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매니저 어플-325화 (325/5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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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저걸 맞고 살아?

-ㄷㄷㄷㄷ 이게 사나요?

-정령의 형상 두른 듯ㅋㅋㅋ

-이걸 오크가!

오우거의 경악스런 맷집에 채팅창이 난리가 났다. 하지만 그러거나 말거나 마물 사냥꾼은 계속해서 전투를 이어나갔다.

일찍이 내가 경고를 해준 덕분이었다.

이 소현은 당황한 기색 하나 없이, 오히려 당연하다는 듯이 검으로 방패를 두드리며 오우거의 시선을 자신에게로 집중시켰다. 그러자 검게 그을린 오우거의 머리가 그녀 쪽으로 돌아갔다.

녀석은 큰 소리로 포효성을 터트리더니, 돌연 가로수를 뽑아 이 소현을 향해 집어던졌다.

쿵!

굵은 두께를 자랑하는 나무 몸통이 소현의 방패를 거세게 때렸다. 방패를 통해 전해지는 충격이 결코 만만치 않을 텐데도 그녀는 한 걸음도 물러나지 않았다. 오히려 앞으로 걸음을 내딛으며 검으로 오우거의 몸을 찔렀다. 하지만 강화 7단계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별다른 위력을 보이지 못 하고 있는 은빛 장검이었다.

‘역시 등급이 문제인가.’

아까운 일이었다. 하지만 그래도 강화 7단계라는 이름값을 하는 모양인지, 오우거의 몸에 조금씩 상처가 나고 있었다. 더불어 은빛 표식을 남길 확률이 45%까지 올라간 덕분에 소현이 오우거를 공격할 때마다 녀석의 몸에 은빛 표식이 하나둘씩 새겨지고 있었다.

‘……응? 그러고 보니 저 표식…….’

그러다 문득 내 시선이 오우거의 손목에 닿았다.

내 기억이 맞다면 저건 한 채원이 화염구를 날리기 전에 이 소현이 남겼던 표식이었다.

‘설마 저기를 직접 타격해야지만 표식이 발동하는 건가?’

생각 외로 까다로운 조건이었다. 하지만 그것보다 더 문제가 되는 건, 마물 사냥꾼 중에 그 누구도 이 사실을 알아차리지 못 하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다들 하나 같이 일반적인 약점인 목이나 얼굴 그리고 심장 부근만 집요하게 공격하고 있었으니 말이다.

반면에 은빛 표식이 생긴 지점은 손목이나 하반신 쪽으로 몰려있었다. 아무래도 오우거의 시선을 붙잡고 있어야 되었기 때문에 공격범위가 아래쪽으로 한정된 것이었다.

결국 상황이 이렇다보니 오우거의 몸에 새겨진 은빛 표식은 자신의 가치를 발휘하지 못 한 채 하나둘씩 차곡차곡 쌓이고 있었다.

‘……답답하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내가 직접 가르쳐줄 수도 없고…….’

나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 한 채 마물 사냥꾼들의 전투를 계속 지켜보았다. 그리고 이처럼 5분 정도가 지나자, 수십 여 개의 은빛 표식이 쌓이면서 오우거의 하반신이 반짝반짝 빛을 내기 시작했다.

이건 도저히 모른 척 하려고 해도 모른 척 할 수가 없는 수준이었다.

-오크의 거시기에서 빛이...!

-크고 아름다워!

-히익! 성기가 빛을 내다니...

-성검이다ㅋㅋ 성검ㅋㅋㅋ

-오크 : 함께 하지 않겠나?

채팅창에 온갖 드립이 판을 쳤다.

한편 마물 사냥꾼들도 은빛 표식의 존재를 눈치 챈 모양인지, 서로 눈빛을 주고받았다. 이 소현은 공격에 앞서서 오우거의 시선을 확실하게 사로잡아놓을 생각인 모양인지, 검으로 방패의 표면을 강하게 두드리며 도발했다. 그리고 그 도발에 넘어간 녀석은 크게 포효성을 터트리며 달려들었다.

그걸 본 신 혜진은 활시위에 화살을 걸더니, 이윽고 은빛 표식이 새겨져 있는 손목을 향해 화살을 쏘았다.

펑!

활시위를 떠난 화살이 빠르게 쏘아져 나가 오우거의 손목에 박힌 순간 작은 폭발이 일어났다. 그리고 그것과 동시에 녀석의 손목에 작은 구멍이 뚫렸다. 오우거는 자신의 오른쪽 손목을 왼손으로 움켜쥐며 고통에 찬 포효성을 터트렸다.

-뭐야?

