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매니저 어플-326화 (326/599)

<-- [던전 디펜스] -->

‘쟤가 왜 나와 있어?’

순간 어이가 없어졌다. 믿었던 도끼에 발등이 찍힌 기분이었다.

나는 시큰거리는 뒤통수를 왼손으로 감싸 쥐며 이 소현을 바라보았다. 소현은 손에 마이크를 든 채로 사람들을 향해 무어라 호소하고 있었는데, 그녀가 말을 하면 할수록 사람들의 흥분이 조금씩 가라앉고 있었다.

심지어 경찰들을 밀치며 안쪽으로 들어가려고 했던 사람들도 점차 이성을 되찾고서 한걸음씩 물러나고 있었다.

“오빠, 얼른 일어나요!”

그 때, 흥분한 지현이가 내 팔을 와락 잡아당기며 보챘다.

“……빨리요! 빨리!”

거듭 보채는 지현이의 태도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나는 잠시 주춤거리다가 이윽고 어정쩡하게 일어서며 생각에 잠겼다.

‘어쩌지?’

당장 거리는 사람들로 빼곡히 채워져 있었다.

여기서 이 소현의 눈에 들어올 확률은 극히 희박했다. 설령 눈에 들어온다고 하더라도 그녀가 내 얼굴을 알아볼 수 있는 거란 보장은 그 어디에도 없었다. 솔직히 말해서 이제까지 가면을 쓰고 있었는데, 어떻게 내 얼굴을 알아본다는 말인가?

물론 지금 입고 있는 옷차림이 다소 마음에 걸리기는 했다.

‘그 때, 로브를 입었어야 했는데…….’

당시의 안일함이 뼈아팠다. 하지만 이미 일어난 일이었다. 이제 와서 옷을 갈아입을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나는 내 옷차림을 살펴보았다. 푸른색 계열의 셔츠에 흰색 바지. 여느 평범한 옷차림이었다.

거리의 남성들도 나와 비슷하거나 약간씩 다른 옷차림이었다.

‘……뭐, 이 정도라면…….’

하물며 거리의 인파에 둘러싸이게 되면 얼굴 밖에 보이지 않게 된다.

이 소현이 내 옷차림을 본다고 한들 알아볼 확률은 극히 적었다. 더욱이 설령 알아본다고 하더라도 이쪽에서 잡아떼면 그만이었다.

‘괜찮겠지.’

게다가 내가 아는 이 소현은 그렇게 경우 없는 사람이 아니었다. 최소한 눈치가 있다면 나를 알아보더라도 못 본 척 해줄 것이 틀림없었다.

그래, 지금은 믿는 수밖에 없었다.

‘……아니야, 역시 불안해.’

번민의 연속이었다. 반면에 나를 잡아끄는 지현이의 보챔은 한층 더 강해지고 있었다. 그녀는 다급한 얼굴로 내 팔을 거듭 잡아당기며 ‘오빠, 얼른 가요!’라고 소리치고 있었다. 이에 나는 주춤거리다가 이윽고 완전히 몸을 일으킨 뒤에 그녀를 따라 카페 입구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곧 카페 문을 나서기 직전 나는 경찰차 위에 올라가 있는 이 소현을 바라보았다.

‘그래, 이렇게 된 거 사정을 설명하자.’

나는 내 주머니 안에 들어있는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렸다.

‘……일단 이 소현을 조교의 방에 불러낸 다음에 사정을 설명하는 거야. 나를 알아보더라도 평소처럼 행동하라고…….’

그렇게 해두면 설령 이 소현이 나를 알아본다 하더라도 모른 척 해줄 것이 틀림없었다.

그럼 아무런 소동 없이 넘어가게 되는 것이었다. 물론 조교의 방으로 부른 이상 무언가 조교를 해야 되었지만 그건 그 때였다. 애당초 조교라는 게, 반드시 성관계를 맺어야 되는 것이 아니었다.

실제로 은하를 조교의 방으로 불러내었을 때도 가볍게 절정에 달하게 만드는 것으로 끝냈으니 말이다. 그러니 이쪽으로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아니, 틀렸어. 이것도 안 돼.’

이 소현이 그걸 순순히 받아들 리가 없었다.

