히 망가졌을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다음에 주의를 줘야겠네.’

한숨을 푹 내쉰 나는 다른 기사들도 살펴보았다. 하지만 이것 이외에는 별다른 특출난 것이 없었다. 그나마 있다고 한다면 이 소현이 들고 있던 빛나는 검과 경찰과 협력해서 시민들을 진정시키고 있다는 이야기 정도였다.

‘……응?’

이처럼 마물 사냥꾼들에 관한 정보를 살펴보고 있는데 문득 내 눈에 새로운 검색어가 눈에 들어왔다.

‘영국 왕실의 헬레나 공주 방한?’

마물 사냥꾼으로 가득하던 실시간 검색어 순위에 전혀 다른 검색어가 유입된 것이었다. 호기심이 치미는 것을 느낀 나는 헬레나 공주를 검색해보았다. 그러자 곧 새로운 기사가 여러 개 떠올랐다. 이에 나는 가장 상단에 위치한 기사를 눌러서 읽어보았다.

[영국 왕실의 헬레나 엘리자베스 다이애나 공주, 오는 27일 방한]

영국 왕실의 헬레나 공주가 한국에 방문 할 예정이라고 공식적으로 밝혔다.

올해로 19세가 된 헬레나 공주는 오래 전부터 마물 사냥꾼에 대해서 관심이 있었으며 자원할 예정이라고 자신의 뜻을 알렸다. 영국 왕실에서 헬레나 공주를 만류했지만 공주의 뜻을 꺾지 못 했다. 더욱 흥미로운 것은 왕세손비가 직접 공주를 불러서 만류했음에도 불구하고 고집을 꺾지 못 했다는 사실이다.

헬레나 공주는 방한 준비를 끝마친 상태이며 서류 또한 이미 제출한 상태라고 영국 왕실은 설명했다.

한편 헬레나 공주는 오빠인 조지 왕자의 뒤를 이어 왕실 계승 서열 3위에 올랐다.

‘왜?’

기사를 다 읽은 나는 그만 당혹감을 감추지 못 했다. 대체 뭐가 아쉬워서 공주라는 사람이 마물 사냥꾼에 지원한다는 말인가? 혹시 외모가 떨어지는 건가 싶어서 사진을 보았지만, 그건 또 아니었다.

오히려 마물 사냥꾼에 비견될 정도로 아름다운 외모를 지니고 있었다.

괜히 공주님이 아니라는 것처럼 말이다.

‘……대체 왜?’

어처구니없는 일이었다. 혹시 불치병에 걸린 건 아닐까 싶어서 헬레나 공주 불치병을 검색해보았지만 그건 또 아니었다. 오히려 승마부터 시작해서 펜싱까지 두루두루 섭렵한 팔방미인이었다. 게다가 성격도 좋아서 영국에서 가장 사랑받는 소녀로 뽑힐 정도였다.

‘미인에다가 성격도 좋고, 운동도 잘 하는……. 뭐야, 이 공주님은?’

전설 속의 동물인가?

난데없이 튀어나온 공주님의 존재감에 머릿속이 살짝 복잡해졌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나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진정하자. 뭘 당황하고 그래?’

어차피 이건 지원 형식이었다. 내가 안 뽑으면 그만이었다. 아무리 영국 왕실에서 헬레나 공주를 마물 사냥꾼으로 뽑으라고 압박을 해도 내가 안 뽑으면 그만이었다. 아니, 애당초 영국 왕실에서도 헬레나 공주를 만류했다고 하니까 내가 그녀를 안 뽑으면 두 손 두 발 다 들고서 좋아할 것이 분명했다.

여기까지 생각을 한 나는 그제야 마음을 편히 놓았다.

‘재밌네.’

여유롭게 웃음을 터트린 나는 헬레나 공주에 관한 기사를 좀 더 읽어보았다.

‘……이건 뭐 성녀 수준이네.’

봉사 활동은 기본이고 빈민 구제까지 직접 한다는 이야기가 심심치 않게 나왔다. 심지어 범죄자 교화를 위해서 직접 교도소까지 찾아가서 일일이 상담을 해주었다는 이야기가 나와 있었다. 그리고 이런 헬레나 공주의 상담에 감명을 받은 수감자들이 사회로 나온 직후, 올바른 길을 걷게 되었다는 일화도 소개되어 있었다.

“대체 왜 이런 위험한 일을 하려고 하는 거지?”

나는 헬레나 공주에 대한 이야기를 읽으며 생각에 잠겼다. 이토록 완벽한……. 무엇하나 부족한 것 없는 공주님이 왜 이런 험한 일을 하려는 것일까? 솔직히 말해서 마물 사냥꾼은 빛 좋은 개살구였다.

애당초 마물이 나타나면 자기 의사와는 상관없이 무조건 내게 불러와야 되었다.

이게 좋을 리가 없었다. 스트레스도 이런 스트레스가 따로 없을 것이다. 물론 다행히도 마물 사냥꾼 중에 그 누구도 싫어하는 기색을 내비치지 않고 있었지만, 열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는 말이 있듯이 알게 모르게 불만을 가진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호기심? 아니면 헌신?’

어쩌면 내가 감히 생각지도 못한 곤란한 상황에 처해있는 것일지도 몰랐다. 나는 잠시 곰곰이 생각해보다가 이윽고 나중에 헬레나 공주를 따로 만나보기로 결정을 내렸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직접 대면하겠다는 것은 아니었다.