-폭발이라니?

-헐?

-ㄷㄷㄷ 갑자기 궁수 상향?

-원딜의 시대인가?

전혀 예상지도 못 한 위력이었다. 설마하니 이 정도로 위력이 좋을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반면에 신 혜진은 마치 물 만난 물고기마냥 활시위에 화살을 걸며 은빛 표식이 새겨져 있는 부위를 향해 화살을 쏘았다. 그리고 이처럼 화살을 쏠 때마다 펑! 펑! 소리와 함께 오우거의 몸에 구멍이 숭숭 뚫렸다.

화염구에 맞고도 멀쩡했던 오우거가 은빛 표식에 맥을 못 추고 있는 것이었다.

그 광경에 나는 잠시 멍한 표정을 짓고 말았다. 반면에 나와 함께 마물 사냥꾼의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지현이는 ‘잘한다!’ ‘그래! 좀 더!’라고 소리치며 열심히 응원하고 있었다.

‘이거 생각보다 좋을지도?’

은빛 장검에 대한 생각이 순식간에 바뀌었다. 이건 홀로 있을 때, 빛이 나는 장비가 아니었다. 함께 있어야지 빛이 나는 장비였다. 물론 확률로 발동한다는 치명적인 단점을 지니고 있기는 했지만, 45%면 그렇게 낮은 수치도 아니었다.

3번을 공격했을 때, 최소 1회는 발동한다는 것이었으니 말이다.

‘……치명타라는 게 이렇게 좋은 거였구나.’

나는 내심 감탄하며 화면을 집중했다. 그러자 아주 신이 나서는 화살을 거듭 날리며 오우거를 유린하고 있는 신 혜진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이런 혜진이의 공격에 오우거는 맥을 못 추고 있었다.

-오오오!

-날았다!

-지, 지아 님!

그 때, 유 지아가 플라이를 발동한 모양인지 그녀의 몸이 허공에 붕 날았다. 더불어 힘없이 축 늘어져 있던 날개가 열심히 파닥파닥 날갯짓을 하며 자신의 존재감을 한껏 뽐냈다.

마치 한 명의 요정을 보는 듯했다.

덕분에 인터넷 방송 화면이 오우거를 향해 화살을 난사하고 있는 신 혜진의 모습에서 하늘을 날고 있는 유 지아 쪽으로 고정이 되었다.

‘대체 뭘 하려고?’

나는 꿀꺽, 마른침을 삼키며 유 지아를 바라보았다. 반면에 유 지아는 끝도 모르고 계속해서 하늘 위로 치솟아 올라갔다. 그리고는 이윽고 한계까지 올라갔다고 생각한 모양인지, 그녀는 오우거를 내려다보며 날렵한 단검을 검집에 꽂아넣었다.

-대체 뭘 하려고?

-필살기? 필살기인가!

-팬티 보인다! 팬티!!

-위에 분, 최소 천리안

-55미!

-확대하면 보임

-다들 조용히 하세요! 지아 님이 필살기를 준비하시잖아요!

-필! 살! 기!

다들 유 지아의 행동에 기대어린 목소리를 내었다. 그리고 그것이 절정에 달한 순간 유 지아의 허리가 숙여졌다. 그러자 자연스럽게 그녀의 몸이 아래로 쏠렸다. 머리가 아래로 가고 다리가 위로 올라간 것이다.

‘설마.’

아닐 거라고 생각하지만 아무래도 내 예상이 맞는 모양이었다.

유 지아는 그대로 빠른 속도로 낙하했다. 말 그대로 낙하였다. 오우거를 향해 떨어지는 포탄처럼 빠른 속도로 떨어진 유 지아는 그대로 주먹을 내지르며 오우거의 머리를 때렸다.

콰직!

그 순간, 유 지아의 주먹을 감싸고 있던 곰의 발톱이 그대로 오우거의 머리통을 으깨어버렸다. 화염구로도 박살낼 수 없었던 머리통이 주먹질 한 방에 으깨져버린 것이었다. 그리고 이윽고 머리통의 태반을 잃은 오우거는 힘을 잃은 채 그대로 쿵! 소리를 내며 쓰러졌다.

-헐?

-슈, 슈퍼걸?

-슈퍼걸 ㄴㄴ 지아님 ㅇㅇ!

-갓지아!

-ㄷㄷㄷㄷ 한방

-이건 진짜 미쳤다

-깔끔한 정리!

-다른 건 필요 없을 듯ㅋㅋㅋㅋㅋ

‘세상에……!’

설마하니 요정의 날개옷을 저런 식으로 이용할 줄은 전혀 예상지도 못했다.

