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매니저 어플-322화 (322/599)

<-- [던전 디펜스] -->

‘됐다!’

너무 기쁜 나머지 눈시울이 절로 뜨거워졌다. 이러다가 눈물이 왈칵 쏟아지는 건 아닐까 싶을 정도였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만큼은 눈물을 흘리더라도 괜찮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도 그럴 것이 칠흑의 지팡이가 강화 5단계를 달성한 것이었다.

이 얼마나 경사스러운 일이라는 말인가? 매니저 어플의 배려심에 새삼 감동할 지경이었다.

물론 정기를 갈취하는 수준이 모 게임 회사 저리가 할 정도로 심하기는 했지만 재도전의 기회를 준 것이 어디라는 말인가? 솔직히 말해서 정기 500으로 랜덤 장비 상자를 다시 뽑는다고 해서 칠흑의 지팡이가 다시 나올 확률은 극히 적었다.

그러니 이건 매니저 어플과 내가 서로 Win-Win 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었다.

‘……은빛 장검을 7단계까지 강화했을 때보다도 더 기쁘네.’

나는 쿵쾅쿵쾅 뛰는 심장을 차분히 가라앉히며 스킬 설명을 읽어보았다.

‘스켈레톤 아흔여섯 마리…….’

이것만 하더라도 굉장한데 효과 3의 반경이 1KM로 늘어났다.

‘……지금 내가 소환할 수 있는 소환물이 고블린 아흔여섯 마리와 오크 세 마리, 슬라임 한 마리 그리고 좀비 한 마리와 스켈레톤 아흔여섯 마리, 그 외에 노예들까지 합친다면…….’

도합 이백이 넘어갔다. 그런데 여기에 던전의 몬스터들까지 가세하게 된다면 물경 사백이 넘어갔다. 실로 어마어마한 숫자였다. 웬만한 적들은 숨 한번 제대로 못 쉬고 깔려죽을 것이 틀림없었다.

막말로 내 소환물들이 발로 한 번씩만 걷어차줘도 숨이 끊어질 것이다.

‘이제 유령 기사 세트만 모으면 되는 건가.’

세트 효과 세 번째까지는 바라지도 않았다.

딱 유령 기사 세트 하나만 더 얻어서 시체 없이 스켈레톤들을 일으켜 세워보고 싶었다. 아흔여섯 마리의 스켈레톤이 일제히 모습을 드러내는 것이다.

그 모습을 머릿속에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전율이 일어났다.

‘……이걸로 이계 퀘스트를 진행하기 더 편해졌네.’

만족한 미소를 지어보인 나는 엄지로 확인을 누른 뒤에 마물 사냥꾼들을 바라보았다. 그러자 여전히 소현의 은빛 장검이 신기한 모양인지, 거듭 탄성을 터트리며 검신을 한 번씩 만져보고 있는 마물 사냥꾼들의 모습에 눈에 들어왔다.

그 모습에 마치 헤비 유저의 고강템을 보고서 감탄하는 일반 유저들을 보는 듯했다.

‘……근데 멋지긴 멋지네.’

미약한 빛이긴 했지만 검신에서 빛이 난다는 것 자체가 멋있어 보였다. 마치 스타워즈의 광선 검을 보는 듯했다. 나는 잠시 강화 7단계에 빛나는 은빛 장검을 바라보다가 이윽고 헛기침을 하며 입을 열었다.

“잠시 주목해주시겠습니다.”

이러한 내 말에 마물 사냥꾼들의 시선이 내 쪽으로 향했다. 여전히 내 팔에 매달려있는 채원이도 나를 빼꼼 올려다보았다. 그 모습이 어찌나 귀엽던지, 이대로 꼬옥 안아주고 싶을 정도였다. 그러나 모두가 보고 있는 앞에서 그런 추태를 보여줄 수 없는 노릇이었기에 나는 애써 근엄함을 지키며 말을 이었다.

“……지금부터 장비를 지급하겠습니다.”

이리 말한 나는 차례로 깃털 달린 챙모자, 요정의 날개옷, 단풍 머리핀, 냉기의 반지, 엘프 궁수의 옷, 강인함의 휘장 그리고 미스릴 팔찌를 소환했다. 그리고 이처럼 내가 장비를 소환할 때마다 다들 감탄성을 터트리며 두 눈을 반짝였다.

특히나 마지막에 미스릴 팔찌가 제 모습을 드러내며 내 손바닥 위에 소환 될 때면 다들 군침을 꿀꺽 삼켰다. 그 정도로 미스릴 팔찌는 무척이나 아름다웠다. 특히나 표면에 음각되어 있는 물결 모양은 남자인 나조차도 한순간 마음이 혹할 정도였다.