어디까지나 현주를 대리인으로 내세워서 만나보겠다는 것이었다.

‘……일단 이유를 들어보는 편이 좋겠지.’

특혜라면 특혜라고도 할 수 있겠지만, 이렇게 무엇 하나 부족한 게 없는 사람이 이런 일에 지원했다는 것은 분명 말하지 못 하는 난처한 상황에 처해있다는 뜻이었다. 이리 결론을 내린 나는 화면에 표시되어 있는 시간을 확인했다.

‘슬슬 나가볼까?’

시간이 이십 분 정도 지난 것을 확인한 나는 서둘러 화장실 밖으로 나갔다. 그러자 아까 전에 우리가 함께 커피를 마셨던 자리에 앉아있는 지현이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이에 나는 잠시 옷매무새를 다듬고는 그녀 곁으로 다가갔다.

“왜 여기 있어?”

내 물음에 창밖을 내다보고 있던 지현이가 나를 쳐다보며 두 눈을 동그랗게 떴다.

“왜 여기 있긴요. 마물 사냥꾼이 갔으니까 들어와 있는 거죠.”

이리 말한 그녀는 손으로 창밖을 가리켰다. 이에 지현이의 손끝을 따라 시선을 옮기자, 거리를 통제하고 있는 경찰관들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물론 이 소현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벌써 간 거야? 이런…….”

나는 정말로 아쉽다는 어투로 말하며 그녀의 맞은편에 앉았다. 그러자 지현이가 킥킥 웃음소리를 내며 자기 스마트폰을 꺼내들었다. 그리고는 마물 사냥꾼 이 소현의 모습을 찍은 사진들을 보여주며 말했다.

“보내줄까요?”

그 말에 나는 피식 웃음을 터트리며 방금 전에 내가 찍었던 사진을 보여주었다.

“나도 찍었거든?”

“별로 안 예쁘게 찍혔잖아요.”

“본판이 예쁜데, 안 예쁘고 예쁘고가 어디 있냐?”

나는 별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실제로 내가 찍은 사진 속 이 소현은 연예인 저리가라 할 정도로 예뻤다. 확실히 매니저 어플은 위대했다. 나는 내심 감탄하며 스마트폰을 도로 집어넣었다.

“하긴 그렇긴 하죠. 근데 진짜 예쁘지 않아요?”

“마물 사냥꾼?”

“네. 직접 보니까……. 와, 진짜 사람 얼굴이 어떻게 그렇게 작을 수가 있죠?”

지현이의 눈이 감격으로 물들었다. 심지어 눈물까지도 그렁그렁하게 맺혀있었다. 나는 커피와 함께 가져왔던 갈색 냅킨을 집어 들어 그녀에게 내밀었다.

“확실히 예쁘긴 하더라.”

“소현 언니도 그렇게 예쁜데, 다른 마물 사냥꾼은 대체 얼마나 예쁘다는 걸까요?”

“…….”

갈색 냅킨으로 자기 눈물을 슥 닦으며 말하는 지현이의 태도에 나는 속으로 ‘너하고 비슷해.’라고 대답했다. 솔직히 말해서 내가 보기에 지현이나 마물 사냥꾼이나 비슷비슷했으니 말이다.

물론 엄격한 잣대로 비교하자면 마물 사냥꾼 쪽이 단연 압승이었다.

하지만 여러 가지 관점에서 보자면 지현이 쪽이 좀 더 우위라고 볼 수 있었다. 예를 들어서 강단 있는 성격이라던가, 나와 알고 지낸 시간 등을 따져서 말이다.

그래, 이건 우정 점수라고 해두자.

“오빠는 누가 제일 예쁜 거 같아요?”

“글쎄……. 아무래도 한…….”

채원이라고 대답하려던 나는 문득 채원이가 아직 고등학생이란 것을 떠올렸다. 만약에 여기서 한 채원이 제일 예쁘다고 대답했다는 분명 곤혹을 치룰 것이 틀림없었다. 하물며 왜냐고 물어본다면 나는 여기서 ‘가슴이 제일 작으니까.’라고 대답할 수밖에 없었다.

이건 빼도 박도 못 한다.

나는 크흠, 헛기침을 한 뒤에 입을 열었다.

“……리더인 이 소현이 아닐까?”

“오빠 취향이 소현 언니에요?”

“뭐, 그렇지.”

아니라고 대답하고 싶은데, 차마 아니라고 대답할 수가 없었다. 애당초 여기까지 와서 아니라고 대답하는 것도 우스운 일이었으니 말이다.

“어디가 좋은데요?”

“아무래도 예쁘니까……. 아니, 그것보다 왜 자꾸 묻는 거야?”

“당연히 은하를 위해서죠!”

당당하게 대답한 지현이는 밝고 명량한 웃음을 지었다. 참 보기 좋은 우정이란 생각이 들었다. 나는 옅게 웃음을 터트리며 지현이와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주로 지현이가 질문을 하고 내가 대답하는 것이었지만, 딱히 부담이 가지 않는 이야기였다. 물론 간간히 은하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기는 했지만, 지현이가 의도적으로 피해준 덕분에 편하게 이야기할 수 있었다.

========== 작품 후기 ==========

역시 현실 속 공주님은 빠질 수 없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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