‘……저러다가 주먹이 박살나면 어쩌려고?’

아니, 주먹이 문제가 아니었다. 온 몸에 부담이 갈 것이 틀림없었다. 실제로 오우거의 머리통을 으깨버린 직후, 유 지아는 김 예지에게 집중 치료를 받아야만 되었으니 말이다. 피투성이가 되어 있는 자기 주먹을 좌우로 흔들며 호탕하게 웃음을 터트릴 걸 보아하니, 주먹도 함께 박살이 났던 모양이었다.

‘대체 무슨 생각으로…….’

무식하다는 말로는 부족했다. 하지만 그녀 덕분에 오우거를 손쉽게 처리할 수 있었던 것은 분명한 사실이었다. 나는 속으로 쓰게 웃음을 터트리며 지현이를 바라보았다. 그러자 연신 와아! 와아! 감탄성을 터트리며 유 지아의 모습을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는 그녀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확실히 그 정도로 유 지아의 쇼맨십은 화려했다.

물론 그것이 의도하지 않은 일이었다고 하더라도 말이다.

“오빠, 방금 봤어요?”

“어, 봤어.”

아주 잘 봤다. 설마하니 그런 식으로 무식하게 마무리를 지어버릴 줄은 몰랐으니 말이다.

누가 보면 철로 된 인간인 줄 착각할 정도였다. 나는 어색하게 웃으며 방송을 종료했다. 그러자 지현이가 덥썩 내 팔을 붙잡으며 입을 열었다.

“오빠, 마물 사냥꾼 구경하러 가요!”

“뭐? 지금?”

“네, 지금이요! 지금이 아니면 영영 못 볼 거라고요!”

이리 말하며 두 눈을 심하게 반짝이는 지현이었다. 그리고 그 말대로 일반인이 마물 사냥꾼을 직접 볼 기회는 지금 같은 경우 밖에 없었다. 실제로 그녀들은 연예인 저리가라 할 정도로 유명세를 타고 있었으니 말이다.

‘물론 나 같은 경우에는…….’

현계 퀘스트가 발생했을 때마다 보는 입장이었다. 아니, 보기만 할 뿐인가? 직접 만져보고 이야기도 나누는 사이였다. 하지만 그걸 지현이한테 말할 수가 없으니, 꼼짝 없이 마물 사냥꾼들을 보러 가게 생겼다.

‘……멀리서 보는 거라면 괜찮지 않을까?’

아주 잠깐 이런 생각이 들었지만, 이윽고 나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혹시라도 재수 없게 눈이 마주칠지도 몰랐기 때문이었다.

“안 돼. 혹시 더 남아있을지도 모르잖아.”

“마물 사냥꾼이 있잖아요! 오빠, 그러지 말고 같이 구경하러 가요. 네? 다들 가잖아요!”

이리 말한 지현이는 마물 사냥꾼이 있는 쪽으로 우르르 몰려가는 사람들을 손으로 가리켰다. 확실히 엄청난 인파였다. 다들 어디에 숨어있었는지, 우르르 떼를 지어 몰려나와서는 마물 사냥꾼이 있는 방향으로 뛰어가고 있었다.

‘확실히 이 정도 인파라면…….’

안일한 생각일 수도 있었지만, 충분히 가능성이 있는 생각이기도 했다. 게다가 여기서 지현이의 제안을 거절하는 것도 이상한 일이었고 말이다.

‘……괜찮겠지.’

이리 결정을 내린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

“그래, 가자.”

“얼른 가요! 사람들 몰리잖아요!”

지현이는 마치 놀이공원에 처음 놀러온 어린아이마냥 잔뜩 들뜬 표정을 지어보이며 나를 보챘다. 이에 작게 웃음을 터트린 나는 스마트폰을 주머니 안에 집어넣은 뒤에 그녀를 따라 걸음을 옮겼다.

‘이 많은 사람들이 대체 어디서 나왔대?’

공원을 벗어나 거리로 들어서자, 도로는 물론이고 인도까지도 사람들로 가득 찼다. 수십 명의 경찰들이 거리를 통제해 보려고 하고 있었지만, 아무도 경찰들의 통제를 듣지 않고 있었다.

오히려 왜 안 들여보내주면서 큰 소리를 치고 있었다.

“마물 사냥꾼 좀 보여줘!”

“비켜! 비키라고!”

“기자들은 들여보내면서 왜 우리는 안 들여보내주는 건데!”

이처럼 사람들이 아우성치자, 마이크를 든 경찰관 한 분이 앞으로 나서며 입을 열었다.