최악이었다. 사방이 꽉 막힌 듯한 기분이었다. 나는 내 팔을 꽉 붙잡고 있는 지현이와 경찰차 위에 올라가 있는 이 소현을 번갈아보았다.

‘……역시 지현이를 설득하는 수밖에.’

문제는 어떤 식으로 말을 하느냐는 것이었다.

일단 이 소현은 마물 사냥꾼의 리더였다.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가 다 아는 유명인이었다. 그런 상대를 눈앞에 두고서 시큰둥한 반응을 보인가? 십중팔구 특이한 반응이었다. 물론 내가 평범한 일반이었다면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하다못해 지현이가 은하나 예은이와 전혀 모르는 사이였다면 괜찮았다. 하지만 세 사람은 그냥 아는 것도 아니고 매일 같이 모여서 아이돌 프로젝트를 연습하는 사이였다. 그렇다 보니 아주 사소한 일까지 전부 다 이야기하는 편이었다.

그런 지현이가 과연 오늘의 일을 은하와 예은이한테 이야기하지 않을까?

‘그럴 리가 없지.’

지현이는 분명 오늘 있었던 일을 하나도 빼놓지 않고 미주알고주알 다 이야기할 것이 틀림없었다. 마물 사냥꾼의 리더인 이 소현과 만난 일은 더 말할 것도 없었다. 그렇다면 이 때, 내가 무언가 변명을 늘여놓고서 내뺀다면? 분명히 지현이는 농담처럼 깔깔대며 은하와 예은이한테 말할게 틀림없었다.

‘……만약에 이걸 두 사람이 이상하게 생각한다면?’

그래, 내가 너무 지나치게 과민 반응하는 것일지도 몰랐다. 그러나 이 이야기가 서연이 누나의 귀에 들어가게 된다면?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는 나를 이상하게 여길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꿀꺽, 마른침을 삼킨 나는 무심코 최악의 상황을 가정하고 말았다.

‘다시 나를 의심할지도 몰라.’

물론 100%라고는 할 수 없었다. 아마도 서연이 누나가 다시 나를 의심할 확률은 5% 미만……. 아니, 1% 미만일 것이다. 하지만 1%라고는 해도 결국 여지가 남아있다는 뜻이었다. 하물며 서연이 누나의 행동력은 그 누구보다도 내가 잘 알고 있었다.

‘……어쩌지, 이대로는…….’

발걸음이 서서히 거리 쪽으로 향했다. 특히나 마이크를 통해 흘러나오는 이 소현의 목소리가 뚜렷하게 들려오고 있었다. 나는 슬쩍 고개를 들었다. 그러자 경찰들의 호위를 받으며 거리의 사람들을 향해 호소하고 있는 그녀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현재 거리가 통제된 이유는 사망자의 시신을 완전히 수습하지 못 했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오우거가 아직까지 남아있을지도 모르기 때문에 안정상의 문제로…….”

이야기를 들어보니, 이 소현은 단순히 경찰들을 돕기 위해서 자진해서 나온 모양이었다. 확실히 마물 사냥꾼의 리더로서 올바른 행동이었다. 더욱이 이미지도 한층 더 좋아지고 말이다. 실제로 다들 이런 그녀의 행동에 감탄하며 수긍하고 있었다.

물론 이 와중에 스마트폰으로 그녀의 모습을 촬영하고 있는 사람들이 많이 보였지만, 어차피 이 정도는 방금 전의 과격행동에 비한다면 애교에 불과했다. 이걸로 흥분한 시민들을 진정시킬 수만 있다면 싸게 먹힌 셈이었다.

‘진정하자. 기껏 해봐야 눈이 마주칠 뿐이잖아.’

이 소현이 왜 모습을 드러낸 것인지 명확해진 이상 이쪽에서 괜히 제 발을 저릴 필요는 없었다.

‘……경찰을 돕기 위해서 나온 이상, 특출난 행동은 하지 않을 거야.’

만약에 그렇게 되면 오히려 혼란만 일으킬 뿐이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대로 손 놓고만 있을 수는 없지.’

나는 일단 잠자코 지현이를 따라서 사람들 무리 속으로 들어갔다.

“오빠, 이 소현이에요! 마물 사냥꾼의 리더요!”