‘회색 또는 안개를 뜻하는 미스와 빛이 난다는 릴이 합쳐져서 만들어진 단어, 미스릴.’

톨킨이 만든 인공어이지만, 수많은 판타지 소설 속에서 꾸준히 사랑받는 단어이자 광석 중에 하나였다. 나는 미스릴 팔찌를 이리저리 돌려보다가 이윽고 내 팔을 꼬옥 붙잡고 있는 채원이 쪽으로 고개를 돌리며 입을 열었다.

“이건 한 채원 씨에게 드리겠습니다.”

“네?”

이런 내 말에 채원이는 화들짝 놀란 표정을 지어보이며 두 눈을 동그랗게 떴다. 하지만 결코 싫어하는 기색은 보이지 않았다. 도리어 기뻐서 어쩔 줄 몰라해하고 있었다. 그 증거로 내 팔을 붙잡고 있는 손아귀에 힘이 한층 더 강해졌다.

“……이, 이건 소현이 언니한테 주는 선물이 아니었나요?”

“이 소현 씨에게 드릴 선물은 다른 겁니다.”

다정하기 짝이 없는 목소리로 속삭여준 나는 채원이의 왼팔을 내 쪽으로 잡아당겼다. 그리고는 손수 손목에 미스릴 팔찌를 채워주었다. 그러자 살짝 크기가 컸던 미스릴 팔찌가 저절로 조여지면서 딱 맞는 크기로 바뀌었다.

“와아…….”

이처럼 미스릴 팔찌가 자신의 손목에 채워지자, 채원이는 평소 마음에 들어 하던 선물을 받은 어린아이마냥 감탄성을 터트리며 양 볼을 발그레 붉혔다. 나는 기뻐하는 소녀의 머리를 조심스럽게 쓰다듬어주며 입을 열었다.

“미스릴 팔찌는 마력을 상승시켜주는 효과를 가지고 있습니다. 또한 한 채원 씨가 지금 신고 계신 현자의 부츠와 마찬가지로 주문 시전 속도를 상승시켜줍니다. 분명 전투에서 큰 도움이 될 겁니다.”

“아……. 감사합니다!”

이러한 내 설명을 들은 채원이는 그제야 꾸벅 고개를 숙이며 내게 고맙다는 말을 했다. 정말로 귀여워서 견딜 수가 없다. 나는 아빠 미소를 지어보이며 채원이의 머리를 몇 더 쓰다듬어준 뒤에 냉기의 반지와 강인함의 휘장을 집어 들었다.

“이 소현 씨, 이리로 오세요.”

“아, 네!”

그녀를 향해 손짓하자, 소현은 잔뜩 긴장한 얼굴로 대답하며 내 곁으로 다가왔다. 그 모습이 마치 사단장 앞에 선 중대장을 보는 듯했다. 쿡쿡, 작게 웃음을 터트린 나는 강인함의 휘장을 그녀의 가슴팍에 직접 채워주었다.

“이건 강인함의 휘장입니다. 둔화와 기절에 대한 저항을 증가시켜주는 효과를 지니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소현은 감격한 표정을 지어보이며 크게 소리쳤다. 어찌나 크게 소리치던지, 방 안이 쩌렁쩌렁 울릴 정도였다. 역시 마물 사냥꾼의 리더라서 그런지 군기가 바짝 들어있다. 나는 너무 부담가지지 말라는 뜻에서 어깨를 가볍게 토닥여준 뒤에 그녀의 오른손을 붙잡았다.

“……아!”

이 순간, 소현의 목소리가 살짝 어긋났다. 설마하니 내가 자신의 오른손을 붙잡을 줄은 몰랐던 모양이었다. 이에 나는 별다른 뜻이 없다는 뜻에서 살짝 고개를 끄덕여보이고는 냉기의 반지를 오른손 약지에 끼워주었다.

“이건 제가 개인적으로 드리는 선물입니다.”

이러한 내 말에 일순 소현의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올랐다. 더불어 오른손 약지에 끼워진 냉기의 반지가 반짝반짝 빛을 내며 그녀의 손가락에 딱 맞게 조절되었다. 특히나 반지의 가운데에 박힌 푸른색 보석이 영롱한 빛을 내며 몽환적인 분위기를 만들어내었다.

“가,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냉기의 반지가 무척이나 마음에 든 모양인지, 소현은 눈물까지 글썽이며 거듭 내게 고맙다는 말을 했다. 이에 나는 대답 대신에 오른손을 들어 그녀의 눈가에 맺혀있는 눈물을 닦아주었다. 그리고는 어깨를 가볍게 토닥여주며 입을 열었다.