“아직 안쪽은 위험합니다. 그리고 사망자와 부상자를 파악하고 있기 때문에 함부로 들어가시면 안 됩니다.”

일리가 있는 이야기였다. 때문에 몇몇 사람들이 납득한 표정을 지어보이며 입을 다물었다. 그러나 여전히 대다수의 사람들이 어떻게든 안쪽으로 들어가기 위해서 격렬한 몸싸움을 보여주고 있었다.

심지어 어떤 사람은 억지로 경찰관들을 밀치며 안으로 들어가려고 했다.

‘개판이네.’

눈살이 절로 찌푸려지는 광경이었다. 나는 지현이의 팔을 잡아당기며 입을 열었다.

“돌아가자.”

“으…….”

이런 내 말에 그녀는 끙끙 앓는 소리를 내며 눈동자를 데굴데굴 굴렸다. 어지간히도 마물 사냥꾼이 보고 싶은 모양이었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상황이 이런데 말이다. 나는 지현이의 등을 가볍게 토닥여주며 입을 열었다.

“그럼 근처 카페에서 기다려볼래? 혹시 알아? 마물 사냥꾼들이 나올지?”

물론 그럴 확률은 아예 없었다. 마물 사냥꾼들이 무엇 하러 근처 커피숍에 방문한다는 말인가? 오히려 사람들을 피해서 차량을 타고 이동할 확률이 높았다. 그리고 이런 내 말에 지현이는 ‘음…….’하고 말끝을 끌더니, 이윽고 어깨를 축 늘어트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 모습이 마치 비에 젖은 강아지를 보는 듯했다.

나는 작게 웃음을 터트리며 지현이를 데리고서 근처 카페로 들어갔다. 그런 다음에 커피를 주문한 우리는 창가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꼭 보고 싶었는데…….”

지현이는 커피 잔을 만지작거리며 볼멘소리를 내었다. 그 모습을 보니, 오우거와 조우하고 생겼던 충격이 완전히 가신 것 같았다. 나는 옅게 웃음을 터트리며 창밖을 내다보았다. 그러자 여전히 경찰들과 실랑이를 벌이고 있는 사람들이 눈에 들어왔다.

물론 이 와중에 우리처럼 카페 안으로 들어오는 사람들도 있었다. 덕분에 카페는 예기지도 못 하게 대성황을 맞이하고 있었다.

‘이렇게 보니, 마물 사냥꾼들도 참 고생이네.’

나는 쓰게 웃음을 터트리며 커피를 한 모금 마셨다.

혀끝에 매달린 쓴 맛이 오늘 느낀 감정들을 휘감는 듯했다. 확실히 오늘 일로 많은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더불어 마물 사냥꾼이 이제까지 어떠한 풍경을 보고 있었는지도 말이다.

‘……시체…….’

나도 참 몹쓸 짓을 시키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강제는 아니었지만, 아무리 그렇다고 하더라도 목숨을 걸고 싸우게 하는 걸 정당화 시킬 수는 없었다. 나는 커핀 잔을 내려놓으며 지현이를 바라보았다.

“그런데 오늘 연습은 어떻게 할 거야?”

“연습이요?”

내 물음에 지현이는 잠시 깜짝 놀란 표정을 짓더니, 이윽고 피식 웃으며 입을 열었다.

“……오빠가 오늘은 하지 말자고 했잖아요.”

“그 때는 네가 힘들어보였으니까 그랬지.”

“그래서 지금은 괜찮아 보이고요?”

“아니야?”

이런 내 되물음에 지현이는 까르르 웃음을 터트리며 입을 열었다.

“그렇긴 한데, 지금 와서 다시 부르는 것도 웃기잖아요.”

“하긴…….”

“그리고 오빠는 은하한테 할 말도 제대로 안 정했고요.”

“…….”

핵심을 콕 짚고 들어오는 지현이의 말에 일순 말문이 턱 막혔다.

‘그렇긴 하지.’

나는 마음속으로 인정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는 재차 커피를 마시기 위해서 잔을 들어 올리는데, 돌연 지현이가 벌떡 몸을 일으켰다.

“마물 사냥꾼!”

“뭐?”

그 외침에 깜짝 놀란 나는 지현이가 쳐다보고 있는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러자 유리 창 너머로 경찰차 위에 올라가 있는 이 소현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 작품 후기 ==========

김 유현 : 그렇게 쓰라고 준 옷이 아닌데...

유 지아 : 으하핫! 필살기다!

김 유현 : 제발..

유 지아 : 필살기 이름은 핵꿀밤!

김 유현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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