크게 소리친 지현이는 두 눈을 반짝이며 스마트폰을 꺼내들었다. 그리고는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그녀의 모습을 촬영하기 시작했다. 다른 사람들과 똑같은 모습이었다. 나는 사방에서 들려오는 촬영음을 들으며 고개를 이리저리 돌렸다.

‘이쯤이면 됐겠지.’

이리 생각한 나는 지현이와 마찬가지로 스마트폰을 꺼내서 이 소현의 모습을 몇 장 찍었다. 이 때, 이 소현과 눈이 마주치지는 않을까 걱정이 했는데 다행히도 그녀와 눈을 마주치는 일은 생기지 않았다.

하긴 수백 개의 스마트폰이 그녀의 모습을 찍고 있었다. 그 중에 하나인 나를 콕 집어서 볼 수 일리가 없었다.

‘……사진도 충분히 찍었고.’

이처럼 저장된 사진을 확인한 나는 지현이의 팔을 살짝 잡아당기며 입을 열었다.

“나 잠깐 화장실 좀 갔다 올게.”

“화장실이요? 지금이요?”

“급해서 그래. 카페에 들어가 있을 테니까, 보고 있어.”

“네, 얼른 갔다 오세요.”

이처럼 허락이 떨어진 순간 나는 작게 고개를 끄덕이고는 곧바로 몸을 돌렸다.

‘됐다.’

이걸로 완벽해졌다. 지현이와 함께 마물 사냥꾼을 구경한데다가 사진도 충분히 찍었다. 게다가 이 소현이 나를 알아본 낌새도 느껴지지 않았다. 나는 가슴을 쓸어내리며 서둘러 카페 안으로 들어갔다.

‘……이제 화장실에서 시간만 적당히 보내면 되는 건가.’

한 때는 어떻게 되는 줄 알았지만, 막상 해결하고 나니 별일이 아니란 생각이 들었다. 옅게 웃음을 터트린 나는 화장실 변기칸 안으로 들어갔다. 그런 다음에 스마트폰을 꺼낸 나는 매니저 어플을 실행했다.

[마물 사냥꾼 ‘한 채원’ 확인합니다.]

[마물 사냥꾼 ‘유 지아’ 확인합니다.]

[마물 사냥꾼 ‘김 예지’ 확인합니다.]

[마물 사냥꾼 ‘이 소현’ 확인합니다.]

[마물 사냥꾼 ‘신 혜진’ 확인합니다.]

[마물 사냥꾼 5인 입장합니다.]

[마물 사냥꾼은 마물이 가하는 공격 이외의 모든 공격에 면역됩니다.]

[마물은 마물 사냥꾼이 가하는 공격 이외의 모든 공격에 면역됩니다.]

[현계 퀘스트 ‘오우거’를 시작합니다.]

[축하합니다!]

[현계 퀘스트 ‘오우거’를 완료했습니다!]

[공헌도를 확인합니다.]

[마물 사냥꾼 ‘한 채원’, 15% 공헌했습니다.]

[마물 사냥꾼 ‘유 지아’, 30% 공헌했습니다.]

[마물 사냥꾼 ‘김 예지’, 12% 공헌했습니다.]

[마물 사냥꾼 ‘이 소현’, 27% 공헌했습니다.]

[마물 사냥꾼 ‘신 혜진’, 16% 공헌했습니다.]

[마물 사냥꾼 ‘한 채원’은 경험치 ‘450’을 획득했습니다.]

[마물 사냥꾼 ‘유 지아’는 경험치 ‘900’을 획득했습니다.]

[마물 사냥꾼 ‘김 예지’는 경험치 ‘360’을 획득했습니다.]

[마물 사냥꾼 ‘이 소현’은 경험치 ‘810’을 획득했습니다.]

[마물 사냥꾼 ‘신 혜진’는 경험치 ‘480’을 획득했습니다.]

[축하합니다!]

[현계 퀘스트 ‘오우거’을 완료했습니다!]

[보상으로 랜덤 스킬 상자가 주어집니다.]

[랜덤 스킬 상자를 수령하시겠습니까?]

[네 / 아니요]

========== 작품 후기 ==========

결론 : 화장실 좀 갔다 올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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