“이 소현 씨가 있어서 제가 얼마나 든든한지 모를 겁니다. 앞으로도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저, 저……. 열심히 할게요.”

소현은 힘차게 고개를 끄덕이며 열의가 넘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확실히 듬직한 리더였다.

나는 만족한 미소를 지어보이며 그녀의 어깨를 한 번 토닥여준 뒤에 자리로 돌려보냈다. 그런 다음, 요정의 날개옷을 집어 들며 입을 열었다.

“유 지아 씨, 이리 오세요.”

이러한 내 말에 유 지아의 표정이 창백하게 변했다.

“그거…….”

“왜 그러십니까?”

“설마 그걸 입으라고?”

그녀는 내 손에 들려있는 요정의 날개옷을 손으로 가리키며 물었다. 그리고 그 물음에 나는 요정의 날개옷을 한 번 쳐다보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네.”

“싫어! 미쳤어? 그런 나풀나풀 거리는 옷을 어떻게 입어?”

아무래도 은하와 같은 과인 모양이었다. 나는 끌끌 혀를 차며 입을 열었다.

“입으셔야 합니다. 이래봬도 엄청 좋은 옷입니다.”

무려 민첩을 1씩이나 올려주는 옷이었다. 더욱이 부가 효과도 하나 같이 대단했다. 피격 시, 5%의 확률로 하급 치유가 발동하는데다가 플라이도 사용할 수 있으니 말이다.

나는 엄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입으세요.”

“다른 애한테 줘!”

예상지 못 한 격렬한 저항이었다. 이에 나는 도움을 구하고자, 이 소현을 바라보았다. 그러나 그녀는 자신의 손에 끼워져 있는 냉기의 반지에 아주 푹 빠진 표정을 짓고 있었다. 도움을 구하기에는 힘들어보였다.

이러한 상황에 나는 김 예지를 바라보았다. 그러나 예지는 나를 도울 생각이 없는 모양인지, 절대 안 된다는 듯이 고개를 설래설래 저어보였다. 이건 신 혜진도 마찬가지였다. 결국 나는 내 팔에 매달려있는 한 채원을 흔들며 도움을 구했다.

“에?”

미스릴 팔찌에 정신이 팔려있던 채원은 맥 빠진 목소리를 내며 고개를 치켜들었다. 그 모습을 보니, 도움을 구하기에는 힘들어보였다. 작게 한숨을 내뱉은 나는 요정의 날개옷을 이리저리 돌리며 입을 열었다.

“유 지아 씨, 이 옷은 그저 나풀나풀 거리기만 하는 옷이 아닙니다. 일단 민첩을 1이나 올려주는데다가 적에게 공격 받았을 때, 5%의 확률로 하급 치유가 자동으로 발동됩니다. 게다가 플라이라는 주문을 사용할 수 있게 해줍니다! 무려 10분 동안 마음껏 하늘을 날 수 있는 겁니다.”

“…….”

이처럼 요정의 날개옷에 대한 설명을 해주자, 일순 지아의 표정에 혹하는 기색이 떠올랐다. 이에 나는 한층 더 기세를 몰아붙였다.

“게다가 유 지아 씨의 몸매가 워낙에 좋아서, 이 옷이 참 잘 어울릴 겁니다.”

“하, 하지만…….”

“그리고 이번에 나타난 적은 오우거입니다. 오크 족장과는 상대가 안 됩니다. 그러니 만반의 준비를 해야 되지 않겠습니까?”

“그렇긴 하지만…….”

“지금은 물불 가릴 때가 아닙니다.”

“아무리 그래도…….”

나는 당근과 채찍을 적당히 던지며 유 지아를 설득했다. 그리고 그녀의 시선이 요정의 날개옷에 매달렸을 무렵, 나는 재빨리 마지막 제안을 던졌다.

“그렇게 고민이 되시면 일단 한번 입어보고 결정을 내리시는 게 어떻겠습니까?”

이러한 내 말에 그녀는 눈썹을 파르르 떨더니, 이윽고 입술을 벌렸다.

“그, 그럴까?”

이 물음에 나는 얼른 고개를 끄덕이며 그녀 쪽으로 성큼 한 걸음 옮겼다. 그리고는 직접 유 지아의 손에 요정의 날개옷을 꽉 쥐어주며 입을 열었다.

“입어보세요. 분명히 잘 어울릴 겁니다.”

이리 말하며 유 지아의 자신감을 한껏 돋워주자, 그제야 그녀의 고개가 위아래로 끄덕여졌다.

========== 작품 후기 ==========

한번 입으시면 교환 환불이 안 되십니다, 고객님.^^

수천천사 님 : 확실히 장비 강화 주문서... 흠, 꼴릿하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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